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님(환웅(桓雄))의 구슬 - 13

내글[影舞]200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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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환웅(桓雄))의 구슬 - 13   - 내글[影舞]

 

그러나 문제는 방향조절이 되질 않는다는 것이 문제였다. 강물을 거슬러 오르다가 장애물에 부딪히면 다시 쏜살같이 흐르는 물결을 따라 가기도 했고, 물살이 센 곳에서는 곤두박질쳐서 강바닥에 그대로 처박기도 했으며, 물위로 1장이나 솟구쳤다 다시 물로 떨어지기도 했다. 아픔을 느끼지 않았지만 이리저리 움직이는 바람에 어지럼증을 느끼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아이고, 정신없어라. 그만 멈춰라, 제발!’

정미의 간절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거칠게 흐르는 강물을 따라 한없이 흘러갔다. 언뜻 눈에 흰 포말이 솟구치는 것이 보였다.

‘어어, 저 건 또 뭐야! … 포, 포, 폭포! 오, 하늘님! 이제야 진짜로 절 죽이시려는 군요. 아까 죽은 사람들은 제가 죽인 것이 아닌 거 아시죠? 그러니 제발 지옥만은…!’

이럴 때는 기절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의식은 너무나 또렷하여 죽음의 공포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차츰 다가오는 폭포를 향해 아직도 멈추지 않는 발길질은 폭포에 다가가는데 일분일초가 아깝다는 듯 그냥 내달리게 했다.

- 쿵!

‘으윽, 부딪쳤다!’

폭포가 시작되는 지점 한 가운데에 솟아있는 바위에 맹렬하게 다가가 머리를 박았다. 워낙 충격이 강했기 때문에 그 소리가 느껴졌다. 그러나 워낙 약물로 단련된 몸이라 두개골이 깨지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머리에 부딪힌 바위가 부서져 정민의 몸과 같이 폭포 아래로 떨어졌다. 만일 바위가 조금만 더 강했더라면 정민의 머리는 수박 깨지듯 박살나 버렸을 것이나, 다행이 그런 일은 없었고, 그 충격에 뇌진탕이 일어나며 신경이 자극 받았는지 발길질이 멈추었다. 그 대신 폭포 밑에 만들어진 물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낙엽처럼 그 자리를 맴돌며 물속을 들락거렸다. 폭포수의 강한 물살과 물에 섞여있는 잔돌과 모래에 몸을 부딪기며 한마디로 세탁기에 들어간 빨래처럼 이리저리 부딪히고 섞이기를 반복했다. 눈을 뜨면 어지러운 것도 있고 이율배반적으로 죽을 지도 모르는데 혹시나 눈을 다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예 눈을 꼭 감았다. 그리고 무사히 벗어나기만을 기다렸다. 아니 죽음을 기다렸다.

정민은 한동안 아무 생각 없이 강물의 흐름에 맡겼다. 정민의 귀에 요란한 폭포수 소리가 멀어지며 잔잔한 물소리가 들렸다. 자신도 모르게 눈이 번쩍 떠졌다. 해가 지는지 붉은 노을이 하늘에 아름답게 펼쳐져있었고, 이름 모를 새가 날아가는 모습도 눈에 보였다. 꼬박 하루의 반을 폭포수 세탁기에서 빨래를 당했던(?) 정민은 자신도 웃음이 나왔다. 물론 소리를 내서 웃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소리를 내서 웃지는 못했지만 한없이 웃었다.

‘하하하, 아직도 살아 있단 말이지! 죽지 않았단 말이야, 하하하!’

어처구니없는 시간이 연속되다보니 정민은 웃음만 나왔다.

- 철썩, 끄응! 철썩, 끄응!

‘어, 이건 또 무슨 소리야? 들린다, 들려! 노 젓는 소리가 들려…. 야, 귀가 들려!’

정민은 노 젓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에 흥분이 되기 시작했다. 아까 들렸던 물소리는 환청일 거라 생각하고 무시했는데 그게 환청이 아니라 실제 소리가 귀를 통해 들렸던 것이다. 이상한 전기 충격에 눈이 보였고, 이번에는 귀가 터졌다. 귀로 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성대에 이상만 없다면 꾸준한 훈련을 통하여 정상적으로 말을 하게 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말한다.

‘그래, 아까 바위에 머리를 부딪치면서 신경이 깨어난 것 거야, 야호! 신경외과에서 전기충격요법을 쓴다는 게 일리가 있는 거군!’

“어이, 어젯밤에는 고기 좀 잡았는가?”

“아니, 별로야! 이놈들이 영 힘을 쓸 생각을 않아서 일찍 들어갔었어.”

“그거 참, 내일 모래가 세전 내는 날인데, 마련되었나?”

“글쎄, 오늘 잡히는 걸 봐야겠지! 정 못하면 이놈들이라도 시장에 내다 팔면도지 않겠나?”

“그놈들이 밥줄인데…!”

“그러면 어디 딴 수가 있는가? 그래야 그나마 입에 풀칠이라도 하려면 세리들에게 세를 받쳐야 이배를 지킬 터인데.”

“그렇군! 그럼 많이 잡게나.”

“자네도!” 

두 사람은 가마우지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어부들이었다. 오늘도 해가지자 밤고기 잡이를 위해 횃불을 밝히고 강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정민을 발견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쳤다. 정민에게는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이 있었으니, 그들의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눈을 처음 떴을 때에 수상쩍은(?) 복장덕분에 혹시나 했지만 막상 현실로 닥치자 겁이 났다.

베이징과 연길에서 듣던 중국어와 억양이 달랐다. 게다가 그들이 입고 있는 옷도 완전히 낯설었다. 그동안 보았던 사람들의 옷들은 싸움을 하기 위해 움직임에 불편을 주는 것을 묵거나 싸매고 있었고, 하나같이 복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차이를 느끼지 못했는데, 천천히 옆을 지나면서 어부들의 차림새를 보고는 당황을 넘어 황당 그 자체였기 때문에 머리가 뒤죽박죽 헝클어지고 있었다.

‘이게…! 여긴 도대체 어디야? 저들의 입고 있는 옷도 그렇고, 머리는 왜 하나같이 길 단 말이야. 사극에서나 나올 법한 옷차림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에 혼란만 가중되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다행스럽게 생각되는 것은 지금 자세가 익사를 면할 수 있는 자세로 떠내려간다는 사실이었다. 얼굴이 하늘을 향하고 있어서 그나마 숨 쉬는 게 자유스러웠다. 아니 한참을 물속에 잠길 때도 있었지만 웬일인지 숨이 차거나 막힌다는 느낌자체가 없었다.

‘어,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물속에서 그렇게 오래 있었는데 아직도 살아 있다니 이건 또 무슨 조화냐? …으흠, 이건 꿈이야! 내가 지금 긴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난 지금 병원에 식물인간으로 누워있으면서 긴 꿈을 꾸고 있는 거야. 그러니까 이렇게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는 것 일거야. 그래서 마치 영화를 보는 것 같이 느껴지는 거야, 하하하! 그렇다면 즐기자고, 어차피 꿈인데 이렇게 공포 속에서 두려워할게 뭐있나, 하하하!’

정민은 맘이 편해졌다. 마음을 진정시킨 정민은 처음 의식이 깨어났을 때부터 해왔던 일- 책 되새김질과 굴속에서 보았던 문양대로 가상으로 걷기 -에 다시 매달리기로 했다. 시간 보내는 데는 그것만한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날이 어두워졌기 때문에 강에는 고기를 잡는 배들의 횃불만 가끔 보였고, 그밖에 정민을 떠다니는 통나무쯤으로 생각했는지 가끔 물새들이 앉았다 떠나는 일도 있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어차피 보고 듣는 것이 의외의 감각은 전혀 없었기 때문에 새가 자신의 몸을 쪼아도 별로 감흥이 없었고, 때때로 물고기들이 몸을 물어뜯어도 고통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그런가 보다했다.

외부의 자극에 감각이 없다보니 눈만 감으면 몰입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물소리와 바람 소리, 그리고 새와 물고기들이 내는 소음이 있었기도 했지만 백두산에 본 문양을 따라가다 보니 들리지 않았고, 그렇게 물위에 떠서 자신만의 세계 속에서 그런 대로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아가씨, 그만 선실로 들어가시지요. 새벽공기가 차갑습니다.”

“아니에요! 새벽공기는 머리를 맑게 해주기 때문에 좋아요. 좀 더 있다 들어갈게요.”

제법 규모가 큰 배의 선수 갑판에는 젊은 여자와 중년이니 서있었고, 강위에 피어나는 물안개와 묘하게 어울리면서 여인의 모습은 더욱 신비롭게 보였다. 단한지 문제가 있다면 여인의 자태에 비해 얼굴은 그리 잘생기지 못했다는 게 문제였지만 굳이 얼굴 생김새를 따지지 않는다면 문자 그대로 하늘에서 선녀가 내려온 듯 보였고, 그 옆에 점잔을 빼고 서있는 중년인의 풍채도 그럴듯했기 때문에 그런대로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어머, 장 집사님 저기 좀 보세요!”

“에엣! 어, 어디요!”

‘이런, 나도 아까부터 보고 있었는데, 아가씨가 발견할게 뭐람. 요즘 강호에 복잡한 다툼이 있다고 들었는데, 제발 무림인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저, 저기… 안보여요? 사, 사람이 떠내려 오고 있잖아요!”

“어, 어디! 저는 잘 안 보이는 데요.”

“장 집사, 정말 안 보여요? 나이가 드셔서 몸이 옛날만 못하신 거 같은데 집에 돌아가면 아버지께 말씀드려서 장 집사가 따로 여생을 보낼 곳을 마련해 드리라고 말씀드려야겠네!”

장하걸의 얼굴에 순간 곤혹스런 표정이 잠시 떠올랐다가 사라졌다.

“아, 저, 저거요! 이제 보입니다. 그런데 그냥 떠내려가는 썩은 나무 같은데….”

“그래요! 아버지께서도 그동안 장 집사님의 공로를 잊지 않고 계시니, 뭐 좋은 집 한 채는 마련해 주시겠지요.”

‘이런! 아가씨에게는 못 당하겠어. 에후, 어쩔 수 없군!’

“마, 맞아요. 사, 사람인 것도 같습니다. 하지만 이미 죽은 것 같은데…, 그냥….”

“장 집사!”

‘에구, 알았다고요!’

“예예! 여봐라, 즉시 갈고리를 던져 저걸…!”

“자~앙 지입 사아!”

“에~예?” 

“사람에게 갈고리를 던지라니요?”

“이미 죽은 시체로 보이는데…!”

“진짜 그럴 거예요?”

“…!” 

결국 여자의 입에서 큰소리가 나왔고, 장하걸은 순간 찔끔하여 말을 못하고 여자의 얼굴을 쳐다보곤, 고개를 숙였다.

“당장 작은 배를 내리고 사람을 보내세요! 만에 하나 숨이 붙어있으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갈고리에 찍혀 상처라도 입게 되면요?”

“옛! 아, 알겠습니다. 노, 노여움을 푸십시오, 아가씨!”

“하여간 장 집사는 집에 들어가서 봐요! 어찌 그렇게 마음 씀씀이가 각박해요. 이 문제는 꼭 집고 넘어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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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