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면)프롤로그

핫세2005.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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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

 

"미안하구나.못난 어미를 만나 흑흑흑....."

 

"엄마 울지마요....나 잘 할수 있을꺼에요..나같은것 누가 거들떠 봐주지도 않는데,그런분께 감사해야지요."

 

"영주야!정말정말 미안하구나"

 

"걱정마요 엄마.저보다도 아버지땜에 엄마가 더 속상하실텐데...아버지 술 조금씩만 드시게 하세요.엄마말씀 들으실분도 아니지만..."

 

밥만 먹어도 살수 있었다는 그시대에 영주는 굳은 결심을 했다.자신이 두번째 부인으로 들어가지만,그당시에는 워낙 힘들게 살던 사람이 많아서 그집안 사정이 어찌 됐건간에 부잣집에 시집간건만으로도 영주 스스로가 만족해야만 했다.항상 알콜에 시달리는 아버지와 관절염에 허리통증까지 느끼시는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영주는 자신이 이런결심을 하지않으면 서로가 힘들거라느건 누구보다도 잘알고 있었다.

 

결혼식이 끝난후....

 

그집에는 어린여자아이와 남자아이가 있었고,시부모님이 건재하니 그집안을 지키고 계셨다.

 

"이리와 앉거라."

 

"녜,어머님"

 

"여긴 너가 살았던곳과는 많이 틀릴께야.얘들 애비되는 사람도 이미 사정을 들어서 뻔히 알테고.그러니 니만 잘 버텨 주면 괜찮을게야"

 

"......."

 

영주는 자신이 머물 2층방으로 올라 갔다.집은 대궐만 했지만 집안은 왠지모를 썰렁함이 가득했다.남편이란 사람은 결혼식때외에는 코베기도 비추지 않았다.관심도 없을 뿐더러 생각하고 싶지 않은 영주였다.가지고온 짐은 여행용가방 뿐이었다.혼수 살림살이는 애시당초 없었기때문에 그녀 자신과 옷몇가지만 들고올 뿐이었다.해질녘 남편이란 사람이 대문을 걷어차며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영주는 내려갈까도 생각했지만 그런건 이미 접기로 했다.심장이 두근거렸다.그사람이 들어오면 어떻게 자신이 행동해야 하는지 도저히 감을 잡을수 없었다.하나,둘,셋,그런데 한사람만의 발자국 소리가 아니었다.꼭,두사람이 들어오고 있는듯 했다.영주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사람이 들어올수 있게 방문을 열어주었다.

 

"사모님,사장님이 많이 취하셨습니다."

 

건장한 사내는 이집안에 기사인듯했다. 그는 자신보다 약간 체구가 적은 남편을 거뜬히 자리에 눕혀주었다.

 

"감사합니다."

 

기사라고 하기엔 그사내는 너무도 완벽한 얼굴이었다.영주는 순간 주춤거렸다.

 

"최 진혁입니다.최 기사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네."

 

기사가 나간뒤 영주는 남편이 입었던 양말과,와이셔츠를 차례대로 벗기고 있었다.이사람도 술을 굉장히 좋아한가보다....결혼식하고난 첫날부터 술이라니....

 

다음날,영주는 동이 트기 전에 앞치마를 두르고 부엌쪽으로 가고 있었다.거실은 약간 컴컴했지만,가구들은 어디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는 한눈에 알수 있었다.주위를 쭈욱 둘러본 영주는 남자아이가 쭈그리고 앉아서 있는걸 확인했다.

 

"너가,강준이구나 맞지?"

 

강준은 첫번째 엄마 한테서 태어난 다섯살난 사내녀석이었다.그런 그가 영주를 보며 멀뚱히 보고 있었다.

 

"나한테 엄마라고 할수 있겠니?"

 

강준의 눈망울은 어린애답지않는 강한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강준은 한참을 그렇게 영주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고맙구나 난 니가 참 맘에 들어 우리 앞으로 어렵고 힘든일이 있더래두 잘해보자 알았지?"

 

고개만 연신 끄덕거리는 강준을 보며 영주는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침을 준비하고나자 어린여자아이가 시어머니 치맛자락을 놓치않고 영주에게 눈을 흘기며 걸어오고 있있다.

 

"안녕!귀엽구나 몇살이야?"

 

"네살이니,뭘 알아야지 애한텐 신경쓸거 없다.얘는 우리옆에밖에 있지 않으니 그런건 걱정안해도 된다."

 

"그래두,앞으로 저와 있을시간이 더 많을것 같은데..아이에게 좀더 다가가고 싶어요 어머님,이름이 뭐지?"

 

"강희란다.네살밖에 먹지않는 아이가 무얼 대답하겠니?밥이나 먹자꾸나"

 

영주는  집안 분위기가 딱딱하다는걸 느꼈다.막막했다.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해쳐나가야할지,이들을 어떻게 대해야할지 앞이 캄캄했다.남편은 푸시시한 얼굴로 식탁앞에 허리에 양손을 올리고는 영주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왜?국물이 없지?"

 

아이들은 아버지의 한마디에 주눅이 들었고,시어머니도 수저만 달그락 거릴뿐 아무말도 하지않았다.

 

"그런건 기본 아닌가?남편이 술을 먹고 들어왔으면 당연히 북어국정도는 있어야 되지 않나?"

 

"미안해요.제가 미처 거기까지 생각을 못했네요."

 

"쳇,남편알기를 우습게 아는군"

 

그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양복상의를 잽싸게 집어들고는 현관문을 집안이 무너질정도로 열고는 나가버렸다.그광경을 본 최기사는 묵례만하고 남편뒤를 따라 나갔다.

 

"참,너두 어지간 하는구나.쯧쯧"

 

영주는 한숨이 절로 나왔다.자신의 생각이 짧았다고는 생각하지만,그들의 생각없이 내뱉은말들은 영주의 마음을 둘로 쪼개논듯했다.

수저가 바닥에 떨어졌다.강희였다.밥이 먹기 싫다는듯 강희는 할머니 치맛자락을 잡고는 방으로 들어가자는 시늉을 했다.

 

"그래 들어가자꾸나"

 

잘먹었단,소리도 없이 할머니와 손녀는 할머니의 방으로 들어갔다.텅빈 식탁을 둘러본 영주는 다시 한숨을 세었다.습관이다.이제 영주는 아무뜻없는 한숨이 절로 나오고 있었다.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강준에게 영주는 미소를 띄었다.

 

"강준아,엄마 설거지 하고나서 강준이랑 공부할건데,엄마방으로 갈까?"

 

"응"

 

강준이의 눈매는 강했지만,그래도 이집사람들하고 틀린게 먼가는 있을것 같았다.

설거지를 끝내놓고 앞치마를 내려놓는데,현관문이 열리고 그사이로 강준이 또래로 보이는 이쁘장한 사내아이가 엄마로 보이는듯한 사람과 들어오고 있었다.

 

"안녕하세요.옆집사는 세현이 엄마에요.세현이는 강희와 친구죠.결혼식때 못가뵈서 죄송해요."

 

그녀의 눈은 굉장히 서글서글해 보였다.이쪽에 사는 사람들은 본래 부자들만이 보여 산다는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었다.그래서 처음부터 영주는 이집에 들어올때 사람들하고사귀는건 어렵다고 스스로 판단도 했었던 터였다.하지만,지금 세현의 엄마를 보자 그생각들이 일순간 싹 사라졌다.

 

"아니에요.안그래두 인사를 드리러 가려던 참이었어요"

 

"힘들거라는 거 알아요.그치만 강희와 강준이는 세상에도 없는 착한 아이들이에요.일찍 엄마를 여의고 자기들끼리 살아야된다는걸 일찌감치 터득한 아이들이거든요.좋아보여요.잘사실수 있을거라는거 믿어요"

 

처음보는 다른 사람이 이집사정을 훤히 다 아는것처럼 영주에게 일러주는게 영주는 싫지만은 않았다.

 

"저두 부족한게 너무 많은걸요."

 

"강준엄마는 나이는 어려두 잘하실수 있을거 같은데요?"

 

분위기는 점점 무르익어갔다.사람과 상대한는게 몹시 어려울꺼라고 느껴졌던 영주는 이제서야 안심을 했다.

 

저녁 무렵 영주는 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나야,"

 

술취한 남편의 목소리였다.

 

"지금당장 나와"

 

"저녁지어야 되요"

 

"그딴거 필요없으니까 지금 당장 나오란 말야..어이 최기사 자네가 우리 집사람좀 데리고 나와"

 

'사장님,많이 취하셨습니다.'

 

"자네까지 나 무시하기야?얼른...들었지..지금 준비하고 있으라구"

 

이제 술이라면 넌저리가 난다.어렸을때 부터 유독 아버지가  술에 취한 모습만 봐왔고,그런 아버지는 술을 먹고나면 어김없이 식구들에게 행패를 부렸었다.이사람도 분명 그럴꺼라는 왠지 깨림직한 생각이 영주를 자꾸 괴롭히고 있었다.

 

최기사는 이미 차를 집앞에 대기하고 있었다.초가을 날씨였지만,저녁은 그래도 꽤 쌀쌀한 편이었다.

 

"죄송합니다.사장님께서 많이 취하셨는데도..."

 

"아니에요.거기가 어디죠?"

 

차안에서 진혁과 영주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서로 눈치만 보느라 누가 먼저 말을 꺼내야 할지 서로 양보하고있는듯 했다.

 

"저"

"저기"

 

둘은 서로 먼저하라는 말을 남겼고,영주가 말을 시작했다.

 

"언제부터 일하셨죠?"

 

"3년정도 됐습니다."

 

"꽤,까다로우실것 같아요."

 

"사장님이요?술만 드시면 그렇치 보통땐 그러지 않습니다.알고보면 의리도 있고 좋으신분인걸요"

 

간간히 진혁은 룸밀러로 영주를 보고 말을 했지만,영주는 창밖만 보고 있을뿐 진혁과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한테 갔을때는 그는 이미 엎드려 자고 있는듯 보였다.

 

"사장님,사모님 오셨습니다."

 

진혁이 영주보고 사모님이라고 할때 마다 영주는 자신도 모르게 부담감이 느껴졌다.

남편은 슬그머니 눈을 떠보고는 어디서 듣지도 못한 욕지꺼리를 영주를 보자 뱉어내기 시작했다.당황한 영주는 뒤로 물러 났으며 진혁이 그런 사장에게 다가가자 사장은 진혁을 보고는 주먹으로 한대 때릴것처럼 보였다.

 

"너희 두 년놈들 지금 뭐하고 온거야?"

 

영주는 기가 막혔다. 때를 써도 유분수지 지금 진혁과 자신의 사이를 의심하는 남편을 보며 영주는 그를 노려 보았다.

 

"웃기군요.오라고 한사람은 당신이에요.최기사님은 저를 데리러 왔던거구요.그런것 하나 기억 못하시나요?"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편은 들고 있던 술잔을 던져버렸다.바닥에는 선명한 핏자국만 보일뿐 캄캄했다.

 

"사장님!"

 

진혁이 말리기도 전에 영주 이미엔 피가 주루룩 흘러 내리고 있었고,어이없는 이상황을 영주는 도저히 이해 할수가 없었다.

 

"저한테 왜이러세요.제가 무얼 잘못했죠?"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쳇,여자들은 다 똑같애,당신도 마찬가지야 어디서 감히 눈을 부라리지?건방진것 같으니라구 쥐뿔도 없는게 ...."

 

"사장님,그만하시죠"

 

"오호라,그래 니가 내 마누라랑 눈 맞았냐?"

 

"많이 취하셨습니다.이제 그만 들어가시죠.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시이...."

 

남편은 그대로 바닥으로 곤두박질 쳤고,영주는 그제서야 닭똥같은 눈물이 뚝뚝흘러 내렸다.무얼 잘못했는지,시집온지 삼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런 홀데를 받는 이유도 없는데 단지 집이 못살았다는 이유하나만으로 영주를 힘들게 하는 것일까?영주는 남편을 부축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그대로,진혁과 남편만 남겨둔채 앞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사모님!"

 

그녀를 부른건 진혁이었지만,영주는 아랑곳 하지 않고,앞으로 멍하니 걷고만 있었다.진혁은 웨이터에게돈을 주며 사장을 집까지 데려다 주는 말을 하고는 영주 뒤를 따라 갔다.

영주는 도로가까지 나왔다.

아무생각없이 무단횡단을 하려는 영주는 앞에 트럭이 오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그모습을 본 진혁은 자신의 몸을 사리지 않고 영주를 가까스로 살려 냈다.

 

"미쳤어요?대체 왜이러죠?죽으려고 환장했냐구요!!"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영주는 자신의 지금 이상황을 파악하고는 무릎과 팔에 피가 나고 있는 진혁을 놀란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미안해요.내가 그만..많이 다치셨어요?병원가야 하지 않나요?"

 

진혁은 한숨을 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괜찮습니다.죄송합니다.제가 소리질러서."

 

"어디봐요.거봐요.너무 많이 다쳤어요.병원가요.우리.."

 

...우리?....

 

"약만 바르면 됩니다."

 

"잠깐만 기다려요.제가 약을 얼른 ..."

 

진혁은 영주가 몸을 돌릴때 그녀의 팔을 잡아 다녔다.순간 영주는 몸을 휘청거리더니,진혁의 품에 안겨 버렸다.

 

"난 괜찮아요.이마에 피가 아직도 나네요"

 

두근두근,영주의 심장은 이미 파장이 일고 있었다.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 ,단지 남편의 기사일 뿐인 그사람을 보고 영주는 심장이 고동치는걸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만 집에 가야 겠어요."

 

"이러고 가시다간 걱정하실겁니다.지혈이 되고나면 그때 들어가십시요"

 

부들부들 떨고 있는 영주를 보며 자신의 자켓을 벗어 주었다.영주는 또 다시 그에게 친밀감이 느껴졌다.그는 절뚝거리며 영주에게 잠시 앉아있으라며,한참있다가 약봉지를 들고 영주 앞으로 다가왔다.피가 계속 흘리자 그는 그녀의 이마에 먼저 소독을 해주었다.그녀는 처음엔 뒤로 물러 났지만, 그가 다시 그녀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고 거즈를 두른다음 밴드를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붙여주었다.그녀의 그런모습을 본  진혁은 웃음을 터뜨렸다.

 

"뭐에요?왜 웃죠?"

 

"웃겨서요.꼭 말썽많은 여학생이 동네 꼬마들과 싸운모습 같아서.."

 

"줘봐요.이젠 내차례에요."

 

그녀가 진혁에게 약봉지를 건네 받고,그의 팔을 걷어 올렸을때,그녀는 순간 탄성을 지를뻔했다.너무도 탄탄한 근육과 구릿빛 피부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지금의 진혁의 얼굴모습과 닮은 모습이었다.그녀는 거즈를 둔 손에 힘이 가해져 약간은 떨고 있는듯 했다.그녀가 고개를 떨구고 있는데,진혁이 그녀의 턱을 치켜 올리고는 그녀늘 빤히 쳐다보았다.서로순간 아무말도 할수 없었다.영주도 그의 손을 뿌리쳐야 되는데,몸은 자꾸 그에게로만 가고 있었다.그녀가 다시 고개를 숙이려하자 진혁의 입술이 그녀의 탐스러운 입술을 어느순간 탐닉하고 있었다.그녀는 너무도 놀랬지만,벗어나고 싶지는 않았다.처음으로 해본 남자와의키스 이것이 그와의 기나긴 운명의 끈이 되버린다.

 

 

**조금 어둡기도 하겠지만,약간 명랑하게 꾸밀께요.앞으로 제 2세대들이 이야기를 엮어갈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