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님(환웅(桓雄))의 구슬 - 11

내글[影舞]2005.0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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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환웅(桓雄))의 구슬 - 11   - 내글[影舞]

 

“저런 잔혹한…!”

“으, 읍…!”

그 사내의 오른손에는 피에 젖은 손에 죽은 자가 쓰던 검이 들려져 있었고 왼손에는 잘려진 것이 아닌 거칠게 비틀어 뽑힌 머리를 들고 있었다. 아니 들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다섯 손가락이 얼굴에 박혀있어 빠지지 않고 그대로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방금 전 허공에서 떨어진 머리 없는 시신의 잘려진 것이 아닌 뽑혀진 머리였던 것이다.

정민은 미치고 팔짝뛰는 심정이 바로 이런 것이라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정신없이 뒹굴다가 오물 구구덩이에 처박혀 눈만 말똥거리고 있었는데, 한동안 들리지 않던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들리자마자 꼼짝 않던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달려가는 것 같았는데 몇 걸음 가지 않아 평생 처음 보는 복장과 살벌한 무기를 들고 설치고 있는 무리들을 발견했다. 마치 생생한 입체 영화를 보듯 눈앞에 펼쳐지는 관경이 흥미로웠다. 아니 처음에는 그랬다. 어두운 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특수 안경을 쓰고 보는 것처럼 땅위를 기어 다니는 조그마한 개미까지도 구분할 수 있는 정도로 잘 보였고, 저 앞에 보이는 무리들 가운데 한 사람의 목에 붙어서 피를 빠는 모기까지도 눈에 보였다. 정민은 홍콩 무술영화를 보는 것처럼 잠시나마 신이 났다. 그러나 거기 까지, 잠시 뒤에 그의 눈앞에서 벌어진 일은 끔찍한 공포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희연 일행을 둘러싸고 있던 무리들의 맨 뒤에 서있던 자는 자신의 뒤로 소리 없이 다가오는 서늘한 기운을 느끼고 돌아섰다. 흙탕물이 묻긴 했지만 말쑥한 옷을 입고 검은 면사로 얼굴을 가린 채로 서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꼭 독사가 독니를 들어내고 바로 코앞에 있는 듯 서늘한 느낌이 들어 온몸에 소름이 좍 돋았다. 그는 거의 반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그러나 검은 면사로 가린 자의 손이 더 빨랐다. 그는 가슴을 헤집는 소름 끼치는 느낌에 비명을 질렀다. 이어서 검을 들고 있던 어깨가 허전해졌고, 이어서 밀려드는 고통에 다시 비명을 질렀다. 자신이 들어도 끔찍한 비명을 질러대다 자신의 얼굴을 향해 다가오는 핏기 없는 파리한 손을 보았다. 비명을 지르며 본 이세상의 마지막 것 이었다.

이 순간 정민은 날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칼이 자신을 향해 찔러오는 모습에 순간적으로 눈을 감았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자신의 손이 칼을 휘둘렀던 자의 뱃가죽을 뚫고 들어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눈을 치뜨자 눈이 돌아가며 입을 딱 벌린 얼굴에 극도의 공포와 고통에 울부짖는 모습, 진짜로 끔찍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눈을 다시 감으려 했지만 감겨지지 않았다. 극도의 공포는 때때로 사람의 의지를 제 멋대로 지배한다. 사내의 몸을 뚫었던 오른손이 나왔을 때 내장을 움켜진 채로 나왔다. 칼을 휘둘렀던 팔은 왼손이 잡고 그대로 꺾어 잘 삶아진 백숙의 닭다리를 찢어내듯 뽑아냈다. 이어서 공포에 질려 쓰러져야 할 몸을 그대로 세우고 서있는 사내의 얼굴에 다시 왼손을 뻗었다. 갈고리모양으로 그대로 사내의 얼굴을 찍었고 손가락은 그대로 얼굴에 박혀 잘 빠지지 않는 듯 했다. 비어있는 왼손을 뻗어 이미 숨이 끊어졌지만 강직현상으로 퍼덕이는 몸을 잡았다. 머리가 몸에서 내장이 일부 붙은 채 그대로 뽑혔고 피가 솟았다. 머리가 없는 몸통이 쓰러지자 공을 차듯 그대로 차버렸다. 몸이고 저곳에서 뿜어 나오는 핏방울 하나하나가 별개의 방울진 모습으로 또렷하게 보였고, 그것들이 바닥에 떨어져 만들어내는 왕관현상까지 또렷하게 보였다.

‘이, 이건 또 뭐지? 이건 완전히…, 뭐 이따위가 다 있어!’

몸에서 떨어져 나갔지만 아직 신경이 살아있는 듯 퍼덕거리는 팔에서 검을 뺏어 들었다. 그리고 무리들의 머리 위를 공중제비를 돌아 넘어서 방금 전 발로 찼던 목 없는 시체 옆에 내려섰다. 단순한 동작이었지만 그 동작사이에 보이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고속 촬영된 화면을 다시 천천히 돌리 듯 보였다. 검, 도, 도끼, 그리고 철퇴까지 갖가지 살벌한 무기를 들고 있는 수십 명이 넘는 사람들이 경악한 표정으로 쳐다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놀라 입을 벌리는 동작과 손으로 입을 가리는 동작이 아주 느리게 보였다.

‘이, 이건 또 뭐…! 여, 여긴 어디야? 게다가 저들이 입고 있는 옷은 또 어찌 된 거야?’

“호호호, 자 이제부터 목숨이 아깝다고 생각되는 자들은 모두 도망쳐라. 단, 셋을 셀 동안에 도망가라. 죽어라고 도망쳐야 할 거야, 호호호!”

“이 요녀! 피를 보아야 그 요망한 입을 다물겠구나!”

“흥, 넌 제일 나중에 죽게 해주지! 하나, 둘, 세엣!”

희연은 셋까지 세고는 다시 옥피리를 입에 물었다.

정민은 기분 나쁜 소리를 다시 들었다. 그와 동시에 사람들의 움직임이 시작 되었지만 좀 전처럼 느리게, 아니 아주 느리게 움직였다. 처음 검을 휘두른 자는 검기를 쓰는 정도의 무공을 가진 자였다.

‘저래가지고 뭘 하겠다는 거지? 굼벵이도 저 칼은 피하겠다.’

검 날과 끝에 푸르스름한 빛이 붙어 다니며 움직이는 모습은 신비롭게 보였으나 그 움직임은 문자 그대로 느린동작으로 으로 다시 보는 화면이었다. 반대로 정민의 움직임, 아니 자신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이상한 소리에 의해 움직이는 정민의 몸은 정상적인 속도였다. 게다가 들고 있던 검에서 푸른빛이 감돌더니 검에서 한 치정도 떨어진 둘레에 또 다른 검 날을 만들어냈다.

‘으~헉! 카, 칼에서 광선이 나간다.’

복면인들은 앞에 검은 면사를 쓴 사내의 단 한 번의 움직임에 전의를 상실했다. 사내의 칼에서 검강이 형성 되더니 휘두르지도 않았는데 그대로 칼날을 벗어나 제일 먼저 덤벼들었던 자의 허리를 가르고 지나갔다. 사내는 둘로 분리된 채로 계속 앞으로 나아가다 쓸어졌다.

‘와아, 이건 아니야! 내가 이 많은 사람을 죽이다니…’

정확히 반각도 안 되는 시간에 희연일행을 습격했던 자들은 모두 맨 처음 죽었던 자처럼 대부분이 반 토막이 나서 죽었다, 단한사람 빼놓고. 그는 희연에게 욕을 했다가 찍힌 자였고, 복면인들을 이끌던 자였다. 주위의 동료들이 손 한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하나 둘 허무하게 쓰러지는 동안 멍하니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자신의 손에 의해서 사람들이 죽어 넘어지는 모습을 그대로 지켜봐야 했던 정민이 있었다. 한 사람은 분노에 떨고 있었고, 한 사람은 이상한 소리에 이끌려 죽음의 춤을 추는 자신의 몸을 저주하며 떨고 있었다.

“자, 약속대로 널 마지막에 죽이려 한다. 할 말이 있는가?”

“이, 이 잔인한 계집! 어린것이 어찌 그리 잔인할 수 있느냐?”

“흥, 그러는 너는 내 부하들을 죽이지 않았더냐. 그것과 무엇이 다르냐? 나도 자금 이곳에 쓰러진 너의 동료들만큼 너희들의 칼 아래 내 부하들을 잃었다. 그들의 대부분은 너희와 같은 무공을 가지지 못한 그저 잔심부름이나 하는 자들이었다. 그런데도 너희들은 가리지 않고 죽였지. 그래서 그 답을 해주었을 뿐이다.”

“그, 그래도…!”

할 말이 없었다. 급작스런 천사교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귀가 솔깃한 제안이 들어 왔다. 천사교의 소교주가 교주 몰래 가출을 하였다가 지금 흑의대주 감숙에게 다시 잡혀 귀환을 하고 있으니 그녀를 볼모로 삼으면 좋을 거라는 것이었다. 소교주와 감숙 일행이 움직이는 일정과 인원 구성까지 자세히 적힌 서첩이 같이 들어있는 한 통의 봉서는 침을 흘리기에 충분했다.

처음에는 함정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지만 밑져야 본전이라는 기분으로 소교주일행에 꼬리를 붙였다. 삼일동안 중간에 쉬는 일 없이 움직이더니 선발대가 오늘 이 객잔을 통째로 세를 내고 주인까지 딴 곳으로 보내는 것을 확인했다. 봉서에 담긴 대로 움직이고 있었고, 게다가 오늘 아침에는 또 하나의 봉서에 은자 일천 냥짜리 전표와 이일에 동참하기로 한 50여명의 명단까지 도착했다. 그들은 하나같이 최근에 천사교에게 본거지를 빼앗긴 자들이었고, 이미 소교주 일행이 묶을 곳에 오일 전부터 진을 치고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도 적혀 있었다. 결국 그는 자신의 부하들과 주위 지인들의 도움을 얻어 50여명을 이끌고 달려왔다.

모두 백여 명이 모이자 일이 성공할 것이라 자신했다. 천사교 교주에 대한 적개심에 불타는 그들의 모습 때문에 일이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들어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극도로 조심하긴 했지만 약속된 시간이 되어 습격을 시작했을 때 서찰에 적힌 대로 우려할 만한 고수들은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선봉을 맡은 자들이 확실히 움직여 주어 자신이 이끌고 온 자들은 한 명의 희생도 없었다. 실력이 출중한 30명만 조심하면 됐는데 그들마저 알아서 처리해주자 신이 났다.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지금 그 변수로 인해 이곳에온 모두가 도륙 당했던 것이다.

“하하하, 그래 이건 함정이었군, 함정이었어! 뿔뿔이 흩어져 있는 잔당을 소탕하고 본 방을 무너뜨리기 위한 교묘하게 판 함정이었어. 자신의 딸을 팔아 이런 일을 꾸미다니, 과연 천사교 교주다운 생각이야?”

“뭐라고, 아, 아빠가…?”

“이자가 미쳤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희연과 감숙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서, 설마, 아빠가 그럴 리가 없어!’

‘허, 의형께서 날 이런 사지에 내몰았단 말인가?’

“못 믿겠다고! 그럼 이걸 보라고. 이건 삼일 전에 받은 밀서지. 그리고 이건 오늘 아침에 도착한 또 한통의 밀서와 천 냥까지 전표다. 후후, 내가 어리석어 이렇게 이용되었지 결국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가업도 빛을 못보고 이렇게 당하다니…”

희연과 감숙은 밀서의 내용을 읽고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며 한참을 그대로 있었다.

“이, 이럴 수는 없어요, 감 아저씨! 아빠가 어찌 날 볼모로 이용하라는 말을 할 수 있어요!”

“그, 그건…!”

“정말 아빠가 맞아요? 내가 태어날 때 엄마를 죽인 나쁜 아이기 때문에 이런 일을 쉽게 생각하시는 것인가요?”

“소교주님, 그럴 리 없습니다. 제가 소교주님을 만난 것이 삼일 전이었습니다. 그때 교주님께 전서구를 보냈습니다. 그 전서구가 아무리 빠르다 해도 어제 저녁때나 교주님께 전해졌을 겁니다. 그런데 이 밀서는 소교주님과 만난날 밤에 저 자에게 전해졌습니다. 그리고…, 으흠! 전호, 이 귀로는 나와 너만이 알고 있는 것이다.”

“이야!” 

“으윽!” 

“아악, 아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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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