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원의 명령이 떨어지자 호위무사들은 심지에 불을 붙여 독무를 향해 던져 넣고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 쾅, 쾅!
약간의 시차는 있었지만 거의 동시에 대나무 통이 터지며 흰 연기가 솟아올랐다. 흰 연기가 독무와 섞이자 고약했던 냄새도 점차 사라지고, 별채를 감싸고 있던 독무가 옅어지더니 점차 사라지며 가려져 있던 별채가 모습을 나타냈다.
“아!”
화령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다른 건물들에 비해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던 별채였는데 지독한 독무 때문에 모든 게 검게 변색 돼 있었고, 문을 고정하기 위해 있던 금속 장식들은 녹아 버렸기 때문에 제대로 붙어있는 문들은 거의 없었다. 화령이 급한 마음에 아무생각 없이 별채로 다가 가려하자 주원이 막았다.
“잠깐, 아직 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고 저 시커먼 진액들이 다 독이란다. 그러니 넌 여기서 기다려라. 이보게, 방 사범! 자네가 나서야 할 것 같은데, 수고 좀 해주게나.”
방중선은 말없이 주원이 건네주는 검은색 가죽으로 만든 보자기를 뒤집어썼다. 앞을 볼 수 있게 얼굴의 눈 부분에만 얇은 흰 천이 붙어있고, 온몸을 가릴 수 있게 만들어져있었다.
“허허, 볼만 하군! 그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반각이니, 그 안에 저 안에 있는 녀석을 데리고 나오게. 잊지 말게, 반각일세!”
고개를 끄떡인 방중선이 별채를 향해 걸어가자 주원은 품에서 향을 하나 꺼내들었다.
“반각일세!”
방중산이 주원의 외침에 잠시 멈칫 했다가 별채 안으로 들어섰고 주원은 손에 들고 있던 향에 불을 붙였다. 시간이 흘렀다. 향이 타면서 내는 연기의외에는 모두 숨죽이고 방중선이 나오길 기다렸다. 눈금이 그려져 있는 향이 타내려가 첫 번째 눈금까지 거의 다 타들어 가는데도 별채에 들어간 방중산이 나오지 않자 화령은 불안해하며 주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화령의 초조한 모습과는 달리 주원의 얼굴은 느긋했다.
“허, 반각이라고 했더니 반각을 다 채우고 나올 심산이구나! 못된 놈 같으니, 늘 저런 식이니 장가를 못가지. 융통성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놈!”
그러나 주원의 생각처럼 방중선은 여유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니었다. 별채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곳을 살필 여유도 없이 곧장 손님방으로 달려가 보니 그곳에는 침상 옆 방바닥에 침상기둥에 기댄 채로 눈을 감고 앉아있는 정민을 발견했다.
‘호, 그 심한 독무 안에서도 용케 몸을 그대로 유지하다니 보통이 아니군. 아직 죽은 거 같지는 않고, 어서 대리고 나가야겠군.’
-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으응?”
방중선은 아주 더듬거려서 알아듣기 힘든 전음을 들었다. 발음이 정확치 않아서 정확한 뜻을 전달받진 못했지만 기다려 달라는 소리로 들렸다. 반각이내에 나오라는 주원의 거듭된 부탁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그런데 기다려 달라니, 주춤했지만 다시 정민에게 접근을 했다.
- 공격할 거요!
다시 들려온 전음은 뚜렷하게 들렸다.
“당신을 구하러 왔소이다. 반각 안에 나가지 않으면 독에 중독돼요. 서둘러야 하오!”
- 나가시오!
“허참, 난 당신을 구하러 온 사람이요. 그러니 내말을 들으시오!”
정민은 미치고 팔짝 뛰는 기분이 이거로구나 라는 것을 철저하게 경험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의움직임을 따라잡기가 힘들었지만 여러 번 반복 되자 책에 적혀있던 우보라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기의 움직임이 물 흐르듯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걷듯이 혈에서 혈로 움직이고 있었다. 기가 온몸의 혈과 혈 사이를 걸어가면서 몸에 쌓여있는 독기를 몰아내기 시작했을 때까지는 순조로웠다. 몸에 쌓여있던 독이 안개처럼 피워 올랐는데 사람의 몸에 그 많은 독이 어떻게 있을까 할 정도로 많은 독이 몸에서 흘러나와 짙은 독무를 만들어 냈다.
문제는 그 독무가 흩어지지 못하고 밖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호위무사들이 친 강기 막에 갇혀있기 때문에 결국 호흡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공기와 함께 몸에서 뿜어낸 독무를 다시 들이마시게 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미 독에 내성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해를 입은 것이 없었지만 몸에 있는 내공에 독이 섞이기 시작했다. 정민은 내공에 독이 섞이지 않게 하기위해 독기와 원래의 기를 어렵게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정확한 원리는 몰랐지만 물리학의 지식을 이용하여 원래의 기를 양으로, 독기를 음으로 하여 양이 앞서 움직이면서 그 뒤를 음이 따라 움직이게 하면서 섞이지 않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두 기가 충돌이라도 하는 날이면 중화 되어 모든 기가 사라지거나 폭발을 일으킬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독무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이고 있었다. 드디어 폭발음과 함께 독무가 사라지자 다시 독기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독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며 빈자리가 커지자 원래의 기가 통제를 벗어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급하게 빠져나가는 독기를 다시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터진 둑이었다. 독기는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 버렸고, 원래의 기는 의식의 통제를 벗어나 언제 익혔는지 모를 운기법을 따라 자기 멋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우보는 소걸음, 따라서 운기가 천천히 움직여야 정상적인 운기가 이루어지는데 지금은 완전히 미친 소의 폭주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 푼의 힘은 따로 챙기고 있었기 때문에 분심양위의 수법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운기 중에 방해를 받으면 소위 주화입마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는 말을 잊지 않고 그에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남겨놓은 한 푼의 힘도 폭주하는 기의 움직임 앞에 서서히 영향을 받기 시작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누군가가 다가와 자신의 몸을 건드리려 하고 있었다. 급하게 운기를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미친 소를 막는 다는 것은 요원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어(御)기(氣)충(衝)소(訴), 성대로는 말을 못하지만 공기를 진동시키는 것은 가능했기 때문에 의식 속에서만 익힌 서툰 중국말을 공기의 진동만으로 전했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그런데 그 사람은 듣지 못했는지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는 다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다시 강력하게 공격을 하겠다고 했더니 잠시 멈칫하고는 그것마저 무시하고 뭐라고 지껄이면서 다가오는 게 아닌가.
결국 다가오는 사람을 향해 배안에서 성공했던 이기살인이라는 수법을 써보기로 했다. 그러나 백회 혈에 미친 소처럼 날뛰는 기의 일부를 별도로 모은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백회는 문자 그대로 백가지가 모이는 곳, 특히 임맥과 독맥이 만나는 곳이다. 운기를 하는데 있어 꼭 있어야 될 혈이었다.
‘제발, 제발 말 좀 들어라!’
두 개의 기를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은 도박이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독기를 움직이면서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할 걸로 생각해서 기를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조금 모인다 싶으면 제멋대로 운기 되고 있는 기에 의해 흡수되어 사라졌다. 사람은 다가오고 기는 모이지 않고,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자 최후의 방법을 선택했다. 지금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기를 그대로 써보기로 했다. 적의를 가지지 않는 사람이지만 우선 내가 살고 볼일이었기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는 기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이때다!’
정민의 의도는 멋지게 성공…이 아니라 보기 좋게 실패했다. 백회 혈을 지나는 기를 어렵게 따라잡아 다가오는 자와 기를 연결 시키려하는 순간 기가 사라졌다. 다른 혈로 옮겨가기 위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예 몸에서 사라진 것처럼 몸 안의 기가 전혀 느껴 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 뒤를 따라서 전신을 흩고 지나는 지독한 고통에 진저리를 쳤다. 그러나 비명은 물론 신음도 하나 내지 못했다. 왜냐고? 성대가 굳어있기 때문에…, 그리고 의식이 가물가물해졌다.
방중선은 상대의 몸을 잡아 일으키려고 막 몸을 굽히려다 갑자기 눈을 자극하는 강열한 빛에 놀라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빛에 적응이 되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니 빛의 중심에서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환골탈태!’
정민의 몸은 두 번째 허물을 벗고 있었다. 첫 번째는 폭포에서 떨어져 폭포수 안에서 근 하루를 지내면서 일어났고, 이번에는 폭주하는 기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다. 첫 번째 것이 외부의 자극에 의한 벌모세수에 해당한다면 이번 것은 자신이 가진 순수한 내공에 의한 진정한 의미의 환골탈태이었다.
방중선은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고 눈앞에서 일어나는 환골탈태의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무인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기 때문에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방중산은 건물에 스며있던 독기가 보호구를 무력화 시키고 서서히 자신을 중독 시키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무인의 길, 무도를 완성하는 것으로 삼을만한 감격적인 순간을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이제야 고통이 사라졌군.’
반 시진(한 시간)에 걸친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겨우 눈을 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얼룩이 군데군데 있는 가죽을 온몸에 뒤집어 쓴 채로 고약한 냄새까지 내며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독에 중독된 모습이 틀림없었고, 이미 독에 심하게 노출된 곳에는 살이 썩어 들어가 피고름이 흘러 옷을 적시고 있었다.
강시를 제련하는 약물은 대부분 독성이 강하다. 게다가 시체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독소도 상당하다. 이걸 부시 독이라고 하는데 독 중에 제왕은 아니지만 부패균이 내뿜는 독소는 는 차치하더라도 감염에 의한 아적인 폐해는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몸에 내제된 강시는 강한 독을 뿜어내며 공격을 하기 때문에 같은 공격을 받아도 더 큰 피해를 받기 마련이다. 작은 상처를 입더라도 독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치명적인 해를 입게 된다. 그런 독에 반 시진(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노출되었으니 몸이 온전할 리 없었다. 정민은 몸을 움직여보았다.
‘어, 몸이 움직인다, 움직여! 이유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내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 게다가 강시의 잔재까지 완전히 사라졌고…. 야호, 이젠 자유다, 자유!’
한님(桓雄)의 구슬 - 22
한님(桓雄)의 구슬 - 22 - 내글[影舞]
“알았다, 알았어! 심지에 불을 붙여라.”
주원의 명령이 떨어지자 호위무사들은 심지에 불을 붙여 독무를 향해 던져 넣고 일제히 뒤로 물러났다.
- 쾅, 쾅!
약간의 시차는 있었지만 거의 동시에 대나무 통이 터지며 흰 연기가 솟아올랐다. 흰 연기가 독무와 섞이자 고약했던 냄새도 점차 사라지고, 별채를 감싸고 있던 독무가 옅어지더니 점차 사라지며 가려져 있던 별채가 모습을 나타냈다.
“아!”
화령의 입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다. 특별한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다른 건물들에 비해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던 별채였는데 지독한 독무 때문에 모든 게 검게 변색 돼 있었고, 문을 고정하기 위해 있던 금속 장식들은 녹아 버렸기 때문에 제대로 붙어있는 문들은 거의 없었다. 화령이 급한 마음에 아무생각 없이 별채로 다가 가려하자 주원이 막았다.
“잠깐, 아직 독이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고 저 시커먼 진액들이 다 독이란다. 그러니 넌 여기서 기다려라. 이보게, 방 사범! 자네가 나서야 할 것 같은데, 수고 좀 해주게나.”
방중선은 말없이 주원이 건네주는 검은색 가죽으로 만든 보자기를 뒤집어썼다. 앞을 볼 수 있게 얼굴의 눈 부분에만 얇은 흰 천이 붙어있고, 온몸을 가릴 수 있게 만들어져있었다.
“허허, 볼만 하군! 그게 버틸 수 있는 시간은 반각이니, 그 안에 저 안에 있는 녀석을 데리고 나오게. 잊지 말게, 반각일세!”
고개를 끄떡인 방중선이 별채를 향해 걸어가자 주원은 품에서 향을 하나 꺼내들었다.
“반각일세!”
방중산이 주원의 외침에 잠시 멈칫 했다가 별채 안으로 들어섰고 주원은 손에 들고 있던 향에 불을 붙였다. 시간이 흘렀다. 향이 타면서 내는 연기의외에는 모두 숨죽이고 방중선이 나오길 기다렸다. 눈금이 그려져 있는 향이 타내려가 첫 번째 눈금까지 거의 다 타들어 가는데도 별채에 들어간 방중산이 나오지 않자 화령은 불안해하며 주원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화령의 초조한 모습과는 달리 주원의 얼굴은 느긋했다.
“허, 반각이라고 했더니 반각을 다 채우고 나올 심산이구나! 못된 놈 같으니, 늘 저런 식이니 장가를 못가지. 융통성이라고는 털끝만치도 없는 놈!”
그러나 주원의 생각처럼 방중선은 여유를 부리고 있는 건 아니었다. 별채에 들어서자마자 다른 곳을 살필 여유도 없이 곧장 손님방으로 달려가 보니 그곳에는 침상 옆 방바닥에 침상기둥에 기댄 채로 눈을 감고 앉아있는 정민을 발견했다.
‘호, 그 심한 독무 안에서도 용케 몸을 그대로 유지하다니 보통이 아니군. 아직 죽은 거 같지는 않고, 어서 대리고 나가야겠군.’
- 자, 잠~시~만 기~다~려~ 주시오.
“으응?”
방중선은 아주 더듬거려서 알아듣기 힘든 전음을 들었다. 발음이 정확치 않아서 정확한 뜻을 전달받진 못했지만 기다려 달라는 소리로 들렸다. 반각이내에 나오라는 주원의 거듭된 부탁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야 했다. 그런데 기다려 달라니, 주춤했지만 다시 정민에게 접근을 했다.
- 공격할 거요!
다시 들려온 전음은 뚜렷하게 들렸다.
“당신을 구하러 왔소이다. 반각 안에 나가지 않으면 독에 중독돼요. 서둘러야 하오!”
- 나가시오!
“허참, 난 당신을 구하러 온 사람이요. 그러니 내말을 들으시오!”
정민은 미치고 팔짝 뛰는 기분이 이거로구나 라는 것을 철저하게 경험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의움직임을 따라잡기가 힘들었지만 여러 번 반복 되자 책에 적혀있던 우보라는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기의 움직임이 물 흐르듯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마치 걷듯이 혈에서 혈로 움직이고 있었다. 기가 온몸의 혈과 혈 사이를 걸어가면서 몸에 쌓여있는 독기를 몰아내기 시작했을 때까지는 순조로웠다. 몸에 쌓여있던 독이 안개처럼 피워 올랐는데 사람의 몸에 그 많은 독이 어떻게 있을까 할 정도로 많은 독이 몸에서 흘러나와 짙은 독무를 만들어 냈다.
문제는 그 독무가 흩어지지 못하고 밖에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호위무사들이 친 강기 막에 갇혀있기 때문에 결국 호흡을 해야 하는 사람이기에 공기와 함께 몸에서 뿜어낸 독무를 다시 들이마시게 된 것이다. 다행인 것은 이미 독에 내성이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해를 입은 것이 없었지만 몸에 있는 내공에 독이 섞이기 시작했다. 정민은 내공에 독이 섞이지 않게 하기위해 독기와 원래의 기를 어렵게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정확한 원리는 몰랐지만 물리학의 지식을 이용하여 원래의 기를 양으로, 독기를 음으로 하여 양이 앞서 움직이면서 그 뒤를 음이 따라 움직이게 하면서 섞이지 않게 했던 것이다. 그러나 두 기가 충돌이라도 하는 날이면 중화 되어 모든 기가 사라지거나 폭발을 일으킬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독무가 사라지기를 기다리며 계속해서 아슬아슬한 곡예를 벌이고 있었다. 드디어 폭발음과 함께 독무가 사라지자 다시 독기를 배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독기가 빠져나가기 시작하며 빈자리가 커지자 원래의 기가 통제를 벗어나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미친 듯이 폭주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급하게 빠져나가는 독기를 다시 잡으려고 했지만 이미 터진 둑이었다. 독기는 썰물 빠지듯 빠져나가 버렸고, 원래의 기는 의식의 통제를 벗어나 언제 익혔는지 모를 운기법을 따라 자기 멋대로 움직였던 것이다.
우보는 소걸음, 따라서 운기가 천천히 움직여야 정상적인 운기가 이루어지는데 지금은 완전히 미친 소의 폭주가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한 푼의 힘은 따로 챙기고 있었기 때문에 분심양위의 수법을 펼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운기 중에 방해를 받으면 소위 주화입마라는 심각한 부작용이 있다는 말을 잊지 않고 그에 대비한 것이다. 하지만 남겨놓은 한 푼의 힘도 폭주하는 기의 움직임 앞에 서서히 영향을 받기 시작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누군가가 다가와 자신의 몸을 건드리려 하고 있었다. 급하게 운기를 멈추려고 했지만 이미 미친 소를 막는 다는 것은 요원했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어(御)기(氣)충(衝)소(訴), 성대로는 말을 못하지만 공기를 진동시키는 것은 가능했기 때문에 의식 속에서만 익힌 서툰 중국말을 공기의 진동만으로 전했다,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그런데 그 사람은 듣지 못했는지 뭐라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지껄이고는 다시 자신에게 다가오는 게 아닌가? 다시 강력하게 공격을 하겠다고 했더니 잠시 멈칫하고는 그것마저 무시하고 뭐라고 지껄이면서 다가오는 게 아닌가.
결국 다가오는 사람을 향해 배안에서 성공했던 이기살인이라는 수법을 써보기로 했다. 그러나 백회 혈에 미친 소처럼 날뛰는 기의 일부를 별도로 모은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백회는 문자 그대로 백가지가 모이는 곳, 특히 임맥과 독맥이 만나는 곳이다. 운기를 하는데 있어 꼭 있어야 될 혈이었다.
‘제발, 제발 말 좀 들어라!’
두 개의 기를 동시에 움직인다는 것은 도박이다. 그런데 방금 전까지 독기를 움직이면서 성공했기 때문에 가능할 걸로 생각해서 기를 움직이려고 했다. 그러나 잘 되지 않았다. 조금 모인다 싶으면 제멋대로 운기 되고 있는 기에 의해 흡수되어 사라졌다. 사람은 다가오고 기는 모이지 않고,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지자 최후의 방법을 선택했다. 지금 미친 듯이 날뛰고 있는 기를 그대로 써보기로 했다. 적의를 가지지 않는 사람이지만 우선 내가 살고 볼일이었기 때문에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는 기를 뒤따르기 시작했다.
‘이때다!’
정민의 의도는 멋지게 성공…이 아니라 보기 좋게 실패했다. 백회 혈을 지나는 기를 어렵게 따라잡아 다가오는 자와 기를 연결 시키려하는 순간 기가 사라졌다. 다른 혈로 옮겨가기 위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예 몸에서 사라진 것처럼 몸 안의 기가 전혀 느껴 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 뒤를 따라서 전신을 흩고 지나는 지독한 고통에 진저리를 쳤다. 그러나 비명은 물론 신음도 하나 내지 못했다. 왜냐고? 성대가 굳어있기 때문에…, 그리고 의식이 가물가물해졌다.
방중선은 상대의 몸을 잡아 일으키려고 막 몸을 굽히려다 갑자기 눈을 자극하는 강열한 빛에 놀라 뒷걸음질 칠 수밖에 없었다. 어느 정도 빛에 적응이 되자 눈을 부릅뜨고 살펴보니 빛의 중심에서 믿기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
‘환골탈태!’
정민의 몸은 두 번째 허물을 벗고 있었다. 첫 번째는 폭포에서 떨어져 폭포수 안에서 근 하루를 지내면서 일어났고, 이번에는 폭주하는 기에 의해서 일어난 것이다. 첫 번째 것이 외부의 자극에 의한 벌모세수에 해당한다면 이번 것은 자신이 가진 순수한 내공에 의한 진정한 의미의 환골탈태이었다.
방중선은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고 눈앞에서 일어나는 환골탈태의 순간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고 있었다.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무인으로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었기 때문에 구경을 하는 것만으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는 것이었다. 방중산은 건물에 스며있던 독기가 보호구를 무력화 시키고 서서히 자신을 중독 시키고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무인의 길, 무도를 완성하는 것으로 삼을만한 감격적인 순간을 놓치기 싫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이제야 고통이 사라졌군.’
반 시진(한 시간)에 걸친 고통의 시간이 지나고 겨우 눈을 떴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검은 얼룩이 군데군데 있는 가죽을 온몸에 뒤집어 쓴 채로 고약한 냄새까지 내며 쓰러져 있는 사람의 모습이었다. 독에 중독된 모습이 틀림없었고, 이미 독에 심하게 노출된 곳에는 살이 썩어 들어가 피고름이 흘러 옷을 적시고 있었다.
강시를 제련하는 약물은 대부분 독성이 강하다. 게다가 시체가 썩으면서 발생하는 독소도 상당하다. 이걸 부시 독이라고 하는데 독 중에 제왕은 아니지만 부패균이 내뿜는 독소는 는 차치하더라도 감염에 의한 아적인 폐해는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이 두 가지가 몸에 내제된 강시는 강한 독을 뿜어내며 공격을 하기 때문에 같은 공격을 받아도 더 큰 피해를 받기 마련이다. 작은 상처를 입더라도 독 때문에 시간이 흐르면서 결국 치명적인 해를 입게 된다. 그런 독에 반 시진(한 시간)이 넘는 시간을 노출되었으니 몸이 온전할 리 없었다. 정민은 몸을 움직여보았다.
‘어, 몸이 움직인다, 움직여! 이유는 모르겠지만 완전히 내 뜻대로 움직이고 있다. 게다가 강시의 잔재까지 완전히 사라졌고…. 야호, 이젠 자유다,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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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