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둥이 길들이기 (22부)

베리소다2005.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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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내 생일이다. 원래 여자친구 생일이면.. 남자친구가 그날 새벽 0시 되자마자 문자 보내고..

생일축하곡 불러준다는데.. 아직까지 연락이 없는 현욱이다. 그래.. 막가자 우리~

" 야~ 아침 먹어! 니 생일이라 엄마가 미역국 끓였어.. "

" 나  생각없어.. 그냥 잘래.."

그러자.. 이불을 확~ 걷어버리며.. 내 등짝을 갈기는 울 언니다. 아니, 웬수다!

" 밥을 생각이 있어서 먹고..없어서 안먹냐..? 얼른 안일어나..? "

" 아씨.. 먹기 싫어~ "

" 안나오면 엄마 부른다.. 12시간도 넘게 자고..허리도 안아프냐..? 얼른 세수하고 나와~"

아씨.. 난 밥 먹는것보다 잠자는게 더 좋은데.. 미역국 안먹으면 어때..? 어차피 한 솥 끓여놔서..

오늘뿐 아니라..낼 저녁까지 먹어야 할지도 모르는 미역국.. 씨이..

세수를 대충 하고..반쯤 감긴 눈으로 식탁에 앉았다.

" 아.. 뭐야~ 난 새우 싫은데.. 소고기 넣고 끓이지.."

엄마가 새우미역국을 끓였다.

" 그냥 먹어.. 이것아! 시원하니.. 맛만 좋구만.."

치.. 내 생일인데 기왕이면..내가 좋아하는 소고기 넣고 끓여주면 덧나나..? 어쨌든.. 깔깔한 입속으로

그렇게 꾸역꾸역 미역국을 들이밀었다.

 

그렇게..아침을 먹고..한가하게.. 침대에서.. 만화책도 보고.. 뒹굴거릴 쯤.. 현욱이한테 전화가 왔다.  

헛.. 잠시 긴장이 된다..

" 여..보세요...."

" 어..나 현욱이.."

" 응.. 왠일이야..?"

" 이따 오후에 시간있어..? 5시쯤..할 얘기가 있어.."

할 얘기..? 무슨 할 얘기..? 요즘 내내 분위기도 심상치 않는데.. 혹시..헤어지자고 하는거 아니야..?

난 또 내 생일 축하해 줄려고 전화한줄 알았더니.. 목소리는 쫙~ 가라앉혀가지곤.. 사람 겁먹게..

왜 이러지..? 그렇게 이따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왠지.. 불안하다.. 그래서 윤정이한테 SOS를 했다.

" 어..윤정아.. 나 하은이.."

" 응~ 오늘 생일이지..? 축하해.. 미역국은 먹었어..? 현욱이는 알아서 챙겨줬겠고..?"

" 어..고마워~ 다른게 아니고.. 내가 요즘 현욱이랑 냉전중이었자나.. 근데..갑자기 아까 전화가

와가지곤.. 만나자하네..? 할말이 있다고.. 니가 보기엔 어때..? 혹시..헤어지자고 하는거 아닐까..?"

" 음.. 설마~ 니 생일에 맞춰 그렇게 잔인한 말을 하겠어..? 글구, 너 그렇게 현욱이한테 쩔쩔매지마..

뭐..까짓..헤어져도.. 너 말고 얼마든지 남자는 많다.. 이런 배짱을 보이라구.. "

" 배..짱..?"

" 그래~ 배짱! 나도 얼마전에.. 태웅이랑 좀 다퉜었는데.. 우리 시간을 좀 갖자.. 이대로는.. 너무 힘들다

이랬더니.. 걔 태도 180도 변한거 있지..? 예전보다 훨씬 잘해준다니깐.. 여자란 그저 튕겨야 되.."

" 그래..? 암튼.. 헤어지잔 그런 말은 안하겠지..그치..?"

" 걱정말고 나가~ 며칠동안 그렇게 냉전 중이었다고 쉽게 헤어지나..뭐~"

" 알았어..고마워..윤정아! 내가 이따가 현욱이 만나고 와서 보고할께.. 끊어~"

역시.. 객관적인 윤정이한테 상담을 받고 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그래도.. 왠지..불안

하다.

 

현욱이를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착했다. 저기 멀리서.. 지성이, 지성이 여자친구 선미랑 같이 걸어오는

현욱이가 보였다. 뭐야..? 같이 나온다는 말은 안했자나....

" 하은아~ 생일축하해! "

" 생일 축하해.."

지성이랑 선미가 그렇게 축하인사를 건넨다.

" 춥다~ 커피숍 가까운데 아무데라도 들어가자..."

하며.. 현욱이가 먼저 이끈다. 커피숍을 들어와.. 각자 차를 시켰다. 그리고는.. 선미랑..지성이가

갑자기 잠깐만 갔다올데가 있다며 자리를 일어섰다.

" 박하은..."

현욱이가 내 이름을 가만히 부른다..

" 응..?"

" 너.. 요즘 뭐 나한테 화난 거 있지..?"

내가 고개를 가로젓자..

" 괜찮아.. 화난 거 있음 말해..  예전처럼 속에 꿍..하고 담아놓지 말고.."

" 없어..그런거.."

" 근데 요즘 왜그래.. 전화해도 웃지도 않고.. 만나자고 해도..바쁘다 그러고.. 문자도 예전엔..

잘 보내더니.. 요즘은.. 3번에 1번 꼴로 씹고..."

" ........."

그때.. 선미랑 지성이가 들어왔다. 선미의 한 손에는.. 케익상자가 들려있었다.

" 자.. 케익까지 사왔으니까.. 본격적으로 생일축하해야지..?"

하며.. 케익을 상자 안에서 꺼내는 지성이다. 초도.. 나이에 맞게 꽂는 선미랑..지성이.

내가 놀래서.. 쳐다보자..현욱이가

" 같이 축하해준다고 온거야.. 너 오늘 생일이자나.. "

" 정말..? 아...고..고마워..지성아... 선미야..."

" 뭘... 아.. 촛불도 꽂고.. 불도 붙였으니.. 잠깐만 기다려봐.. 이모한테 생일축하곡 틀어달라고 말하고

왔으니까..."

30초 후 쯤.. 생일축하곡이 흘러나왔다. 다른 테이블에 있던 사람들도.. 박수를 쳐주며 축하해주었다.

축하곡이 끝나자마자.. 지성이가 폭죽을 터트리는 바람에 깜짝 놀랬다.

" 촛불 꺼야지~ 하은아!"

후우~ 하고 불자.. 촛불이 다 꺼졌다. 이모한테 접시 하나를 달라해서 케익을 몇조각 잘라.. 드렸다.

그리곤.. 포크랑 개인접시를 몇개 받아와서는.. 그렇게 케익을 잘라 먹으며.. 우린 이야기를 나눴다.

" 너네.. 요즘 싸워서 연락 잘 안한다며..?"

하며..불쑥 지성이가 말을 꺼냈다. 머야..말한거야..? 내가 흘끔.. 현욱이를 쳐다보자...

" 다들 싸우면서 지내지뭐.. 나도 선미랑 이틀이 멀다하고 싸우는데.. 얘가 얼마나 고집이 센데.."

하면서.. 선미눈치를 보는 지성이다.

나도 그렇게 언성 높이고.. 눈물 질질 흘리면서 싸워보고 싶다! 근데.. 내 성격이 못된건지..날 이렇게

낳아준 엄마가 태교를 잘못했던건지.. 도저히.. 맘 속에 있는 말 다 하면서.. 살 수가 없다.

내가 한번 참아버리지뭐.. 그래.. 두번도 참지뭐.. 이러다.. 쌓이고 쌓여서.. 폭발지경에 이르면.. 아무도

손을 쓸 수 없는 수준이 되버리니.. 내 친구 선주는.. 맘 속에 쌓아두면 병이 된다고 즉시즉시..

서운한거, 화난 거.. 하고 싶은 말은 다 해야 한단다! 안그럼 자기 화에 못이겨 아파버린다나..?

그래도..가끔은..  하지 말아야 할 말까지 해버려.. 나중에 후회하는 선주 모습을 보면서.. 가끔은..

아주 가끔은.. 내가 잘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렇게 위안을 삼았었다.  

내 생일을 축하해줄 겸.. 나랑 현욱이 사이 풀어줄려고 그렇게 온 것 같았다. 그래.. 늬들 우정.....

정~말 대단하다! 눈물겨워...

 

커피숍을 나와.. 지성이, 선미 커플이랑 헤어지고..DVD를 보러 가기로 했다.

" 뭐 볼래.. 현욱아...?"

" 그냥..니가 골라.. 난 아무거나 봐도 되.."

" 나 영화 마니 안봐서.. 너 봤던 거 고를지도 몰라.. 니가 골라봐..."

그렇게 현욱이가 외국 영화 한편을 골랐다. 아직.. 어색하고.. 뻘쭘해서인지.. 서로 말을 붙이지 않는다.

그렇게.. 영화에 집중을 하고 있는 우리 둘이다. 사실.. 이런 분위기 속에 나란히 앉아서 영화감상을

한다는게 얼마나 고역인지 모를 것이다. 영화도 디게 재미없는걸로 골랐네.. 돈 아깝게...

내가 입을 쩍~ 벌리고 하품을 하자.. 흘끗 쳐다본다. 아휴..민망해라.. -_ -;;;

" 하은아..."

" 어...?"

" 인제 말해봐.. 뭣 때문에 화 났었는지..."

"......"

" 니가 뭣 때문에 화가 났는지 말하면.. 내가 사과하고.. 그렇게 화해하고.. 예전처럼 지낼 수 있지..

이렇게 계속 지내면.. 니 맘은 편해..?"

" 그게... 저..."

" 그래.. 말해봐..."

" 현욱이..너는.. 친구들이 그렇게 좋아..?"

그런 질문은 유치하다고.. 그렇게 속에 꾹꾹 담아놨건만.. 현욱이 앞에서 맥없이.. 무너지는 나다.

" 뭐..?"

" 그러니까.. 왜 우리 만날때마다.. 니 친구들이랑 같이 만나고.. 니 친구들이랑 그렇게 오랜 시간을

같이 보내는건데..."

그러자.. 피식 웃는다. 이게~ 난 진지하게 말하는건데..웃어..?

" 아..미안미안.. 그것때문에.. 우리 하은이..그렇게 삐쳐있었어...?"

그러면서..살짝 볼을 꼬집는다.  내가 고개를 끄덕끄덕거리자...

" 하은아... 내가 너한테 말해줄게 있어..."

" 뭔데..?"

" 나.. 사실, 우리 아빠.. 친아빠 아니다..?"

뭐..? 친아빠가 아니라니...??

" 나 중학교 1학년때.. 엄마..재혼했어.. 친아빠랑 이혼하고!    지금 아빠도, 전 부인이랑 이혼하고 

재혼한거구..."

" 그럼.. 누나들은....친..누나.. 아니야..?"

" 아니..둘다 친누나야! 새 아빠도 원래 자식들이 있는데.. 전 부인이 키우나봐...."

"......."

" 그런데.. 그렇게 두 분이서 재혼하시고.. 얼마 안있어서.. 새 아빠가 자식들이 많이 그리웠는지..

집을 나가버렸어.. 그때, 우리 엄마는.. 집안일만 하셨던 분이라.. 돈을 벌어오는 사람이 없었지...."

"... 그래....."

" 누나들도 다 학생이구.. 그래서.. 엄마.. 그리고.. 두 누나들, 내가 책임져야겠다고.. 그 어린 나이에

결심을 했었어.. 학교를 그만두고라도..일을 해서 세 여자를 먹여 살려야겠다구..."

하며.. 쓴 웃음을 짓는 현욱이다. 난 갑작스런 현욱이의 말에 너무 혼란 스러웠다.

" 그때 참 방황을 많이 했었어.. 담배도 그때쯤.. 피웠던 것 같아! 그 때 .. 힘이 되 주었던 애들이..

걔네들이야.. 민성이.. 성완이..지성이... 담배는.. 민성이랑 같이 어울리면서 배웠어..

몸에 나쁘단걸 알면서도.. 학생이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지금와서 담배 배운거.. 많이 후회해.. 그치만.. 걔네들.. 내 친구들 만난 건.. 절대 후회하지 않아.. "

" 그럼.. 아빠는......"

" 6개월도 안되서 다시 돌아오드라.. 어쩔 수 없이.. 돌아올 곳은.. 여기밖에 없었나보지..."

"........"

 

어쩐지.. 처음 만났을 때.. 현욱이가 왠지.. 쓸쓸해 보였던 이유가 이 때문이었을까..? 그러고보니..

지난 추석에도 친척집에 가지 않고 집에서만 있었다는 현욱이였다.  항상 친구들을 챙겼던

현욱이지만.. 그때마다.. 날 챙기는것도 빼 먹지 않았던 현욱이다.     어쩜.. 현욱이 친구들 입장에서

보면.. 나에게 현욱이를 빼앗긴 셈일지도 모른다.  현욱이는 어쨌든.. 사랑.. 우정. 모두를..

지키려고 했던 것이었다. 난 그것도 모르고...

 

" 아..맞다! "

하며.. 분위기를 돌리는 현욱이다.

" 응..?"

한참.. 영화보는것도 멈추고.. 그렇게 멍~하니.. 현욱이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있었던 나다..

" 자.. 선물..생일선물..."

하며.. 작은 종이가방을 내민다..

" 풀어봐..."

내가 종이가방에서 상자를 꺼내 열자.. 헛..... 속옷 한 셋트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 맞을려나 모르겠다.. 그냥.. 좀 통통하고.. 니 몸무게 말했더니.. 이 사이즈로 주던데...

근데 여자 속옷 왜 이렇게 비싸냐.. 손바닥에 쥐어질만큼 쪼그매가지곤.."

사이즈를 보자.... 흠.. 역시나 잘 못 사왔다. 브레지어는 너무 큰걸 사오고.. 팬티는 한 치수 작은걸

사온것이다. 이런이런.. 여자친구 사이즈도 모르구 말이야..

" 뭐야~ 내가 이렇게 글래먼줄 아냐..? 글구.. 이 팬티! 엉덩이 한쪽밖에 안들어가겠다..."

그러자 깜짝 놀래는 현욱이다.

" 그럼.. 어떡해?"

" 교환해야지~ 이걸 어떻게 입냐..? "

" 알았어..그럼 내가 교환해올께.."

" 뭐..? 현욱이 너가..?"

하긴.. 이 속옷도 사온 앤데.. 교환인들 못하리오..

 

우린 그렇게.. DVD를 보러 갔다가.. 서로의 속깊은 얘기를 함으로써.. 오해를 풀게 되었다. 역시..

속에 있는 말을 하고 나니.. 후련하기는 하다! 그런데.. 왠지.. 현욱이가 했던 말에.. 오히려 내 맘이

쓸쓸해지는건 무슨 이유일까..

집에 돌아와선 현욱이한테 문자를 보냈다.

[현욱아..생일축하해줘서 고마워.. 그리고.. 선물도! 속옷 잘 입을께.. ]

띵동.. 답장이 왔다.

[아니야~ 고맙긴! 나중에 입고나와.. 검사한다~ 누구(?)처럼..]

뭐야~ 이게! 예전에.. 내가 속옷 야광인지 확인해볼려고 했던걸 고대로 따라하는 귀여운 현욱이다..

현욱아.. 오늘 나한테.. 그런 얘기해줘서 고마워! 그건.. 날 믿기 때문에 말해줬던거지...?

사실.. 그 이야기는.. 민성이, 성완이, 지성이밖에 모르는 거라고 했다. 그만큼 날 믿어주는..

현욱인데.. 난 단둘이 있는 시간을 뺏긴다고 투정이나 부렸던 것이다.

현욱아.. 미안해.. 속 좁은 하은이.. 너그럽게 용서해줘...? 응?

뭐..? 벌써 용서했다구..?

당연히 그래야지..짜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