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은 유가장에서 지내면서 말이 잘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말 선생인 월아와 거처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월아에게 말을 배우면서 밖에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청력조절을 통한 외부상황을 살피는 일로 달래곤 했다. 이것도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 때문에 흥미를 잃어갈 즈음 숨소리와 심장이 뛰는 소리로도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기의 세기와 종류를 분류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숙달되지 못한 관계로 가까운 사람은 금방 알아 낼 수 있었으나 조금만 떨어져도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 거리를 넓히는 일에 매달리는 것으로 새로운 소일거리로 삼았다. 덕분에 지금은 적어도 300m 이내의 모든 사람의 기를 구분할 수 있었고, 무공의 수련정도나 내공의 수준과 종류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이렇게 되는 데는 ‘천부무관입경’이란 책의 도움이 컸다. 기본 입문서이면서도 각양각색의 무공에 대한 개념적설명과 함께 장, 단점을 알기 쉽게 풀어 놓았고,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더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응용 방법을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완전히 중원 무공의 백과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용한 책이었다. 처음 오일 동안 쉬지 않고 독파를 하면서 무공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기초를 확실하게 정립을 했고, 그 뒤로는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하면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대놓고 하는 수련이 아니라 오랫동안 해왔던 방법인 의식에서만 하는 수련이었다.
물론 가끔 실제로 대련을 하기도 했는데, 그대상은 방중선과 호위무사들이었다. 정민의 무공수준이 궁금하거나, 호승심에 불타는 호위무사들이 도전을 해왔던 것이다. 비록 실전은 아니었으나 의식에서만 수련한 무공을 가지고 실제로 할 때는 어딘가 어색하기 마련이지만, 단 한 번도 무공을 시전하면서 실수가 없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직접 몸으로 익힌 것처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다. 한번은 호위무사 20십여 명을 한꺼번에 단 한 번의 출수로 삼일 동안 누워있게 만드는 일도 있어는 데, 그 뒤로는 겁이 났는지 방중선을 빼놓고는 대련을 청하는 자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의식 속에서의 무공과 무예의 수련이 유일한 소일거리였던 것이다.
정민은 유벽과 화령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기에 그냥 객방에 있는 인물들의 기를 살피며 야기가 끝나길 기다렸던 것인데, 객방에 인물들 중에 언젠가 한번 겪어본 기억이 있는 기가 느껴졌다. 생각을 더듬어보니 배에서 시비가 일어났을 때 몰래 화령의 선실에 접근했다가 정민의 살기에 겁을 먹고 도망친 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 요놈 봐라! 넌 이제 죽었다. 참, 나도 꽤나 과격해졌군. 죽이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말하다니. 앞으로 조심해야지, 이러다 진짜로 사람 죽이겠다.’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던 유벽과 화령 사이에 결론이 난 듯싶었다. 방을 나선 세 사람은 객방을 향해 걸어갔다. 객방이 가까워지자 화령은 교응방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지 않고 약간 떨어진 다른 객방으로 향했다.
“공자님, 조심하세요!”
“하하, 물론 조심하세요!”
“크크!”
정민의 말실수에 화령은 웃음을 참으려 손을 입을 가렸다.
‘윽, 또 실수했군! 하지만 저 모습은 언제 봐도 귀엽단 말이야. 저 모습 때문에 습관성 실수 밝힘 증이 되면….’
“어서 가세나.”
“네에!”
정민의 머릿속에는 교응방에서 온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객방이 다가옴에 따라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손에 잡힐 듯 떠올랐다, 그것도 눈으로 보듯 자세한 모습이. 이런 정도로 청력만으로 어떤 물체의 생김새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에 터득한 기술이었다. 비록 대충 윤곽만 파악 하는 거리에 비해 그 거리는 15m 정도로 매우 짧았지만 벽과 같은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 뒤에 있는 물체의 생김새를 눈으로 보듯 알아낼 수 있다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었다. 가진 내력을 최대한 이용한다면 그 거리는 90m 까지 확대 될 수 있지만 효과에 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쓰면 손해라는 생각이 될 정도로 공력의 소모가 너무 컸다.
‘오호, 바로 저놈! 인상도 더럽군. 아예 난 악당이요 하고 얼굴에 쓰고 다니지. 왜 악당의 인상은 꼭 저렇게 더럽게 생겨야 되지? 그냥 샌님 같은 놈이 악당이면 소름은 끼치겠지만 그래도 일단 보기에 좋잖아.’
귀면 악진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좌불안석이었다. 무언가가 자신을 꼼짝 못하게 옭아매고 있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럴만한 물건도 사람도 없었다. 이 자리에는 교응방에서 같이 온 사람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더욱 불안했다.
‘이거, 어째 똥 밟은 기분이 들지!’
정민은 한 마디로 재수 없게 생긴 놈에게 살기를 팍팍 뿌렸다. 얼굴에 땀을 흘리며 쩔쩔매는 모습을 즐기다 객방 문 앞에 서자 일단 살기를 거두어 들였다.
“장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악진휘는 자신을 꼼짝 못하게 했던 기운이 사라지자 겨우 한숨을 돌리고 방안으로 들어서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폈다. 장주 유벽, 문 앞에서 이미 일면식이 있는 제이 집사 장하걸, 호위무사 사범 방중선, 그리고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되는 호위무사 세 명, 이렇게 여섯이 들어왔다.
호위무사들을 제외한 세 사람은 총관 왕방을 통해 이미 인물 파기를 보며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알아 볼 수 있었다. 특히 방중선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유가장 제일의 고수로 비록 호위무사의 사범으로 유가장에 머물고 있지만 숨겨진 실력이 교응방 유연 방주를 뛰어 넘을 것이니 만에 하나 시비가 붙게 되면 둘 이상이 협력하여 상대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예상대로 방중선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호위무사 셋은 신경 쓸 가치도 없는 것이 아니라 신경이 쓰였다.
‘제기랄, 저 기생오라비 같은 놈은 또 뭐야?’
호위무사라 보기에는 심하게 튀는 옷을 입은 화동 - 소위 꽃미남 - 같은 어린 녀석이었는데 무기도 없이 맨손이었고, 책상머리에 앉아 책이나 들고 있으면 좋은 그림이 될 그런 서생으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위진호 일행의 예상을 깨고 그는 가주 유벽의 옆자리에 당당하게 앉았고, 방중선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주 유벽을 대하는 것보다 더 공손하게 그를 모시는 듯 보였다. 게다가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유벽역시 그런 방중선의 태도를 기분 나빠 하기는커녕 자신이 더 나서서 챙기는 것이었다. 일반 호위무사라 보기에 복장이 다른 둘에 비해서 조금이 아니라 많이 튀긴 했지만 저 정도로 높은 지위를 가진 자일 줄은 몰랐다.
‘어, 저자는 누구지? 으흠, 아무래도 저자 때문에 이곳분위기가 달라진 건가?’
교응방 총관 왕방은 유벽의 옆에 앉아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자신들을 흩어보는 인물에게 눈을 떼지 않고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나약한 문생 같아 보였지만 입가에 걸린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맘에 걸렸다. 특히 소방주 위진호와 귀면 악진휘를 볼 때의 눈초리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앞에 두고 가슴 설레는 아이의 그것과 같아 보였다.
“하하하,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게 됐소이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 했는데 이거 너무 하십니다, 장인어른!”
‘어이구, 이 철딱서니야! 분위기 파악이 그렇게 안 되냐? 여기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하하, 유 장주님 무슨 말씀을…. 이렇게 저희를 환대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교응방 총관 왕방 이라 합니다.”
위진호의 말에 유벽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며 굳은 얼굴로 낯빛이 변하자 왕방은 벼랑 끝에 내몰린 것처럼 아찔했다. 이런 자리에서 유벽정도의 관록 있는 사람이라면 웬만해선 얼굴색을 변화 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아주 강한 자신감과 강한 적개심이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대놓고 낯빛을 바꾼다는 것은 애초부터 자신들을 맞아들일 손님으로 여기지 않는 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일단 말을 돌려 수습해 보려했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듯 했다.
“흥, 자네가 언제 내 딸과 혼인을 했는가? 난 아직 딸들을 출가 시킨 일이 없다네.”
“네엣…?”
‘이 늙은이가 감히 날…! 죽인다.’
위진호의 손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에 갔다. 하지만 검을 빼지 못하고 위벽만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방중선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무형의 기가 위진호의 다음 동작을 망설이게 했던 것이다. 유벽은 이런 위진호의 행동을 본체만체하고 왕방을 쳐다보았다. 왕방은 유벽의 눈총을 보며 벼랑 끝에선 기분이 들었다.
“소방주가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왕 총관?”
“그, 그게…!”
“이, 이…!”
- 소방주님! 조, 조금만 참으십시오, 제발!
유벽에게 완전히 무시당한 위진호는 얼굴이 벌게졌다. 잠시 방중선의 기세에 눌려 멈칫했었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난 위진호가 당장이라도 칼부림을 할 듯 나서자 왕방이 전음을 날려 진정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하하하, 어찌 그런 섭섭한 말씀을! 어차피 이분은 유장주님의 사위가 되실 우리교응방의 소방주이십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
“흥, 언제 내가 자네 소방주와 내 딸이 혼인하라고 허락했는가! 내 기억엔 그런 적이 없는데, 장 집사, 혹시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말을 맺기도 전에 유벽의 입에서 나온 말은 왕방을 완전히 혼란 속으로 몰아 놓았다.
“아닙니다, 장주님!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데 이들이 자꾸 장인이니, 결혼이니 하는 빈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네는 아는가, 장 집사?”
기분 나쁘다는 듯 유벽이 장하걸을 계속 질책하자, 장하걸 나서 유벽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용서를 빌며 입을 열었다.
“아, 그건 일전에 장주님께서 큰 아가씨의 결혼상대를 공개적으로 구하신 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아랫것들이 소문을 낸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제도 미친 비렁뱅이가 황공하게도 사위를 자처하며 소란을 부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랫것들의 입단속을 시키겠습니다.”
한님(桓雄)의 구슬 - 28
한님(桓雄)의 구슬 - 28 - 내글[影舞]
정민은 유가장에서 지내면서 말이 잘 통하지 않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말 선생인 월아와 거처를 떠나지 않고 있었다. 그래서 월아에게 말을 배우면서 밖에 나가지 못하는 답답함을 청력조절을 통한 외부상황을 살피는 일로 달래곤 했다. 이것도 매일 똑같은 일상의 반복 때문에 흥미를 잃어갈 즈음 숨소리와 심장이 뛰는 소리로도 사람마다 지니고 있는 기의 세기와 종류를 분류하는 일도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숙달되지 못한 관계로 가까운 사람은 금방 알아 낼 수 있었으나 조금만 떨어져도 분간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그 거리를 넓히는 일에 매달리는 것으로 새로운 소일거리로 삼았다. 덕분에 지금은 적어도 300m 이내의 모든 사람의 기를 구분할 수 있었고, 무공의 수련정도나 내공의 수준과 종류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물론 이렇게 되는 데는 ‘천부무관입경’이란 책의 도움이 컸다. 기본 입문서이면서도 각양각색의 무공에 대한 개념적설명과 함께 장, 단점을 알기 쉽게 풀어 놓았고, 단점을 개선하고 장점을 더 살릴 수 있는 구체적인 응용 방법을 설명해 놓았기 때문에 완전히 중원 무공의 백과사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유용한 책이었다. 처음 오일 동안 쉬지 않고 독파를 하면서 무공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기초를 확실하게 정립을 했고, 그 뒤로는 책의 내용을 하나하나 분석하면 익혀 자기 것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대놓고 하는 수련이 아니라 오랫동안 해왔던 방법인 의식에서만 하는 수련이었다.
물론 가끔 실제로 대련을 하기도 했는데, 그대상은 방중선과 호위무사들이었다. 정민의 무공수준이 궁금하거나, 호승심에 불타는 호위무사들이 도전을 해왔던 것이다. 비록 실전은 아니었으나 의식에서만 수련한 무공을 가지고 실제로 할 때는 어딘가 어색하기 마련이지만, 단 한 번도 무공을 시전하면서 실수가 없었다. 마치 오래전부터 직접 몸으로 익힌 것처럼 자연스럽게 쓸 수 있었다. 한번은 호위무사 20십여 명을 한꺼번에 단 한 번의 출수로 삼일 동안 누워있게 만드는 일도 있어는 데, 그 뒤로는 겁이 났는지 방중선을 빼놓고는 대련을 청하는 자도 없었다. 그래서 이런 의식 속에서의 무공과 무예의 수련이 유일한 소일거리였던 것이다.
정민은 유벽과 화령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없기에 그냥 객방에 있는 인물들의 기를 살피며 야기가 끝나길 기다렸던 것인데, 객방에 인물들 중에 언젠가 한번 겪어본 기억이 있는 기가 느껴졌다. 생각을 더듬어보니 배에서 시비가 일어났을 때 몰래 화령의 선실에 접근했다가 정민의 살기에 겁을 먹고 도망친 자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 요놈 봐라! 넌 이제 죽었다. 참, 나도 꽤나 과격해졌군. 죽이겠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쉽게 말하다니. 앞으로 조심해야지, 이러다 진짜로 사람 죽이겠다.’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던 유벽과 화령 사이에 결론이 난 듯싶었다. 방을 나선 세 사람은 객방을 향해 걸어갔다. 객방이 가까워지자 화령은 교응방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들어가지 않고 약간 떨어진 다른 객방으로 향했다.
“공자님, 조심하세요!”
“하하, 물론 조심하세요!”
“크크!”
정민의 말실수에 화령은 웃음을 참으려 손을 입을 가렸다.
‘윽, 또 실수했군! 하지만 저 모습은 언제 봐도 귀엽단 말이야. 저 모습 때문에 습관성 실수 밝힘 증이 되면….’
“어서 가세나.”
“네에!”
정민의 머릿속에는 교응방에서 온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객방이 다가옴에 따라 안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들이 손에 잡힐 듯 떠올랐다, 그것도 눈으로 보듯 자세한 모습이. 이런 정도로 청력만으로 어떤 물체의 생김새를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은 최근에 터득한 기술이었다. 비록 대충 윤곽만 파악 하는 거리에 비해 그 거리는 15m 정도로 매우 짧았지만 벽과 같은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 뒤에 있는 물체의 생김새를 눈으로 보듯 알아낼 수 있다는 아주 유용한 수단이었다. 가진 내력을 최대한 이용한다면 그 거리는 90m 까지 확대 될 수 있지만 효과에 비해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쓰면 손해라는 생각이 될 정도로 공력의 소모가 너무 컸다.
‘오호, 바로 저놈! 인상도 더럽군. 아예 난 악당이요 하고 얼굴에 쓰고 다니지. 왜 악당의 인상은 꼭 저렇게 더럽게 생겨야 되지? 그냥 샌님 같은 놈이 악당이면 소름은 끼치겠지만 그래도 일단 보기에 좋잖아.’
귀면 악진휘는 알 수 없는 불안감에 좌불안석이었다. 무언가가 자신을 꼼짝 못하게 옭아매고 있는데 아무리 둘러보아도 그럴만한 물건도 사람도 없었다. 이 자리에는 교응방에서 같이 온 사람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더욱 불안했다.
‘이거, 어째 똥 밟은 기분이 들지!’
정민은 한 마디로 재수 없게 생긴 놈에게 살기를 팍팍 뿌렸다. 얼굴에 땀을 흘리며 쩔쩔매는 모습을 즐기다 객방 문 앞에 서자 일단 살기를 거두어 들였다.
“장주님께서 도착하셨습니다.”
악진휘는 자신을 꼼짝 못하게 했던 기운이 사라지자 겨우 한숨을 돌리고 방안으로 들어서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폈다. 장주 유벽, 문 앞에서 이미 일면식이 있는 제이 집사 장하걸, 호위무사 사범 방중선, 그리고 이름을 알 필요도 없다고 생각되는 호위무사 세 명, 이렇게 여섯이 들어왔다.
호위무사들을 제외한 세 사람은 총관 왕방을 통해 이미 인물 파기를 보며 설명을 들었기 때문에 방안에 들어서자마자 알아 볼 수 있었다. 특히 방중선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유가장 제일의 고수로 비록 호위무사의 사범으로 유가장에 머물고 있지만 숨겨진 실력이 교응방 유연 방주를 뛰어 넘을 것이니 만에 하나 시비가 붙게 되면 둘 이상이 협력하여 상대하라는 말을 들었는데 예상대로 방중선의 몸에서 풍기는 기운은 예사롭지 않았다. 그리고 나머지 호위무사 셋은 신경 쓸 가치도 없는 것이 아니라 신경이 쓰였다.
‘제기랄, 저 기생오라비 같은 놈은 또 뭐야?’
호위무사라 보기에는 심하게 튀는 옷을 입은 화동 - 소위 꽃미남 - 같은 어린 녀석이었는데 무기도 없이 맨손이었고, 책상머리에 앉아 책이나 들고 있으면 좋은 그림이 될 그런 서생으로 밖에 보이질 않았다. 그러나 위진호 일행의 예상을 깨고 그는 가주 유벽의 옆자리에 당당하게 앉았고, 방중선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가주 유벽을 대하는 것보다 더 공손하게 그를 모시는 듯 보였다. 게다가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유벽역시 그런 방중선의 태도를 기분 나빠 하기는커녕 자신이 더 나서서 챙기는 것이었다. 일반 호위무사라 보기에 복장이 다른 둘에 비해서 조금이 아니라 많이 튀긴 했지만 저 정도로 높은 지위를 가진 자일 줄은 몰랐다.
‘어, 저자는 누구지? 으흠, 아무래도 저자 때문에 이곳분위기가 달라진 건가?’
교응방 총관 왕방은 유벽의 옆에 앉아 장난기 가득한 웃음으로 자신들을 흩어보는 인물에게 눈을 떼지 않고 자세히 살피기 시작했다. 어찌 보면 나약한 문생 같아 보였지만 입가에 걸린 장난기 가득한 미소가 맘에 걸렸다. 특히 소방주 위진호와 귀면 악진휘를 볼 때의 눈초리는 재미있는 장난감을 앞에 두고 가슴 설레는 아이의 그것과 같아 보였다.
“하하하, 오랫동안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게 됐소이다.”
“사위는 백년손님이라 했는데 이거 너무 하십니다, 장인어른!”
‘어이구, 이 철딱서니야! 분위기 파악이 그렇게 안 되냐? 여기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떻게 하냐고….’
“하하하, 유 장주님 무슨 말씀을…. 이렇게 저희를 환대 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저는 교응방 총관 왕방 이라 합니다.”
위진호의 말에 유벽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며 굳은 얼굴로 낯빛이 변하자 왕방은 벼랑 끝에 내몰린 것처럼 아찔했다. 이런 자리에서 유벽정도의 관록 있는 사람이라면 웬만해선 얼굴색을 변화 시키지 않는다. 하지만 예외가 있다. 아주 강한 자신감과 강한 적개심이 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지는 것이다. 대놓고 낯빛을 바꾼다는 것은 애초부터 자신들을 맞아들일 손님으로 여기지 않는 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일단 말을 돌려 수습해 보려했지만 이미 걷잡을 수 없는 듯 했다.
“흥, 자네가 언제 내 딸과 혼인을 했는가? 난 아직 딸들을 출가 시킨 일이 없다네.”
“네엣…?”
‘이 늙은이가 감히 날…! 죽인다.’
위진호의 손이 허리춤에 차고 있던 검에 갔다. 하지만 검을 빼지 못하고 위벽만을 노려볼 수밖에 없었다. 방중선의 몸에서 퍼져 나오는 무형의 기가 위진호의 다음 동작을 망설이게 했던 것이다. 유벽은 이런 위진호의 행동을 본체만체하고 왕방을 쳐다보았다. 왕방은 유벽의 눈총을 보며 벼랑 끝에선 기분이 들었다.
“소방주가 너무 건방지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왕 총관?”
“그, 그게…!”
“이, 이…!”
- 소방주님! 조, 조금만 참으십시오, 제발!
유벽에게 완전히 무시당한 위진호는 얼굴이 벌게졌다. 잠시 방중선의 기세에 눌려 멈칫했었지만 화가 머리끝까지 난 위진호가 당장이라도 칼부림을 할 듯 나서자 왕방이 전음을 날려 진정시키며 자리에서 일어나 한걸음 앞으로 나섰다.
“하하하, 어찌 그런 섭섭한 말씀을! 어차피 이분은 유장주님의 사위가 되실 우리교응방의 소방주이십니다. 그래서 그렇게 말….”
“흥, 언제 내가 자네 소방주와 내 딸이 혼인하라고 허락했는가! 내 기억엔 그런 적이 없는데, 장 집사, 혹시 내가 그런 말을 했던가?”
말을 맺기도 전에 유벽의 입에서 나온 말은 왕방을 완전히 혼란 속으로 몰아 놓았다.
“아닙니다, 장주님! 그런 말씀을 하신 적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런데 이들이 자꾸 장인이니, 결혼이니 하는 빈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네는 아는가, 장 집사?”
기분 나쁘다는 듯 유벽이 장하걸을 계속 질책하자, 장하걸 나서 유벽에게 허리를 깊이 숙여 용서를 빌며 입을 열었다.
“아, 그건 일전에 장주님께서 큰 아가씨의 결혼상대를 공개적으로 구하신 다는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아랫것들이 소문을 낸 모양입니다. 그래서 어제도 미친 비렁뱅이가 황공하게도 사위를 자처하며 소란을 부린 적이 있습니다. 제가 아랫것들의 입단속을 시키겠습니다.”
“네에! 고, 공개적으로 구하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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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