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짧은 시간에 만들어낸 검법이었지만 머릿속에 있는 방대한 양의 서적을 분석하여 만들어낸 검법이었기 때문에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비급 중에 비급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든 검법의 이름은 그냥 검법이었다. 따로 멋진 이름을 붙여볼까도 생각했지만 겉멋 부리기일뿐 특별한 의미가 없다 생각하여 검을 쓰는 법이라는 단순한 이름을 지었다.
‘한계는 어디지? 과연 이래도 되는 건가?’
정민이 갑자기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한마디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화령에게 줄 선물은 완성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엉뚱하게 얻은 것이 있었으니 정체성의 혼란이었다.
‘이렇게 이곳에서는 소위 무소불위의 절대자가 될 수도 있는 입장이 되었는데 왜 이리 불안한 거지! 이러다 무엇이 될까?’
하룻밤의 작업으로 본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가당치 않다는 것을 문득 깨달은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누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히 자신은 별 볼일 없었던 중소기업의 연구소의 직원이었고, 눈앞의 먹이에 유혹당해 낚싯바늘을 물고만 본능에 충실한 물고기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 방중선의 좋은 평가를 한마디로 나쁘게 표현해하면 -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무시무시한 내공을 지닌 강호 무림의 최강고수였다. 그것도 백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절대 무림지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별로 부인할 생각이 없었다. 화령의 배에 오르기 전, 불과 5분도 안 되는 시가네 자신의 손으로 베어 넘긴 자들만 백이 넘었고, 교응방의 철환대를 단 한수에 무력화시켰으며, 방중선과 화령을 무림 전체를 통틀어 현존하는 백대고수의 반열에 올려놓을 내공의 소유자로 만들었다는,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순수한 자신의 것으로 보기에는 조금이 아니라 왕창 이상하고 황당하게 센 내력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동떨어진 기억으로….
시간이 엉켜 과거인 미래와 현재인 과거가 헷갈리며, 지난 미래의 별 볼일 없는 놈이 과거인 현재에서 중원 무림의 앞날에 아주 중대한 변수가 될지도 모르는 존재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의식은 분명 천년 후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천만이 몸을 비비며 살아가는 서울의 월급쟁이로 살아가던 정민이 틀림없지만 지금 자신이하는 짓은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다.
‘시간의 벽을 넘어오면서 이렇게 변한 것인가? 그렇다면 머릿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무공서적과 몸에 스며있는 무공과 무예는 무엇이란 말인가? 내공이야 시간의 벽을 건너면서 얻어질 수 있다고 하자. 그렇지만 몸에 익히고 있는 무공은 그렇게 해서 얻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기억도 그렇다. 내 기억뿐만 아니라 전혀 생소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그것도 일상생활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고, 오로지 지식만이 남아 있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 걸까?’
생각이 깊어질수록 떠오르는 건 자기 부정뿐이었다. 존재감의 상실은 사람을 무기력 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세상의 고민을 다 짊어진 듯 축 처진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연민에 빠지게 했다.
대답이 없었다. 그냥 묵묵히 서서 먼 산만 쳐다보는 모습은 무언가가 빠져버린 듯했다. 화령은 다시 불러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돌아 섰다. 이럴 땐 그냥 두는 것이 좋을 거란 생각에 조용히 돌아서서 왔던 길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 했다.
“미안합니다!”
“예에!”
화령은 정민이 갑자기 말을 걸어오자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미안하다는 말을 듣자 당황한 화령은 멍한 상태로 잠시 정민을 쳐다보았다.
“뭐, 뭐가요?”
정민은 화령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품에서 비단 천으로 급하게 엮어 만든 듯 보이는 한 권의 책을 꺼냈다.
“이것을 가져 가셔서 오늘부터 익히도록 하십시오. 집안 어른께서 허락이 없더라도 이것을 익혀 자신의 몸 하나쯤 지키는 힘 정도를 가지지는 것이 흠이 되진 않을 겁니다.”
화령은 가슴이 철렁했다. 이럴 때 여자는 직감이라는 강력한 후원자가 있다. 화령은 재빨리 물러나지 않은 걸 후회하며 정민을 쳐다보았다.
“고, 공자님! 가,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아무 일도 아닙니다. 급히 가봐야 할 곳이 생겼습니다.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아, 안돼요! 이대로 떠나시면 전 어떻게 해요?”
“전 돌아올 겁니다. 그때까지 이것을 완벽하게 익히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으흠, 과연 이곳에 다시 돌아 올 수 있을까? 사람의 일이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군!’
“하, 하지만…!”
화령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는데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주저하고 있을 때 정민이 다가와 화령의 손을 잡아 책을 손에 쥐어 주었다.
“저의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일이 끝나면 가능한 빨리 돌아올 것입니다.”
“…!”
다시 들려온 이야기는 화령의 마음에 이상한 울림이 되었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 잠시라고 했지만 떠난다는 말은 슬프게 만드는 게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참을 수 있는 성격의 감정은 아니었다. 화령은 대답 없이 커다란 눈에서 눈물만 흘리며 정민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에구, 괜한 일을 하는 건 아니가? 그냥 이렇게 예쁜 짝퉁선녀와 결혼해서 제이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좋은 게 아닐까?’
정민은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걸리는 게 많았다. 그 것들을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헛된 삶이 될 것 같았다. 시간의 벽을 넘어오기 전에 겪었던 일을 다시 겪을 것 같았기에 그냥 덮어 둘 수는 없었다.
“그만 눈물을 거두십시오. 당신의 눈물을 받을 만큼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 못됩니다.”
정민의 말은 화령에게 역효과를 냈다. 방울방울 맺히던 눈물이 아예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어, 이게 아닌데!’
정민은 슬그머니 잡았던 화령의 손을 놓고 돌아섰다. 그리고 묵묵히 고개를 들어 먼 산만 바라보았다. 여자의 눈물이 위력적이란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가슴을 후벼 팔지 몰랐다. 소리 내서 우는 것도 아니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모습은 그 어떤 무기보다도 무섭게 가슴을 후벼 파며 마음을 흔들었다. 더 쳐다보다간 자신의 혼마저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에 아예 고개를 돌렸다.
‘그만 뚝…! 맞아, 이럴 때 한번쯤 안아주면…, 아니야 괜히 오해받을 짓은 말자고. 언제 다시 시간의 신이 심술을 부려 원래의 시간으로 돌려보낼지 모르잖아. 원래의 생각대로 거리를 두는 것이 좋아. 그래야 짝퉁선녀에게도 더 큰 상처가 되지 않을 것 아닌가!’
냉정해 지기로 정리를 하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화령의 감정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 보이자 정민은 입을 다시 열었다.
“어른을 뵈었으면 합니다.”
“네에!”
의외로 화령의 입에서 순순히 대답이 나왔고, 곧바로 앞장을 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후우, 과연 나의 짝퉁선녀님 답군! 아자, 아자, 힘내라 사랑스런 나의 짝퉁선녀!’
백두산을 향하여
“좀 더 지내다가 떠나면 아니 되겠는가, 정 공자?”
“네, 너무 오랫동안 먼 곳을 떠돌다 보니 일가의 안위도 걱정이 됩니다. 그러니 저를 붙잡지는 말아 주십시오!”
“허어, 이를 어찌한다?”
유벽은 충혈 된 눈에 얼굴이 해쓱해져서 정민을 이끌고 온 화령의 모습 때문에 웬일인가 생각을 했다. 화령의 무공 전수에 관한 것이라면 주원과 방중선의 말도 있고 해서 허락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정민의 입에서 나온 말은 떠나겠다는 말이었다.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집에 좀 가야겠다는 정민의 핑계는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이유였다. 한참을 정민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민하던 유벽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좋소! 하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네.”
“무슨 부탁이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들어 들이겠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출발을 한 달 정도 뒤로 했으면 하네.”
“그, 그건…!”
‘이거야, 어째 쉽게 넘어간다했지! 하지만 그때가 되면 영원히 나를 찾지 못할 것이다.’
“왜 곤란 한가?”
“그렇습니다.”
정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출발을 보름 후로 미루게 되면 곤란한 굴레가 씌워질 가능성이 있었다. 한 달 후에 화령의 공개구혼을 정식으로 알리고, 그 자리에서 정민을 초대된 무림맹의 유력인사들에게 소개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그때까지 잡아두고 싶었던 것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정민은 더 이상 정체성이 애매한 상태에서 이 세계와 엮이는 걸 피하고 싶었기에 단호하게 잘랐던 것이다. 유벽은 정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말 못할 뭔가가 있군! 그렇다고 일가의 안위를 걱정하여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겠다는 사람을 막무가내로 붙잡아 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한님(桓雄)의 구슬 - 44
한님(桓雄)의 구슬 - 44 - 내글[影舞]
아주 짧은 시간에 만들어낸 검법이었지만 머릿속에 있는 방대한 양의 서적을 분석하여 만들어낸 검법이었기 때문에 그 가치를 따질 수 없는 비급 중에 비급이라 할 수 있었다. 이렇게 만든 검법의 이름은 그냥 검법이었다. 따로 멋진 이름을 붙여볼까도 생각했지만 겉멋 부리기일뿐 특별한 의미가 없다 생각하여 검을 쓰는 법이라는 단순한 이름을 지었다.
‘한계는 어디지? 과연 이래도 되는 건가?’
정민이 갑자기 이런 일을 하게 된 것은 한마디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화령에게 줄 선물은 완성 되었지만 그 과정에서 엉뚱하게 얻은 것이 있었으니 정체성의 혼란이었다.
‘이렇게 이곳에서는 소위 무소불위의 절대자가 될 수도 있는 입장이 되었는데 왜 이리 불안한 거지! 이러다 무엇이 될까?’
하룻밤의 작업으로 본래 알지도 못하는 분야에서 새로운 무공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가당치 않다는 것을 문득 깨달은 것이다. 한마디로 자신이 누구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분명히 자신은 별 볼일 없었던 중소기업의 연구소의 직원이었고, 눈앞의 먹이에 유혹당해 낚싯바늘을 물고만 본능에 충실한 물고기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 방중선의 좋은 평가를 한마디로 나쁘게 표현해하면 -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무시무시한 내공을 지닌 강호 무림의 최강고수였다. 그것도 백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절대 무림지존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런 평가에 대해서는 별로 부인할 생각이 없었다. 화령의 배에 오르기 전, 불과 5분도 안 되는 시가네 자신의 손으로 베어 넘긴 자들만 백이 넘었고, 교응방의 철환대를 단 한수에 무력화시켰으며, 방중선과 화령을 무림 전체를 통틀어 현존하는 백대고수의 반열에 올려놓을 내공의 소유자로 만들었다는,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순수한 자신의 것으로 보기에는 조금이 아니라 왕창 이상하고 황당하게 센 내력과 자신의 것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동떨어진 기억으로….
시간이 엉켜 과거인 미래와 현재인 과거가 헷갈리며, 지난 미래의 별 볼일 없는 놈이 과거인 현재에서 중원 무림의 앞날에 아주 중대한 변수가 될지도 모르는 존재가 되어 버렸던 것이다. 의식은 분명 천년 후에 대한민국에서 태어나 천만이 몸을 비비며 살아가는 서울의 월급쟁이로 살아가던 정민이 틀림없지만 지금 자신이하는 짓은 완전히 다른 인물이었다.
‘시간의 벽을 넘어오면서 이렇게 변한 것인가? 그렇다면 머릿속에 들어있는 수많은 무공서적과 몸에 스며있는 무공과 무예는 무엇이란 말인가? 내공이야 시간의 벽을 건너면서 얻어질 수 있다고 하자. 그렇지만 몸에 익히고 있는 무공은 그렇게 해서 얻어 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기억도 그렇다. 내 기억뿐만 아니라 전혀 생소한 기억이 있지 않은가. 그것도 일상생활에 대한 기억은 전혀 없고, 오로지 지식만이 남아 있다는 것은 무얼 뜻하는 걸까?’
생각이 깊어질수록 떠오르는 건 자기 부정뿐이었다. 존재감의 상실은 사람을 무기력 하게 만들고, 그로인해 세상의 고민을 다 짊어진 듯 축 처진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연민에 빠지게 했다.
‘무슨 생각이 저리 깊을까? 혹시 고려에서 오셨다고 했으니 타향살이에 향수병이라도 걸리신 거 아니가?’
“저, 저기요, 정 공자님!”
“…!”
대답이 없었다. 그냥 묵묵히 서서 먼 산만 쳐다보는 모습은 무언가가 빠져버린 듯했다. 화령은 다시 불러 볼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돌아 섰다. 이럴 땐 그냥 두는 것이 좋을 거란 생각에 조용히 돌아서서 왔던 길을 향해 걸음을 옮기려 했다.
“미안합니다!”
“예에!”
화령은 정민이 갑자기 말을 걸어오자 화들짝 놀라 그 자리에 멈춰 섰다. 그리고 밑도 끝도 없이 미안하다는 말을 듣자 당황한 화령은 멍한 상태로 잠시 정민을 쳐다보았다.
“뭐, 뭐가요?”
정민은 화령의 물음에는 대답을 하지 않고 품에서 비단 천으로 급하게 엮어 만든 듯 보이는 한 권의 책을 꺼냈다.
“이것을 가져 가셔서 오늘부터 익히도록 하십시오. 집안 어른께서 허락이 없더라도 이것을 익혀 자신의 몸 하나쯤 지키는 힘 정도를 가지지는 것이 흠이 되진 않을 겁니다.”
화령은 가슴이 철렁했다. 이럴 때 여자는 직감이라는 강력한 후원자가 있다. 화령은 재빨리 물러나지 않은 걸 후회하며 정민을 쳐다보았다.
“고, 공자님! 가, 갑자기 무슨 일이라도…?”
“아무 일도 아닙니다. 급히 가봐야 할 곳이 생겼습니다. 조금 오래 걸릴 것 같습니다.”
“아, 안돼요! 이대로 떠나시면 전 어떻게 해요?”
“전 돌아올 겁니다. 그때까지 이것을 완벽하게 익히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으흠, 과연 이곳에 다시 돌아 올 수 있을까? 사람의 일이란 모르지만 이렇게라도 말을 해야 할 것 같군!’
“하, 하지만…!”
화령은 말문이 막혀 버렸다. 무슨 말이라도 해야겠는데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렇게 주저하고 있을 때 정민이 다가와 화령의 손을 잡아 책을 손에 쥐어 주었다.
“저의 생명을 구해주신 은혜는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일이 끝나면 가능한 빨리 돌아올 것입니다.”
“…!”
다시 들려온 이야기는 화령의 마음에 이상한 울림이 되었다.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간이 잠시라고 했지만 떠난다는 말은 슬프게 만드는 게 이상했지만 그렇다고 참을 수 있는 성격의 감정은 아니었다. 화령은 대답 없이 커다란 눈에서 눈물만 흘리며 정민의 얼굴만 쳐다보았다.
‘에구, 괜한 일을 하는 건 아니가? 그냥 이렇게 예쁜 짝퉁선녀와 결혼해서 제이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좋은 게 아닐까?’
정민은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그냥 받아들이기에는 걸리는 게 많았다. 그 것들을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헛된 삶이 될 것 같았다. 시간의 벽을 넘어오기 전에 겪었던 일을 다시 겪을 것 같았기에 그냥 덮어 둘 수는 없었다.
“그만 눈물을 거두십시오. 당신의 눈물을 받을 만큼의 자격이 있는 사람이 못됩니다.”
정민의 말은 화령에게 역효과를 냈다. 방울방울 맺히던 눈물이 아예 수도꼭지를 틀어 놓은 듯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어어, 이게 아닌데!’
정민은 슬그머니 잡았던 화령의 손을 놓고 돌아섰다. 그리고 묵묵히 고개를 들어 먼 산만 바라보았다. 여자의 눈물이 위력적이란 말은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가슴을 후벼 팔지 몰랐다. 소리 내서 우는 것도 아니고 눈물만 뚝뚝 흘리는 모습은 그 어떤 무기보다도 무섭게 가슴을 후벼 파며 마음을 흔들었다. 더 쳐다보다간 자신의 혼마저 빼앗길 것 같은 두려움에 아예 고개를 돌렸다.
‘그만 뚝…! 맞아, 이럴 때 한번쯤 안아주면…, 아니야 괜히 오해받을 짓은 말자고. 언제 다시 시간의 신이 심술을 부려 원래의 시간으로 돌려보낼지 모르잖아. 원래의 생각대로 거리를 두는 것이 좋아. 그래야 짝퉁선녀에게도 더 큰 상처가 되지 않을 것 아닌가!’
냉정해 지기로 정리를 하자 마음이 홀가분해졌다. 화령의 감정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 보이자 정민은 입을 다시 열었다.
“어른을 뵈었으면 합니다.”
“네에!”
의외로 화령의 입에서 순순히 대답이 나왔고, 곧바로 앞장을 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후우, 과연 나의 짝퉁선녀님 답군! 아자, 아자, 힘내라 사랑스런 나의 짝퉁선녀!’
백두산을 향하여
“좀 더 지내다가 떠나면 아니 되겠는가, 정 공자?”
“네, 너무 오랫동안 먼 곳을 떠돌다 보니 일가의 안위도 걱정이 됩니다. 그러니 저를 붙잡지는 말아 주십시오!”
“허어, 이를 어찌한다?”
유벽은 충혈 된 눈에 얼굴이 해쓱해져서 정민을 이끌고 온 화령의 모습 때문에 웬일인가 생각을 했다. 화령의 무공 전수에 관한 것이라면 주원과 방중선의 말도 있고 해서 허락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막상 정민의 입에서 나온 말은 떠나겠다는 말이었다. 오랫동안 집을 떠나 있었기 때문에 집에 좀 가야겠다는 정민의 핑계는 그 누구도 말릴 수 없는 이유였다. 한참을 정민의 얼굴을 쳐다보며 고민하던 유벽은 할 수 없이 고개를 끄떡였다.
“좋소! 하지만 한 가지 부탁이 있네.”
“무슨 부탁이던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다 들어 들이겠습니다.”
“다른 게 아니라, 출발을 한 달 정도 뒤로 했으면 하네.”
“그, 그건…!”
‘이거야, 어째 쉽게 넘어간다했지! 하지만 그때가 되면 영원히 나를 찾지 못할 것이다.’
“왜 곤란 한가?”
“그렇습니다.”
정민은 단호하게 대답했다. 출발을 보름 후로 미루게 되면 곤란한 굴레가 씌워질 가능성이 있었다. 한 달 후에 화령의 공개구혼을 정식으로 알리고, 그 자리에서 정민을 초대된 무림맹의 유력인사들에게 소개할 계획을 세웠기 때문에 어떻게 하든 그때까지 잡아두고 싶었던 것이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정민은 더 이상 정체성이 애매한 상태에서 이 세계와 엮이는 걸 피하고 싶었기에 단호하게 잘랐던 것이다. 유벽은 정민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말 못할 뭔가가 있군! 그렇다고 일가의 안위를 걱정하여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겠다는 사람을 막무가내로 붙잡아 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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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