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녀는 내 반쪽 (14) 여기서 너 지킬거야.

애버애프터2005.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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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이는 오늘도 오지 않았다.  일주일째다. 한달 안보기로 했는데..그 애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고 말았다. 난 한껏 풀죽은 표정으로 자전거를 끌고나왔다.  세정이 내 팔을 붙잡는다. 세정이 '그 싸가지 정재건이가 우리한테 부탁하고 갔어." 나영은 자전거 옆에서 늘 그렇듯 예쁘게 웃고있다. 나영이 가면서 말한다 "하은이 녀석도 못견딜거다. 너 일이라면 그렇게 달라붙고 한번 더 볼려고 그 쪼잔한 도깨비한테 아부한거보면....내 알지..ㅡㅡ;;"

세정이 옆에서 거든다 "맞어..그리고보면 하은이는 진짜 착한거같애...바람둥이두 아니구 진짜 잘생긴것이..니 옆에 착 붙어서 떨어질 생각을 안하잖아. 나같이 이쁜 애한테도 안 떨어지는 복덩어리를 니가 갖고있으니까..친구로서 참 부럽다고나할까.." 꼭 저렇게까지 해서 자기가  이쁘다고 말해야 되나? 근데..세정이 말을 듣고보니 정말 그렇다. 내 옆에 붙어서 나를 지켜주고 내 웃음을 지켜주면서도 자기 자신의 눈물은 하찮게 생각하는 아이.. 지금도 어디선가 나를 그리며 서 있을지도 모르겠다. 한번 가볼까? 내 표정을 눈치챈 나영이 한마디 한다

"벌써 보고싶은거야? 그 녀석 도깨비한테 약속했다며..우리 야자 빼는 대신 자기가 수학경시대회 나가겠다고..공부하느라 너한테 신경쓸  정신없을거야...좀 참아라..."

내가 미워진다. 내가 뭐라고 그 아이를 그렇게 힘들게 하는걸까? 내 자신이 너무 미워져서 이렇게 친구들앞에서 투정부려 본다.

"그래도 보구싶은걸  어떡하냐? 그 애..분명히 나때문에 고생하고 있어.. 근데 작은것도 챙겨주지 못하구..난 그냥 바라봐야 돼.. 정말 하나도 해준게 없잖아."

난 힘이 정말 빠져버렸다.  아무리 신경쓸 여유가 없다그래도 그렇지. 일주일씩이나 감감 무소식이냐? 야속하기까지 하다.

집으로 가는 길에 그 아이와 갔던 놀이터가 보였다...그곳으로 가는데 그런데 앞에 누가 있다. 가로등 불빛 아래 놀이터 밴치에 앉아 나를 보고 있는 그 아인....하은이다. 난 내 눈울 믿을수가 없다.

"그냥 여기서 앉아있으면 그러면 니가 오는게 보이니까.. 여기서 니가 자전거 타고 오는거 살짝 살짝만 보고갔었어.. 일주일동안 그렇게 견뎠어.." 그 아이가 앉은 벤치앞에서 멍하니 서있는 날 보고 그 아이가 말한다.

난 울컥했다. 이 애...사람 미치게 하는데 정말 뭐 있다.ㅡㅡ;; 신은 도대체 어쩌자고 나한테 이렇게 착한 아이를 보내신걸까?

눈물을 참은채 아무말도 못하고 있는 나를 가만히 보다가 이내 일어서서 밝게 웃으며 내볼을 양손으로 잡고는 내 이마에 키스를 하고 어느새 저만치 뛰어가며 그 아이가 소리친다.

"다음부턴 오지마...그냥 보고 갈거야..남은 3주동안 너 봐도 못본척 할게..앞으로 내가 미치지 않는 이상 다른곳아니구 여기서 너 지킬거야..."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저녀석은 자기 상처하나 돌보지 못하면서 내가 다칠까봐 그게 걱정인가봐. 그 아이의 가는 뒷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을 소리없이 삼켰다.

 

다음날 난 초인적인 힘으로 새벽 5시에 일어났다. 냉장고를 뒤져서 반찬거리를 한창 지지고 볶아서 반찬을 만들어 밥과 함께 예쁜모양으로 도시락에 담았다.평소에 우리 엄마가요리하는걸 옆에서 본 나는 요리가 쉬웠고 재밌다. 뭔가 만들어서 남들에게 먹이는데 뿌듯함을 느낀다. 오늘은 그 대상이 내남자친구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오늘 초인적인 기상을 놀라지 않는다.  도시락을 갖고 점심시간이 오길 기다리다가 어제의 그 놀이터 이야기를 교실 한 구석에서 나영과 세정에게 하고 있는 나.. 얘기를 하기만 해도 내 눈엔 눈물이 잔뜩 고여버리는데 이 두 변녀들은 웃고 있다. 눈빛 거의 환상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눈빛이 있다면 오늘의 이 아이들 눈빛일 것이다.

"정재건한테 부탁해봐" 이내 탄성의 시간이가고 내 표정을 살피던 세정이가 말한다.

옆에서 나영이가 재건이란 이름에 놀라 말이 빨라진다."그래그래 재건이라면 니가 도시락 갖다주면서 그애 전해달라그럼 ...갈때 같이가자." 으이그...이 미소년 밝힘증..하튼 이건 친구는 은근히 두번째예요.ㅡㅡ;;

나영이 손에 이끌려 남학교에 간 나... 가자마자 남자애들이 나를 보고 기겁한다. 대놓고 심한말 하는 애들도 있다."야 몸이냐. 바퀴냐.아예 굴러라 굴러." 어떤 애는 나에게 다가와서는 말한다 "여긴 왜왔냐? 여기 남자친구라도 있냐?아님 이 오빠가 놀아줄까? 돼지야~~" 치근덕대는 놈들도 있다.

그래 있다..그것도 여기서 최고의 킹카다. 그런데 그때 남자애들의 목소리를 다 죽이는 큰 소리가 들린다.  "야 이현...'

재건이다. 무서운속도로 나한테 다가와서 손목을 잡더니 갑자기 아이들에게 소리지른다 "죽기싫음 개소리 지껄이지마라. 쥐새끼 소리라도 내면 나한테 죽어."

그러더니 복도에서 그대로 나를 끌고 중앙현관으로 와서 뒤뜰로 나가버린다. 나영이 눈에 불을 켜고 쫓아온다.

"왠일이냐?" 

반갑지도, 그렇다고 불청객을 대하는 태도도 아닌 최소한의 예의를 갖춘 말투로 재건이가 묻는다.

"이거 하은이 전해줘."

재건은 도시락을 받으면서 말한다.

"그 자식 개되는거 보기싫음 얌전히 있어라. 개 되면 진짜 무서워..성하은..전에 내 얼굴 봤지? 그거 애들 장난이니까...아까 그정도 놈들은 이 녀석 하나에 그야말로 먼지가 될수 있어. 하은이가 걱정되서 그러는게 아니다. 그 자식들이 걱정되서 그러는거야. 너한테 한 소리 한글자라도 들렸음 그자식 그자리에서 바로 개 되는거다......이건 내가 전해줄게."

 

먼지? 애들장난? 하은이가 자기 자신을 지킬줄 아는 아이라는 걸 내가 모른척한걸까? 알지만..하지만 내가 그 아이의 작은 부분이나마 지켜줄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끼고 싶어서. 그래서 이미 알고있었던 사실에 대해 인정할 수 없었던 걸까? 그런데 저쪽에서 재건이의 말을 무색케하며 나를 향해 밝게 웃으며 걸어오는건 ....

성하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