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날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어.. 그러면서도 눈물은 멈추질 않고 줄줄 흐른다. 옆에서, 소은이가 " 하은아, 왜그래.. 너.. 무슨 일 있어..?" 하고 챙겨주니까.. 기어코 참았던 울음이 터져서..나도 모르게 엉엉~ 울면서... " 있자나, 내가.. 엉엉... 현욱이.. 디데이..엉엉~ 그거.. 살려고 엉엉... 모아뒀는데.. 없어졌어.. 없어졌어..아니..내가 잃어버렸어..엉엉엉...." 하면서 대성통곡을 해버렸다. 다른 애들도 놀래가지고는 다들 쳐다보는데, 그런것쯤 신경 안쓴다뭐.. " 뭐..뭘 잃어버렸단 거야..? 응..? 울지말구..울지말구 얘기해봐..." 하면서 내 어깨를 감싸 토닥토닥 거리면서 화장지를 내민다.. 코를 휭~ 푼 다음..침착하고.. " 내가 현욱이 디데이 선물 살려고 돈을 모아뒀거든..? 근데, 그 지갑을...." 하면서 또 지갑 이야기가 나오니까 울음이 삐실삐실 나온다. 지민이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울 반에 와 있었다. 그러면서.. 걱정말라고 학교 밑이니까 우리학교 학생이 주워 보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따 방송반 친구한테 분실신고방송을 부탁해본다고 그만 울랜다.. 그..그럼..고맙지..나야..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점심 먹을 입맛도 잃은 채.. 멍~ 하니 앉아있었다. " 안내방송 드리겠습니다. 학교 밑 정류장에서 검정색 장지갑을 습득한 학생은 방송실로 가져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안내방송 드리겠습니다. 학교 밑 정류장에서 검정색 장지갑을 습득한 학생은 방송실로 가져와 주십시오.." 제발, 주워간 학생이 양심적으로 가져온다면야 정말 고마워서 뽀뽀라도 해줄텐데.. 하...진짜.... 걱정이다..걱정이야.. 이렇게 멍~ 하니 앉아있는데.. 전화가 온다. 현욱이다~ 헛.. " 여..여보세요..." " 응.. 하은아, 점심 먹었어..?" " 어..? 어.. 먹었어..." 괜히 안먹었다고 하면 왜 안먹었냐고 꼬치꼬치 캐물을테고, 걱정할까봐 먹었다고 대충 둘러댔다. " 근데 너 목소리가 왜그래..? 어디 아퍼..?" 자상하게 어디 아픈데 없냐고 챙겨주는 현욱이 목소리를 들으니까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게.. 목이 메여서 말이 안나온다. " 아.. 아..아니야.. 나 아픈데 없어.. " 하면서 겨우겨우 참았는데, 이놈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우는 소리 들려주기 싫어서 얼른 핸드폰을 무릎 밑으로 내려버렸다. 바보같이, 그걸 못 참고 현욱이 앞에서.. " 여보세요.. 하은아..하은아.. 너 울어..? 너 우는거야..?" 핸드폰을 타고 다급하게 현욱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때 내 핸드폰을 확~ 낚아채는 손이 있었으니 지민이다. " 그만 좀 울어, 현욱이 앞에선 절대 안운다더니 이게 뭐냐..?" 하면서 현욱이 전화를 받는 지민이다. " 어, 나 지민이.. 응~ 하은이..? 아니,, 무슨일은 아니고! 글쎄, 니 디데이 챙겨줄려고 모아둔 돈이 든 지갑 잃어버렸다고 아침부터 울고 밥도 안먹고 저러고 있다.. 니가 어떻게 말 좀 해봐.." 야~ 그걸 말하면 어떡해.. 진짜! 지민이 이게~ 나 속 긁으려고 온거야..이게.. 씨이...씨이... 내가 계속..씩씩~거리면서 째려보니까.. 내 핸드폰을 쑥~ 밀며.. " 야.. 현욱이가 너 바꾸랜다. 뭐.. 솔직하게 말하는게 좋지.. 얼른 받아봐..." 창피해.. 현욱이한테 우는 목소리도 들려주고, 창피해..싫어~ 못받아.. 안받아.. 다시 꺼이꺼이 울음이 터져나온다.. " 어.. 현욱아.. 하은이 또 운다..또 울어.. 내가 달래볼테니까.. 응.. 너무 걱정 말구.. 응..끊어.." 하면서 끊는다. " 현욱이한테 그걸 왜 말해.. 왜에~~ " 하면서 기껏 나 도와준다는 지민이한테 신경질을 부렸다. 그러자 띵동..하고 문자가 온다.. [ 박하은/ 겨우 그것때문에 우는거야..? 나 괜찮으니까.. 그만 울고 밥 먹어.. 나 이따 확인해본다?] 현욱이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내가 안괜찮아..니가 괜찮아도 내가 안괜찮아... 정말 이번 내 디데이 때 받은 웬수(?) 니 디데이랑 생일날 다~ 싸그리 갚아버릴려고 했단말야.. 내 맘 알기나 알어..? 그렇게 지갑은 이틀이 지나도 방송실로 가져오는 학생은 없었다.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이냐, 절대 아니지. 암~ 이 박하은, 잔머리 굴려서라도 현욱이의 디데이와 생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흠, 우선 돈은 어느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딱 한명의 물주, 울 아빠밖에 없다.. " 아빠.. 피곤하시죠..? 여기,, 가방 주세요.. 아빠.. 얼른 씻고 와요.. 내가 주물러드릴께..?" 하면서 있는 애교 없는 애교를 부렸더니 아빠도 적잖게 놀래신다. 씻고 들어온 아빠를 어깨부터.. 살살살.. 주물러드렸더니.. " 하은아..." " 네..?" 가만히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신다.. " 용돈 필요하냐..? " 헉.. 어떻게 아셨지..? 내가 뻘쭘해져선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 엊그제 너 일주일치 용돈 타갔자나. 그새 다 쓴거야..그걸..?" 지갑 잃어버렸다고 말하면 칠칠치 못하다고 엄마 언니한테 잔소리 들을게 분명하니까.. 음...그래.. " 아니, 요새 문제집 값이 그렇게 비싸다네..? 이제 총정리 풀어야지.. 수능이 얼마나 남았다고.. 공부할려고 그래요.. 공부..." 그러자 별로 믿음은 안가지만 공부를 하겠단 둘째딸의 기특함에 그냥 속아주시는 건지 지갑에서 5만원을 쑥~꺼내 주신다. 아싸, 고마워요..아빠~^-^ 이로써, 내 수중에 5만원을 갖게 됬고~ 흠..골똘히 생각을 해보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이튿날 아침, 눈이 벌개져서 일어난 나는 스티로폼 가게부터 찾았다! 어제 밤을 새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얼굴이 푸석해지고 말도 아니다. 스티로폼은 왜 사러 가느냐고..? 그거야 우리 현욱이 디데이 선물을 만들기 위해서다! 최대한 아껴야 한다.. 최대한..큭... 스티로폼 판대기 널부러져 있는 것을 그냥 공짜로 가져가라는 가게 아저씨께 몇번이나 고개 숙여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랄랄라~ 집으로 단숨에 뛰어왔다! 커터칼로 조심스럽게 스티로폼을 잘랐다. 나의 마음과 같은 하트 모양으로 말이다. 근데 이거 자를 때마다 스티로폼 알갱이가 떨어져 나가는게 이거 얼른 자르고 나서 방청소부터 해야지, 안그럼 울 언니 난리나지..난리나... 겨우겨우 하트 모양으로 자른 뒤에.. 청소부터 했다. 청소기로 밀고, 테이프로 찍어내고.. 하...... 겨우 청소는 끝냈다! 이젠~ 엄마아빠 방에 들어가 츄파츕스 사탕 한통을 빼오는 일이다.. 아빠 담배 끊으라고 입 심심할까봐 엄마가 사탕 한통을 사놓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뭐... 담배가 그렇게 쉽게 끊어지나..? 사탕은 고대~로 놔두고 담배를 다시 피우시는 아빤데... 자, 이제 사탕을 가져왔으니.. 막대를 가장자리부터 하나씩 스티로폼 판에 꽂는다! 와.. 이걸 다~ 꽂으면 제법 무겁겠다.. 흠.. 하나씩.. 색깔도 균형을 맞춰서 조심조심 꽂고 나니까.. 와... 이쁘다.. 가운데 빈 공간은 제과점에서 사온 100원짜리 찹쌀떡을 하나씩.. 하나씩 개별 포장해서 금박철사로 묶어서 차근차근 배열한다. 흠.. 정말 이쁘다..이뻐..! 크.. 그냥 널부려져 있던 스티로폼 판이라 그런지 엉성하기도 하고 해서 울집 옆 꽃집에 가서 아줌마한테 못쓰게 된 장식용 끈 좀 달랬더니.. 기꺼이 주신다. 역시, 울 엄마 이웃들 관리는 잘 하신다니까! 그걸로 스티로폼 판 겉을 실핀을 고정하면서 연결해주니까.. 끝~ 완성이다!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이쁘다! 흠, 이제 문방구로 가서 이 스티로폼 판을 넣을 박스를 사고.. 음.. 그렇게 둘러보다가...! 어맛.. 이쁘다~ 조그만 테디베어 인형이다.. " 그거 이쁘지..? 어제 들어온 거야.. 녹음인형이라 좀 비싸긴 한데.. 이쁘자나.." 하면서 아저씨가 말을 덧붙인다. 녹음인형이라구.. 이게..? 더 호기심을 땡기게 하는데..이거...~ " 아저씨.. 이것두 주세요.." 결국 사버리고야 말았다. 상자와 인형까지 사고 나니까. 내 수중에 남은 돈 2만5천원이다. 흠... 이제 반 썼네..? 어휴~ 정말이지.. 다신 이런일 겪지 않으려면 항상 지갑조심, 또 지갑조심 해야지..! 이튿날, 학교에 갔더니.. 지민이가 프링글스 조그만 캔 20개를 봉지에 담아와서는 내민다. " 뭐야..이게...?" " 돈 잃어버렸다고 지지리 궁상 떨고 있길래 내가 사온거야.. 너 상자 큰~거 샀다며.. 반 채우고 반은 남겨서 보낼꺼냐..? 이거라도 넣어서 보내.." 하면서 쑥~ 내민다.. 나 챙겨준다고 이렇게 고생하는데 난 괜히 신경질만 내고.. " 미안해..지민아~ 나 엊그제 화내서.. " 하면서.. 몸을 비비꼬자. 금새 굳었던 표정을 풀어버리는 지민이다. ^-^ 소은이도 고맙게시리, 콘푸레이크 두개를 사서 나에게 내민다. 지난번 케익도 고맙구, 이거 두개 상자에 넣으면 넉넉할꺼라나..? ㅋ 암튼 친구는 잘뒀다니까 내가.. 우리반 전체한테 편선지를 돌려서 현욱이의 디데이 축하 편지도 받아뒀고, 생일선물로 미리 사둔 야광팬티.. 이것도 준비했고.! 정말이지 야광팬티는 미리 사놓길 정~말 다행이지 싶다니깐.. 상자에 오만가지를 다 담으니 무거워서 혼자는 절대 들수가 없다. 또 소은이에게 부탁을 하는 수밖에 자, 어딜 가냐고..? 이걸 따로 택배에 배달을 시키면 돈이 드니까, 케익 조그마한걸 하나 사서 이 상자와 같이 퀵~으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ㅋ 케익은 조그마한데 같이 딸려서 보내는 상자가 훨~씬 커버리니 아저씨가 안된다고 안된다고 하지마는.. 어디 그냥 물러설 수 있겠는가.. 애교를 떨고 해서 ok승낙을 받아냈지~ㅋ 물론 이렇게 하고 있는 나의 계획은 현욱이한테 비밀이다.. 깜짝 놀래켜 주기 위한 나의 2번째 이벤트라고나 할까..? 오늘은 현욱이의 디데이날이다. 점심시간에 전화할때까지만 해도 나는 목소리를 촤~악 가라앉히고 " 어떡해.. 현욱이 너한테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 하면서 연극을 했던 나다. 괜찮다며 정말 괜찮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는 현욱이, 이따.. 저녁시간이면 깜짝 놀래겠지..? 흐흣.. 소은이도 이런 나의 연극이 재밌다며 톡톡히 한몫을 했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못해줄줄 알았는데 이렇게 된 걸 보니까, 하늘도 날 그냥 버리지는 않았구나 싶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오늘은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선주, 지민이 이렇게 셋이서 저녁을 먹는다. 그럴 즈음.. 현욱이한테 전화가 왔다.. 아.. 도착했을 시간이네..? " 응.. 현욱아..." " 뭐야..이게 다.. 나 진짜 깜짝 놀랬자나.. 돈 없다면서,, 이걸 언제 다 준비한거야.. " " 그냥 넘기기엔 내가 더 못견디겠는데 어떡해그럼.. 인형 배 한번 눌러봐바.." " 인형..? 잠깐만... " 하더니.. 하하하~ 웃어버린다! 옆에는 친구들이 북적거리는지 아주 난리통이다. " 이거 니가 직접 녹음한거야..? 암튼 박하은 못말린다니까.. 너무 고맙다..하은아.. 정말.." 크크..감동할 줄 알았지..아..맞다... " 현욱아.. 그거 봤어.. 그거..말이야.." " 뭐..?" " 왜.. 남색 상자에 들어있는거...그거~~" " 아...그거..? ^-^;" " 집에서 입어보구.. 나중에 나 만날때 입고나와.. 확인해본다..크크..." 그게 뭐냐구..? 야광팬티다..크.. 정말 야광인지 확인해봐야하는거 아니겠냐공..크크.. 암튼 이렇게 소란법석을 떨면서 디데이는 하루씩 멀어져갔다. 수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나도 공부를 좀 해야지, 일주일 남겨두고 이제부터 시작하는 뻔뻔한 나 하은이다. 총정리 문제집을 한참..풀고 있을즈음... 서영이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온다.. " 야.. 하은아.. 빅뉴스...빅뉴스야..." " 뭔데.. 숨 좀 돌리고 말해라.. 숨 넘어가겠다.." " 있자나.. 현욱이.. 현욱이.." 웅..? 현욱이 뭐..? 빅뉴스라고 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현욱이 이름이 나오자.. 눈에 번쩍.. 하고 광채가 돈다.. " 현욱이 뭐..?" " 글쎄, 현욱이랑 왜..8반에 있자나.. 그 피구할때 표정 무지막지하게 변하는 애.. 선영이...걔랑 사귀었었대.." 지..진짜..? 현욱이랑 선영이랑 중학교 때 사귀었었다구..? 한순간 기분이 잡친다.. 내가 복도에서 지나가면 항상 날 좀 깔보는 듯한 눈초리로 쳐다보곤 했고. 결정적으로 지난 체육대회 때 우리반이랑 8반이랑 피구시합을 했을 때 거의 나만 집중적으로 공을 던지던 애다. 그러다 내가 피하지 못하고 걔가 던진 공에 허벅지를 맞아서 며칠을 찜질을 했었는데.. 정말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짜증나고 불쾌한 소식이다. 김현욱.. 그런 애랑 사귀었단 말이야..? 그래...? 흠.. 더욱 심기가 꼬이면서 불편하다
바람둥이 길들이기 (11부)
멍청한 날 탓해야지, 누굴 탓하겠어.. 그러면서도 눈물은 멈추질 않고 줄줄 흐른다. 옆에서, 소은이가
" 하은아, 왜그래.. 너.. 무슨 일 있어..?"
하고 챙겨주니까.. 기어코 참았던 울음이 터져서..나도 모르게 엉엉~ 울면서...
" 있자나, 내가.. 엉엉... 현욱이.. 디데이..엉엉~ 그거.. 살려고 엉엉... 모아뒀는데.. 없어졌어..
없어졌어..아니..내가 잃어버렸어..엉엉엉...."
하면서 대성통곡을 해버렸다. 다른 애들도 놀래가지고는 다들 쳐다보는데, 그런것쯤 신경 안쓴다뭐..
" 뭐..뭘 잃어버렸단 거야..? 응..? 울지말구..울지말구 얘기해봐..."
하면서 내 어깨를 감싸 토닥토닥 거리면서 화장지를 내민다.. 코를 휭~ 푼 다음..침착하고..
" 내가 현욱이 디데이 선물 살려고 돈을 모아뒀거든..? 근데, 그 지갑을...."
하면서 또 지갑 이야기가 나오니까 울음이 삐실삐실 나온다. 지민이가 어떻게 알고 왔는지 울 반에
와 있었다. 그러면서.. 걱정말라고 학교 밑이니까 우리학교 학생이 주워 보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이따 방송반 친구한테 분실신고방송을 부탁해본다고 그만 울랜다.. 그..그럼..고맙지..나야..
점심시간이었다. 나는 점심 먹을 입맛도 잃은 채.. 멍~ 하니 앉아있었다.
" 안내방송 드리겠습니다. 학교 밑 정류장에서 검정색 장지갑을 습득한 학생은 방송실로 가져와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안내방송 드리겠습니다. 학교 밑 정류장에서 검정색 장지갑을 습득한
학생은 방송실로 가져와 주십시오.."
제발, 주워간 학생이 양심적으로 가져온다면야 정말 고마워서 뽀뽀라도 해줄텐데.. 하...진짜....
걱정이다..걱정이야.. 이렇게 멍~ 하니 앉아있는데.. 전화가 온다. 현욱이다~ 헛..
" 여..여보세요..."
" 응.. 하은아, 점심 먹었어..?"
" 어..? 어.. 먹었어..."
괜히 안먹었다고 하면 왜 안먹었냐고 꼬치꼬치 캐물을테고, 걱정할까봐 먹었다고 대충 둘러댔다.
" 근데 너 목소리가 왜그래..? 어디 아퍼..?"
자상하게 어디 아픈데 없냐고 챙겨주는 현욱이 목소리를 들으니까 또 눈물이 왈칵 쏟아지는 게..
목이 메여서 말이 안나온다.
" 아.. 아..아니야.. 나 아픈데 없어.. "
하면서 겨우겨우 참았는데, 이놈의 울음이 터지고 말았다. 우는 소리 들려주기 싫어서 얼른 핸드폰을
무릎 밑으로 내려버렸다. 바보같이, 그걸 못 참고 현욱이 앞에서..
" 여보세요.. 하은아..하은아.. 너 울어..? 너 우는거야..?"
핸드폰을 타고 다급하게 현욱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때 내 핸드폰을 확~ 낚아채는 손이 있었으니
지민이다.
" 그만 좀 울어, 현욱이 앞에선 절대 안운다더니 이게 뭐냐..?"
하면서 현욱이 전화를 받는 지민이다.
" 어, 나 지민이.. 응~ 하은이..? 아니,, 무슨일은 아니고! 글쎄, 니 디데이 챙겨줄려고 모아둔 돈이
든 지갑 잃어버렸다고 아침부터 울고 밥도 안먹고 저러고 있다.. 니가 어떻게 말 좀 해봐.."
야~ 그걸 말하면 어떡해.. 진짜! 지민이 이게~ 나 속 긁으려고 온거야..이게.. 씨이...씨이... 내가
계속..씩씩~거리면서 째려보니까.. 내 핸드폰을 쑥~ 밀며..
" 야.. 현욱이가 너 바꾸랜다. 뭐.. 솔직하게 말하는게 좋지.. 얼른 받아봐..."
창피해.. 현욱이한테 우는 목소리도 들려주고, 창피해..싫어~ 못받아.. 안받아.. 다시 꺼이꺼이 울음이
터져나온다..
" 어.. 현욱아.. 하은이 또 운다..또 울어.. 내가 달래볼테니까.. 응.. 너무 걱정 말구.. 응..끊어.."
하면서 끊는다.
" 현욱이한테 그걸 왜 말해.. 왜에~~ "
하면서 기껏 나 도와준다는 지민이한테 신경질을 부렸다. 그러자 띵동..하고 문자가 온다..
[ 박하은/ 겨우 그것때문에 우는거야..? 나 괜찮으니까.. 그만 울고 밥 먹어.. 나 이따 확인해본다?]
현욱이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 내가 안괜찮아..니가 괜찮아도 내가 안괜찮아...
정말 이번 내 디데이 때 받은 웬수(?) 니 디데이랑 생일날 다~ 싸그리 갚아버릴려고 했단말야..
내 맘 알기나 알어..?
그렇게 지갑은 이틀이 지나도 방송실로 가져오는 학생은 없었다. 이대로 주저앉고 말 것이냐,
절대 아니지. 암~ 이 박하은, 잔머리 굴려서라도 현욱이의 디데이와 생일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지!
흠, 우선 돈은 어느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딱 한명의 물주, 울 아빠밖에 없다..
" 아빠.. 피곤하시죠..? 여기,, 가방 주세요.. 아빠.. 얼른 씻고 와요.. 내가 주물러드릴께..?"
하면서 있는 애교 없는 애교를 부렸더니 아빠도 적잖게 놀래신다. 씻고 들어온 아빠를 어깨부터..
살살살.. 주물러드렸더니..
" 하은아..."
" 네..?"
가만히 내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주신다..
" 용돈 필요하냐..? "
헉.. 어떻게 아셨지..? 내가 뻘쭘해져선 고개를 끄덕끄덕 거렸다..
" 엊그제 너 일주일치 용돈 타갔자나. 그새 다 쓴거야..그걸..?"
지갑 잃어버렸다고 말하면 칠칠치 못하다고 엄마 언니한테 잔소리 들을게 분명하니까.. 음...그래..
" 아니, 요새 문제집 값이 그렇게 비싸다네..? 이제 총정리 풀어야지.. 수능이 얼마나 남았다고..
공부할려고 그래요.. 공부..."
그러자 별로 믿음은 안가지만 공부를 하겠단 둘째딸의 기특함에 그냥 속아주시는 건지 지갑에서
5만원을 쑥~꺼내 주신다. 아싸, 고마워요..아빠~^-^
이로써, 내 수중에 5만원을 갖게 됬고~ 흠..골똘히 생각을 해보자!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이튿날 아침, 눈이 벌개져서 일어난 나는 스티로폼 가게부터 찾았다! 어제 밤을 새서 아이디어를
짜내느라 얼굴이 푸석해지고 말도 아니다. 스티로폼은 왜 사러 가느냐고..? 그거야 우리 현욱이
디데이 선물을 만들기 위해서다! 최대한 아껴야 한다.. 최대한..큭...
스티로폼 판대기 널부러져 있는 것을 그냥 공짜로 가져가라는 가게 아저씨께 몇번이나 고개 숙여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랄랄라~ 집으로 단숨에 뛰어왔다! 커터칼로 조심스럽게 스티로폼을 잘랐다.
나의 마음과 같은 하트 모양으로 말이다. 근데 이거 자를 때마다 스티로폼 알갱이가 떨어져 나가는게
이거 얼른 자르고 나서 방청소부터 해야지, 안그럼 울 언니 난리나지..난리나...
겨우겨우 하트 모양으로 자른 뒤에.. 청소부터 했다. 청소기로 밀고, 테이프로 찍어내고.. 하......
겨우 청소는 끝냈다! 이젠~ 엄마아빠 방에 들어가 츄파츕스 사탕 한통을 빼오는 일이다..
아빠 담배 끊으라고 입 심심할까봐 엄마가 사탕 한통을 사놓았던 까닭이다. 하지만,, 뭐... 담배가
그렇게 쉽게 끊어지나..? 사탕은 고대~로 놔두고 담배를 다시 피우시는 아빤데...
자, 이제 사탕을 가져왔으니.. 막대를 가장자리부터 하나씩 스티로폼 판에 꽂는다! 와.. 이걸 다~
꽂으면 제법 무겁겠다.. 흠.. 하나씩.. 색깔도 균형을 맞춰서 조심조심 꽂고 나니까.. 와... 이쁘다..
가운데 빈 공간은 제과점에서 사온 100원짜리 찹쌀떡을 하나씩.. 하나씩 개별 포장해서 금박철사로
묶어서 차근차근 배열한다. 흠.. 정말 이쁘다..이뻐..! 크.. 그냥 널부려져 있던 스티로폼 판이라 그런지
엉성하기도 하고 해서 울집 옆 꽃집에 가서 아줌마한테 못쓰게 된 장식용 끈 좀 달랬더니.. 기꺼이
주신다. 역시, 울 엄마 이웃들 관리는 잘 하신다니까! 그걸로 스티로폼 판 겉을 실핀을 고정하면서
연결해주니까.. 끝~ 완성이다! 내가 만들었지만 정말 이쁘다! 흠, 이제 문방구로 가서 이 스티로폼
판을 넣을 박스를 사고.. 음.. 그렇게 둘러보다가...! 어맛.. 이쁘다~ 조그만 테디베어 인형이다..
" 그거 이쁘지..? 어제 들어온 거야.. 녹음인형이라 좀 비싸긴 한데.. 이쁘자나.."
하면서 아저씨가 말을 덧붙인다. 녹음인형이라구.. 이게..? 더 호기심을 땡기게 하는데..이거...~
" 아저씨.. 이것두 주세요.."
결국 사버리고야 말았다. 상자와 인형까지 사고 나니까. 내 수중에 남은 돈 2만5천원이다. 흠...
이제 반 썼네..? 어휴~ 정말이지.. 다신 이런일 겪지 않으려면 항상 지갑조심, 또 지갑조심 해야지..!
이튿날, 학교에 갔더니.. 지민이가 프링글스 조그만 캔 20개를 봉지에 담아와서는 내민다.
" 뭐야..이게...?"
" 돈 잃어버렸다고 지지리 궁상 떨고 있길래 내가 사온거야.. 너 상자 큰~거 샀다며.. 반 채우고
반은 남겨서 보낼꺼냐..? 이거라도 넣어서 보내.."
하면서 쑥~ 내민다.. 나 챙겨준다고 이렇게 고생하는데 난 괜히 신경질만 내고..
" 미안해..지민아~ 나 엊그제 화내서.. "
하면서.. 몸을 비비꼬자. 금새 굳었던 표정을 풀어버리는 지민이다. ^-^
소은이도 고맙게시리, 콘푸레이크 두개를 사서 나에게 내민다. 지난번 케익도 고맙구, 이거 두개
상자에 넣으면 넉넉할꺼라나..? ㅋ 암튼 친구는 잘뒀다니까 내가..
우리반 전체한테 편선지를 돌려서 현욱이의 디데이 축하 편지도 받아뒀고, 생일선물로 미리 사둔
야광팬티.. 이것도 준비했고.! 정말이지 야광팬티는 미리 사놓길 정~말 다행이지 싶다니깐..
상자에 오만가지를 다 담으니 무거워서 혼자는 절대 들수가 없다. 또 소은이에게 부탁을 하는 수밖에
자, 어딜 가냐고..? 이걸 따로 택배에 배달을 시키면 돈이 드니까, 케익 조그마한걸 하나 사서
이 상자와 같이 퀵~으로 보내버리는 것이다! ㅋ 케익은 조그마한데 같이 딸려서 보내는 상자가
훨~씬 커버리니 아저씨가 안된다고 안된다고 하지마는.. 어디 그냥 물러설 수 있겠는가..
애교를 떨고 해서 ok승낙을 받아냈지~ㅋ 물론 이렇게 하고 있는 나의 계획은 현욱이한테 비밀이다..
깜짝 놀래켜 주기 위한 나의 2번째 이벤트라고나 할까..?
오늘은 현욱이의 디데이날이다. 점심시간에 전화할때까지만 해도 나는 목소리를 촤~악 가라앉히고
" 어떡해.. 현욱이 너한테 아무것도 못해줘서.. 미안해...."
하면서 연극을 했던 나다. 괜찮다며 정말 괜찮다며 오히려 나를 위로해주는 현욱이, 이따..
저녁시간이면 깜짝 놀래겠지..? 흐흣..
소은이도 이런 나의 연극이 재밌다며 톡톡히 한몫을 했었다. 정말이지 아무것도 못해줄줄 알았는데
이렇게 된 걸 보니까, 하늘도 날 그냥 버리지는 않았구나 싶다~^-^
저녁을 먹을 시간이다. 오늘은 1학년때 같은 반이었던 선주, 지민이 이렇게 셋이서 저녁을 먹는다.
그럴 즈음.. 현욱이한테 전화가 왔다.. 아.. 도착했을 시간이네..?
" 응.. 현욱아..."
" 뭐야..이게 다.. 나 진짜 깜짝 놀랬자나.. 돈 없다면서,, 이걸 언제 다 준비한거야.. "
" 그냥 넘기기엔 내가 더 못견디겠는데 어떡해그럼.. 인형 배 한번 눌러봐바.."
" 인형..? 잠깐만... "
하더니.. 하하하~ 웃어버린다! 옆에는 친구들이 북적거리는지 아주 난리통이다.
" 이거 니가 직접 녹음한거야..? 암튼 박하은 못말린다니까.. 너무 고맙다..하은아.. 정말.."
크크..감동할 줄 알았지..아..맞다...
" 현욱아.. 그거 봤어.. 그거..말이야.."
" 뭐..?"
" 왜.. 남색 상자에 들어있는거...그거~~"
" 아...그거..? ^-^;"
" 집에서 입어보구.. 나중에 나 만날때 입고나와.. 확인해본다..크크..."
그게 뭐냐구..? 야광팬티다..크.. 정말 야광인지 확인해봐야하는거 아니겠냐공..크크..
암튼 이렇게 소란법석을 떨면서 디데이는 하루씩 멀어져갔다.
수능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제 나도 공부를 좀 해야지, 일주일 남겨두고 이제부터 시작하는
뻔뻔한 나 하은이다. 총정리 문제집을 한참..풀고 있을즈음... 서영이가 헐레벌떡 뛰어들어온다..
" 야.. 하은아.. 빅뉴스...빅뉴스야..."
" 뭔데.. 숨 좀 돌리고 말해라.. 숨 넘어가겠다.."
" 있자나.. 현욱이.. 현욱이.."
웅..? 현욱이 뭐..? 빅뉴스라고 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했는데,, 현욱이 이름이 나오자.. 눈에 번쩍..
하고 광채가 돈다..
" 현욱이 뭐..?"
" 글쎄, 현욱이랑 왜..8반에 있자나.. 그 피구할때 표정 무지막지하게 변하는 애.. 선영이...걔랑
사귀었었대.."
지..진짜..? 현욱이랑 선영이랑 중학교 때 사귀었었다구..? 한순간 기분이 잡친다.. 내가 복도에서
지나가면 항상 날 좀 깔보는 듯한 눈초리로 쳐다보곤 했고. 결정적으로 지난 체육대회 때 우리반이랑
8반이랑 피구시합을 했을 때 거의 나만 집중적으로 공을 던지던 애다. 그러다 내가 피하지 못하고
걔가 던진 공에 허벅지를 맞아서 며칠을 찜질을 했었는데.. 정말 생각을 하면 할수록 짜증나고
불쾌한 소식이다. 김현욱.. 그런 애랑 사귀었단 말이야..? 그래...?
흠.. 더욱 심기가 꼬이면서 불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