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경공을 익히는 걸 포기하고 이 방법을 연구했다. 경공법은 짧은 거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데는 좋지만 먼 거리를 장시간 이동하는 데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장거리 이동시에는 말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정민의 몸이 익히고 있는 이 방법은 밤새도록 유가장을 헤매고 다녀도, 내공의 소모가 아주 미미했다. 게다가 보폭도 30m는 쉽게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설화에 나오는 신선들이나 도승들이 섰다는 축지법이란 것과 유사한 것이 많아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붙였던 것이다.
‘역시, 주인 닮아서 건물도 경박스럽고 잘난 척하는 것 같구나!’
교응방에 지어진 건물들은 최근에 지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라 유가장과는 달리 화려한 장식이 많았다. 어딘가 모르게 가벼워 보이는 전각들을 쳐다보던 정민은 눈을 감고 청력을 이용한 탐색에 들어갔다.
‘으흠! 담 쪽에 개가 두 놈, 처마 밑에 원숭이 한 놈, 어라 땅 속에 두더지 두 마리까지 덤으로 있네. 하하, 지붕위에 까마귀도 있어야 되는데 보이질 않네, …가 아니라! 햐, 기가 막히게 숨었군. 나도 언제 한번 시도 해봐야겠는 걸. 저렇게 용마루 끝에 숨을 죽이고 숨어있게 되면 찾기 쉽지 않겠어. 까마귀도 두 마리, 그리고 저건 박쥐인가, 저렇게 거꾸로 매달려 있음 꽤나 괴로울 텐데…. 응, 저놈은 몰래 선실로 들어오다 혼이나 도망친 놈이네! 흐흐, 넌 이따가 한 대 더 맞아야한다, 조금만 기다려라!’
정민은 외각 담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을 우선 살폈고, 호위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정민이 특히 예민해진 감각이 청력과 촉각이었다. 청력은 고성능 음파탐지기라해도 손색이 없어 박쥐의 능력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는데 다른 것이 있다면 스스로 소리를 내서 반사되는 것으로 물체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물체가 스스로 내는 소리를 듣고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소리를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운기로 기파를 발생시켜 소리 파장의 감쇄와 증폭을 통해 가려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방중선에게 매복하고 있는 위치를 손짓으로 알려주고 교응방의 방주가 있을 만한 건물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가 곧 멈추었다.
‘이왕 실전연습을 하려고 왔는데 이럴 필요가 없잖아. 어차하면 토끼면 되니까 그냥 한번 부딪혀 보자.’
정민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온몸의 감각과 신경을 긴장시켰다. 대련을 할 때 모든 감각이 중요하지만 특히 온몸으로 느끼는 감각인 촉각이 중요하다. 촉각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다. 차고, 따뜻하고, 거칠고, 부드럽고 하는 만져지거나 닿는 모든 사물의 기본 성질을 알 수 있게 해주며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게 촉각인 것이다. 곤충 중에는 몸에 난 털이 유일한 감각기관인 종들이 많다.
“방 사범,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리시오!”
“네, 네엣? 무슨 소리십니까?”
“내가 먼저 들어가 살피고 오겠소. 내가 신호 하면 뒤를 따라 오시오.”
“아, 알겠습니다. 공자님!”
정민의 능력이 자신의 몇 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방중선은 고개를 끄떡였다. 정민은 방중선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준비해온 검은 구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펄럭거리는 옷깃도 정리해서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었다.
‘간다!’
- 휘익, 퍽!
“어! 저런….”
방중선의 생각과는 달리 정민은 조용히 들어간 게 아니라 대놓고 내가 들어간다는 씩으로 날아들어 제일먼저 담 밑에 숨어서 경계를 하던 자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어, 너무 셌나! 한방에 기절하네.’
- 삐익!
정민의 행동은 다분히 의도적인 거라 금방 다른 매복들에게도 전해졌다. 요란한 호각 소리와 함께 건물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며 하나, 둘 불이 켜졌다.
‘저, 저…! 어떻게 한다.’
방중선이 잠시 주저하는사이 정민은 본격적인 실전 대련을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정민을 향해 살기들이 쏟아졌고, 정민을 발견한 자들이 각종 병장기를 들고 몸을 숨긴 채 조용히 압박해왔다.
- 휘익, 팍!
‘총알보다는 느리군!’
정민의 관자놀이를 스치며 수리검 하나가 정민이 서있는 담 뒤에 박혔다. 어둠속에서 정민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온 것인데 고개를 약간 돌리는 것으로 피했다. 이걸 신호로 어둠속 여기저기서 암기들이 날아들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도 있었고, 소리 없이 다가오는 것도 있었다.
‘히야, 이거 실감나는 구나!’
정민은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무수한 암기와 수리검, 그리고 화살까지 별로 큰 움직임 없이 교묘하게 피해냈다. 모든 물체가 움직이면 공기의 흐름이 바뀌게 마련인데, 이런 공기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촉각이다. 촉각은 닿는 물체를 느끼는 거지만 온몸에 나있는 솜털을 통해서 느끼는 감각을 무시할 수 없다. 바람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솜털의 움직임을 촉각이 감지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공격은 쉽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에는 시각이란 전혀 쓸모가 없다. 오히려 신경만 분산되어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방해가 되기 때문에 아예 눈을 감고 대처하는 것이 더 났다. 때에 따라서는 청각으로 암기 같은 것들이 날아올 때 나는 파공성을 듣고 행동할 수 있지만 소리보다 빨리 움직이는 물체에는 소용이 없다. 소리의 전달 속도보다 빨리 전달되는 것이 공기의 입자들이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파동이다. 파동은 때에 따라서는 빛의 속도에 버금가는 속도로 전파된다. 이것을 느낄 수 있는 촉각을 가진다면 그 어떤 암기나 비밀스런 수법도 몸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느끼고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민은 두 번에 걸친 환골탈태에 의해서 촉각이 보통사람에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예민해진 몸을 가진 것이다. 몸에 난 솜털 하나하나가 감지기 역할을 하는 몸을 가진 정민에게 암기로 공격을 가해 상처를 입히거나, 숨어서 몰래 기습을 한다는 건 불가능 하단 말이 된다.
한동안 쏟아지던 암기들이 갑자기 멈추었다. 암기로 제압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는지 어둠속에서 몸을 숨긴 채 정민을 포위하고 있던 자들이 하나 둘 몸을 드러내더니 손에 든 병기로 정민의 요혈을 노리며 일제히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 중에도 요란한 소리나 고함을 지르는 자들은 없었다. 그저 목표물을 죽이기 위한 움직임만 있었다.
‘이놈들은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것 같군!’
첫 번째 검이 목을 노리고 다가왔고, 두 번째 검은 정수리, 세 번째 검은 허리를, 네 번째 검은 발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완벽한 합격이었다. 네 개의 검이 목표를 가르고 찔렀지만 헛바람소리만 들렸다. 분명 목표물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검들도 분명 목표물이 있는 곳을 정확히 가르고 찔렀다.
“…!”
‘너무 느리다. 아니 내가 너무 빠른 건가!’
이번이 두 번째로 보는 현상이었지만, 첫 번째처럼 상대를 사정없이 도륙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동작을 끝까지 관찰하면서 움직였다. 고속으로 촬영한우 다시 느린 화면으로 보듯이 상대의 움직임이 근육 하나하나까지 너무나 자세하게 보였다. 때문에 피하는 것은 물론 마음만 먹으면 상대가 검을 한번 휘두르는 짧은 순간에 열 번 이상 손을 써서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실재로 상대의 치명적인 급소를 열군데 이상을 집어냈다. 물론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상대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었고 단지 섬뜩한 느낌만을 주었다.
‘헉, 저럴 수가!’
방중선은 정민이 갑자기 담을 넘어 ‘나 여기 있소!’하는 식으로 뛰어들자 다급한 마음에 뒤를 쫓으려고 담 근처에 있는 나무위로 뛰어 올랐다. 검을 빼어들고 뛰어 들려고 하는 순간 담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넋을 잃었다. 정민의 움직임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고수들의 움직임과는 구분되어 확연히 달랐다. 있었던 곳과 있는 곳의 이동 모습이 생략되어 점점이 나타나는 모습으로 보였다. 공격을 하는 자들이 그를 발견하고 칼을 휘둘렀을 때는 이미 그는 잔영만 남기고 다른 곳에 서있었다. 반각 정도 시간이 흐르자, 소리 없이 정민을 공격하던 교응방의 무사들에게서 동요하는 빛이 돌기 시작했다.
- 삐이익!
다시 길게 호각소리가 울리고, 소리 없이 정민을 공격하던 자들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일정한 대형을 이루면서 5장정도 물러나자 철커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철구가 달린 쇠줄을 들고 있는 자들이 수십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교응방 방주 위연이 자랑하는 철환대였다. 모두 육십사 명으로 구성되어 여덟 명이 여덟 개조를 이루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연환공격을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들을 앞장세웠을 때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철구달린 쇠줄을 돌리다가 내 던지는 기술이 전부였지만, 여러 조로 나뉘어 쉴 새 없이 공격하는 방법은 방어하거나 되받아 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다수를 상대할 때는 물론 고수 일인을 상대할 때도 큰 효과를 보았던 무패를 자랑하는 교응방의 최고 무력이었다.
위연은 무림인들이 존중하는 일대일의 대결을 전혀 쓸모없는 걸로 치부했다. 싸워 이기는데 멋을 따지는 것은 전혀 쓸 때 없는 것이라 여기며 주로 조직화된 무력으로 상대를 초토화 시키는 방법을 주로 써왔다. 그렇기 때문에 교응방에게 당한 곳은 회생불능의 상태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선봉에는 늘 이 철환대가 있었다.
‘오호라, 이젠 단체공격이군! 기대가 되는 데.’
정민이 교응방의 담을 넘자마자 이렇게 조직적인 대응이 가능했던 이유는 낮에 당한 일에 대한 복수를 위해 비상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연은 정민에게 위진호 일행이 농락당하고 있을 때 유가장으로부터 온 서찰을 읽고 있었다. 내용대로라면 위진호가 신랑 후보로 나설 인물 중에서 가장 유리해 보였다. 무림맹주의 입김만 제때 동원 된다면 유가장을 자신의 발밑에 두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단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것이 맘에 안 들었지만 급한 밥에 체하는 것이 세상이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감수하면 될 일이었다.
한님(桓雄)의 구슬 - 31
한님(桓雄)의 구슬 - 31 - 내글[影舞]
그날 밤 경공을 익히는 걸 포기하고 이 방법을 연구했다. 경공법은 짧은 거리를 빠르게 움직이는 데는 좋지만 먼 거리를 장시간 이동하는 데는 효율성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었다. 그래서 장거리 이동시에는 말을 이용하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정민의 몸이 익히고 있는 이 방법은 밤새도록 유가장을 헤매고 다녀도, 내공의 소모가 아주 미미했다. 게다가 보폭도 30m는 쉽게 넘길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의 설화에 나오는 신선들이나 도승들이 섰다는 축지법이란 것과 유사한 것이 많아 그 이름을 그대로 가져다 붙였던 것이다.
‘역시, 주인 닮아서 건물도 경박스럽고 잘난 척하는 것 같구나!’
교응방에 지어진 건물들은 최근에 지어진 것들이 대부분이라 유가장과는 달리 화려한 장식이 많았다. 어딘가 모르게 가벼워 보이는 전각들을 쳐다보던 정민은 눈을 감고 청력을 이용한 탐색에 들어갔다.
‘으흠! 담 쪽에 개가 두 놈, 처마 밑에 원숭이 한 놈, 어라 땅 속에 두더지 두 마리까지 덤으로 있네. 하하, 지붕위에 까마귀도 있어야 되는데 보이질 않네, …가 아니라! 햐, 기가 막히게 숨었군. 나도 언제 한번 시도 해봐야겠는 걸. 저렇게 용마루 끝에 숨을 죽이고 숨어있게 되면 찾기 쉽지 않겠어. 까마귀도 두 마리, 그리고 저건 박쥐인가, 저렇게 거꾸로 매달려 있음 꽤나 괴로울 텐데…. 응, 저놈은 몰래 선실로 들어오다 혼이나 도망친 놈이네! 흐흐, 넌 이따가 한 대 더 맞아야한다, 조금만 기다려라!’
정민은 외각 담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을 우선 살폈고, 호위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정민이 특히 예민해진 감각이 청력과 촉각이었다. 청력은 고성능 음파탐지기라해도 손색이 없어 박쥐의 능력에 버금가는 수준이었는데 다른 것이 있다면 스스로 소리를 내서 반사되는 것으로 물체의 모습을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물체가 스스로 내는 소리를 듣고 파악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려면 소리를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운기로 기파를 발생시켜 소리 파장의 감쇄와 증폭을 통해 가려들을 수 있기 때문에 익숙해지면 문제 될 것이 없었다.
방중선에게 매복하고 있는 위치를 손짓으로 알려주고 교응방의 방주가 있을 만한 건물을 다시 살피기 시작했다가 곧 멈추었다.
‘이왕 실전연습을 하려고 왔는데 이럴 필요가 없잖아. 어차하면 토끼면 되니까 그냥 한번 부딪혀 보자.’
정민은 심호흡을 크게 하고는 온몸의 감각과 신경을 긴장시켰다. 대련을 할 때 모든 감각이 중요하지만 특히 온몸으로 느끼는 감각인 촉각이 중요하다. 촉각은 단순한 감각이 아니다. 차고, 따뜻하고, 거칠고, 부드럽고 하는 만져지거나 닿는 모든 사물의 기본 성질을 알 수 있게 해주며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게 촉각인 것이다. 곤충 중에는 몸에 난 털이 유일한 감각기관인 종들이 많다.
“방 사범, 이곳에서 잠시만 기다리시오!”
“네, 네엣? 무슨 소리십니까?”
“내가 먼저 들어가 살피고 오겠소. 내가 신호 하면 뒤를 따라 오시오.”
“아, 알겠습니다. 공자님!”
정민의 능력이 자신의 몇 배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방중선은 고개를 끄떡였다. 정민은 방중선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준비해온 검은 구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리고 펄럭거리는 옷깃도 정리해서 움직이기 편하게 만들었다.
‘간다!’
- 휘익, 퍽!
“어! 저런….”
방중선의 생각과는 달리 정민은 조용히 들어간 게 아니라 대놓고 내가 들어간다는 씩으로 날아들어 제일먼저 담 밑에 숨어서 경계를 하던 자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어, 너무 셌나! 한방에 기절하네.’
- 삐익!
정민의 행동은 다분히 의도적인 거라 금방 다른 매복들에게도 전해졌다. 요란한 호각 소리와 함께 건물들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나며 하나, 둘 불이 켜졌다.
‘저, 저…! 어떻게 한다.’
방중선이 잠시 주저하는사이 정민은 본격적인 실전 대련을 시작했다. 여기저기서 정민을 향해 살기들이 쏟아졌고, 정민을 발견한 자들이 각종 병장기를 들고 몸을 숨긴 채 조용히 압박해왔다.
- 휘익, 팍!
‘총알보다는 느리군!’
정민의 관자놀이를 스치며 수리검 하나가 정민이 서있는 담 뒤에 박혔다. 어둠속에서 정민의 머리를 노리고 날아온 것인데 고개를 약간 돌리는 것으로 피했다. 이걸 신호로 어둠속 여기저기서 암기들이 날아들었다. 요란한 소리를 내는 것도 있었고, 소리 없이 다가오는 것도 있었다.
‘히야, 이거 실감나는 구나!’
정민은 자신을 노리고 날아오는 무수한 암기와 수리검, 그리고 화살까지 별로 큰 움직임 없이 교묘하게 피해냈다. 모든 물체가 움직이면 공기의 흐름이 바뀌게 마련인데, 이런 공기의 미세한 움직임을 느낄 수 있는 감각이 촉각이다. 촉각은 닿는 물체를 느끼는 거지만 온몸에 나있는 솜털을 통해서 느끼는 감각을 무시할 수 없다. 바람의 움직임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 솜털의 움직임을 촉각이 감지하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공격은 쉽게 대처할 수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공격에는 시각이란 전혀 쓸모가 없다. 오히려 신경만 분산되어 눈을 뜨고 있는 것이 방해가 되기 때문에 아예 눈을 감고 대처하는 것이 더 났다. 때에 따라서는 청각으로 암기 같은 것들이 날아올 때 나는 파공성을 듣고 행동할 수 있지만 소리보다 빨리 움직이는 물체에는 소용이 없다. 소리의 전달 속도보다 빨리 전달되는 것이 공기의 입자들이 움직이면서 만들어내는 파동이다. 파동은 때에 따라서는 빛의 속도에 버금가는 속도로 전파된다. 이것을 느낄 수 있는 촉각을 가진다면 그 어떤 암기나 비밀스런 수법도 몸에 도달하기 전에 미리 느끼고 대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정민은 두 번에 걸친 환골탈태에 의해서 촉각이 보통사람에 비교할 수 없는 아주 예민해진 몸을 가진 것이다. 몸에 난 솜털 하나하나가 감지기 역할을 하는 몸을 가진 정민에게 암기로 공격을 가해 상처를 입히거나, 숨어서 몰래 기습을 한다는 건 불가능 하단 말이 된다.
한동안 쏟아지던 암기들이 갑자기 멈추었다. 암기로 제압하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는지 어둠속에서 몸을 숨긴 채 정민을 포위하고 있던 자들이 하나 둘 몸을 드러내더니 손에 든 병기로 정민의 요혈을 노리며 일제히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런 행동 중에도 요란한 소리나 고함을 지르는 자들은 없었다. 그저 목표물을 죽이기 위한 움직임만 있었다.
‘이놈들은 전문적으로 훈련을 받은 것 같군!’
첫 번째 검이 목을 노리고 다가왔고, 두 번째 검은 정수리, 세 번째 검은 허리를, 네 번째 검은 발목을 향해 휘둘러졌다. 완벽한 합격이었다. 네 개의 검이 목표를 가르고 찔렀지만 헛바람소리만 들렸다. 분명 목표물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검들도 분명 목표물이 있는 곳을 정확히 가르고 찔렀다.
“…!”
‘너무 느리다. 아니 내가 너무 빠른 건가!’
이번이 두 번째로 보는 현상이었지만, 첫 번째처럼 상대를 사정없이 도륙하는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상대방의 동작을 끝까지 관찰하면서 움직였다. 고속으로 촬영한우 다시 느린 화면으로 보듯이 상대의 움직임이 근육 하나하나까지 너무나 자세하게 보였다. 때문에 피하는 것은 물론 마음만 먹으면 상대가 검을 한번 휘두르는 짧은 순간에 열 번 이상 손을 써서 상대를 완벽하게 제압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 실재로 상대의 치명적인 급소를 열군데 이상을 집어냈다. 물론 힘이 들어가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상대에게는 전혀 피해가 없었고 단지 섬뜩한 느낌만을 주었다.
‘헉, 저럴 수가!’
방중선은 정민이 갑자기 담을 넘어 ‘나 여기 있소!’하는 식으로 뛰어들자 다급한 마음에 뒤를 쫓으려고 담 근처에 있는 나무위로 뛰어 올랐다. 검을 빼어들고 뛰어 들려고 하는 순간 담 안에서 벌어지는 광경에 넋을 잃었다. 정민의 움직임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고수들의 움직임과는 구분되어 확연히 달랐다. 있었던 곳과 있는 곳의 이동 모습이 생략되어 점점이 나타나는 모습으로 보였다. 공격을 하는 자들이 그를 발견하고 칼을 휘둘렀을 때는 이미 그는 잔영만 남기고 다른 곳에 서있었다. 반각 정도 시간이 흐르자, 소리 없이 정민을 공격하던 교응방의 무사들에게서 동요하는 빛이 돌기 시작했다.
- 삐이익!
다시 길게 호각소리가 울리고, 소리 없이 정민을 공격하던 자들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일정한 대형을 이루면서 5장정도 물러나자 철커덕 거리는 소리와 함께 철구가 달린 쇠줄을 들고 있는 자들이 수십 명이 나타났다.
그들은 교응방 방주 위연이 자랑하는 철환대였다. 모두 육십사 명으로 구성되어 여덟 명이 여덟 개조를 이루어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며 연환공격을 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이들을 앞장세웠을 때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철구달린 쇠줄을 돌리다가 내 던지는 기술이 전부였지만, 여러 조로 나뉘어 쉴 새 없이 공격하는 방법은 방어하거나 되받아 치기가 어려웠다. 때문에 다수를 상대할 때는 물론 고수 일인을 상대할 때도 큰 효과를 보았던 무패를 자랑하는 교응방의 최고 무력이었다.
위연은 무림인들이 존중하는 일대일의 대결을 전혀 쓸모없는 걸로 치부했다. 싸워 이기는데 멋을 따지는 것은 전혀 쓸 때 없는 것이라 여기며 주로 조직화된 무력으로 상대를 초토화 시키는 방법을 주로 써왔다. 그렇기 때문에 교응방에게 당한 곳은 회생불능의 상태로 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 선봉에는 늘 이 철환대가 있었다.
‘오호라, 이젠 단체공격이군! 기대가 되는 데.’
정민이 교응방의 담을 넘자마자 이렇게 조직적인 대응이 가능했던 이유는 낮에 당한 일에 대한 복수를 위해 비상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위연은 정민에게 위진호 일행이 농락당하고 있을 때 유가장으로부터 온 서찰을 읽고 있었다. 내용대로라면 위진호가 신랑 후보로 나설 인물 중에서 가장 유리해 보였다. 무림맹주의 입김만 제때 동원 된다면 유가장을 자신의 발밑에 두는 것은 손바닥 뒤집기보다 쉬운 일이었다. 단 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는 것이 맘에 안 들었지만 급한 밥에 체하는 것이 세상이치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감수하면 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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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