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밖에서 접근하던 놈만 그러는 게 아니라 또 한 사람, 의자에 앉아있던 여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의자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정민이 내뿜은 살기는 숨어있는 자보다 옆에 가까이 있던 여자에게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이런, 이걸 생각 못했네!’
당황한 정민은 재빨리 살기를 거두어 들였다. 그 순간 문 밖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우르르, 벌컥!
어찌되었건 사람이 몰려왔다. 여자 둘에 남자 셋, 남자들은 손에 검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호위무사쯤으로….
‘호위무사!’라는 생각이 정민의 머리를 스치는 순간 자신의 처지가 더욱 이상한 쪽으로 굳어지는 아찔한(?) 생각이 한 방 먹이고 사라졌다.
‘난, 과거로 날아온 거야, 그럼…! 이것이 무슨 조화냐고? 어떻게 이런 일이….’
정민의 복잡한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호들갑스런 여자들의 알아듣지 못할 말들과 거의 울 것 같은 선녀에 버금가는 미모를 가진 소위 짝퉁선녀의 목소리 그리고 묵직한 남자의 말이 뒤섞이고 있었는데, 대충 듯을 짐작 하건데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아가씨 괜찮으세요?’, 그리고 짝퉁 선녀의 ‘저, 저기…!’하며 말을 더듬는 것 이였다. 그와 함께 불쑥 다가온 호위무사와 눈이 마주쳤고, 속이 뜨끔했다. 그 호위무사의 눈빛은 ‘방금 전 네가 했던 일을 난 알고 있어’라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민은 즉시 눈을 감았지만 도둑질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괜히 가슴이 뛰었다.
‘제기, 저놈은 내가 무언가를 했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인데…, 뭐 내가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꿀릴 것 없잖아! 근 왜 가슴이 이렇게 뛰는 겨…?!’
정민은 자신의 감각이 또 하나 돌아 왔음을 느꼈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심장의 힘찬 맥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로써 몸속에 있는 장기들도 모두 정상으로 돌아 왔다는 것, 즉 살아나났다는 것을 실감하는 기쁨이 하나 더 더해졌지만, 더불어 황당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 그럼 그, 그게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란 말이야! 마, 말도 않되….’
정민은 이렇게 생각이 혼란 속에 빠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밖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살피고 있었다. 정민의 의식은 두 개의 의식으로 나뉘어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바깥상황은 음밀하게 접근하던 자가 물러나는 것으로 상황 끝… 난 것이 아니었다. 선수에서 말다툼이 있던 곳에 상황이 거칠게 변해가고 있었다. 서로 병장기를 빼어들고 대치하며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싱겁게 끝났다. 은밀하게 접근하던 자가 선실 창문을 근처에서 강물로 소리 없이 뛰어들고, 이어서 뭐라고 선수에 이는 자에게 말을 하는 것 같더니 강변 쪽으로 헤엄쳐 갔다.
그자가 말하는 것은 실제로 말하는 것이 아닌 전음술을 이용한 것이었는데 정민이 도청을 한 것이다. 물론 정민이 알고 도청한 것이 아니고 그저 신경을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정민은 그자가 접근 할 때와는 달리 모든 동작이 왠지 불안하고 서두른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있더니 선수에 서 시비를 걸던 자들이 황급히 병장기를 거두어들이는 소리가 들리고, 급하게 배를 돌려 포구가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이로서 정민이 한번 내뿜은 살기로 인한 상황이 정리 되었지만 선실안의 분위기는 아직 놀람 더하기 호들갑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여전히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짝퉁 선녀를 두 여자가 부축하여 의자에 앉혔고, 이어서 호위무사로 보이는 자들은 선실 내부와 창문을 열어 살피더니 정민이 누워있는 침대를 보며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들은 짝퉁선녀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의 혼란 상황을 정리한 정민은 우선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하기로 했다. 현실 같은 꿈도 있고, 꿈같은 현실도 있는 것이니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아인슈타인 박사의 말대로 시간여행은 현실적이 기술이 아니니까, 아인슈타인을 존경해 마지않는 공학도로서 굳이 특수 상대성이론을 대입하여 이 상황을 분석하는데 시간을 죽이긴 싫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눈이 번쩍 뛰는 짝퉁선녀님께서 눈앞에 조신하게 앉아서 걱정해주고 있기 때문에가 아니고 그렇게 보이므로 모든 걸 보상받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으흐흐흐, 희연 씨보다 백배나 아름다우신 분께서 이 몸을 돌보아 주시고 계신데 무슨 걱정이더냐! 사람의 가치를 외모로 판단하는 것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을 붙이긴 그러네! 하여간 꿈이던 현실이던 기분 좋다. 야호! 이젠 사지만 움직일 수 있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선녀님하고 즐거운 데이트…! 그때까지 만이라도 꿈이라면 깨지 말아다오, 흐흐흐! 그리고 부지런히 몸을 회복시켜서 먹고 싸…! 이거 곤란하군, 앞으로 기저귀를 차야 되는 거 아냐?’
정민은 큰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몸이 마비되는 바람에 기저귀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다 큰 어른도 기저귀를 찬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 자신이 기저귀를 차는 신세가 된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먹지 않음 되잖아!’
- 꼬르륵!
배반의 소리가 선실 안을 울렸다. 멀리서 나고 있는 구수한 음식냄새는 뱃속에 있는 걸신들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아가씨,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밖의 상황이 정리되자 뒤늦게 장하걸이 선실에 들어섰다.
“아, 아니야! 그저 조금 현기증이 나서….”
사실 짝퉁선녀님은 정민이 살기를 뿌렸을 때 너무 놀라 그만 작은 것을 찔끔했다. 표가 날 정도의 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창피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정민이 했던 짓을 말하는 용기를 꺾는 데는 충분했다. 장하걸은 무언가 감추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조금 전에 근처의 무림인들이 몰려와 시비를 건 일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배를 부딪치며 시비를 건다는 것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아가씨에게 결코 좋은 일이 못되기 때문이었다.
“아가씨, 일정을 줄여야 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에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그녀는 밑도 끝도 없이 말을 하는 장하걸 쳐다보았다. 장하걸은 밖에서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말할 것인가를 두고 순간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그녀가 놀라지 않게 하면서 확실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핑계거리를 찾았다.
“저기 누워있는 공자님의 상세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빨리 본가로 돌아가 치료를 받게 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어서 그렇습니다!”
‘히히, 역시 내 머리는 이럴 때 빛이 난다니까!’
장하걸은 본의 아니게 애물단지에서 구세주로 바뀐 정민을 쳐다보며 심각하게 말했다.
“그, 그렇군요! 어서 본가 돌아가도록 해요.”
“예, 큰 아가씨! 서두르도록 하겠습니다.”
장하걸이 나가자 하녀가 손에 작은 소반을 받쳐 들고 선실로 들어왔다. 소반위에는 금방 끓인 듯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오르고 있었고, 죽여주는 냄새가 소록소록 피어나 기저귀를 차지 않기 위해 음식을 거부해야 될 가혹하고 기구한 운명(?)을 가진 사내의 배고픈 위장을 뒤집어 놓고 있었다.
- 꼬르륵!
‘어이하여, 어이하여 내 인내심을 그런 것으로 시험하려는가? 이럴 줄 알았다면 그놈을 쫓아내는 게 아니었나!’
후회는 언제 하여도 늦는 법, 다시 한 번 천둥소리 같은 뱃속의 울림이 일어났다. 그 순간에 들리는 소리는 정민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풋!”
“큭, 크크!”
“손님에게 그럼 못써요!”
먼저 웃었던 짝퉁선녀가 정색을 하며 뭐라고 하자 하녀의 작은 웃음소리는 멈추었다. 정민은 아마도 ‘손님에게 무슨 실례냐!’ 정도 아닐까 생각했다. 조금 뒤, 정민은 가슴이 두 근반, 세 근반 뛰는 것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음식을 거부 하리라던 결심을 사정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짝퉁 선녀님이 직접 정민의 상반신을 한손으로 받치고 반은 끓어 안은 자세가 되어 시녀가 들고 있는 미음그릇에서 약간 노란색이 도는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어 주고 있었다.
한약방에서 맡아 보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묘한 향기- 아마도 사향이 아닐까! -와 은은한 지분냄새, 그리고 비록 볼에만- 아직 얼굴만 감각이 살아 있는 상태라서 어깨에서 전해오는 부드러운 무언가는 느껴지지 않았다. - 느껴지는 거지만 살짝살짝 닫는 감촉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거의 혼수상태와도 같은 몽롱한 가운데 먹이를 받아먹는 제비새끼처럼 숟가락의 왕복운동을 따라서 입을 딱딱 벌렸다.
이 자세로 받아먹기 전에 물론 누운 채로 몇 숟가락 받아먹었지만 누워있는 자세였기 때문에 바로 사래가 들어 심한 기침을 해야 했고, 눈물이 한 방울, 더도 둘도 아니고 딱 한 방울 흘리며 짝퉁선녀님을 놀라게 했다.
“이, 이런 이를 어째! 미안해요, 공자님! 월아야, 안 되겠다.”
“아가씨, 이러시면 안돼요!”
“안 되긴, 뭐가 아픈 사람 돌보는 것인데 무슨 상관이야!”
“그래도 남녀가 유별한데!”
“괜찮다! 어때요 공자님 불편하지 않으시죠!”
그리고 짝퉁선녀님이 정민이 누워있는 침대로 위로 올라왔고, 놀란 하녀와 몇 마디 주고받더니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사실 이건 그녀가 얼굴에 쓰고 이는 것 때문에 눈이 필요 이상으로 좋은(?) 정민만 볼 수 있었다. - 이어지는 숟가락 세례가 정민의 굳은 의지를 완전히 허물쯤, 입을 딱 벌리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중년인이 정민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뭐라고 했는데 정민은 이미 혼수상태로(?) 빠졌기 때문에 눈만 굴리고 있었다.
한님(桓雄)의 구슬 - 15
한님(桓雄)의 구슬 - 15 - 내글[影舞]
- 쿵, 우당탕!
그런데 밖에서 접근하던 놈만 그러는 게 아니라 또 한 사람, 의자에 앉아있던 여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의자와 함께 넘어지고 말았다. 정민이 내뿜은 살기는 숨어있는 자보다 옆에 가까이 있던 여자에게 더 크게 작용했던 것이다.
‘이런, 이걸 생각 못했네!’
당황한 정민은 재빨리 살기를 거두어 들였다. 그 순간 문 밖에서 쿵쾅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 우르르, 벌컥!
어찌되었건 사람이 몰려왔다. 여자 둘에 남자 셋, 남자들은 손에 검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호위무사쯤으로….
‘호위무사!’라는 생각이 정민의 머리를 스치는 순간 자신의 처지가 더욱 이상한 쪽으로 굳어지는 아찔한(?) 생각이 한 방 먹이고 사라졌다.
‘난, 과거로 날아온 거야, 그럼…! 이것이 무슨 조화냐고? 어떻게 이런 일이….’
정민의 복잡한 생각은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호들갑스런 여자들의 알아듣지 못할 말들과 거의 울 것 같은 선녀에 버금가는 미모를 가진 소위 짝퉁선녀의 목소리 그리고 묵직한 남자의 말이 뒤섞이고 있었는데, 대충 듯을 짐작 하건데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아가씨 괜찮으세요?’, 그리고 짝퉁 선녀의 ‘저, 저기…!’하며 말을 더듬는 것 이였다. 그와 함께 불쑥 다가온 호위무사와 눈이 마주쳤고, 속이 뜨끔했다. 그 호위무사의 눈빛은 ‘방금 전 네가 했던 일을 난 알고 있어’라 말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정민은 즉시 눈을 감았지만 도둑질하다가 들킨 아이처럼 괜히 가슴이 뛰었다.
‘제기, 저놈은 내가 무언가를 했다는 걸 알고 있는 모양인데…, 뭐 내가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꿀릴 것 없잖아! 근 왜 가슴이 이렇게 뛰는 겨…?!’
정민은 자신의 감각이 또 하나 돌아 왔음을 느꼈다.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심장의 힘찬 맥박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로써 몸속에 있는 장기들도 모두 정상으로 돌아 왔다는 것, 즉 살아나났다는 것을 실감하는 기쁨이 하나 더 더해졌지만, 더불어 황당한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고민이 아닐 수 없었다.
‘혹시?! 그럼 그, 그게 시간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장치란 말이야! 마, 말도 않되….’
정민은 이렇게 생각이 혼란 속에 빠져있으면서도, 한편으론 밖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살피고 있었다. 정민의 의식은 두 개의 의식으로 나뉘어 동시에 두 가지 일을 자연스럽게 해내고 있었다.
바깥상황은 음밀하게 접근하던 자가 물러나는 것으로 상황 끝… 난 것이 아니었다. 선수에서 말다툼이 있던 곳에 상황이 거칠게 변해가고 있었다. 서로 병장기를 빼어들고 대치하며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너무 싱겁게 끝났다. 은밀하게 접근하던 자가 선실 창문을 근처에서 강물로 소리 없이 뛰어들고, 이어서 뭐라고 선수에 이는 자에게 말을 하는 것 같더니 강변 쪽으로 헤엄쳐 갔다.
그자가 말하는 것은 실제로 말하는 것이 아닌 전음술을 이용한 것이었는데 정민이 도청을 한 것이다. 물론 정민이 알고 도청한 것이 아니고 그저 신경을 쓰다 보니 그렇게 되었을 뿐이었다. 게다가 정민은 그자가 접근 할 때와는 달리 모든 동작이 왠지 불안하고 서두른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잠시 있더니 선수에 서 시비를 걸던 자들이 황급히 병장기를 거두어들이는 소리가 들리고, 급하게 배를 돌려 포구가 있는 쪽으로 가버렸다.
이로서 정민이 한번 내뿜은 살기로 인한 상황이 정리 되었지만 선실안의 분위기는 아직 놀람 더하기 호들갑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여전히 제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짝퉁 선녀를 두 여자가 부축하여 의자에 앉혔고, 이어서 호위무사로 보이는 자들은 선실 내부와 창문을 열어 살피더니 정민이 누워있는 침대를 보며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하였다. 잠시 머뭇거리던 그들은 짝퉁선녀에게 가볍게 목례를 하고 밖으로 나갔다.
잠시의 혼란 상황을 정리한 정민은 우선은 좀 더 시간을 두고 정확한 상황 판단을 하기로 했다. 현실 같은 꿈도 있고, 꿈같은 현실도 있는 것이니 속단하기는 이르다고 생각했다. 아인슈타인 박사의 말대로 시간여행은 현실적이 기술이 아니니까, 아인슈타인을 존경해 마지않는 공학도로서 굳이 특수 상대성이론을 대입하여 이 상황을 분석하는데 시간을 죽이긴 싫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눈이 번쩍 뛰는 짝퉁선녀님께서 눈앞에 조신하게 앉아서 걱정해주고 있기 때문에가 아니고 그렇게 보이므로 모든 걸 보상받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으흐흐흐, 희연 씨보다 백배나 아름다우신 분께서 이 몸을 돌보아 주시고 계신데 무슨 걱정이더냐! 사람의 가치를 외모로 판단하는 것이 맘에 걸리긴 하지만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라는 말을 붙이긴 그러네! 하여간 꿈이던 현실이던 기분 좋다. 야호! 이젠 사지만 움직일 수 있으면 된다. 그렇게 되면 선녀님하고 즐거운 데이트…! 그때까지 만이라도 꿈이라면 깨지 말아다오, 흐흐흐! 그리고 부지런히 몸을 회복시켜서 먹고 싸…! 이거 곤란하군, 앞으로 기저귀를 차야 되는 거 아냐?’
정민은 큰어머니가 중풍으로 쓰러져 몸이 마비되는 바람에 기저귀를 차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다 큰 어른도 기저귀를 찬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을 받았었는데 자신이 기저귀를 차는 신세가 된다는 사실에 기가 막혔다.
‘먹지 않음 되잖아!’
- 꼬르륵!
배반의 소리가 선실 안을 울렸다. 멀리서 나고 있는 구수한 음식냄새는 뱃속에 있는 걸신들을 더욱 흥분하게 만들었다.
“아가씨,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밖의 상황이 정리되자 뒤늦게 장하걸이 선실에 들어섰다.
“아, 아니야! 그저 조금 현기증이 나서….”
사실 짝퉁선녀님은 정민이 살기를 뿌렸을 때 너무 놀라 그만 작은 것을 찔끔했다. 표가 날 정도의 양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창피한 것은 사실이었기 때문에 정민이 했던 짓을 말하는 용기를 꺾는 데는 충분했다. 장하걸은 무언가 감추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조금 전에 근처의 무림인들이 몰려와 시비를 건 일 때문에 빠른 시간 안에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우선이었다. 그들이 의도적으로 배를 부딪치며 시비를 건다는 것은 자신이 모시고 있는 아가씨에게 결코 좋은 일이 못되기 때문이었다.
“아가씨, 일정을 줄여야 하겠습니다!”
“무슨 소리에요?”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모르는 그녀는 밑도 끝도 없이 말을 하는 장하걸 쳐다보았다. 장하걸은 밖에서 있었던 일을 솔직하게 말할 것인가를 두고 순간 고민을 했다. 그러다가 그녀가 놀라지 않게 하면서 확실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핑계거리를 찾았다.
“저기 누워있는 공자님의 상세가 심각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 빨리 본가로 돌아가 치료를 받게 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어서 그렇습니다!”
‘히히, 역시 내 머리는 이럴 때 빛이 난다니까!’
장하걸은 본의 아니게 애물단지에서 구세주로 바뀐 정민을 쳐다보며 심각하게 말했다.
“그, 그렇군요! 어서 본가 돌아가도록 해요.”
“예, 큰 아가씨! 서두르도록 하겠습니다.”
장하걸이 나가자 하녀가 손에 작은 소반을 받쳐 들고 선실로 들어왔다. 소반위에는 금방 끓인 듯 김이 모락모락 피워 오르고 있었고, 죽여주는 냄새가 소록소록 피어나 기저귀를 차지 않기 위해 음식을 거부해야 될 가혹하고 기구한 운명(?)을 가진 사내의 배고픈 위장을 뒤집어 놓고 있었다.
- 꼬르륵!
‘어이하여, 어이하여 내 인내심을 그런 것으로 시험하려는가? 이럴 줄 알았다면 그놈을 쫓아내는 게 아니었나!’
후회는 언제 하여도 늦는 법, 다시 한 번 천둥소리 같은 뱃속의 울림이 일어났다. 그 순간에 들리는 소리는 정민의 자존심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풋!”
“큭, 크크!”
“손님에게 그럼 못써요!”
먼저 웃었던 짝퉁선녀가 정색을 하며 뭐라고 하자 하녀의 작은 웃음소리는 멈추었다. 정민은 아마도 ‘손님에게 무슨 실례냐!’ 정도 아닐까 생각했다. 조금 뒤, 정민은 가슴이 두 근반, 세 근반 뛰는 것을 진정시키지 못하고 음식을 거부 하리라던 결심을 사정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짝퉁 선녀님이 직접 정민의 상반신을 한손으로 받치고 반은 끓어 안은 자세가 되어 시녀가 들고 있는 미음그릇에서 약간 노란색이 도는 국물을 숟가락으로 떠서 입에 넣어 주고 있었다.
한약방에서 맡아 보았던 것으로 기억되는 묘한 향기- 아마도 사향이 아닐까! -와 은은한 지분냄새, 그리고 비록 볼에만- 아직 얼굴만 감각이 살아 있는 상태라서 어깨에서 전해오는 부드러운 무언가는 느껴지지 않았다. - 느껴지는 거지만 살짝살짝 닫는 감촉이 정말 장난이 아니었다. 거의 혼수상태와도 같은 몽롱한 가운데 먹이를 받아먹는 제비새끼처럼 숟가락의 왕복운동을 따라서 입을 딱딱 벌렸다.
이 자세로 받아먹기 전에 물론 누운 채로 몇 숟가락 받아먹었지만 누워있는 자세였기 때문에 바로 사래가 들어 심한 기침을 해야 했고, 눈물이 한 방울, 더도 둘도 아니고 딱 한 방울 흘리며 짝퉁선녀님을 놀라게 했다.
“이, 이런 이를 어째! 미안해요, 공자님! 월아야, 안 되겠다.”
“아가씨, 이러시면 안돼요!”
“안 되긴, 뭐가 아픈 사람 돌보는 것인데 무슨 상관이야!”
“그래도 남녀가 유별한데!”
“괜찮다! 어때요 공자님 불편하지 않으시죠!”
그리고 짝퉁선녀님이 정민이 누워있는 침대로 위로 올라왔고, 놀란 하녀와 몇 마디 주고받더니 얼굴에 환한 웃음을 띠며- 사실 이건 그녀가 얼굴에 쓰고 이는 것 때문에 눈이 필요 이상으로 좋은(?) 정민만 볼 수 있었다. - 이어지는 숟가락 세례가 정민의 굳은 의지를 완전히 허물쯤, 입을 딱 벌리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한 중년인이 정민의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뭐라고 했는데 정민은 이미 혼수상태로(?) 빠졌기 때문에 눈만 굴리고 있었다.
-----------------------------------------------------------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