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지공사의 추억... ㅋㅋㅋ

예비역2007.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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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지공사의 추억... ㅋㅋㅋ

군대의 4계절.. 때마다 꼭 해야하는 필수 과업들이 있습니다.

 

일단 겨울엔 어제도 게시판에 있었던 제설작전, 혹한기훈련.....

 

여름엔 폭우 관련 물골작업, 대민지원, 유격훈련 등등등...

 

그렇다면 봄과 가을엔 뭘 하느냐? 노느냐? 결코 아닙니다...

 

진정 내가 군인임을 느끼게 해주는 찐한 시간이 있죠...

 

이름하야 "진지공사"

 

아침에 일어나 구보하고 밥먹고...

 

모두 삽들고 흩어져 오전내내 삽질하다 점심시간되면 밥먹고..

 

밥먹고나면 전부다 시멘트 40kg 한사람이 들라고 갈굼당하며 흩어져..

 

밤되면 저녁먹고 "개인정비"하느라 정신없는 2주간의 시간...

 

그 시간을 가리켜 진지공사라 합니다.

 

내 진지공사때 지대로 삽질했던 경험담 하나 이야기할까 합니다.

 

벌써 4년전의 일이로군요....

 

당시 물일병이었던 저는 작대기 두개가 어찌나 뿌듯했던지 날아갈것만 같았습니다..

 

아래 이등병도 몇명 둔 아직은 쓰레기에 불과했지만 어느정도 짬을 먹었다는 뿌듯함... ㅋㅋ

 

진지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저희분대에 떨어진 특명은 대대장 CP로 가는 도로를 까라.. 였습니다.

 

그 도로로 말하자면 시멘트로 되어있는 폭 2.5M 길이 60M정도의 도로였습니다...

 

대대장님 레토나타고 오가실때 승차감이 좋지 않답니다..

 

시멘트로 인력으로 만든 도로가 다 그렇지 그렇다고 도로를 까랍니다..

 

비오면 물고이고 안좋답니다...

 

대신에 거기다 자갈을 깔아서 배수가 잘되도록 하겠다는 주임원사의 야심찬 계획...

 

우리분대는 병장부터 이등병까지 모두 곡괭이가 주어졌습니다.. 아침부터 하루종일 곡괭이질을 해댔습니다..

 

겨우 시멘트를 다 깠습니다....

 

그러자 이제는 도로에 깔 자갈을 주어야 한다며 저희를 태우고 왠 개울가로 갑니다..

 

그리고 오전내 중대원의 절반인 60여명이 자갈을 주웠습니다..

 

그리고 부대에 남은 절반의 중대원은 도착한 자갈을 바닥에 고루 까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암튼 이래저래 마무리 잘하고 해서 3일만에 도로작업은 끝을 보았습니다...

 

"차라리 삽질을 하지..." - 전역 한달도 남지 않았던 분대장의 말이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평온하게 막사 모기장치고 허물어진 부분 땜질하고...

 

예비진지 정비하고... 평온하게 지냈습니다....

 

큰 고비 하나 넘겼다 여기고 안도의 한숨을 돌리던 그날 저녁....

 

주임원사가 다시 막사에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행보관과 잠시 대화를 나누는 듯 보였습니다...

 

그냥 수고했다는 말 하나.. 그러고 말았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도로에 투입된 우리들은 자갈을 걷어내기 시작했습니다...

 

"쉬엇! 충성!"

 

분대장이 경례를 때립니다...

 

그때 대대장이 나와서 수고한다며 손을 들어줬습니다.

 

모두는 애써 웃으며.. 대대장이 시야에서 사라져갈쯤 욕을 하기 시작합니다.

 

그냥 깔아줬으면 해준대로 다닐것이지 또 승차감 안좋다고 120여명의 장정들을 투입해서...

 

돌을 줍게 하고 있다니.... ㅠ.ㅠ

 

암튼 돌을 모두 줍는데만도 하루가 걸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 초까지 시멘트 푸대 들고 죽도록 시멘트 비비고 도로에 깔았습니다....

 

시멘트 푸대 40kg 두명이서 들었다고 행보관한테 맞았습니다.. ㅠ.ㅠ

 

그리고 혼자서 들고 돌아다니다가 떨어뜨려 터지고 발광하고 다닐때부터 그럴줄 알았다고 한대 더맞았습니다.

 

시멘트 깔때 조금의 오차도 없이 하기 위해 중간중간 배수를 위해 결을 만들고...

 

평형을 맞추려 애쓰던 행정관의 빛나는 눈빛은 아직도 잊을 수 없습니다...

 

결국 도로는 완성되었고...

 

1주일 전의 모습으로 되돌아갔습니다.... ㅠ.ㅠ

 

죽도록 일했는데 해놓은건 없는...

 

그런 진지공사였죠....

 

완전 삽질 지대로 한 2주였습니다.

 

평생 못잊을 추억입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