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길들이기 (5부)

베리소다2005.07.05
조회951

오늘 아침 자율학습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들어오지 않았다. 그래서 옆반 담임이 번갈아가며

자율학습 감독을 했다. 난 어차피 창가 맨 왼쪽이라 고개 휙 돌리고, 달콤한 잠을 청했다.

눈밑 다크써클은 한가득해서 팬더는 저리가라 할 정도로 치열하게 공부하는 몇몇 아이들도 있고,

그런애들이야 그러거나 말거나, 나같이 한가하게~ 놀면서 연애도 하면서 무늬만 고3인 애들도 있다.

자율학습 시간이 끝나고 아랫층 3반에 놀러갔다. 역시 서영이 또한 재잘재잘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내가 온 걸 보고는..

"야~ 박하은..너 남자친구 생겼다며..? 이 언니한테 얼굴도 안보여주고 그러기냐..? 이번엔 또 얼마나

사귀다 깨질런지..쯔쯧..."

- _-;; 이것이 아침부터 초를 친다..초를 쳐.. 하긴 80일가량 사귀어 본게,, 손을 꼽을 정도니..

나는 이상한 징크스가 있다.. 처음 한달간은 정말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듯 사귀다가도,, 2달쯤..

접어들면,, 불타던 정열은 어디가고 시들시들.. 권태기가 찾아오니.. 내 친구들 왈/ 나는 결혼은 절대

못하고 평생 연애만 하다 죽을 타입이란다.. 흥=3   결혼을 내가 왜 못해.. 우리 현욱서방님을 놔두고..

" 야~ 주서영! 내가 현욱이랑 100일 넘기면 어쩔꺼야.. 200일도 넘기면 어쩔꺼야~~"

"흠.. 박하은이가 이번엔 단단히 빠졌나본데.. 암만 그래도 나는 85일쯤이 고비라고 본다.. 이번엔

몇다리 걸쳤냐..? 지난번에 서울찐드기가 사준 반지는 어쩌고...?"

흠,, 암만해도 내 친구들 현욱이한테 소개시켜줬다간 내 과거사를 줄줄이 불어버릴 것 같아...

입조심을 좀 시킨 다음에야 소개를 시켜줘야 할 것 같다.. 

2교시 시작종이 울리기 1분전, 현욱이에게 문자가 왔다...

[하은아.. 너 메일 주소좀 가르쳐줘...나 지금 전산실에 수업하러 왔거든.. 너한테 메일 보낼래..]

기특한 자식.. 곧바로 내 메일 주소를 날렸다... 

어떤 내용의 메일을 보냈을까..? 난 편지받는 걸 더 좋아하긴 하지만, 뭐.. 이따 집에가자 마자 확인을

해야겠다. 픗~ 현욱이랑은 수업시간이 맞지 않아 우린 문자를 많이 보낸다.. 물론 문자의 달인..

책상 밑에 숨기고도 글자 하나 안틀리고 순식간에 보내는 나 흔히들 엄지족이라고 하지..? 크크크..

[ 갑자기 왠 메일이야..? 깜짝 놀랬어~ 뭐라고 썼을까 궁금해..^-^]    드르르...진동이 오고..

[선생님이 10분동안 자유시간 줘서 뭐할까 하다가,, 우리 하은이 생각나서 메일 썼지.. 나 이뻐? ]

당근 이쁘지.. 이 귀여운 녀석아!  옆에 있었음 당장 볼에 뽀뽀세례를 했을꺼다 아마도..

 

수능을 120일 정도 남겨두고 무슨 수행평가는 이리도 많은지.. 현욱이도 수행평가 하느라 정신이

없다고 한다. 뭐 신문에 난 기사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평론하라고 했다나..? 며칠을 머리 싸매고,,

고민..또 계속 고민만 하고 있다는 현욱이.. 보다못한 이 박하은.. 내 실력도 바닥이지만 현욱이를

돕기로 했다.. 흠 이것때문에 아침부터 전쟁을 한바탕 치뤄야 했다. 새벽에 배달된 우리집에서

정기적으로 구독중인 한국일보, 아침에 화장실 볼일 보러 갈 때 꼭 챙기는 아빠의 필수품이기도

하지.. 만.. 오늘은 필사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아침도 안먹고 잽싸게 옆구리에 한국일보를 끼고..

학교로 줄달음쳐왔다.. 아빠한테는 살짝 미안하다.. ^-^;;;

흠.. 현욱이가 써야 할 부분이 3면에 걸쳐 길게도 기사가 나 있다. -_ -; 읽기부터가 싫어진다..

예전엔 스포츠신문이랑 한국일보를 두개 구독했었는데, 엄마가 맨날 스포츠신문에 얼굴박고,,

쓰잘데기 없는 기사만 읽고 있다고 과감히 스포츠신문을 끊어버렸다! 정치나 사회면에는 전혀 관심

없는 나 박하은.. 오직 보는 쪽은.. 오늘 티비에서 뭐하나..이건데.. 오늘은 현욱이를 위해...

3면에 걸친 그 기사를 돌파해야 하는 것이다. 애들도 하나둘씩 교실로 들어오고, 내 짝꿍 소은이도..

들어왔다. 진지하게 신문을 읽는 내 모습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본다.. 나도 이런 내가 어리둥절하다..

기사를 다 읽고, 이제는 내 생각을 적어야한다. 뭐 그까이꺼.. 글 쓰는데는 조금 소질 있는 나로서는..

대충 기사를 버무려 A4 용지 2장에 걸쳐 순식간에 글을 써버렸다.

" 뭐하는거야..? 이거 왜 쓰는건데...?"

요상한 행동을 하는 나를 아침부터 유심히 지켜본 소은이가 궁금해서 못참겠던지  물어본다..

"으응.. 그런게 좀 있어! 소은아.. 근데 너 오늘 나 하나만 도와줄 게 있어! "

착한 소은이.. 뭔지 물어보지도 않고 도와주겠단다.. 일주일에 한두번 밖에 볼 수 없는 이 현실에,,

평일에 만날 수 있는 기막힌 방법을 생각해 낸 것이다.

저녁 급식을 먹고,, 치카치카 양치도 깨끗히 했다. 현욱이 수행평가도 고이 접었고,, 나는 이제..

땡땡이를 친다! 오늘은 담임이 감독을 하는 날이라 불가능 하지만, 내 사전에 불가능이 있겠어..?

책가방을 그대로 놔두고 책상위엔 책 또한 펴놨다. 수학문제를 방금 풀다 만것처럼... 이리저리..

지우개 똥도 굴려놨겠다.. 나머지는 소은이의 몫이다.. 지독한 변비로 화장실에서 힘을 주며 고생을

하고 있다고,, 좀 연기를 해달라고 부탁을 해 놓았던 것이다.. 냐하하~

 

오늘은 시내서 지도단속반 뜨는 날이다. 그래서 울 고등학교에서 100m 걸어내려가면 있는..

작은 초등학교에서 만나기로 했다! 7시가 넘었지만 아직 여름인지라 많이 컴컴하지는 않았다..

현욱이가 미리 와 기다리고 있었다. 근데 이거이거,, 날 기다리면서 몇개나 피워댔는지...

담배꽁초가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었다! 내가 살짝 흘겼더니.. 슬슬 눈치보며 꽁초를 줍는다...

얼른 오른손을 낚아챘다.. 킁킁.. 킁킁.. 두번째와 세번째 손가락 사이에서 니코틴 냄새가 확~ 풍긴다

"바른대로 대.. 여기서 몇개나 피웠어..? 이 냄새좀 맡아봐..완전 찌들었네..찌들었어.."

그러자 오른손을 킁킁대며 냄새를 맡는 시늉을 낸다.. 그러더니..

" 응..? 냄새 하나도 안나는데..? 무슨 냄새~" 하며 시침을 뗀다...

" 넌 적응이 되서 그래.. 난 확~ 나는데 뭐.. 담배좀 줄여..아니 끊어!!! "

오늘은 만나자마자 담배로 티격태격이다.. 내가 화가 난듯 뾰루퉁해 있자..

"알았어..알았어.. 누구 말이라고 거역하겠어요.. 쪼금씩 줄일께.. 응..? 화풀어~ 화풀어라~"

하며 또 애교작전에 들어간다.. 조금씩 줄이기로 약속은 했고 .. 아침부터 열성을 다해 한 수행평가를

짠~ 꺼냈다! 대충 쓰윽..읽어가더니.. 존경의 눈초리로...

"와~ 이거 정말 우리 하은이가 쓴거야..? 대단하다..정말.. 와~ 진짜 잘썼다..진짜..와~~

이건 완전 100점감이다.. 누가 써준건데.. 너무고마워 하은아..정말로..."

하며 막 조아라했다. 현욱이 니가 좋아하니까..나도 좋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네도 타고..시소도 타면서 엉덩이도 찧고.. 재밌게 놀 즈음... 큰일이닷...

갑자기 화장실이 가고 싶어졌다.. 처음엔 그냥 참지뭐.. 했는데.. 이게 한계에 다다르자..

"저어..현욱아..있잖아...나.. 나..화..장실...가고싶어.. ..."

"뭐..? 화장실..? 큰거..? 작은거..?"

이씨.. 큰거든 작은거든 지금 그게 중요해..? 정말 싸기 일보직전이란 말이야...ㅠ_ㅠ

"자...작은거..."

내 오만 인상이 일그러진 것을 보고 정말 급하다고 생각했던지.. 이리저리 화장실을 찾으러 뛰어간다~

그러더니.. 헐레벌떡 뛰어오면서...

" 어쩌지..? 건물 전체는 경보장치로 굳게 닫혀있고.. 바깥에 있는 화장실도 문 잠겨있는데...

에이... 안되겠다.."

하면서 내 손을 잡고 어디론가 뛰기 시작한다.. 난 영문도 모른채 같이 달리는 수밖에...

도착한 그곳은.. 급식실 확장공사를 하는 공사장 터였다.. 으잉..? 어쩌라고 여기로 데리고 온거야...

" 내가 망 봐줄께.. 급한김에 여기서라도 해결보는 수밖에 없어... 자.. 나 안볼께.. 얼른~"

엥..? 여기서 그러니까.. 일명..노상방뇨를 나보고 하란 소리..? 그것도 현욱이 앞에서..????

" 못해~ 창피해! 여기서 어떻게 그래~ 아.. 나 못해못해~~"

하면서 징징대자.. 현욱이도 난감하단 듯 쳐다본다.. 정말 급하긴 급한데.. 달리 어쩔 수가 없는 걸

알고 난 순응하기로 했다...-_ -;;;;

"절대 뒤 돌아보면 안되~ 누구 안오는지 망 잘 봐야해~~?"

"알았어.. 걱정말고 시원~하게 볼일봐...크크크..."

정말 현욱이앞에서 이게 무슨 꼴이란 말인가.. 볼일을 다 마친 뒤.. 현욱이한테 다가갔다..

" 볼일 끝났어~ 망 그만봐두 되..."

얼굴이 빨개졌다.. 정말 이런 모습까진 보이기 싫었는데.. 아씨..진짜 창피하다...

그러자 이녀석.. 의미심장한 웃음을 짓더니...

"얼레리 꼴레리.. 하은이는 아무데서나~ 오줌 쌌대요..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놀리면서 운동장 쪽으로 도망을 가는 것이 아닌가...이런..

"야~ 너 거기 서! 안서..? 야~~~ 놀리지마~ 나 창피해 죽겠단 말이야..."

하면서 현욱이를 잡으러 뒤쫓아갔다. 원래 달리기도 느리긴 하지만,, 워낙 빠른 현욱이를 잡기엔..

무리였다. 헉헉...헉헉.. 50m쯤 뛰었는데 벌써 숨이 가쁘다...

그러자.. 현욱이가 웃으면서 다가오며...

" 안놀릴께..미안미안.. 우리 사이끼리 뭐 어때.. 너 오줌 참으면 병 되..나중에 잘 한거야..우리 하은이"

하며 병주고 약준다.. 너무 숨이 차서 대꾸도 못하겠다.. 살짝 흘겼더니..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래며..

"어..? 하은아~ 너네 종례했겠다.. 막차 타기 10분 전이야.."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됬나..? 우리 손을 잡고 학교 밑 정류장으로 뛰기 시작했다.. 벌써 종례를 마치고

우르르 내려온 애들로 북적댔다..

" 나 먼저 갈께.. 오늘 일 정말 비밀이다~ 너! 안그럼 내 주먹에 ..알지..?"

하며 겁을 주니 진짜로 바들바들 떨면서 겁을 먹는 시늉을 내는 귀여운 현욱이..크크..

"조심히 들어가.. 그거 정말 자연스러운 일이래두! 나한테는 부끄러워 할 필요 없어.. 그런거..."

하며 나를 두둔해 준다.. 내가 정류장 쪽으로 뛰어가자.. 수행평가를 손짓하며.. 고맙다고...

두 팔로 하트를 만들어주는 현욱이다.. 정말 사랑할 수 밖에 없는 남자다.. 픗...

정류장으로 뛰어가니.. 미안하게도 집에 가는 버스 2대를 놓치고도 내 책가방을 주섬주섬 챙겨와

날 기다렸다는 소은이.. 너무 미안해서 낼 저녁은 내가 사기로 했다.. 고마워..소은아~^-^

 

버스를 타고 오면서 오늘 있었던 일이 너무 우스워 자꾸 웃음이 난다. 피식피식...

옆에 서 있는 남학생이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뭘 봐 짜샤~ -_ -; 사랑에 빠진 여자 첨 보냐..?

항상 예쁘고 정돈된 모습만 보여주려다 오늘같은 모습 보여주는 것도 가끔은..가끔은...(강조)

괜찮을 것 같다.. 아.. 엊그제 현욱이가 보냈다는 메일..깜박하고 읽지를 않았네..?

집에와서 바로 씻고 메일을 열었다.. 제목..< 우리 공주님에게..> 픗.. 공주...?

' 우리 하은이 공주님.. 전산시간에 선생님이 뭐 다른 할일 있다고 자유시간을 10분씩이나 줬다?

그래서 하은이 생각나서 멜 쓰는거야.. 요즘 너 만나고 나 부쩍 웃음이 많아진거 모르지..?

요즘 니가 나한테 얼마나 힘이 되고, 활력소가 되는지 알아..? 같이 만나고, 밥먹고, 문자 보내고..

또 전화하고.. 매일매일 니가 궁금하고 또 궁금해.. 밥은 먹었는지, 뭘하는지..

앞으로 전산시간에 이렇게 시간 남을 땐 메일 자주 보낼께.. 하은이도 답장 줄꺼라 믿어..

항상 아프지 말구, 현욱이 영원히 사랑해 줄꺼지..? 사랑해..♡'

 

그렇게 길게 쓰진 않았지만, 말 한마디 한마디가 얼마나 이쁜지, 바로 답장을 썼다..

' 현욱이 왕자님. 답장이에요..^-^ 오늘도 우리 현욱이 만나고 와서 이제야 메일을 확인했지뭐야..

내가 요즘 깜박깜박 잘하자나..  자유시간 줬다고 나한테 메일 쓸 생각을 다하고,, 역시 울 현욱이..

기특하다.. 내가 남자친구 하나는 잘 뒀지..암! ^^ 나도 요즘 너 만나고 하루하루가 얼마나 즐거운지

몰라.. 요즘 맨날 니 꿈 꾼다~ 정말이야! 우리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이쁘게 알콩달콩 오래 사귀자..

항상 처음같은 맘으로.. 알았지..? 나도 사랑해.. ♡

p.s. 오늘 사건은 영원히 비밀이야..ㅋ 너무 창피하자나...^-^;;; 글구 ps가 없는 편지는 이별 편지래..

그러니까.. 현욱이 너도 항상 ps붙이기야~?ㅋ'

 

메일 전송~ㅎ 띵동... 현욱인가.....하고 봤더니..응? 하준이 녀석이네..?

[ 하은아/ 다다음주에 우리 중학교 동창회 한다.. 너도 꼭 나와라..]

난데없이 왠 동창회야.. 다시 띵동.. 문자가 왔다..

[ 나 유린이 데리고 갈꺼야.. 너도 현욱이 데리고 오던지 해...]

뭐야.. 유린이도 온다구..? 그럼 나도 당근 우리 현욱이 데리고 가야지~ㅋ 근데 현욱이가 갈려고

할지 모르겠네.. 내가 졸라대면 갈 수 밖에 없지..음하하~

그때 베개가 날아와 내 머리에 팍- 맞는다..

" 아...씨 뭐야~~~"

웬수뎅이 울 언니다.. 안자고 컴터 앞에서 뭘 그렇게 실실 쪼개냐고 얼른 불 끄고 자랜다..

자면 될 꺼 아냐.. 좋게 말로 하지..베개를 던지고 난리야.. 으이그.. 1년 빨리 태어났다고 유세떠는건지

뭔지.. 얼른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인사를 했다...

'현욱아..잘쟈..내꿈꿔..♡'

눈이 스르르 감긴다... 하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