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치게 가난하고 비전도 없어보이는 남친..

영원히함께하자2005.07.06
조회1,195


처음에 오빠가 저한테 작업을 걸었어요. 저는 알바를 했고 오빠는 손님이었죠.
별로 바쁜 알바도 아니었고 저 혼자 하는 일이어서 심심할 때도 많았는데
그사람이 자주 왔어요. 성격도 좋은것 같았고, 잘 웃고..몇번 만나다가
사귀게 되었습니다.
좋은 직장은 아니지만 어쨌든 회사를 다니고 있었는데 저랑 만난지 얼마 안되서
한..보름쯤 뒤? 그쯤에 직장상사랑 트러블이 생겨서 관뒀어요.
어차피 그 직업은 평생직업도 아니고 본인은 공부해서 공무원을 하고싶다고..
그런가보다..했죠.
집에서 공장을 하는데 거기에 가서 일해주고 돈받고..그러더군요.

처음에 만났을 때는 빚이 많았어요. 그래서 사귀기 전에 미리 말했죠.
몇달은 뭐 해주고 그런거 못할거라고.. 미안하다고.. 괜찮다고 했습니다.
어차피 저는 돈이 있는 사람이 내는거지 꼭 남자가 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것도 아니고
이것저것 선물 받는걸 좋아하는 스타일도 아니니까요.

월급 받으면 싹 빚갚고 3일만에 거지가 되고..그러기 일쑤였죠.
그냥 좀 넉넉하지 않은게 아니라 정말 말 그대로 거지.
차비도 없고 지갑에 천원도 없어서 제가 만원씩 그냥 갖고 있으라고 줄때도 많았구요.
제가 월급타면..솔직히 저 쓰기도 벅차요.
저 22살이고 오빠가 29살인데.. 전 학교 휴학하고 알바중이거든요.
저희집도 넉넉하지 않아서 55만원정도 받으면 집에 30만원 주고 나머지를 제가 쓰는데
거기서 교통비, 휴대폰요금 다 내는거니까.. 첨엔 남친이 휴대폰도 없어서
거의 다 제가 전화해서 전화비만 20만원씩 나오고 그랬어요. 교통비도 5만원은 나오고..
당연히 돈이 모자라죠..
근데 집도 가깝고, 오빠가 엄청 보고싶어해서..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하고..
만나면 솔직히 하루이틀이지 돈 안쓸 수 없잖아요.
그렇다고 '나도 돈 없어' 하기엔 자존심 상하고 상황이 싫구요..

그래도 오빠가 저를 진짜 많이 사랑해요.
3년 있다가 결혼하자고 그러는데..
주변 사람들은 다 헤어지라고 하고 솔직히 저도 이제 많이 지치네요.
엄마가 귀걸이 사줘서 하고가면 회사 사람들이 '남자친구가 사줬어?' 그러고..
주말에 남자친구랑 뭐했냐고 물어보고..100일날 남자친구가 선물 뭐해줬어?
화이트데이때 뭐받았어? 물어보고..

100일 200일..화이트데이..그냥 넘어갔어요.
100일때는 제가 친구한테 돈 빌려서 둘이 같이 호프한잔 했고..
200일때는..
제가 꽃하고 케익 사서 오빠네 집근처로 갔는데 오빠가 '나 천원 있어'
하면서 집에가서 라면 끓여줬고..

멋지고 감동적인 이벤트..좋죠..
예쁜 선물..좋죠.
그런데 그런것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남자친구가 밥사면 제가 커피사고..그런정도를 원하는데..

요즘은 일거리가 별로 없다고 집에서 노는날이 많아요.
12시 넘게까지 자고 겨우 일어나서 환타지소설이나 컴퓨터를 하죠
그나마 처음에는 게임에 완전 미쳐있었는데 제가 날뛰어서 간신히 게임은 접은거예요.

어떨 때는 한심해보이기까지 해요.
29살에 공무원해보겠다고 방통대 편입해서 이제 2학년..
졸업하려면 2년 반 남았고, 끝나고 대학원 가고싶대요. 그럼 2년..
사람이 돈 필요하니까 오후 6시까지는 일하고 오후에 공부만 죽어라 해도
학교공부, 공무원공부 다 하기 벅찰텐데..
그냥 책도 아니고 환타지소설 전체를 아예 섭렵하고 있고 매일 끼고있고..
전 남자가 좀..사회경험도 하고.. 그랬으면 좋겠는데 예전에야 어땠는지 모르지만 현재
그냥 식구들끼리 일하는 공장에 매일같이 추리링에 슬리퍼신고 앉아서
단순노동을 하고있고, 노는날이 많아도 아르바이트거리를 찾기보다는
집에서 자는걸 더 좋아하고,

제가 너무 세속적인 여자인가요?
저 하고싶은거 많아요. 같이 애버랜드도 가고싶고, 멋진 식당에서 같이 밥도 먹어보고싶고,
야경열차도 타보고 싶고, 기타 등등..
그런데 돈이 없다는 이유로 항상 오빠네 집에서 다운받아서 영화나 보고..그런것도 싫고..
오빠 만나면서 제가 돈을 쓰다보니까 통장에 조금 모아놨던 돈도 다 썼고
카드도..많은 액수는 아니지만 조금 빚이 생겼어요.

물론 공부..할때는 하더군요.
시험기간이라면서 일주일동안 3~4시간 자면서 꼬박 밤새서 공부하긴 했는데
물론 시험 보자마자 다시 빈둥빈둥 모드이긴 하지만..
남자가 더 잘 될 수 있는데, 그렇게 나아가고 있는건데 제가 2~3년 못기다려서 이러는건지
아니면 정말 아닌 남자인건지..

그렇다고 오빠는 너무 돈이 없어서 싫어요. 하기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은 다 헤어지라고 하는데..저도 헤어지고 싶을 때가 많은데..
오빠만 사랑하지? 오빠랑 같이 살거지? 하는 질문에 늘 네..하고 대답하던 저인데
이젠 사랑하지 않는다고, 미래를 같이하기 힘들것 같다고 말하기도 그렇고..
정말 저를 많이 아껴주고 사랑해주니까..이렇게 사랑해주는 사람 다시 못만날것 같기도 하고

오빠가 그냥 평범한 직장인이면 좋을텐데.. 현실이 너무 힘드네요.
오빠가 아주 싫은건 아닌데..현실이 싫고, 비전이 없어보이니까..
솔직히 공무원이 누구 애 이름인가요? 죽어라 일년내내 공부만 해도 모자란데
돈벌면서 방통대 다니면서 공무원공부까지 하려면 밤새 매일 공부해야할텐데
거기다 나이도 많고 그동안 공부도 안해서 머리도 굳었을텐데..
할때되면 한다고 말만 그럴듯하게 하면서 매일 놀기만 하고..
그런 모습에..또 전 연애가 어느정도 환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늘 집이나 공장으로 제가 찾아가다보니까 모자에 슬리퍼에 잘 씻지도 않은 얼굴로
만날때도 많고.. 이것저것 상황때문에 존경심보다는 걱정반 한심함 반..일때도 많고..
정말 헤어지는게 정답일까요?
뭐라고 해야할지.. 어떻게 말해야할지..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