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땡아!뚱땡아!-17

하이수2005.06.30
조회375

 

 

 

 

 

..그래, 베이비는 지금 술주정을 하고 있는 거야..

 

베이비의 머리통을 냅다 한방 때렸다.

 

 

 

 

 

 

"아야~! 왜 때려!"

 

 

 

 

 

 

"너 술깨라고."

 

 

 

 

 

 

"술 안 먹었다니까!"

 

 

 

 

 

 

..그럼..그럼 정말 베이비가 이층으로? 저 놈이랑 나랑 한 지붕 아래에서..산다고?

 

말..도....안...돼에에에에에~!!

 

 

 

 

 

 

"싫어! 싫어! 절대 싫어!"

 

 

 

 

 

 

"뭐가 그렇게 싫은데?"

 

 

 

 

 

"니가 이층에 사는 거..니가 이사온 거. 다 싫어!"

 

 

 

 

 

 

"나도?"

 

 

 

 

 

베이비의 물음에 선뜻, ..그래!하고 대답할 수 없었다.

 

사실 이 요상한 놈을 예뻐했음 예뻐했지 싫어하지는 않으니까.

 

이 놈은 이 상황에서 나도?란 말이 나오냐 또~!!

 

 

 

 

 

 

"하여간 다시 원래 니네 집으로 이사 가. 알았어?"

 

 

 

 

 

 

"왜?"

 

 

 

 

 

"니가 이사온 거 싫으니까! 더 이상 무슨 이유가 필요해?"

 

 

 

 

 

 

"내가 그렇게...싫어?'

 

 

 

 

 

정말 예상치 못했던 베이비의 조심스러운 반응.

 

그 모습에 나는 당황했다.

 

 

 

 

 

"아니..뭐 니가 싫은 건 아닌데..그러니까...음...그래!

 

 니랑 이사온 거랑은 엄연히 틀리다 이 말이지!

 

 그러니까..니가 싫은 건 아닌데 니가 이층으로 오는 것은 안된다 이말이지...

 

 니가 싫은 것은 절대! 아냐.."

 

 

 

 

 

 

이 정도면...됐겠지?

 

조심스레 베이비의 눈치를 봤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베이비는 커다란 두 눈을 껌뻑껌뻑.

 

그 모습을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싫은 건 아니란 거지?"

 

 

 

 

 

...누가 널 싫어하겠니...안그래?..

 

 

 

 

 

"그..그래. 널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절대 싫어하지는 않아."

 

 

 

 

 

나만의 착각일까.

 

베이비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맴도나 싶었다.

 

정말 착각일 수도 있었다.

 

그리고....갑자기 베이비가 내 입안으로 조그맣게 뜯어낸 시루떡을 잽싸게 밀어넣었다.

 

 

 

 

 

 

"켁..켁~!"

 

 

 

 

 

정말 갑작스럽게 내 입안으로 들어온 떡.

 

콜록거리면서도 나는 시루떡을 씹고 있었다.

 

다 씹고 넘기고 나서야 베이비에게 버럭 소리 질렀다.

 

 

 

 

 

 

"야, 베이비 너 왜 그래! 그러다가 떡이 목에 걸리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냐구!"

 

 

 

 

 

 

"뚱땡이 너 시루떡 먹었으니까 나 이사 안가도 된다! 인정하지?"

 

 

 

 

 

"야..그게 어떻게 먹은..!"

 

 

 

 

 

"아침에 보자, 뚱땡아!"

 

 

 

 

 

내 말이 채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떡 일어나 이층으로 후다닥 올라가버리는 베이비.

 

난 정말 멍하니 서 있었다.

 

받아들여야하나보다.

 

베이비가 내 이웃 사촌이..아니 내 이층 이웃이 된 것을 말이다.

 

...얼마나 날 골탕먹이고 괴롭히려고.

 

잠자리에 누우면서까지 지금 내 위에서 발 뻗고 곤히 자고 있을 베이비 생각 뿐이었다.

 

도대체 이놈과의 나의 악연 아닌 악연은 어디까지일까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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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땡아~! 야, 이뚱땡!"

 

 

 

 

 

 

..으음~이 새벽부터 누구야..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지만, 뚱땡아를 부르는 소리는 점점 크게 내 귀를 파고들어왔다.

 

 

 

 

 

 

"뚱땡아!뚱땡아!"

 

 

 

 

 

버티고 버티고 또 버티고, 무시하고 무시하고 또 무시했지만,

 

이 악마같은 목소리는 밤 늦게 겨우 찾아온 잠이라는 친구를 끝내 쫓아버렸다.

 

 

 

 

 

 

"으아아아아아악~!"

 

 

 

 

 

이불을 박차면서 벌떡 일어났다.

 

여전히 뚱땡이를 부르는 이 목소리.

 

지금 내 양쪽 콧구멍에선 겨우 든 잠에서 깼다는 분노감으로 뜨거운 바람이 거칠게 뿜어나오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6시 반, 분명 새벽이었다.

 

이른 아침에 그것도 뚱땡이라고 당당하게 불러댈 놈이 누구겠냐고오~!

 

베이비 말고 또 있겠냐고오~!

 

벌컥 문을 열어젖혔다.

 

살짝이 차가운 기운을 머금고 있는 아침 공기에 얼굴이 발그레해진 베이비가 활짝 웃고 있었다.


 

 

 

 

 

 

"너...너..베이비 너어어어어~!"

 

 

 

 

 

내 괴성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방안을 슬그머니 내다보는 베이비.

 

 

 

 

 

"어딜 훔쳐봐~!"

 

 

 

 

 

 

"어? 아니..난 무슨 괴성이 나길래 혹시 괴물이라도 있나 해서.."

 

 

 

 

 

 

깊은 보조개를 움푹 패이며 멋쩍은 듯이 웃는 베이비.

 

..그래, 그 괴성을 지른 괴물이 바로 나다, 어쩔래애~!!

 

 

 

 

 

 

"너..너 지금 몇신 줄 알어~!?"

 

 

 

 

 

 

하도 흥분을 했더니 말까지 더듬어졌다.

 

 

 

 

 

"6시 33분. 시간 없어 얼른 가야 돼."

 

 

 

 

 

"어딜?"

 

 

 

 

 

"이거."

 

 

 

 

 

"......?"

 

 

 

 

 

내 품에 무언가를 와락 안겨주는 베이비.

 

 

 

 

 

"얼른 갈아입고 나와."

 

 

 

 

 

"뭐?"

 

 

 

 

 

베이비가 내게 안겨준 것은 다름 아닌 츄리닝이었다.

 

아니, 엄연히 말하자면 트레이닝복이라고 해야할까..

 

가만히 훑어보니 베이비는 아디다스 상표의 하얀색 져지 자켓에 마찬가지로 하얀 트레이닝을 입고 있었다.

 

 

 

 

 

 

"너 설마 나한테 뭐 운동이나 그런 이상한 것을 하자는 거 아니지?"

 

 

 

 

 

 

누가 그랬던가..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정말 이화봉이를 잡았다!

 

 

 

 

 

 

 

"오오~ 뚱땡이 의외로 눈치 빠르네. 알았으면 얼른 갈아입고 나와~"

 

 

 

 

 

미쳐 대답할 틈도 없이 베이비에 의해 밀려서 내 방으로 다시 들어온 나, 그리고 닫혀진 문.

 

 

 

 

 

 

 

"얼른 입고 나와~!"

 

 

 

 

 

라는 베이비의 목소리까지 덤으로 들려왔다.

 

정말 버럭 화라도 내려고 했지만, 이내 자포자기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이 놈 어디까지인가 보자구..

 

무슨 커플도 아니고 나에게 준 트레이닝복도 아디다스 하얀색이었다. 

 

싸이즈 작을까 꽤나 걱정했지만 나를 단순히 뚱땡이라고 부르지는 않은 것 같았다.

 

싸이즈는 충분히 넉넉했으니까. 바지 기장을 제외하고 말이다.

 

문을 열고 나가자, 문 앞에 바로 서 있던 베이비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봤다.

 

 

 

 

 

 

"어? 의외로 뚱땡이 아니네."

 

 

 

 

 

라고 말하며 씨익 웃는다.

 

얄미운 놈 같으니라고~! 말을 해도 꼬옥!

 

내가 입어도 넉넉한 싸이즈를 보니 베이비가 내 싸이즈를 어떻게 생각했는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

 

 

 

 

 

"가자!"

 

 

 

 

 

내 손을 덥썩 쥔 베이비가 대문을 박차고 나갔고,나는 베이비의 괴력에 이끌려 어느새 같이 뜀박질을 하고 있었다.

 

 

 

 

 

 

"천천히..천천히 좀 뛰어~!"

 

 

 

 

 

우리 동네 지리는 어찌도 그리 잘 아는지 난 우리 동네에 그런 길들이 있는지도 몰랐고,

 

조킹 코스가 그렇게 될지도 몰랐다.

 

정말 베이비 손에 질질질 끌려다녔다.

 

다시 우리 집 대문 앞에 도착했을 때는 사십분이 지난 후였고,

 

온 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고, 땅이 꺼져라고 숨을 헉헉거리고 있었다.

 

숨 넘어가기 직전의 나와는 달리 베이비는 약간의 숨소리만 거칠어진 채 굉장히 해맑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망할 놈 같으니라고..

 

 

 

 

 

"너...오늘만 이렇게 같이 뛰어주는 거다..내일은 절대 오지 마.."

 

 

 

 

 

 

제발이다~~~!!

 

숨을 고르면서 겨우 말을 내뱉었다.

 

 

 

 

 

 

"혼자 뛰면 심심하잖아. 아침 공기가 얼마나 상쾌한데..

 

 나 씻고 내려올테니까 맛있는 밥 해놔, 알았지?"

 

 

 

 

 

"내가 왜 니 밥을 준비해야하는데!"

 

 

 

 

 

내 말에 베이비는 이해안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잠시 바라보더니,

 

 

 

 

 

 

"배고프잖아, 넌 배 안고파?"

 

 

 

 

 

 

"배..고파."

 

 

 

 

 

 

"같이 먹으면 되잖아.

 

뚱땡이 너 살아가기 바쁘다면서, 한달 밥값 꼬박꼬박 줄께.

 

새로운 직장이라고 생각하고 나 밥 잘 챙겨줘.

 

 그럼 난 뚱땡이 너 밥값 주려고 열심히 돈 벌테니까."

 

 

 

 

 

 

"너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어."

 

 

 

 

 

 

베이비의 표정을 보니 정말인 것 같았다.

 

 

 

 

 

"정말 좋다."

 

 

 

 

 

베이비가 다시 활짝 미소 짓는다.

 

 

 

 

 

 

"뭐가 그렇게 좋아?"

 

 

 

 

 

 

"나에게도 할 일이 생기고 목적이 생겼으니까.."

 

 

 

 

 

..도대체 무슨 뜻이야..

 

알 수 없어하는 내 눈빛을 이해했다는 듯이 이층으로 올라가기 전 베이비가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난 아무런 목적도 할 일도 없거든.

 

 그런데  이젠 뚱땡이 너 밥값 주려는 목적 때문에 일을 해야 되잖아.

 

 나도 드디어 뭔가 해야할 일이 생겨서..그래서 너무 좋아.

 

 밥 맛있게 차려놔라, 뚱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