“하하,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똑똑한 내가 참아야지. 그 어린애 말에 일일이 대꾸하고 신경쓰다보면 네 머리만 더 아플 테니깐. 그래야지. 암.”
영효는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하며 씩씩댔다. 그런 영효를 향해 상황이 다 끝난 뒤 찾아온 상한은 이상한 눈빛만 보낼 뿐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한테도 말 해줘.’란 눈빛을 열실히 날리는 상한을 뒤로 하고 여자는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괜히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남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떨린다고? 떨려? 나 허 참 기가 막혀서!”
동동거리면서 발을 굴러보았자, 똥강아지 같은 주혁에게 당한 것이 못내 화가 나고 억울했다. 분명 그 자신감에 가득 찬 녀석은 즐거운 장난감 하나 생긴 것쯤으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라. 영효는 생각할수록 억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에잇! 기분 진짜 꿀꿀하네.”
여자는 엉망이 된 기분을 추스르려 부엌으로 향했다. 찬밥도 남아있고, 야채들도 조금 있고, 언제 사다놓았는지 모를 오징어 몇 마리가 냉동실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오징어순대나 해 먹을까?”
영효는 살림 하는 것이 좋았다. 살림 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으면, 현모양처가 꿈이라고 당당히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특히 요리하기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요리 할 때만큼은 기분이 좋고, 흥얼흥얼 노래 곡조들이 흘러나왔다.
‘잡념 없애는 데는 요리가 최고지.’
여자는 언제 방방 뛰었는지, 흥얼흥얼 콧노래를 중얼거리며 오징어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그때, 방문 사이로 핸드폰벨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벨소리에 손을 닦고, 주방용 타월에 물기를 닦아 낸 다음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찾아 어깨 사이에 끼우고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여보세요?”
여자의 말에 상대편은 말이 없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대편을 향해 영효는 ‘여. 보. 세. 요?’라고 또박거리며 다시 되물었다.
[나야.]
익숙한 목소리. 단 한 순간도 잊어 본 적 없는 목소리. 상현의 목소리였다. 여자는 상현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순간 작게 한 숨을 내 쉬었다. 아직은 편하게 그의 전화를 받을 만큼의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한 순간 이별을 고한 상대자에게 감정이 없겠는가? 일년도, 이년도 아닌 오년의 세월을 같이 했던 사이였다. 그런 그에게 이별을 고해 듣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결혼 소식까지 접한 영효로써는 그가 힘들었다. 그의 존재가 여자를 힘들게 했다.
“무슨, 일이야?”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떨리는 목소리를 들킨다면, 그것은 곧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을 들키는 것 같아 여자는 담담한 어조로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물었다.
[만났으면 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로........”
[지금 집 앞이야. 문 열어.]
영효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영효는 현관문으로 걸음을 옮겨 작게 난 구멍을 밖을 내다보았다. 거기엔 익숙하다 못해 눈에 익어버린 상현이 서 있었다. 여자는 한 숨을 푹 내 쉬었다. 이런 식으로 다시 그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고, 예고도 없이 쳐 들어온 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혔다. 순간 오만가지의 생각이 왔다 갔다 하는데 어서 열어달라는 듯, 상현이 벨을 두 번 눌렀다.
“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밖에 와 있는 그를 내 보내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고, 내 보낼 이유를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여자는 긴 한 숨을 내 쉬고 현관문을 열었다. 검은색에 은빛 스트라이프 양복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 그를 보며 여자는 낯선 사람인 듯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양복을 입고 출근하고, 학교에서 (상현은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아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돌아오는 상현의 서류가방을 받아들며, 그의 옷을 받아 걸어주고, 그가 올 때에 맞추어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는 일. 피곤함에 찌든 상현의 발을 씻겨 주며 행복감에 젖는 일상들. 그녀가 바랐던 그의 모습이었고, 그녀가 바랐던 미래의 모습 들었다. 영효는 이제 그럴 수 없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마치 꿈이 실현 된 것처럼 현관 앞에 서서 여자를 향해 조금은 서글픈 미소를 짓는 상현을 보자니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들어와.”
상현은 그녀의 말에 여자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기자기 한 것을 좋아하고 가정적인 영효의 성격에 맞게 집은 온갖 소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손으로 직접 만든 인형들 하며, 십자수 벽시계 까지. 상현은 안으로 들어가 역시 그녀가 직접 만든 소파에 걸터앉았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나무 의자에 쿠션 좋은 패드를 깐 소파에 앉아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수척해진 모습에 상현은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에게 만큼은 아픔을 주지 않으리라. 그녀와 결혼을 결심하면서 상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결론적으론 그가 그녀에게 대단히 큰 상처를 준 것이 되어버렸지만, 이것은 결코 그가 뜻한 일은 아니었다.
“뭐라도 마실래?”
“술 좀 있어?”
상현이 분홍색 넥타이를 풀며 영효에게 물었다. 영효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주방으로 향했다. 상현의 분홍색 넥타이를 보는 순간 여자는 치밀어 오르는 역증에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변주리가 골라 준 것이겠지?’
매일 남편의 옷을 챙겨주고, 색깔 맞게 넥타이를 골라 주고, 그에게 넥타이를 매주며 달콤한 모닝 키스를 나누는 일. 그녀가 수십 번 수천 번도 더 꿈꿔 왔던 일을 지금 변주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에게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에게 화를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자는 고개 드는 화를 애써 삭이며 주방으로 가 식은 밥을 넣어 오징어순대를 마저 만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담아 놓은 매실주를 진열장에서 꺼내 올려놓았다. 폭주는 하지 않지만, 술을 즐기는 상현을 위해 몇 년 전부터 그 몰래 담아놓은 술병들만 해도 수십 개가 넘었다. 주인 잃은 처량한 그 술병들을 보자 여자는 한 숨부터 나왔다.
‘정말 난 왜 그렇게 모자랐던 걸까? 왜 단 한번도 저 사람이 내 사람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한 걸까?’
여자는 남자 모르게 남자를 보았다. 조금은 지친 표정으로 쿠션에 기대어 두 눈을 감은 남자가 정말 자신을 버리고 간 그 남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 마치 그동안 그가 그녀를 버리고 결혼한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의 꿈처럼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떠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헛된 욕망이고 욕심이었다. 여자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래도 남자가 여자의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그런 기분을 최대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여자는 멋들어지게 식탁을 차려 놓고 남자를 불렀다. 여자의 달콤한 목소리에 남자가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그녀가 공들여 차려놓은 오징어순대와 매실주를 보던 남자가 말했다.
“영효, 너 솜씨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것 같다. 고마워. 내가 괜히 번거롭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그건 아니야. 어서 들어. 근데 밥은 먹은 거야?”
“아니. 별로 생각 없어. 좀 앉아 봐. 할 말 있어서 온 것이니깐.”
남자는 빈 술잔을 채워 단숨에 들이켰다. 여자가 말릴 새도 없이 남자는 순식간에 술을 연거푸 마셔댔다. 술을 즐기면서 마시는 상현이여서, 상현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남자의 낯선 모습에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입을 열면 어마어마한 말을 쏟아 낼 것만 같은 기분에 여자도 술을 한 잔 들이켰다. 오래 숙성시킨 술이라서 그런지 매실향이 진하게 났다. 매실 향을 음미하며 여자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꿈이 이런 식으로 실행된 것에 대해는 조금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순간만큼은 상현은 꿈속의 왕자님이니깐. 한참 술을 들이키던 남자가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삼년 만 기다려줘.”
밑도 끝도 없이 삼년만이라니?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너도 알지? 내가 주리랑 결혼한 이유.”
남자의 입을 통해서 주리랑 결혼한 이유가 흘러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여서 여자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스쳤다. 여자는 목덜미에 흐트러져있는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상현이 주리랑 결혼한 이유는 나중에 알았다. 남자는 이별을 고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내비치지 않았었다. 끝끝내 이유를 알려 주지 않는 상현을 원망하고 있는 사이, 상현의 여동생이자, 영효와는 친 자매 같이 지내던 상주가 전화를 했었다.
[언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말아요. 오빠도 요즘 술만 마시고 말이 아니에요. 결혼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언니도 알지요? 오빠의 끝내주는 책임감. 언니도 알다시피 아빠 사업이 위태 했잖아요. 근데 오빠가 언니한테는 말 안했겠지만, 정말 최악이었어요. 저희 집에 빨간 차압 딱지 붙여졌을 때는 정말인지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고요. 그때 주리언니가 빛을 탕감해 주겠다고 아버지를 찾아왔어요. 그리고 언니가 조건으로 그랬대요. 상현오빠랑 결혼하고 싶다고. 언니도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 싶지만 우리 그때 주리 언니 아니었음, 모두 밖으로 쫓겨날 신세였다고요. 절박했고요. 아빠도 매일 사채업자들에게 쪼이고, 은행에서 독촉전화 오고,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그걸 보는 오빠가 자진해서 주리 언니랑 결혼하겠다고 한거예요. 그러니 언니. 이해해 줘요. 오빠 너무 미워하지 말고요. 언니가 오빠 입장이었어도, 그랬을 거예요.]
상주의 이야기를 듣고 영효는 몇 날 며칠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해는 되면서도 상현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납득시키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그를 미워하면서도 그를 이해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힘들게 했었다. 하지만 더욱 그녀를 힘들게 했다는 것은 상현의 태도였다.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도 아닌 약혼녀이자, 미래에 결혼 할 사람에게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배신감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 스스로가 그 선택을 했다는 것에 대해 배신감이 들었다. 다른 길도 있지 않은가? 은행 빛을 낸다던지, 여자에게 이야기를 해서 어느 정도 융통을 한다던지 할 수도 있는데 왜 하필 그는 주리를 선택했을까? 여자는 그것이 못마땅했던 것이었다.
“주리랑 돈 때문에 결혼 한 것은 상주가 말했으니깐 알거야. 내가 미웠을 거야. 그 당시엔 나도 힘들고, 또 견딜 수 없어서 널 피했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내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 같아. 미안해. 털어놓고 말해야지 몇 번을 망설였지만, 그때마다 얄팍한 자존심이 날 가로 막더군.”
“그게, 지금 나한테 할 말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미안해. 지금 후회해 봤자, 할 수 없는 일이잖아. 난 벌써 결혼을 해 버렸고, 너한테 상처를 줘 버렸으니 말이야.”
남자는 답답한 표정으로 단숨에 술잔을 들이켰다. 하얀 얼굴에 발그스름한 취기가 올라있었다.
“모르는 게 있어. 나 주리랑 결혼 할 때, 약속했어. 3년간만 같이 살기로. 그 이후에는 상대방이 원하면 이혼을 해 주겠다고 계약서를 썼어. 벌써 공증까지 마친 상태이고.”
남자는 말을 마치고 또 술을 들이켰다. 힘들어하는 남자를 보자 하니, 마음이 흔들렸다. 애써 다잡은 마음을 그에게 들키기 싫어 여자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삼년만, 삼년만 기다려 줘. 그 이후에는 너한테 갈께.”
남자는 오랫동안 참았던 말을 내 뱉었다. 그녀에게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게 옳은 것인가? 몇날 며칠을 생각했다. 남자로써도 힘든 결정이었다. 주리와의 결혼. 인생을 저당 잡혀 사는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남자로써는 그것이 최선의 결정이었다. 빚을 갚아 주겠다는 주리와 결혼을 하지 않고, 영효와의 결혼을 추진했더라면, 지금 앞에 있는 여자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남자는 여자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혼 해 주리와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도 남자의 머릿속에서는 영효만이 떠올랐다. 삼년이 지나면 계약 기간만 지나면 영효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가 아니었다면 남자는 미쳐 버렸을 지도 몰랐다.
“왜.......... 대답이 없니?”
“이건 아닌 것 같아.”
여자의 대답에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상현도 예상 했던 일이었다. 영효가 쉽사리 자신을 받아 줄 성격도 아니 거니와, 이제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웃기다 는 것쯤은. 하지만 상현은 절박했다. 삼년 뒤 그녀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없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쳐 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알아.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은. 하지만 나 그런 믿음조차 없다면 정말 힘들어 미쳐 버릴 것만 같아. 넌 너만 불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지금 충분히 불행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그 기본적인 것을 저당 잡힌 남자의 심정을 알기나 해? 마치 남창 같아. 돈에 팔려가는 남창. 내가 지금 그런 기분이라고. 매일 저녁 낯선 여자가 있는 익숙한 집에 들어가 행여나 돈 갚아준 며느리 비유가 상할까 전전긍긍 눈치 보는 부모님도 지쳤고, 그 여자의 말 한 마디 조차에도 반박 하지 못하는 내가 싫어. 매일 저녁 잠자리를 요구하며 애를 낳고 싶어 하는 그 여자와 같은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 알기나 해?”
“그럼 하지 말았어야지!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였잖아!” “알아! 나도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내가 주리랑 결혼 하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니? 우리 집은 경매로 넘어갔을 테고 우리는 쪽방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겠지. 그게 행복이니? 그게 행복이야? 한 방에 우리 부모랑 같이 살아야 했을 지도 몰라. 월급의 대부분은 차압이 되어서 한달에 5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생활해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따뜻한 물은 꿈도 꿀 수 없고, 겨울에도 차가운 물로 빨래를 해야 할지도 몰라. 제길! 그런 일은 너한테 어떻게 시켜! 게다가 주리랑 결혼하면 빛이 탕감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부모님이 널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해? 오히려 널 구박했을 거야. 너만 아니면 빚을 다 갚고 이런 고생 안 해도 됐을 텐데 했을 거라고! 그럼 넌 불행해 졌을 텐데. 그걸 내가 어떻게 보니! 널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야. 너 힘들어 할 모습 차마 볼 수 없어서!”
남자는 절규하고 있었다. 남자의 흐르는 눈물을 따라 여자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여자는 남자를 안았다. 남자가 결혼하기 전처럼, 뜨겁게 상현을 안고, 여자는 오열했다. 그의 아픔이 가슴으로 스며들어 영효는 견딜 수 없었다.
-이상한 관계-(8) 삼년만 기다려 줘.
이상한 관계
(8) 삼년만 기다려 줘.
“하하, 나 참 어이가 없어서. 똑똑한 내가 참아야지. 그 어린애 말에 일일이 대꾸하고 신경쓰다보면 네 머리만 더 아플 테니깐. 그래야지. 암.”
영효는 손바닥으로 부채질을 하며 씩씩댔다. 그런 영효를 향해 상황이 다 끝난 뒤 찾아온 상한은 이상한 눈빛만 보낼 뿐이었다.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나한테도 말 해줘.’란 눈빛을 열실히 날리는 상한을 뒤로 하고 여자는 집으로 들어와 버렸다. 바닥에 대자로 누워 괜히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며 남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었다.
“떨린다고? 떨려? 나 허 참 기가 막혀서!”
동동거리면서 발을 굴러보았자, 똥강아지 같은 주혁에게 당한 것이 못내 화가 나고 억울했다. 분명 그 자신감에 가득 찬 녀석은 즐거운 장난감 하나 생긴 것쯤으로 자신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라. 영효는 생각할수록 억울함을 감출 수 없었다.
“에잇! 기분 진짜 꿀꿀하네.”
여자는 엉망이 된 기분을 추스르려 부엌으로 향했다. 찬밥도 남아있고, 야채들도 조금 있고, 언제 사다놓았는지 모를 오징어 몇 마리가 냉동실에 굴러다니고 있었다.
“오징어순대나 해 먹을까?”
영효는 살림 하는 것이 좋았다. 살림 하는 것을 즐기지 않았으면, 현모양처가 꿈이라고 당당히 말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특히 요리하기는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 요리 할 때만큼은 기분이 좋고, 흥얼흥얼 노래 곡조들이 흘러나왔다.
‘잡념 없애는 데는 요리가 최고지.’
여자는 언제 방방 뛰었는지, 흥얼흥얼 콧노래를 중얼거리며 오징어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그때, 방문 사이로 핸드폰벨소리가 작게 흘러나왔다. 벨소리에 손을 닦고, 주방용 타월에 물기를 닦아 낸 다음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찾아 어깨 사이에 끼우고 다시 주방으로 향했다.
“여보세요?”
여자의 말에 상대편은 말이 없었다. 침묵으로 일관하는 상대편을 향해 영효는 ‘여. 보. 세. 요?’라고 또박거리며 다시 되물었다.
[나야.]
익숙한 목소리. 단 한 순간도 잊어 본 적 없는 목소리. 상현의 목소리였다. 여자는 상현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순간 작게 한 숨을 내 쉬었다. 아직은 편하게 그의 전화를 받을 만큼의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한 순간 이별을 고한 상대자에게 감정이 없겠는가? 일년도, 이년도 아닌 오년의 세월을 같이 했던 사이였다. 그런 그에게 이별을 고해 듣고,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결혼 소식까지 접한 영효로써는 그가 힘들었다. 그의 존재가 여자를 힘들게 했다.
“무슨, 일이야?”
떨리는 목소리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에게 떨리는 목소리를 들킨다면, 그것은 곧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을 들키는 것 같아 여자는 담담한 어조로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물었다.
[만났으면 해.]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전화로........”
[지금 집 앞이야. 문 열어.]
영효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7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다. 영효는 현관문으로 걸음을 옮겨 작게 난 구멍을 밖을 내다보았다. 거기엔 익숙하다 못해 눈에 익어버린 상현이 서 있었다. 여자는 한 숨을 푹 내 쉬었다. 이런 식으로 다시 그를 만나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었고, 예고도 없이 쳐 들어온 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혔다. 순간 오만가지의 생각이 왔다 갔다 하는데 어서 열어달라는 듯, 상현이 벨을 두 번 눌렀다.
“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렇게 밖에 와 있는 그를 내 보내는 것도 예의가 아니었고, 내 보낼 이유를 만들어 낼 수가 없었다. 여자는 긴 한 숨을 내 쉬고 현관문을 열었다. 검은색에 은빛 스트라이프 양복을 입고, 서류가방을 들고 있는 그를 보며 여자는 낯선 사람인 듯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양복을 입고 출근하고, 학교에서 (상현은 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아 현재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었다.) 돌아오는 상현의 서류가방을 받아들며, 그의 옷을 받아 걸어주고, 그가 올 때에 맞추어 맛있는 저녁을 준비하는 일. 피곤함에 찌든 상현의 발을 씻겨 주며 행복감에 젖는 일상들. 그녀가 바랐던 그의 모습이었고, 그녀가 바랐던 미래의 모습 들었다. 영효는 이제 그럴 수 없는데, 그러면 안 되는데, 마치 꿈이 실현 된 것처럼 현관 앞에 서서 여자를 향해 조금은 서글픈 미소를 짓는 상현을 보자니 만감이 교차하는 기분이었다.
“들어와.”
상현은 그녀의 말에 여자의 집안으로 들어갔다. 변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아기자기 한 것을 좋아하고 가정적인 영효의 성격에 맞게 집은 온갖 소품들로 꾸며져 있었다. 손으로 직접 만든 인형들 하며, 십자수 벽시계 까지. 상현은 안으로 들어가 역시 그녀가 직접 만든 소파에 걸터앉았다. 하얀색으로 칠해진 나무 의자에 쿠션 좋은 패드를 깐 소파에 앉아 여자를 올려다보았다. 수척해진 모습에 상현은 가슴이 아려왔다. 그녀에게 만큼은 아픔을 주지 않으리라. 그녀와 결혼을 결심하면서 상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결론적으론 그가 그녀에게 대단히 큰 상처를 준 것이 되어버렸지만, 이것은 결코 그가 뜻한 일은 아니었다.
“뭐라도 마실래?”
“술 좀 있어?”
상현이 분홍색 넥타이를 풀며 영효에게 물었다. 영효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곤 주방으로 향했다. 상현의 분홍색 넥타이를 보는 순간 여자는 치밀어 오르는 역증에 차마 말이 나오지 않았다.
‘변주리가 골라 준 것이겠지?’
매일 남편의 옷을 챙겨주고, 색깔 맞게 넥타이를 골라 주고, 그에게 넥타이를 매주며 달콤한 모닝 키스를 나누는 일. 그녀가 수십 번 수천 번도 더 꿈꿔 왔던 일을 지금 변주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에게 하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그에게 화를 내고 싶은 심정이었다. 여자는 고개 드는 화를 애써 삭이며 주방으로 가 식은 밥을 넣어 오징어순대를 마저 만들었다. 그리고 언젠가 담아 놓은 매실주를 진열장에서 꺼내 올려놓았다. 폭주는 하지 않지만, 술을 즐기는 상현을 위해 몇 년 전부터 그 몰래 담아놓은 술병들만 해도 수십 개가 넘었다. 주인 잃은 처량한 그 술병들을 보자 여자는 한 숨부터 나왔다.
‘정말 난 왜 그렇게 모자랐던 걸까? 왜 단 한번도 저 사람이 내 사람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못한 걸까?’
여자는 남자 모르게 남자를 보았다. 조금은 지친 표정으로 쿠션에 기대어 두 눈을 감은 남자가 정말 자신을 버리고 간 그 남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웠다. 눈을 질끈 감았다 뜨면, 마치 그동안 그가 그녀를 버리고 결혼한 그 모든 것이 한 순간의 꿈처럼 날아가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떠도 상황은 그대로였다. 헛된 욕망이고 욕심이었다. 여자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그래도 남자가 여자의 집에 있는 동안만큼은 그런 기분을 최대한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여자는 멋들어지게 식탁을 차려 놓고 남자를 불렀다. 여자의 달콤한 목소리에 남자가 일어나 주방으로 향했다. 그녀가 공들여 차려놓은 오징어순대와 매실주를 보던 남자가 말했다.
“영효, 너 솜씨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것 같다. 고마워. 내가 괜히 번거롭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그건 아니야. 어서 들어. 근데 밥은 먹은 거야?”
“아니. 별로 생각 없어. 좀 앉아 봐. 할 말 있어서 온 것이니깐.”
남자는 빈 술잔을 채워 단숨에 들이켰다. 여자가 말릴 새도 없이 남자는 순식간에 술을 연거푸 마셔댔다. 술을 즐기면서 마시는 상현이여서, 상현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남자의 낯선 모습에 여자는 입을 다물었다. 그가 입을 열면 어마어마한 말을 쏟아 낼 것만 같은 기분에 여자도 술을 한 잔 들이켰다. 오래 숙성시킨 술이라서 그런지 매실향이 진하게 났다. 매실 향을 음미하며 여자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자신이 꿈이 이런 식으로 실행된 것에 대해는 조금 안타까웠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지금 자신의 옆에 있는 순간만큼은 상현은 꿈속의 왕자님이니깐. 한참 술을 들이키던 남자가 다물었던 입을 열었다.
“삼년 만 기다려줘.”
밑도 끝도 없이 삼년만이라니? 여자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던 남자가 입을 열었다.
“너도 알지? 내가 주리랑 결혼한 이유.”
남자의 입을 통해서 주리랑 결혼한 이유가 흘러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한 일이여서 여자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스쳤다. 여자는 목덜미에 흐트러져있는 머리칼을 쓸어내리며 남자를 바라보았다. 상현이 주리랑 결혼한 이유는 나중에 알았다. 남자는 이별을 고하면서도 그런 이야기는 하나도 내비치지 않았었다. 끝끝내 이유를 알려 주지 않는 상현을 원망하고 있는 사이, 상현의 여동생이자, 영효와는 친 자매 같이 지내던 상주가 전화를 했었다.
[언니 너무 속상해 하지 말아요. 오빠도 요즘 술만 마시고 말이 아니에요. 결혼 그렇게 하는 게 아닌데…….언니도 알지요? 오빠의 끝내주는 책임감. 언니도 알다시피 아빠 사업이 위태 했잖아요. 근데 오빠가 언니한테는 말 안했겠지만, 정말 최악이었어요. 저희 집에 빨간 차압 딱지 붙여졌을 때는 정말인지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고요. 그때 주리언니가 빛을 탕감해 주겠다고 아버지를 찾아왔어요. 그리고 언니가 조건으로 그랬대요. 상현오빠랑 결혼하고 싶다고. 언니도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그럴 수 있겠냐 싶지만 우리 그때 주리 언니 아니었음, 모두 밖으로 쫓겨날 신세였다고요. 절박했고요. 아빠도 매일 사채업자들에게 쪼이고, 은행에서 독촉전화 오고, 죽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하셨어요. 그걸 보는 오빠가 자진해서 주리 언니랑 결혼하겠다고 한거예요. 그러니 언니. 이해해 줘요. 오빠 너무 미워하지 말고요. 언니가 오빠 입장이었어도, 그랬을 거예요.]
상주의 이야기를 듣고 영효는 몇 날 며칠을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이해는 되면서도 상현을 미워할 수밖에 없는 자신을 납득시키기에는 힘든 일이었다. 그를 미워하면서도 그를 이해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그녀를 힘들게 했었다. 하지만 더욱 그녀를 힘들게 했다는 것은 상현의 태도였다. 단 한 순간만이라도 그런 이야기를 다른 사람도 아니고, 남도 아닌 약혼녀이자, 미래에 결혼 할 사람에게는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배신감이 들었다. 게다가 자신 스스로가 그 선택을 했다는 것에 대해 배신감이 들었다. 다른 길도 있지 않은가? 은행 빛을 낸다던지, 여자에게 이야기를 해서 어느 정도 융통을 한다던지 할 수도 있는데 왜 하필 그는 주리를 선택했을까? 여자는 그것이 못마땅했던 것이었다.
“주리랑 돈 때문에 결혼 한 것은 상주가 말했으니깐 알거야. 내가 미웠을 거야. 그 당시엔 나도 힘들고, 또 견딜 수 없어서 널 피했는데 지금 와 생각해 보면 내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 것 같아. 미안해. 털어놓고 말해야지 몇 번을 망설였지만, 그때마다 얄팍한 자존심이 날 가로 막더군.”
“그게, 지금 나한테 할 말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미안해. 지금 후회해 봤자, 할 수 없는 일이잖아. 난 벌써 결혼을 해 버렸고, 너한테 상처를 줘 버렸으니 말이야.”
남자는 답답한 표정으로 단숨에 술잔을 들이켰다. 하얀 얼굴에 발그스름한 취기가 올라있었다.
“모르는 게 있어. 나 주리랑 결혼 할 때, 약속했어. 3년간만 같이 살기로. 그 이후에는 상대방이 원하면 이혼을 해 주겠다고 계약서를 썼어. 벌써 공증까지 마친 상태이고.”
남자는 말을 마치고 또 술을 들이켰다. 힘들어하는 남자를 보자 하니, 마음이 흔들렸다. 애써 다잡은 마음을 그에게 들키기 싫어 여자는 고개를 떨어뜨렸다.
“삼년만, 삼년만 기다려 줘. 그 이후에는 너한테 갈께.”
남자는 오랫동안 참았던 말을 내 뱉었다. 그녀에게 이제 와서 이런 말을 해야 하는 게 옳은 것인가? 몇날 며칠을 생각했다. 남자로써도 힘든 결정이었다. 주리와의 결혼. 인생을 저당 잡혀 사는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남자로써는 그것이 최선의 결정이었다. 빚을 갚아 주겠다는 주리와 결혼을 하지 않고, 영효와의 결혼을 추진했더라면, 지금 앞에 있는 여자가 더 힘들었을 것이다. 남자는 여자를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 결혼 해 주리와 한 이불을 덮고 자면서도 남자의 머릿속에서는 영효만이 떠올랐다. 삼년이 지나면 계약 기간만 지나면 영효를 다시 찾을 수 있을 거라는 희망 하나가 아니었다면 남자는 미쳐 버렸을 지도 몰랐다.
“왜.......... 대답이 없니?”
“이건 아닌 것 같아.”
여자의 대답에 남자가 고개를 숙였다. 상현도 예상 했던 일이었다. 영효가 쉽사리 자신을 받아 줄 성격도 아니 거니와, 이제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웃기다 는 것쯤은. 하지만 상현은 절박했다. 삼년 뒤 그녀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과 믿음이 없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미쳐 버릴 것 같은 기분이었다.
“알아.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은. 하지만 나 그런 믿음조차 없다면 정말 힘들어 미쳐 버릴 것만 같아. 넌 너만 불행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나도 지금 충분히 불행해. 사랑하는 사람과의 결혼. 그 기본적인 것을 저당 잡힌 남자의 심정을 알기나 해? 마치 남창 같아. 돈에 팔려가는 남창. 내가 지금 그런 기분이라고. 매일 저녁 낯선 여자가 있는 익숙한 집에 들어가 행여나 돈 갚아준 며느리 비유가 상할까 전전긍긍 눈치 보는 부모님도 지쳤고, 그 여자의 말 한 마디 조차에도 반박 하지 못하는 내가 싫어. 매일 저녁 잠자리를 요구하며 애를 낳고 싶어 하는 그 여자와 같은 침대에 누워 있으면서도 내가 얼마나 비참한지 알기나 해?”
“그럼 하지 말았어야지!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거였잖아!”
“알아! 나도 알고 있었다고. 하지만 내가 주리랑 결혼 하지 않았으면? 그랬으면 어떻게 됐을 것 같니? 우리 집은 경매로 넘어갔을 테고 우리는 쪽방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겠지. 그게 행복이니? 그게 행복이야? 한 방에 우리 부모랑 같이 살아야 했을 지도 몰라. 월급의 대부분은 차압이 되어서 한달에 50만원도 안되는 돈으로 생활해야 했을지도 모른다고! 따뜻한 물은 꿈도 꿀 수 없고, 겨울에도 차가운 물로 빨래를 해야 할지도 몰라. 제길! 그런 일은 너한테 어떻게 시켜! 게다가 주리랑 결혼하면 빛이 탕감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부모님이 널 좋아해 줄 거라고 생각해? 오히려 널 구박했을 거야. 너만 아니면 빚을 다 갚고 이런 고생 안 해도 됐을 텐데 했을 거라고! 그럼 넌 불행해 졌을 텐데. 그걸 내가 어떻게 보니! 널 너무 사랑해서 그런 거야. 너 힘들어 할 모습 차마 볼 수 없어서!”
남자는 절규하고 있었다. 남자의 흐르는 눈물을 따라 여자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여자는 남자를 안았다. 남자가 결혼하기 전처럼, 뜨겁게 상현을 안고, 여자는 오열했다. 그의 아픔이 가슴으로 스며들어 영효는 견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