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그 이상의 것에 대한 그리움......

창고지기2005.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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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간 새벽 6시 15분. 나를 잠못들게 한 것은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도, 강박적인 불면증도, 혹은 환락적인 술자리도 아니었다. 밤새 무료 성인 사이트를 찾아다니며, 무료를 표방한 유료, 혹은 ‘성인 인증’이라는 것에 의한 주민등록 번호 추적, 그에 따르는 절망감 뭐 그딴 것들이 원인이었다.

그렇게 성인 사이트를 돌아다닌 결과, 무료 사이트의 불성실한 서비스 자세(약 15세 관람가 정도)에 절망하고, 급기야 유료 사이트 세 군데(35세 이상 관람가 정도?)에 가입해서 총 5만 6천원이라는 금액을 카드로 긁어버리는 사고를 치고야 만 것이다.

물론 걱정도 있다. 점쟁이들마다 단언하는‘2004년 결혼’이라는 운명에 비추어 예상해보자. 2년 후 와우대 의대를 졸업하고, 아파트 48평형과 스펙트라 윙 검정색 차를 가진,‘송종국 닮은 남자’와 맞선 보는 자리에서 그는 내게 물을지도 모른다. “엉? 순진씨 혹시 <뽀르노졸라야리꾸리화끈불끈왕국> 회원 아니셨어요?” 이런 봉변을 당할지도 모르나, 그거야 2년 후의 일이고, 나는 지금 무척이나 외로우므로 컴퓨터의 온기와 모니터의 매끄러운 표면에 나의 살결을 대고 뭉기적 비비적거리겠다는 것이 무엇이 나쁘단 말인가?



어쨌든 난 한달 후 날라올 카드 고지서 한 면에 <뽀르노졸라야리꾸리화끈불끈왕국>과 <물고빨고쪽쪽헥헥엄마야나죽어>, 그리고 <옵빠옵빠죽이네오마나세상에뿅가네>, 이렇게 세 사이트가 상호명으로 입력된 카드 고지서를 받아들 거라는 말씀...!

아무튼 세시간 정도를 사이버 세상에서 보낸 결과 내게 남은 건 허무함뿐이더라는 얘기다. 차라리 내가 남자였다면 오른손 친구와 한번, 왼손 친구와 한번, 이번엔 번갈아 한번, 뭐 이렇게 장난하다가 수북한 휴지에 코를 박고 잠들었을지 모르지만, 불행히도 난 여자였다. 사정은 고사하고 삼정이나 이정정도도 불가능한 여자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혼자 외로움을 달래는 일에 혐오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중의 하나다(게을러서 그런가보다)

물론 처음엔 눈에 핏발이 서고 침이 질질 흐르는 동물적인 현상이 나타났으나, 나중엔 ‘씨발! 년놈들 되게 헉헉되네’라는 절규에 가까운 한숨과, 내지는 ‘음, 저건 새로운 자세군’ 이런 학구적인 마음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그들은 참 열심히도 작업을 했다. 물론 나도 한때는 그 작업이란 걸 즐겼던 적도 있는 거 같다만, 지금은 얼레리 꼴레리에 거미줄 쳐져있다. 거둬 내는 일도 귀찮다.

애꿏은 담배만 펴대며 다음 번엔 꼭 해외 엽기 사이트에 등록하리라 다짐하던 나는, 컴퓨터가 오르가즘에 올라 열이 펄펄 끓어 뜨거워지는 것을 확인한 후 로그 아웃을 했다. 뽀르노를 보며 흥분한 것은 내가 아니라 내 노트북이었으며, 오랜만에 몸을 풀고 진탕 땀을 흘린 건 내 잠재의식에 짱박혀있던 본능이 아니라 망할놈의 컴퓨터 본체였다는 말이다, 덴당할! 누구 카드 긁었는데!

이제 진정하고 세 사이트의 감상 소감을 알려주마.

먼저 <뽀르노졸라야리꾸리화끈불끈왕국>은 한마디로 사기였다!



엽기자세 동영상과 무삭제판, 긴급입수라는 사탕발림에 속아, 난 실사도 아닌 성인‘애니메이션’만 진탕 봐야 했다.

그나마 특이했던 건 저팔계랑 사람, 염라대왕이랑 여자 뭐 이런 엽기적인 가능성을 상상하며 느낀 야리꾸리함이다. 아마도 변화적 성향이 강한 김 머시기양이 가장 좋아할 듯 싶다.

두 번째 방문한 사이트 <물고빨고쪽쪽헥헥엄마야나죽어>는 첫 번째 사이트보다는 볼거리도 풍성하고 농도도 적당했으나, 동영상이 아니라 그림이 많아 입체감이 적었다. 하지만 회화감상에 능하고, 큐레이터를 꿈꾸며 한 큐에 뿅가길 원하는 최 거시기양이라면 무리없이 소화해낼 사이트인 듯 싶다.

그리고 적극 권장하고 싶은 사이트가

바로 <옵빠옵빠죽이네오마나세상에뿅가네> 사이트다. 뽀르노라고 하기엔 너무 연기하는 티가 많이 난 다른 사이트에 비해, 이건 ‘진짜다!’하는 느낌을 자아낸 작품들이 다수 있었으며, 그 어떤 곳보다 심장을 벌렁벌렁 뛰게 했다. 이 사이트는 손발이 차고 장이 안좋은 박 어머나양에게 적극 권장한다. 심장박동이 빨라지고 피가 빠르게 순환하면서 손과 다리의 체온을 살려주고 혈액순환을 도울 것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난 본능보다는 머리 속으로 각 사이트에 대한 분석을 할만큼, 소위 말하는 뽀르노 사이트에 쉽게 빠지질 못했다. 이유가 뭘까, 초라한 솔로세월이 길어져 나의 본능도 우루루 뜯겨 나간 것일까, 아니면 불감증이라는 최악의 병에 걸려버린 것일까...

말하자면 결론은 이렇다. 난 남성, 그 이상의 것에 대해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두 달간 혼자 병원을 오가며 느꼈던 스산함과 비참함, 주사를 맞고 쓰디 쓴 약을 먹어도 그 누구 하나 내 위에 경의를 표하지 않던 외로움, 아직도 잘 살고 있고 거기에 디룩디룩 살찌는 옆집개의 존재를 확인하며 느껴야 했던 두려움, 뭐 이런 것들이 짬뽕되어 내 가슴에 졸라 큰 빵구를 내버리고야 만 것이다.



요즘의 내 행동거지를 돌이켜본다. 졸라 먹어대던지 아니면 밤새 홈쇼핑에서 쓸데없는 물건을 잔뜩 사버린다든지, 안하던 뜨개질을 배운다던지 했던 건 모두 다 외로워서, 고독해서 나타난 증상들이었으며, 이 증상을 치료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오직 ‘사랑’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 난 아직도 사랑이 하고싶다. 허리하학적으로 하는 사랑이 아니라, 졸라 가슴을 후벼파야 나오는 아카데믹하고 리즈너블한 그 사랑 말이다.

잠이 안올 때 새벽이건 오밤중이건 전화를 걸어 잠을 깨워도 미안해하지 않을 수 있는 남자, 마이신을 많이 먹어 속이 쓰릴 때 따땃한 코코아 한잔을 타서 손꾸락으로 휘휘 저어 수 있는 남자, 특별한 용건이 없어도 만나자고 전화를 주는 그런 남자 말이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뽀르노 사이트를 뒤지진 않을란다. 내가 원한 남성, 그 이상에 대한 그리움을 일기에 적으며, 훗날 다가올 스펙트라 탄 송종국과 같은 놈씨를 기다릴란다. 나중에 꿀밤을 쥐어 박으며 ‘이 나쁜노마! 어디에 숨었다가 이제야 나타난거야, 그 사이 난 되도 않은 놈 만나서 상처입고 숨어 우느라 얼마나 정신없었는지 알어?’ 이렇게 욕이나 해주며 데꾸 살 그 놈팽이를 기다리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