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벼슬인가...? 권력인가...?

조성웅2005.06.25
조회89

저는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총무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저희 주유소는 토요일이 무료세차일이라 토요일만 되면 차들이 히드라 개떼처럼 막 몰려들어옵니다... 그래서 항상 바쁘죠...

 

  지난주 토요일에 검은 구형 벤츠가 한 대 들어오더군요...차 문짝에 OO일보라는 스티커가 붙어있고 앞유리에 취재차량이라고 써있었습니다...환갑은 넘어보이는 아저씨가 저희 주유원에게 5만원을 넣어달라고 했습니다...그리고는 사무실로 들어와 신용카드로 결재를 했습니다...결재를 마친후 나가더니 기름이 다 들어가지도 않았는데 출발을 해버린 겁니다.

 

  저도 그렇고 주유원들도 그렇고 차가 많다보니 차가 들어오면 주유기 꼽아놓고 다른 차에 가서 꼽아놓고 다시 앞에 차에 가서 계산하고 이런 식입니다... 원칙적으로는 차가 출발할 때까지 지키고 있어야 하지만 바쁜 날은 그렇게 할 수가 없습니다... 이 차가 출발을 했는데 다행히 주유기는 끊어지지 않았지만 벤츠의 주유구 옆부분이 조금 찌그러졌습니다. 그 아저씨는 그걸 알면서도 별 말없이 세차장으로 가더군요...그래서 저는 "이 사람도 자기 책임인 줄 아나보다" 생각하고 주유기에도 별 손상이 없어 그저 "안녕히 가세요" 했습니다...

 

  그런데 세차장에서 나오더니 책임자를 불러오라고 하더군요... 저희 소장은 거래처에 가서 없었고 제가 부책인지라 제가 책임자라고 했더니...

 

손님 : 차가 이렇게 됐는데 어떡할거야?

 

저 : 손님...저희가 출발하시라고 말씀드린 적도 없고 안녕히 가세요 라고 인사한 적도 없습니다...죄송하지만 저희가 책임질 수 없습니다.

 

손님 :  원래 주유소에 차가 들어오면 앞에서 끝까지 기다려야 되는거야...그런 기본도 몰라?

 

저 : 손님 보시다시피 차가 많지 않습니까...어떻게 손님 차에만 매달려 있을수 있나요...출발하시기 전에 먼저 살펴보셨어야지요...

 

손님 : 나는 계산하면 다 끝나는 줄 알았지...그럼 어떡해???...안 물어준다고...???

 

저 : 예...저희는 책임을 지기 어렵습니다...

 

손님 : 잠깐....(갑자기 차에서 작은 녹음기를 하나 꺼내더니) 다시 말해봐...뭐? 책임을 질수 없어? 이 자식들 보게...다시 말해봐...다 녹음할 꺼니깐... 이런 놈들 신문에 기사 하나 써야돼...

 

  제가 기사낸다고 하면 겁먹을 줄 알고 그러는 것 같았습니다...

 

저 : (녹음기에 대고 크게) 손님!! 다시 말씀드리지만 손님이 저희의 아무런 안내없이 출발하셨으니 손님께서 책임지셔야 됩니다...기사로 내실려면 내십시오...

 

손님 : 너 이름뭐야?

 

저 : OOO입니다.

 

손님 : 여기 소장 이름은 뭐야...?

 

저 : OOO입니다...

 

손님 : 이 자식들 두고봐...신문에 낼꺼야...

 

   그러더니 가버리더군요...솔직히 처음에는 바뻐서 챙기지 못한 부분이 있어 죄송한 마음이 많았는데 이 사람 가고나니 분한 마음이 더 커지더군요...

자기가 나를 언제봤다고 반말이며 이자식, 이놈이라고 하는지...게다가 나중에 알고 보니 주유기에 달려서 차에 꼽으면 안 빠지도록 하는 스프링이 나가 있더라구요... 미리 알았더라면 오히려 변상하라고 할 수 있었는데...

 

  저도 운전자이며 차끌고 나가면 주유소의 손님이 되기에 단 한번도 손님 소홀이 대한 적 없다 자부하고 저희 동네에서는 그래도 친절한 주유소로 소문나서 90% 이상이 단골로 거래하고 있는 곳입니다.

 

  제가 열받는 것은 신문사에 다니는 것을 무기로 저를 협박(?)하려 했다는 것입니다..."언론이 권력은 권력이구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만약 제가 정말 잘못한 일을 했고 그 사람이 기사에 낸다고 했다면 나는 어땠을까 생각했습니다...울고불고 신문에 내는 것만은 하지 말라고 붙잡지 않았을까...생각했습니다.

 

  솔직히 신문에 나갈 만한 일도 아닌걸 가지고 그렇게 말한게 우습기도 합니다...그리고 자신의 신변의 일을 가지고 신문에 낸다고 할만큼 기사거리가 없는가 한심한 생각도 들고 그 사람이 신문 기사라는 것을 우습게 생각한다고 느꼈습니다.

 

  연세가 많이 들어보이는 걸 보니 기자는 아닌 것 같고 벤츠를 끌고 다니니 신문사 경비나 보일러실 아저씨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면 편집장이나 간부급 이상의 사람일텐데... 그런 사람이 주유소에서 기사에 싣는다고 협박하는 걸 보니 참 어이가 없습니다...

 

  두서없이 긴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주유소에 대한 악감정 리플도 감사히 받겠습니다...그런 것도 저희 주유소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될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