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방은 스스로 길잡이가 되어 두 사람을 방주 위연의 거처로 안내했다. 처음 멋모르고 정민에게 달려들었다가 부상을 당한 자들을 제외하고는 가까운 인척까지 포함해서 대부분 도망쳤고, 이제 위연의 곁에 남은 자들은 불과 십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그의 직계 혈육을 제외하면 삼백여 명이 넘던 식솔들이 이제 대여섯 명만 남은 셈이었다. 그들은 몹시 불안한 모습으로 위연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민은 위연이 있는 곳에 도차하자 더 이상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이 별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몸을 숨겨 버렸다. 남은 두 사람은 정민의 은신(隱身)술에 고개를 저었다. 특히 방중선은 정민이 지닌 무공의 깊이에 또 다시 놀랐다.
‘저 사람이 가진 진정한 내력이 더욱 궁금해지는군!’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 있던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고, 이어서 낯선 방중선의 모습을 보고 들고 있던 무기를 일제히 겨누었다.
“방주, 나 왕 총관이요! 그만 모두 무기들을 거두어라.”
“왕 초, 총관!”
위연은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 앞에서 충성을 맹세했던 자들이 하루아침, 아니 한밤중 한 시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 그동안 그들에게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단 한 번의 위기로 등을 돌려버린 그들에게 처음엔 분노했고, 숫자가 늘어나자 허탈했다. 그리고 이제 다 떠나고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을 쳐다보며 충격에 휩싸였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에 질린 위연의 모습은 미우나 고우나 한배를 탔던 왕방으로서는 연민이 전혀 없을 수 없었다. 이런 왕방과는 달리 방중선은 위연을 보자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내려 않았다.
“방주,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된 것 같소. 그동안 방주 덕분에 좋은 꿈을 나도 함께 꾸었소.”
“꿈, 꿈이라고?”
“그렇소, 지난 이십년간 우린 꿈을 꾸고 있었소이다. 그것도 이렇게 약한 바람에도 날려가 버리는 아주 헛된 꿈 말입니다.”
“아니야, 이건 꿈이 아니야!”
“아니오! 이제 우리가 꾼 헛된 욕심과 꿈 때문에 그들이 흘린 피와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오. 이 기회를 놓치면 이제부터는 우리의 피와 눈물이 뿌려질 거요.”
위연은 부정하고 싶었지만 현실이었다.
“위 방주, 날 보면 생각나는 게 없으신가?”
“누, 누구?”
“방주, 이분은 유가장의 호위무사 사범 방중선님이오!”
왕방은 자신과 위연의 대화를 묵묵히 지켜보던 방중선이 불쑥 나서자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나서서 방중선을 위연에게 소개했다. 그 순간 위연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걸렸지만 이를 눈여겨 본 사람은 없었다.
“후후후, 벌써 십년하고도 오년이 더 흘렀군.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지하에 계신 어머니는 잊지 못하시고 기억하고 계신 것 같은데.”
‘이, 이건 또 뭔 소리래?’
“십년 하고도 오년…?”
위연의 모습은 좀 전과는 달리 여유를 찾은 듯 보였다.
‘어, 방주가 또 무슨 생각을… 호, 혹시! 그럼 안 돼, 지금 이곳 어디엔가는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고수가 지켜보고 있단 말이야!’
전음으로 위연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유가장에서 겪은 일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지금 이곳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고수는 웬만한 전음은 다 들을 수 있는 청음술까지 지니고 있는 자였다.
“후후, 그렇겠지! 방주…, 아니 위연! 십오 년 전, 기주의 한 농가에서 일어난 일을 들려주고 싶어. 그곳에는 삼년 만에 휴가를 받아 인사를 하러온다는 아들의 기별을 받고 그 아들을 위해 장에서 씨암탉을 사다 놓고 못난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리시던 분이 계셨었다. 그런데, 그 아들은 갑자기 화급한 일이 생겨 제 날짜에 가지 못했지. 그런 아들대신 일단의 무리가 그 농가에 들어섰지. 그런대 말이야 그들이 떠난 뒤에 아들이 뒤늦게 돌아왔을 때는 농가가 있던 자리에 단 두 가지가 남아 있었어, 불타버린 어머니의 재와 누군가가 흘리고 간 옥패였지. 그 아들은 옥패의 주인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돌아 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어. 결국 삼년 만에 그걸 가슴속에 묻었어. 그리고 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 날 때면 별수 없이 그걸 꺼내보며 속으로 통곡을 할 수밖에 없더군. 근데 말이야 네가 앉아있는 의자에 그려있는 문양과 이 옥패의 문양이 같단 말이야. 그 이유를 이제 네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아.”
방중선의 손에는 검은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 있는 둥근 옥패가 들려져있었다.
‘시, 십오 년 전이면 큰 화재가 있었던 때 아닌가!’
위연이 머물고 있는 거처는 옛날부터 있던 건물이 화재로 소실되어 새로 지은 것이다. 그때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은 것이 지금도 위연이 사용하고 있는 의자였다. 워낙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든 것이라 튼튼했고 불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이라 위연이 애착을 가지고 지금까지 꼭 그리 앉는 걸 좋아했다. 화재가 난 뒤로 교응방의 문장을 바뀌었지만 의자에 새겨져 있던 옛 문장은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위연은 방중선 말을 들으면서도 먼 나라 딴사람 이야기를 듣듯이 얼굴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왕방이 좌불안석이 되었다.
‘이거, 이러다간 이 한 목숨 유지하기도 힘들겠어!’
총관이라는 위치가 방 내외 살림살이를 직접 챙기는 것이기 때문에 부엌에서 숟가락 하나 둘 잃어버렸다는 것 까지는 몰라도 방주가 직접 나섰던 원정을 오래됐다고 해서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방주는 가물가물하여 기억하지 못하는지 몰라도 왕방은 그때 여러 가지 일이 겹쳤었기 때문에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별 볼일 없는 방파하나가 교응방에게 도전을 했는데 배후에 귀주서 어깨에 힘 좀 준다는 자들이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직접 위연이 나서서 박살내버렸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화재가 있었고 새로운 문장을 재정하고 그에 따라 방주의 신패도 새로 제작했다. 그런데 위연이 과거에 지니고 다니던 신물에 대해 묻자 그냥 잃어버렸다고 했는데, 지금 그 잃어버렸다는 방주의 신패가 방준선의 품에서 나온 것이다.
“방 사범님, 그걸 제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어찌 되었건 확인해야 될 건 확인을 해야 했다.
“물론, 확인 해보시오!”
방중선은 주저하지 않고 왕방에게 넘겨주었다. 왕방은 손위에 있는 옥패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그린 문양이었고, 게다가 장인에게 직접 자신의 눈앞에서 만들게 했던 너무나 눈에 익은 모양은 진품이 틀림없었다.
‘허, 맞는군!’
왕방은 더욱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되어 방중선과 위연을 번갈아 보았다. 방중선의 눈에 가득한 분노가 언제 폭발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거야 정말! 결국 피를 봐야 오늘이 가겠군, 후우!’
“이건 과거에 잃어버린 우리방주의 신패가 맞소.”
“잃어버렸다는 말을 좀 더 명확히 해주시오.”
왕방의 눈에 들어온 방중선의 모습은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제기, 할 말이 없네! 그냥 잃어버렸다고… 그렇게 알고 넘어가면 안 되나.’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방중선과 왕방의 얼굴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후후, 이제야 생각나는군! 그때 말이야, 그 노파 아들 생각하는 게 지극했어.”
기억을 더듬어 보던 위연이 웃음까지 띄우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방중선을 쳐다보았다.
“바, 방주!”
“그때, 우리는 오랫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다 보니 꽤나 지쳐있었지. 조그만 마을이라 객점이 없더군. 그래서 적당한 농가에 들어가 쉬기로 하고 장소를 물색하던 중 마을에서 약간 외떨어진 곳에 농가를 발견해서 그곳에서 쉬기로 했다. 그런데 말이야 한 사람이 한 가지 물건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 그런데, 그걸 아들에게 주려는 엄마가 문제였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손을 썼어. 그냥 모른 척했으면 되는데…. 떠날 때 깨끗이 청소하라고 했지. 그런데 신패를 챙겨오지 못했어, 그 바보 같은 놈이!”
교응방 방주 위연은 방중선을 자극하려고 작정을 한 듯 보였다. 방이 무너진 지금 이대로 개 쫓기듯 몰락하긴 싫었다. ‘짹!’소리라도 한번 지르고 싶었다.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지만 더욱 방중선의 속을 긁는 소리를 해댔던 것이다.
“이게 무엇인줄 아는가?”
위연은 품에서 옥으로 장식된 합죽선, 아니 그냥 대나무로 만든 접부채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언뜻 보아 검은 빛을 띤 것으로 보아 쇠와 비슷한 재질로 이루어진 접부채 하나를 품에서 꺼내 들어 방중선의 눈앞에 펴 보였다.
“그, 그건?”
“후후, 이게 말이야 참으로 귀한 것이더군! 이걸 처음 보았을 때 그냥 그 자리에서 숨이 멈추는 알았지. 보잘 것 없는 노파가 가지기에는 너무나 귀한 것인데 말이야. 뭐, 하나밖에 없는 남편의 유품이라나, 뭐라나. 처음엔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노파가 말을 들어야지. 은 백량을 준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더군. 어쩔 수 없었어!”
“네, 이 노~옴! 은자 백량이라고? 금 백량의 가치를 넘는 걸 천분의 일도 안주고 가지려 했더냐?”
결국 방중선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는 그냥 총관 왕방의 뜻대로 조용히 사과를 받고 교응방을 해체하는 수준에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방주 위연이 그걸 스스로 차버리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서 죽으려고 작정을 한 듯 보였다.
한님(桓雄)의 구슬 - 34
한님(桓雄)의 구슬 - 34 - 내글[影舞]
“좋아! 나머진 방 사범님이 알아서 처리해요.”
“아무래도 방주와 직접 이야기를 해야겠지요, 왕 총관?”
“그, 그렇지요! 여기의 주인은 방주니까.”
왕방은 스스로 길잡이가 되어 두 사람을 방주 위연의 거처로 안내했다. 처음 멋모르고 정민에게 달려들었다가 부상을 당한 자들을 제외하고는 가까운 인척까지 포함해서 대부분 도망쳤고, 이제 위연의 곁에 남은 자들은 불과 십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그것도 그의 직계 혈육을 제외하면 삼백여 명이 넘던 식솔들이 이제 대여섯 명만 남은 셈이었다. 그들은 몹시 불안한 모습으로 위연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었다.
정민은 위연이 있는 곳에 도차하자 더 이상 자신의 존재가 알려지는 것이 별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몸을 숨겨 버렸다. 남은 두 사람은 정민의 은신(隱身)술에 고개를 저었다. 특히 방중선은 정민이 지닌 무공의 깊이에 또 다시 놀랐다.
‘저 사람이 가진 진정한 내력이 더욱 궁금해지는군!’
두 사람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안에 있던 사람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고, 이어서 낯선 방중선의 모습을 보고 들고 있던 무기를 일제히 겨누었다.
“방주, 나 왕 총관이요! 그만 모두 무기들을 거두어라.”
“왕 초, 총관!”
위연은 반쯤 넋이 나간 상태였다. 앞에서 충성을 맹세했던 자들이 하루아침, 아니 한밤중 한 시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자신에게 등을 돌렸다. 그동안 그들에게 정말 잘해주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단 한 번의 위기로 등을 돌려버린 그들에게 처음엔 분노했고, 숫자가 늘어나자 허탈했다. 그리고 이제 다 떠나고 얼마 남지 않은 사람들을 쳐다보며 충격에 휩싸였다. 무엇이 잘못된 건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이런 혼란스런 상황에 질린 위연의 모습은 미우나 고우나 한배를 탔던 왕방으로서는 연민이 전혀 없을 수 없었다. 이런 왕방과는 달리 방중선은 위연을 보자 얼굴에 검은 그림자가 내려 않았다.
“방주, 이제 그만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된 것 같소. 그동안 방주 덕분에 좋은 꿈을 나도 함께 꾸었소.”
“꿈, 꿈이라고?”
“그렇소, 지난 이십년간 우린 꿈을 꾸고 있었소이다. 그것도 이렇게 약한 바람에도 날려가 버리는 아주 헛된 꿈 말입니다.”
“아니야, 이건 꿈이 아니야!”
“아니오! 이제 우리가 꾼 헛된 욕심과 꿈 때문에 그들이 흘린 피와 눈물을 닦아주어야 할 때가 온 것이오. 이 기회를 놓치면 이제부터는 우리의 피와 눈물이 뿌려질 거요.”
위연은 부정하고 싶었지만 현실이었다.
“위 방주, 날 보면 생각나는 게 없으신가?”
“누, 누구?”
“방주, 이분은 유가장의 호위무사 사범 방중선님이오!”
왕방은 자신과 위연의 대화를 묵묵히 지켜보던 방중선이 불쑥 나서자 당황했지만 침착하게 나서서 방중선을 위연에게 소개했다. 그 순간 위연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걸렸지만 이를 눈여겨 본 사람은 없었다.
“후후후, 벌써 십년하고도 오년이 더 흘렀군. 당신은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지하에 계신 어머니는 잊지 못하시고 기억하고 계신 것 같은데.”
‘이, 이건 또 뭔 소리래?’
“십년 하고도 오년…?”
위연의 모습은 좀 전과는 달리 여유를 찾은 듯 보였다.
‘어, 방주가 또 무슨 생각을… 호, 혹시! 그럼 안 돼, 지금 이곳 어디엔가는 상상할 수 없는 무서운 고수가 지켜보고 있단 말이야!’
전음으로 위연에게 알리고 싶었지만 유가장에서 겪은 일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지금 이곳 어딘가에서 지켜보고 있을 고수는 웬만한 전음은 다 들을 수 있는 청음술까지 지니고 있는 자였다.
“후후, 그렇겠지! 방주…, 아니 위연! 십오 년 전, 기주의 한 농가에서 일어난 일을 들려주고 싶어. 그곳에는 삼년 만에 휴가를 받아 인사를 하러온다는 아들의 기별을 받고 그 아들을 위해 장에서 씨암탉을 사다 놓고 못난 아들이 오기만을 기다리시던 분이 계셨었다. 그런데, 그 아들은 갑자기 화급한 일이 생겨 제 날짜에 가지 못했지. 그런 아들대신 일단의 무리가 그 농가에 들어섰지. 그런대 말이야 그들이 떠난 뒤에 아들이 뒤늦게 돌아왔을 때는 농가가 있던 자리에 단 두 가지가 남아 있었어, 불타버린 어머니의 재와 누군가가 흘리고 간 옥패였지. 그 아들은 옥패의 주인을 찾기 위해 미친 듯이 돌아 다녔지만 찾을 수 없었어. 결국 삼년 만에 그걸 가슴속에 묻었어. 그리고 늘 어머니의 모습이 생각 날 때면 별수 없이 그걸 꺼내보며 속으로 통곡을 할 수밖에 없더군. 근데 말이야 네가 앉아있는 의자에 그려있는 문양과 이 옥패의 문양이 같단 말이야. 그 이유를 이제 네게 설명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아.”
방중선의 손에는 검은 얼룩이 군데군데 묻어 있는 둥근 옥패가 들려져있었다.
‘시, 십오 년 전이면 큰 화재가 있었던 때 아닌가!’
위연이 머물고 있는 거처는 옛날부터 있던 건물이 화재로 소실되어 새로 지은 것이다. 그때 유일하게 불에 타지 않은 것이 지금도 위연이 사용하고 있는 의자였다. 워낙 솜씨 좋은 장인이 만든 것이라 튼튼했고 불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이라 위연이 애착을 가지고 지금까지 꼭 그리 앉는 걸 좋아했다. 화재가 난 뒤로 교응방의 문장을 바뀌었지만 의자에 새겨져 있던 옛 문장은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위연은 방중선 말을 들으면서도 먼 나라 딴사람 이야기를 듣듯이 얼굴표정의 변화가 별로 없었다. 오히려 왕방이 좌불안석이 되었다.
‘이거, 이러다간 이 한 목숨 유지하기도 힘들겠어!’
총관이라는 위치가 방 내외 살림살이를 직접 챙기는 것이기 때문에 부엌에서 숟가락 하나 둘 잃어버렸다는 것 까지는 몰라도 방주가 직접 나섰던 원정을 오래됐다고 해서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방주는 가물가물하여 기억하지 못하는지 몰라도 왕방은 그때 여러 가지 일이 겹쳤었기 때문에 분명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별 볼일 없는 방파하나가 교응방에게 도전을 했는데 배후에 귀주서 어깨에 힘 좀 준다는 자들이 버티고 있었다. 그래서 직접 위연이 나서서 박살내버렸던 것이다. 그 일이 있은 후 화재가 있었고 새로운 문장을 재정하고 그에 따라 방주의 신패도 새로 제작했다. 그런데 위연이 과거에 지니고 다니던 신물에 대해 묻자 그냥 잃어버렸다고 했는데, 지금 그 잃어버렸다는 방주의 신패가 방준선의 품에서 나온 것이다.
“방 사범님, 그걸 제게 보여주실 수 있습니까?”
어찌 되었건 확인해야 될 건 확인을 해야 했다.
“물론, 확인 해보시오!”
방중선은 주저하지 않고 왕방에게 넘겨주었다. 왕방은 손위에 있는 옥패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자신이 직접 그린 문양이었고, 게다가 장인에게 직접 자신의 눈앞에서 만들게 했던 너무나 눈에 익은 모양은 진품이 틀림없었다.
‘허, 맞는군!’
왕방은 더욱 곤혹스러워하는 표정이 되어 방중선과 위연을 번갈아 보았다. 방중선의 눈에 가득한 분노가 언제 폭발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이거야 정말! 결국 피를 봐야 오늘이 가겠군, 후우!’
“이건 과거에 잃어버린 우리방주의 신패가 맞소.”
“잃어버렸다는 말을 좀 더 명확히 해주시오.”
왕방의 눈에 들어온 방중선의 모습은 저승사자처럼 보였다.
‘제기, 할 말이 없네! 그냥 잃어버렸다고… 그렇게 알고 넘어가면 안 되나.’
잠시 무거운 침묵이 흐르고 방중선과 왕방의 얼굴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후후, 이제야 생각나는군! 그때 말이야, 그 노파 아들 생각하는 게 지극했어.”
기억을 더듬어 보던 위연이 웃음까지 띄우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방중선을 쳐다보았다.
“바, 방주!”
“그때, 우리는 오랫동안 쉬지 않고 움직이다 보니 꽤나 지쳐있었지. 조그만 마을이라 객점이 없더군. 그래서 적당한 농가에 들어가 쉬기로 하고 장소를 물색하던 중 마을에서 약간 외떨어진 곳에 농가를 발견해서 그곳에서 쉬기로 했다. 그런데 말이야 한 사람이 한 가지 물건에 관심을 갖게 되었지. 그런데, 그걸 아들에게 주려는 엄마가 문제였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손을 썼어. 그냥 모른 척했으면 되는데…. 떠날 때 깨끗이 청소하라고 했지. 그런데 신패를 챙겨오지 못했어, 그 바보 같은 놈이!”
교응방 방주 위연은 방중선을 자극하려고 작정을 한 듯 보였다. 방이 무너진 지금 이대로 개 쫓기듯 몰락하긴 싫었다. ‘짹!’소리라도 한번 지르고 싶었다. 거짓이 아닌 사실이었지만 더욱 방중선의 속을 긁는 소리를 해댔던 것이다.
“이게 무엇인줄 아는가?”
위연은 품에서 옥으로 장식된 합죽선, 아니 그냥 대나무로 만든 접부채가 아니라 알 수 없는, 언뜻 보아 검은 빛을 띤 것으로 보아 쇠와 비슷한 재질로 이루어진 접부채 하나를 품에서 꺼내 들어 방중선의 눈앞에 펴 보였다.
“그, 그건?”
“후후, 이게 말이야 참으로 귀한 것이더군! 이걸 처음 보았을 때 그냥 그 자리에서 숨이 멈추는 알았지. 보잘 것 없는 노파가 가지기에는 너무나 귀한 것인데 말이야. 뭐, 하나밖에 없는 남편의 유품이라나, 뭐라나. 처음엔 그렇게까지 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노파가 말을 들어야지. 은 백량을 준다고 해도 말을 듣지 않더군. 어쩔 수 없었어!”
“네, 이 노~옴! 은자 백량이라고? 금 백량의 가치를 넘는 걸 천분의 일도 안주고 가지려 했더냐?”
결국 방중선의 분노가 폭발했다. 그는 그냥 총관 왕방의 뜻대로 조용히 사과를 받고 교응방을 해체하는 수준에서 해결하려고 했다. 그런데 방주 위연이 그걸 스스로 차버리려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 놓으면서 죽으려고 작정을 한 듯 보였다.
‘으으, 이, 이게…!’
‘헉! 이건 듣던 얘기랑 다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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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