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더위라는 걸 타본 적 없는 저지만... (대신 겨울에는 이불 밖으로도 못 나감) 요즘 같은 날씨는 정말 견디기 힘들군요. 봄에 선물 받아서 먹었던 홍삼이니 영지니 하는 한약제가 지금 독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대략 땀 때문에 하루에 두 번씩 샤워를 해야 한다는..... ========================= 기상청 두고보자 ========================== 선희 - 지난 번 그 노래 말이에요. 앞부분을 이렇게 바꿔보는 게 어때요? 따라단, 딴, 따라단다단~. 철수 - 이...이렇게요? 선희 - 음~ 맞아요! 선희가 가수 일을 맡은 이후 그녀와 철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동료라는 점과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한 부분을 가졌다는 그들만의 공통점으로 인해... 김양 - 선희씨, 늦었는데 이만 돌아가야죠. 선희 - 아, 예. 금방 갈 거예요. 김양 - ... 철수씨도 피곤할 텐데 그만 쉬어요. 철수 - 아, 전 괜찮아요. 그런 둘을 바라보는 김양의 얼굴에 쓸쓸한 웃음이 스쳤다. 예상은 했었지만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또한 이제 막을 수 없게 된 어떤 사실에 대한 자조. 김양 - 먼저 들어갈게요. 내일 봐요. 김양이 무대에서 내려가고 조명이 하나씩 줄어들어 무대가 어두워져가는 중에도 둘의 즐거운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 가게 오픈 준비 중. 선희 - 죄송해요, 좀 늦었죠? 열심히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나타난 선희의 얼굴에 큼지막한 반창고 하나가 붙어있었다. 김양 - 어머나, 선희씨. 얼굴에 그게 뭐예요? 선희 - 아... 저 어제 집에 가다가 언덕길에서 힘이 좀 빠지는 바람에... 괜찮아요. 화장하면 별로 티 안 날 거예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철수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찾으며 소리쳤다. 철수 - 서.... 선희씨, 다쳤어요? 많이 다쳤어요? 괜찮아요? 선희는 서툴게 의자를 헤집으며 넘어질 듯 달려오는 철수를 말렸다. 선희 - 저 괜찮아요. 앉아 계세요. 철수 - 저...정말 괜찮아요? 그래요? 선희 - 예.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철수는 조금 풀이 죽은 듯 고개를 끄덕 해 보이고는 다시 피아노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로선 더 이상 확인할 방도가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해도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까. 그날 밤. 일이 모두 끝나고 선희와 김양이 집으로 돌아갈 때 철수가 선희에게 다가갔다. 철수 - 저...저....저.... 선희씨. 선희 - 네, 무슨 일이세요? 철수 -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그에게 그 말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는지 선희는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무언가 가슴에 찡하게 와 닿은 듯 선희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철수는 서둘러 뒷말을 이어갔다. 철수 - 저....비록.... 아무것도 보진 못하지만..... 휠체어는 밀어드릴 수 있어요. 어, 언덕길도 잘 올라가요. 그러니까..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선희 - .....그래주시겠어요? 잔잔한 호수 같은 무언가가 둘을 함께 보듬었다. 그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연민. 그리고...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용기. 오직 그 품에 들지 못한 김양만이 마무리 정돈을 계속해갔다. 연출 - 고고고, 작업 맨 투입. 잠시 후 무대에 조명이 꺼진 틈을 타 나를 비롯한 노가다들이 뛰어들어 무대 장치를 바꾸어 놓았다. 새로운 배경은 선희의 집. 한쪽엔 피아노가 자리를 잡고 있고 아담한 카펫이 깔린 바닥 위에 작은 테이블이 놓여있다. 철수 - 헤엑....헤엑... 다 왔어요? 선희 - ...네. 철수 - 언덕이... 생각보다... 되게 높네요. 선희 - 힘들죠? 철수 - 아, 아녜요~. 헤엑..... 선희 - 앉아서 쉬세요. 선희는 그의 손을 잡아 피아노 의자가 있는 쪽으로 이끌었다. 손을 더듬어 의자의 위치를 확인한 철수는 조금 어정쩡한 자세로 자리에 앉는데 성공했다. 철수 - 그 길을 매일 혼자 올라온 거예요? 선희 - 예. 아마 팔씨름하면 철수씨보다 셀 걸요? 철수 - 에이... 설마요. 선희 - 한 번 만져 봐요. 얼마나 단단한데요. 선희의 말에 철수는 그녀를 향해 슬쩍 손을 뻗었다. 하지만 조준이 미묘하게 빗나간 그의 손은 그녀의 가슴께에 닿고 말았다. 이런 ##^^@$^@$~!!!! 대본엔 저런 거 없었잖아~!!! 선희 - 꺄앗?! 거기가 아니예요! 철수 - 에엑? 아, 죄송합니다!! 서둘러 물러선 철수의 팔꿈치에 피아노가 부딪히면서 ‘징~’ 하는 울림소리를 냈다. 철수 - 아욱! 어...라? 이거.. 피아노예요? 철수는 얼굴을 찌푸린 채 팔꿈치를 문지르면서 피아노의 모양을 가늠했다. 선희 - 예. 좀 낡긴 했지만... 철수 - 어디..... 피아노 덮개를 연 그는 손목을 몇 번 흔들어 손가락을 풀고는 건반 위에 손을 얹었다. 따듯하고 밝은 느낌의 피아노 소나타. 철수가 짧은 연주를 마치자 선희는 손뼉을 치며 그를 칭찬했다. 선희 - 정말 멋진 곡이네요. 저.... 괜찮으시면, 이 곡 한 번 쳐주실래요? 얼마 전에 제가 써본 건데....... 철수 - 아...저..... 철수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전 악보를 볼 수 없잖아요.’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그의 표정엔 작은 원망이 담겨있었다. 선희 - 아... 제가 먼저 쳐 볼게요. 들어보시고... 귀에 익거든 그 때 쳐주세요. 선희의 연주는 과연 좀 부실했다. 하지만 철수에게 그 연주는 어느 연주보다 아름답게 들렸을 것이다. 잠시 후. 선희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자신이 돌아갈 때가 됐음을 암시하는 그녀의 말에 철수는 몹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겐 다시 술집으로 돌아갈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선희 - 응? 왜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고 그러세요? 철수 - 아...저..... 그러니까...... 철수의 표정은 몹시도 착잡했다. 그녀를 바래다주겠다고 했던 그의 말이 얼마나 분수에 넘치는 것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는 수치심에설까. 철수 - 저.... 어떻게 돌아가죠? 선희 - 예? 아...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선희가 이내 그의 말을 이해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선희 - 주무시고 내일 같이 가죠. 철수 - 아,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선희 - 언덕길은 올라가기보다 내려가기가 더 힘든걸요. 그날 이후 두 사람의 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선희 - 벌써 가을이 오네요. 나무에 단풍도 들고.... 하늘도 파랗고. 철수 - 단풍이라..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요. 선희 - 곧 있으면 온 세상이 다 빨갛게 익을 것 같아요. 바람이 불면 불꽃처럼 솨아~ 하고 춤을 추면서 낙엽이 흩날리겠죠. 철수 - ....... 멋지겠네요. 선희 - 그렇죠? 정말 멋있을 거예요. 철수는 느린 걸음으로 휠체어를 밀며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어느 샌가 잊어가고 있던 예전의 풍경들을 추억하며 그는 선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선희 - 강가엔 갈대가 파도쳐요. 아주 고운 말 갈퀴처럼.... 손으로 쓸어보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철수 - .....아닐 텐데요. 선희 - 말이 그렇다는 거죠. 쿡쿡.... 그리고 어느새 겨울이 왔다. 가운데 난로가 놓인 술집 풍경. 김양 - 선희씨는 오늘도 안 와? 철수 - 감기가 생각보다 독한가 봐요. 어제도 기침을 심하게 했어요. 김양 - 큰일이네. 빨리 나아야 할 텐데. 철수씨 혼자 오기 힘들지 않아? 철수 - 아니에요, 이젠 눈감고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걸요. 김양 - 풋..... 지금 농담한 거야? 철수 - 그렇게 되나요? 핫핫.... 김양 - 많이.... 밝아졌네. 김양의 쓸쓸한 웃음을 뒤로한 채 철수는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정신을 집중하듯 심호흡을 하던 그는 이내 익숙한 손놀림으로 건반 위를 누볐다. ----------------- 내게 빛이 되어 준 사람이 있어요. 너무나도 사랑스런- 내게 세상이 되고 내게 소망이 되는 사람. 멀리서 그 사람 목소리 들려올 때면 두근대는 심장 소리- 귓가에 울려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누구와 함께 있어도 그 목소리만은 절대 놓치지 않아. 그대 눈동자는 까맣다고 말했었죠. 너무나 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대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할까 두려워-나라리라-. ------------------ 세레나데. 사랑을 속삭이는 노래. 김양 - .......좋은 노래네. 선희씨한테도 불러줬어? 철수 - 아, 아뇨.... 김양 - 그럼 내가 처음 들은 거야? 철수 - 예. 김양 - 아쉽지만... 그걸로 만족해야하나? 철수가 다음 대답을 하기도 전에 김양은 휑하니 뒤로 돌아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한 손은 아픈 가슴을 부여잡은 채. 다른 한 손은 혹시라도 그에게 들릴지 모를 울음소리를 막으며. 그렇게 2막은 내렸다.
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10화> 채워주는 사랑 2막
어려서부터 더위라는 걸 타본 적 없는 저지만...
(대신 겨울에는 이불 밖으로도 못 나감)
요즘 같은 날씨는 정말 견디기 힘들군요.
봄에 선물 받아서 먹었던
홍삼이니 영지니 하는 한약제가
지금 독으로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대략 땀 때문에 하루에 두 번씩 샤워를 해야 한다는.....
========================= 기상청 두고보자 ==========================
선희
- 지난 번 그 노래 말이에요.
앞부분을 이렇게 바꿔보는 게 어때요?
따라단, 딴, 따라단다단~.
철수 - 이...이렇게요?
선희 - 음~ 맞아요!
선희가 가수 일을 맡은 이후
그녀와 철수 사이는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서로 호흡을 맞춰야 하는 동료라는 점과
다른 사람에 비해 부족한 부분을 가졌다는
그들만의 공통점으로 인해...
김양 - 선희씨, 늦었는데 이만 돌아가야죠.
선희 - 아, 예. 금방 갈 거예요.
김양 - ... 철수씨도 피곤할 텐데 그만 쉬어요.
철수 - 아, 전 괜찮아요.
그런 둘을 바라보는 김양의 얼굴에 쓸쓸한 웃음이 스쳤다.
예상은 했었지만 별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또한 이제 막을 수 없게 된
어떤 사실에 대한 자조.
김양 - 먼저 들어갈게요. 내일 봐요.
김양이 무대에서 내려가고
조명이 하나씩 줄어들어
무대가 어두워져가는 중에도
둘의 즐거운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다음날. 가게 오픈 준비 중.
선희 - 죄송해요, 좀 늦었죠?
열심히 휠체어 바퀴를 굴리며 나타난
선희의 얼굴에 큼지막한 반창고 하나가 붙어있었다.
김양 - 어머나, 선희씨. 얼굴에 그게 뭐예요?
선희
- 아... 저 어제 집에 가다가
언덕길에서 힘이 좀 빠지는 바람에...
괜찮아요. 화장하면 별로 티 안 날 거예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철수가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찾으며 소리쳤다.
철수
- 서.... 선희씨, 다쳤어요?
많이 다쳤어요? 괜찮아요?
선희는 서툴게 의자를 헤집으며
넘어질 듯 달려오는 철수를 말렸다.
선희 - 저 괜찮아요. 앉아 계세요.
철수 - 저...정말 괜찮아요? 그래요?
선희 - 예. 걱정 안 하셔도 되요.
철수는 조금 풀이 죽은 듯
고개를 끄덕 해 보이고는
다시 피아노가 있는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그로선 더 이상 확인할 방도가 없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 해도
그는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까.
그날 밤.
일이 모두 끝나고
선희와 김양이 집으로 돌아갈 때
철수가 선희에게 다가갔다.
철수 - 저...저....저.... 선희씨.
선희 - 네, 무슨 일이세요?
철수 - 제가.... 집까지.... 모셔다 드릴게요.
그에게 그 말이 얼마나 큰 용기를 필요로 했는지
선희는 누구보다 잘 알았을 것이다.
무언가 가슴에 찡하게 와 닿은 듯
선희가 아무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을 때
철수는 서둘러 뒷말을 이어갔다.
철수
- 저....비록.... 아무것도 보진 못하지만.....
휠체어는 밀어드릴 수 있어요.
어, 언덕길도 잘 올라가요.
그러니까.. 제가 모셔다 드릴게요.
선희 - .....그래주시겠어요?
잔잔한 호수 같은 무언가가
둘을 함께 보듬었다.
그건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연민.
그리고...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용기.
오직 그 품에 들지 못한 김양만이
마무리 정돈을 계속해갔다.
연출 - 고고고, 작업 맨 투입.
잠시 후 무대에 조명이 꺼진 틈을 타
나를 비롯한 노가다들이 뛰어들어
무대 장치를 바꾸어 놓았다.
새로운 배경은 선희의 집.
한쪽엔 피아노가 자리를 잡고 있고
아담한 카펫이 깔린 바닥 위에
작은 테이블이 놓여있다.
철수 - 헤엑....헤엑... 다 왔어요?
선희 - ...네.
철수 - 언덕이... 생각보다... 되게 높네요.
선희 - 힘들죠?
철수 - 아, 아녜요~. 헤엑.....
선희 - 앉아서 쉬세요.
선희는 그의 손을 잡아
피아노 의자가 있는 쪽으로 이끌었다.
손을 더듬어 의자의 위치를 확인한 철수는
조금 어정쩡한 자세로 자리에 앉는데 성공했다.
철수 - 그 길을 매일 혼자 올라온 거예요?
선희 - 예. 아마 팔씨름하면 철수씨보다 셀 걸요?
철수 - 에이... 설마요.
선희 - 한 번 만져 봐요. 얼마나 단단한데요.
선희의 말에 철수는 그녀를 향해 슬쩍 손을 뻗었다.
하지만 조준이 미묘하게 빗나간 그의 손은
그녀의 가슴께에 닿고 말았다.
이런 ##^^@$^@$~!!!!
대본엔 저런 거 없었잖아~!!!
선희 - 꺄앗?! 거기가 아니예요!
철수 - 에엑? 아, 죄송합니다!!
서둘러 물러선 철수의 팔꿈치에
피아노가 부딪히면서
‘징~’ 하는 울림소리를 냈다.
철수 - 아욱! 어...라? 이거.. 피아노예요?
철수는 얼굴을 찌푸린 채 팔꿈치를 문지르면서
피아노의 모양을 가늠했다.
선희 - 예. 좀 낡긴 했지만...
철수 - 어디.....
피아노 덮개를 연 그는
손목을 몇 번 흔들어 손가락을 풀고는
건반 위에 손을 얹었다.
따듯하고 밝은 느낌의 피아노 소나타.
철수가 짧은 연주를 마치자
선희는 손뼉을 치며 그를 칭찬했다.
선희
- 정말 멋진 곡이네요.
저.... 괜찮으시면, 이 곡 한 번 쳐주실래요?
얼마 전에 제가 써본 건데.......
철수 - 아...저.....
철수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전 악보를 볼 수 없잖아요.’
예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기에
그의 표정엔 작은 원망이 담겨있었다.
선희
- 아... 제가 먼저 쳐 볼게요.
들어보시고... 귀에 익거든 그 때 쳐주세요.
선희의 연주는 과연 좀 부실했다.
하지만 철수에게
그 연주는 어느 연주보다 아름답게 들렸을 것이다.
잠시 후.
선희 -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자신이 돌아갈 때가 됐음을 암시하는 그녀의 말에
철수는 몹시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에겐 다시 술집으로 돌아갈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선희 - 응? 왜 갑자기 안절부절 못하고 그러세요?
철수 - 아...저..... 그러니까......
철수의 표정은 몹시도 착잡했다.
그녀를 바래다주겠다고 했던 그의 말이
얼마나 분수에 넘치는 것이었는지
이제야 깨달았다는 수치심에설까.
철수 - 저.... 어떻게 돌아가죠?
선희 - 예? 아...
잠시 고개를 갸웃하던 선희가
이내 그의 말을 이해한 듯
머리를 긁적이며 생각에 잠겼다.
선희 - 주무시고 내일 같이 가죠.
철수 - 아, 아닙니다. 어떻게 그런.....
선희 - 언덕길은 올라가기보다 내려가기가 더 힘든걸요.
그날 이후
두 사람의 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선희
- 벌써 가을이 오네요.
나무에 단풍도 들고.... 하늘도 파랗고.
철수 - 단풍이라.. 생각도 못하고 있었네요.
선희
- 곧 있으면 온 세상이 다 빨갛게 익을 것 같아요.
바람이 불면 불꽃처럼 솨아~ 하고 춤을 추면서
낙엽이 흩날리겠죠.
철수 - ....... 멋지겠네요.
선희 - 그렇죠? 정말 멋있을 거예요.
철수는 느린 걸음으로 휠체어를 밀며
지그시 미소를 지었다.
어느 샌가 잊어가고 있던 예전의 풍경들을 추억하며
그는 선희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선희
- 강가엔 갈대가 파도쳐요.
아주 고운 말 갈퀴처럼....
손으로 쓸어보면 정말 기분 좋을 것 같아요.
철수 - .....아닐 텐데요.
선희 - 말이 그렇다는 거죠. 쿡쿡....
그리고 어느새 겨울이 왔다.
가운데 난로가 놓인 술집 풍경.
김양 - 선희씨는 오늘도 안 와?
철수
- 감기가 생각보다 독한가 봐요.
어제도 기침을 심하게 했어요.
김양
- 큰일이네. 빨리 나아야 할 텐데.
철수씨 혼자 오기 힘들지 않아?
철수
- 아니에요, 이젠 눈감고도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걸요.
김양 - 풋..... 지금 농담한 거야?
철수 - 그렇게 되나요? 핫핫....
김양 - 많이.... 밝아졌네.
김양의 쓸쓸한 웃음을 뒤로한 채
철수는 피아노 앞에 자리를 잡았다.
잠시 정신을 집중하듯 심호흡을 하던 그는
이내 익숙한 손놀림으로 건반 위를 누볐다.
-----------------
내게 빛이 되어 준 사람이 있어요.
너무나도 사랑스런-
내게 세상이 되고
내게 소망이 되는 사람.
멀리서 그 사람 목소리 들려올 때면
두근대는 심장 소리- 귓가에 울려요.
아무리 멀리 있어도 누구와 함께 있어도
그 목소리만은 절대 놓치지 않아.
그대 눈동자는 까맣다고 말했었죠.
너무나 보고 싶어요.
하지만 그대 눈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 초라할까 두려워-나라리라-.
------------------
세레나데.
사랑을 속삭이는 노래.
김양 - .......좋은 노래네. 선희씨한테도 불러줬어?
철수 - 아, 아뇨....
김양 - 그럼 내가 처음 들은 거야?
철수 - 예.
김양 - 아쉽지만... 그걸로 만족해야하나?
철수가 다음 대답을 하기도 전에
김양은 휑하니 뒤로 돌아 그에게서 멀어져갔다.
한 손은 아픈 가슴을 부여잡은 채.
다른 한 손은
혹시라도 그에게 들릴지 모를
울음소리를 막으며.
그렇게 2막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