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투덜이의 그리스 헤매기 - 로도스 III, 오휘데이라 ???

투덜이2005.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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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에선 끈질기게 따라붙는 삐끼들에, 외국여자한테 우찌 말 한번 시켜보까 하고 뭐 도와줄 거

없느냐고 수시로 접근하는 사람들 때문에 심히 괴로웠는데, 여기 그리스는 가끔 물건 사라고 하는

상인들 외엔 아~무도 나한테 관심이 없다.   첨엔 이 무관심에 날라갈 듯 즐거웠는데, 한참을 헤매고

나니 변변히 물어볼 사람, 도와주려는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에 쬐끔씩 서운해 지기 시작한다….

 

도착한 다음날, 박물관을 가려고 길을 나섰는데 어라, 길이 사람들로 막혀 있다.  얼굴을 보면 회사

유니폼 아닐까 싶은데 아무리 봐도 교복스런 패션의 젊은 애들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여기 저기

그리스 국기가 펄럭인다.   오늘 뭔 날인가 ??? 

 

유럽 애들이라 그런지...  그리스 조각상 만큼은 아니지만 넘 이쁘고 잘생긴 아이들이 꽤 많다.  근데,

대체 얘들은 머 하러 아침부터 우르르 길에 쏟아져 나와있나 박물관 직원한테 물어 봤더니 그날이

오휘(=No) day란다.

 

무솔리니인가 히틀러인가, 2차 대전 때 그리스에게 자기네 편으로 참전 하라고 압력을 넣었는데

그리스는 당당하게 거절을 했단다.  그리고 나서 뭔 보복을 당했는진 알 수 없지만 암튼 그 역사적인

거절을 기념하는 날이라 초등학교부터 고등학생들까지 모두 퍼레이드에 참여하려고 교복을 입고

거리로 나온 거란다.   아니 그럼, 아까 20대 중반으로 보이던 처녀 총각들이 고등학생 ???  이런…

그 중에 어려 보이는 애가 하나라도 있었음 내가 살짝 의심이라고 했을 거 아니냐고요…  이러니

20살도 안된 넘이 날 따라오지…

 

암튼, 그리스에선 국경일엔 대부분의 박물관이 꽁짜지만 대신 문을 일찍 닫는다.  원참, 이런 얘기

좀 해 주면 어디 덧나냐고요… 알았음 아침 일찌감치 서둘렀을 텐데…  그날 느즈막히 밖으로 나온

나는 문 닫을 시간 가까워 온다는 말에, 게다가 오늘은 꽁짜란 말에 후다닥 뛰어 다니며 유서 깊은

로도스 고고학 박물관을 구경했다.

 

52. 투덜이의 그리스 헤매기 - 로도스 III, 오휘데이라 ???

 

 

이 로도스 고고학 박물관은 전시물 보다 이 건물 자체가 유물이 아닌가 싶었다.  사실, 그리스엔

변변한 유물이 남아 있는 것이 거의 없으니 그리스 유물을 보려면 루브르나 대영 박물관을 가란

말이 있을 정도로 그리스는 수백 년간 주변 국가들의 식민지배를 받으며 정말 많은 유물들이 국외로

유출됐다.  그 탓일까 ?  그리스에 남아있는 유물이라곤 떠 메가지 못하는 건축물들 빼고는 제 모양을

갖춘 것이 그다지 많지 않다.  대신 작은 파편 하나라도 발견되면 그리스 인들은 그 유물을 어찌나

정성스럽게 복원을 해 놓았는지… 이 눈물겹게 복원해 놓은 유물들을 보니 그러면 안 되지만 훌륭한

유물들이 아무렇게나 방치 되 있는 이집트나 터키가 정말 얄미웠다.....

 

로도스 구 시가지는 중세에서 시간이 딱 멈춘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성 바깥쪽 신 시가지를 빼고는

구 시가지 길은 모두 옛 방식 그대로 팔 긴 사람은 양 팔 벌리면 좌우 벽에 손이 닿을 정도로 좁은

정겨운 골목길에, 흰색, 검은색의 납작한 자갈을 색깔 별로 촘촘히 옆으로 세워 박아 모자이크 무늬를

넣은 너무 예쁜 자갈길이 깔려 있다.  이 예쁜 모자이크 자갈길을 따라 골목으로 들어가면 너무나

예쁜 가게와 음식점들이 꼭꼭 숨어 있다.   건물도 모두 신축이 아니고 옛날에 돌로 지은 건물 외관은

손대지 않고 인테리어만 바꾸는 거 같다.   로도스의 명물 십자군 기사단의 궁전에 가는 길은 마치

내가 영화 속에 들어와 있는 거 아닌가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중세 도시의 모습이 잘 보존 되 있다.

 

52. 투덜이의 그리스 헤매기 - 로도스 III, 오휘데이라 ???

(여긴 로도스에선 무지 넓은 대로에 속함.  바닥이 콘크리트가 아니고 자갈을 견고하게 박아 다진 자갈포장 길이다.

 

내가 터키에서 이슬람 사원의 화려한 타일 지붕에 홀딱 반했다면, 십자군 기사단의 궁전에선 화려한

마루의 모자이크에 홀딱 반했다 !  이건 진짜 예술이다…  그렇게 화려하고 정교하고 아름다운

모자이크가 있다니… 마치 화려한 터키 카펫을 깔아 놓은 듯, 이건 모자이크가 아니고 대리석 바닥에

수를 놓은 거 같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지만…  터키 카펫의 화려한 무늬가 아마도 그리스의 floor mosaic 에서

온 게 아닌가 싶다…   안탈랴에 있는 아나톨리아 박물관에는 그리스 유물인 아름다운 floor mosaic 가

몇 개 잇다.  거기가 고대 그리스 땅 이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아마도 터키는 추운 지방이 꽤 많으니

그리스 영향을 받긴 했지만 마루에 모자이크를 하는 대신 카펫을 짜서 깔았던 게 아닌가 싶다…

 

참..  그리스어로 Yes는 “네”(Ne)라고 한다.  흠… 그리스 말 중에 쉬운 게 하나 있긴 해서 다행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