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님(환웅(桓雄))의 구슬 - 8

내글[影舞]2005.0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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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환웅(桓雄))의 구슬 - 8   - 내글[影舞]

 

조운의 검에 부딪혀 오는 사내의 쌍검에도 푸른빛이 돌고 있었다. 쌍검 모두에 검기를 일으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는데, 사내는 너무나 쉽게 하고 있었다. 조운의 검에서 발출된 검강이 화산파 검법특유의 화려한 꽃을 피우며 사내의 머리와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조운은 처음부터 강시나 실혼인들의 약점인 머리를 노렸다. 다른 곳을 공격해 받자 상처를 입힐 수는 있지만 별 소용이 없기 때문에 택한 방법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여러 곳을 공격하여 몸에 부상을 입히면 상처에서 오는 고통과 출혈 때문에 동작이 부자유스럽게 되거나 느려지는 것이 당연하지만 강시나 실혼인들은 고통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별 소용이 없었고, 강시는 흘릴 피도 없기 때문에 괜한 헛고생이 될 수 있었다.

조운이 발출한 검강이 사내의 머리를 덮쳐들었지만 사내는 단순하게 쌍검을 열십자로 교차 한 채로 조운에게 달려들었다. 조운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피어올랐다. 조운이 발출한 검강이 단순하게 직선으로 뻗어가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속에는 순간적으로 칼끝을 회전시키며 발출한 것이 때문에 많은 변화를 담고 있었다.

‘역시 이지를 상실했기 때문에 강하지만 세세한 변화를 읽고 대처하는 것이 부족하군!’

사내는 단순하게 교차하고 있던 쌍검을 동시에 다가오는 검강에 대고 휘둘렀다.

- 꽝!

두 개의 강력한 힘이 부딪히자 벼락 치는 소리와 함께 먼지가 피워 올랐다.

‘헉, 저게…!’

조운은 방금 있었던 일이 믿어지지 않았다. 자신의 의도대로라면 삿갓을 쓴 사내의 머리에 어떠한 형태로든 변화가 있어야 했지만 사내가 쓰고 있던 삿갓과 면사만 사라 졌고 그 밑에 쓰고 있는 복면에는 변화가 없었다. 두 힘이 부딪히면서 일어난 바람에 의해 삿갓과 면사만 날라 간 것뿐이었다. 한 마디로 조운의 공격은 간단하게 해소 됐다는 말이었다.

조운은 화산 검법의 화려한 변화 보다는 강력한 힘을 모아서 일격을 가하는 방법을 택했지만 사내는 그것을 비웃기라도 하듯 쌍검을 종횡으로 긋는 단순한 동작으로 조운이 발출한 검강을 갈라버린 것이다. 그것도 말이 단순이지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닌 회전하며 그 안에 복잡한 변화를 가지고 있어 막는 것이 쉬운 것이 아니었는데 그걸 단 한 번의 몸놀림으로 모두 갈라버렸다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조운의 생각과 멀쩡한 겉보기와는 달리 사내에게도 큰 충격을 준 공격이었다. 조운은 몰랐지만 희연은 그걸 알고 있었다. 희연은 옥피리를 불어 사내가 빨리 몸을 회복하도록 조취를 취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이 알아서 공격도하고 입은 내상도 치유하겠지만 사내는 그러지 못했다. 때문에 하나하나를 지시해야 했던 것이다. 그러나 희연도 모르는 것이 있었으니 사내의 의식이 살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자신의 몸을 전혀 통제 못하는 것이 문제였지만 몸에 이상이 있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다.

정민은 바로 전에 자신의 몸을 흩고 지나간 전기충격에 깜짝 놀랐다. 벼락에라도 맞은 듯 온몸이 저려왔다.

‘아이고 이게 뭔 일이란 말이냐! 내가 깨어나지 않으니까 전기 충격을 가하는 모양이군. 이러다가 전기구이 통닭이 되는 거 아냐! 가만, 가만! 그러고 보니 미약하지만 충격이 느껴졌어…. 그, 그럼 이제 몸의 감각이 조금씩 돌아온다는 거 아냐!’

순간 정민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떴다. 아니 원래 정민의 눈은 보이지 않았을 뿐 항상 떠진 상태로 있었다. 그런데 지금 눈에 강한 빛이 들어왔고, 정민은 무심결에 머리를 돌려 빛을 피하려 했다. 그러나 머리는 움직여지지 않았고, 단지 눈꺼풀이 감기며 눈에 쏟아져 들어오는 빛을 차단했다. 자기 의지로 아무것도 움직일 수 없었던 정민은 순간 환희에 차올랐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어렴풋 눈이 보이기 시작했고, 게다가 눈꺼풀과 눈동자를 움직일 수 있다는 사실이 기뻤다. 밝은 빛에 적응이 안 되어 눈이 부셨지만 조금씩 적응이 되면서 정면의 풍경이 흐릿하나마 구별되기 시작했다. 연속극에서 보면 정신을 잃고 있던 사람이 눈을 뜨면서 제일먼저 보이는 것이 뿌연 형광등이 켜져 있는 천정이 보여야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사람과 기와집 비슷한 건물들의 윤곽이 눈에 들어왔다.

‘어라. 여기가 어디야! … 벼, 병원이 아닌가!?’

아직은 흐릿하게 두루뭉술하게 보였기 때문에 정민은 좀 더 시간을 갖고 기다리기로 했다.

‘뭐, 급하게 서두를 필요는 없지!’

이런 변화를 알길 없는 조운은 맥이 풀렸다. 더 이상 괴물 같은, 아니 진짜 괴물을 상대로 계속 대적 해보았자 죽거나 이기더라도 회복하기 힘들 부상을 입을 것이 분명한 싸움을 이렇게 계속할 필요는 없었다. 자신 혼자라면 그냥 죽자 사자 싸울 볼 수도 있겠지만 뒤에 있는 사질들을 먼저 생각해야했다. 주창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을 보아 자신에게 일이 생겼을 때 그냥 넘어갈 것 같지 않았다. 앞길이 창창한 제자들을 이곳에서 허무한 죽음을 맞게 할 수는 없었다.

“낭자, 졌소! 그리고 낭자가 생각하듯 장물아비가 아니요. 죽은 저자가 분에 맞지 않는 보검을 두 자루씩이나 가지고 있기에 그 사연을 알아보고 제 주인을 찾아 주려한 것뿐이요. 그러니 더 이상 시비를 가리는 건 무의미 하다 생각하오.”

“사, 사백님! 어, 어찌…!”

조운의 뜻밖의 말에 화산의 제자 네 사람은 머리를 쇠망치에라도 맞은 듯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단 일합에 패배를 시인하다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조운의 사나운 눈총을 받자 입을 다물고 처분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사파에게 정파사람이 쉽게 패배를 인정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으나 이름뿐인 명예의 부질없음을 잘고 있기 때문에 조운은 달랐다. 12년 전에 격은 한 가지 일 이후로 조운은 여느 정파의 인물들처럼 정사를 따지지 않았다. 이런 조운을 강한자의 여유라고 하기도 했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조운은 신경 쓰지 않았다. 화산 제일의 검객이 하는 일에 대해 대놓고 면전에서 시비를 걸만큼 배짱 있는 사람은 없었고 뒤에서 말을 하는 자들은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자들이었기 때문에 조운은 거침이 없었다.

조운의 말을 들은 희연은 잘 됐다 싶었다. 조운이 다시 공격하려들었다면 즉시 도망칠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먼저 졌다고 하고 사과까지 하자 이때다 하는 생각을 했다.

“진작 그렇게 나왔으면 쉬울 걸 그랬잖아요. 어차피 저놈은 내 물건을 훔친 자들의 두목이었으니 용서할 생각이 없었어요. 서로 손해 본 것이 없으니 저도 더 이상 따지지 않겠어요.”

희연의 말도 좀 전과는 다르게 존댓말로 변하고 있었다. 비록 본인이 졌다고 시인 했지만 조인이 보여준 무위는 다시보기 싫은 무시무시한 것이었다.

“고맙소, 낭자! 언제 기회가 되면 화산에 놀러 오시요!”

“예에, 화산이요! 그, 그럼 화산파와 무슨 연관이라도…?”

“허허, 그러고 보니 내 이름도 밝히지 않았구려! 난 화산파 장로인 조운이라 하오이다.”

희연은 조운의 말을 듣고 너무 놀라 손에 쥐고 있던 옥피리를 떨어뜨릴 뻔했다.

‘화산파의 조운이라면 화산 제일의 고수잖아… 잘못 걸렸군! 빨리 떠나는 게 상책이다.’

희연은 즉시 옥피리를 불어 사내를 조정하기 시작했다.

‘어, 또 이 소리! 이번엔 어디로 가나?’

정민은 눈을 다시 뜨고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어디로 움직이는 건지 알아보려고 노력했으나 초점이 맞지 않고 뿌옇게 번져 보였기 때문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잘 안 보이네. 조금만 더 참자!’

“호호, 잘 알겠습니다! 언제 시간이 허락하면 찾아뵙지요.”

조운은 희연을 끼고 사라지는 사내의 모습을 쳐다보면서 갑자기 12년 전 장백산에서 춤을 주던 천부정검 정민의 뒷모습을 떠올렸다.

‘그, 그럴 리가 없다! 그, 그래 혹시….’

조운은 마음이 급해졌다. 즉시 뒤에 있는 제자들을 해혈하고 화산으로 길을 재촉했다. 사실 조운이 화산을 내려온 건 현진방의 일 때문이었다. 현진방의 방주는 조운의 몇 안 되는 제자들 중 유일한 속가 제자였다. 그의 직전제자들은 12년 전 천부정검을 추적할 때 모두 회복할 수 없는 부상을 입고 더 이상 무공을 쓸 수 없게 되고 말았다. 그 뒤로 새로운 제자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현진방 방주가 실제적으로 하나뿐인 제자가 되었던 것이다.

곧바로 사천으로 달려 갈수 있었지만 천사교가 양양에 분타를 세운다는 소리를 들은 조운은 사전 조사와 견제도 할 겸해서 양양으로 온 것이다. 그런데 뜻하지 않은 화급한 일거리가 생긴 것이다.

희연은 조운 일행이 말을 타고 북문을 통해 양양성을 벗어 날 때 한 민가의 건물의 지붕위에 몸을 숨기고 그들의 뒷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후, 저 늙은이가 화산 제일검 조운일 줄은 몰랐네! 이렇게 끝나서 다행이다. 헤헤, 그래도 이 강시의 능력이 조운을 이길 줄은 몰랐네. 아빠가 직접 챙기며 애지중지했던 이유가 있었군.’

희연은 쓰고 있던 면구를 벗었다.

‘이거 영 답답하고 불편해서 죽겠네! 쳇, 오 전주한테서 좀 더 좋은 걸 훔쳐 나올걸 그랬어. 멀리까지 왔으니 날 알아보는 자들이 없을 거야. 이젠 맨 얼굴로 다녀야겠구나.’

희연은 벗은 면구를 아무렇게나 던져두고 지붕위에서 하늘을 보고 누웠다. 기와가 울퉁불퉁하여 등이 배기자 옥피리를 꺼내 불었다. 옆에 앉아 있던 강시가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고 길게 누웠다. 희연은 아무 거리낌 없이 배위에 올라가 누웠다. 강시는 육척이나 되는 비교적 큰 몸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겨우 오 척 네 치를 넘는 희연의 몸이 누우니 딱 맞았다. 사천의 성도를 출발하여 양양까지 오는 동안 묵을 곳을 구하지 못해서 야영을 해야 할 때면 이렇게 강시를 침대로 이용했다.

희연은 아주 어려서부터 강시를 제련하는 곳에 무시로 드나들었고, 시체에 대한 겁도 없었다. 그녀의 엄마는 그녀가 태어날 때 과도한 출혈로 죽었다. 때문에 거칠고 괴상한 짓을 하는 사람들과 여과 없이 어울려 지내다 보니 웬만한 일에도 겁을 집어먹는 일이 없었다. 때문에 이렇게 누가 보면 기겁을 할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었다.

‘참 푸르고 맑구나! 응, 그, 그럼 여긴 밖이네. 산책을 시키려고 밖으로 나온 거군. 참 좋다. 흰 구름도 떠가고…! 아아, 드디어 눈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하는 거야!’

희연은 약간 서늘한 느낌이 들었지만 강시의 품이 포근하게 느껴졌다.

‘엄마에게 안기면 이런 느낌이 들까? 아니야 아주 따뜻하고 부드러울 거야…! 에이 아빠도 눈이 삐었지 그런 불여우를 새엄마로 맞이하다니. 오 전주하고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하던데…. 근데 그렇고 그런 사이란 게 뭐지? 에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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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