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존재, 8년만의 해후

잿빛하늘2005.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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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저녁이었다.

이사를 가기 위해 짐을 싸다만 오피스텔에 들어간 나는 직장에서 도보로 퇴근할 때 생긴 땀을 씻어내고 빤스바람으로 바닥에 철퍼덕 누워서 티비를 켰다.

온라임게임 접으니 그걸 대신할 만한 뭔가를 찾던 나에겐 이제 티비 채널 여기저기 돌려가면서 재밌는거 하는 부분만 보는 게 새로운 흥미거리가 되었다.

화요일이면 뭐 재미난거 하지? 아. 오늘 xx플러스 하는군.

그래, 그거 재미있던데 그거나 보자. 닮은 사진 나오는게 너무 웃겨서 채널을 그리로 돌리고

땀도 식힐 겸 기대하면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집 문쪽에 뭔가가 슥~ 하고 내 눈의 가장자리 시야에 걸리는 게 있었다.

설마 귀신은 아니겠지 하고 돌아보니 역시나 아무것도 없었다.

다시 티비를 집중하려는 찰나 문쪽에 뭐가 또 쓱 ~ 검은 형상이 지나간다.

아..짜증나..재밌는거 다 놓치네..생각하면서 설마 내가 생각하는 그건 아니겠지 하면서 천천히 돌아보았다.

그리고 가만히 주시를 하고 있었다.

소름이 끼쳐왔다. 그 동안 잊고 있었던 존재...

22년동안 나를 공포에 떨게하던 잊혀졌던 존재가 8년만에 나를 찾아온 것이었다...

 

바퀴벌레....ㅜㅜ

칠흑같은 색깔에 엄청난 몸의 크기를 뽐내며(소름..)등장하기 시작했다. 그 긴 더듬이를 사정없이 흔들어대며 지도 뭔가를 느낀 듯이 주시하는 날 의식하고 움직임을 멈췄다.

22년간 그놈에게 시달려온 나는 그놈에 대해 제법 안다.

고향에서 내가 태어난 집에서 22년동안 살았던 나는 그 세월을 바퀴와 같이 했었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곤충이라고 여기는 나는 그놈이 왜 멈춘지 안다.

내가 쳐다보기 때문이다. 내가 움직임을 멈추고 자길 쳐다보는 날 느낀 것이다.

그놈은 소름돋은 채 공포에 질린 나를 주시하며 어떻게 할까 고민하는 듯 했다. 가만히 있으면서 생각을 하는 듯 더듬이만 계속 움직인다.

나도 본능적으로 이제 그놈이 뭘 할것인가에 대해 짐작이 갔다..

제발 그것만은 하지말아라..ㅜㅜ

하지만 역시 바퀴는 영리했다. 내가 하지말라고 생각했던 것을 함으로서 내 입 주변에 경기를 일으키게 했다.

날아오는 것이다. 나에게..흑흑

붕~소리를 내며 그 거대한 몸이 나에게 역시나 날아온 것이다.

입 주변에 경기를 일으키며 난 감아놓은 신문지를 흔들며 '저리가 쉐꺄~' 나 혼자 울부짖으며 발광을 했다. (참고로 난 빤스만 입고 있었다) 

그놈 내 신문지에 맞지 않으려고 나에게 날아오다 궤도를 바꿔 미니 냉장고 뒤쪽으로 쑥 들어갔다.

아..이제부터가 시작이군..

이미 xx플러스는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흑

22년동안 저런 왕바퀴 한번 죽여보지 못하고 도망다니기만 했던 나에겐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저놈과 정면대결을 펼쳐야 겠다는 생각과 내가 여기서 물러나면 창피할것 같다는 나만의 오만가지 생각이 교차하기 시작했다.

젠장...

뿌리는 살충제가 어제 저녁에 다 떨어진 것을 깜빡했군..제길..제길..

신문지 감은 걸로 때려잡는 수밖에 없다...

제발 때려잡았을 때 그 내용물만 튀지 말아라...생각하면서 몸을 부르르 떨며 미니 냉장고를 발로 찾다.

내눈엔 엄청 거대해 보이는 괴물이 갑자기 튀어나왔다. '야이 쉐꺄~ 디져라 디져~' 울부짖으며 신문지를 사정없이 내려쳤지만 전부 다 경기로 인한 흔들림으로 죄다 빗나갔다.

이사갈려고 싸놓은 짐(사과박스) 뒤로 숨었다. 갑자기 이사가기 위해 싸놓은 짐쪽으로 숨은 녀석을 보고 난 정말 널 죽일수 밖에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이사가는 데 따라가려고? 어림없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누군가 알벤 바퀴벌레가 이사짐따라서 같이 온다는 말을 듣고 기겁)

이사짐을 발로 찾다. 튀어나왔다. 이제 티비쪽으로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내 신문이 첫방, 두번째 방, 세번째 까지 빗나갔고 그놈이 궤도를 이리저리 바꾸며 질주할 때 4번째 뽀록에 검은 내용물이 튀어오름과 동시에 움직임을 멈췄다. 일단 잡은 것이다.

튀어나온 검은 액체와 내장을 끌고 가려는 그 무식한 놈을 보고 다시 한번 입주변에 경기가 일어났다.

'징그러운 색꺄. 디져라 디져~' 딱 2방 더 먹였다. 머리와 몸통이 분리가 되었고 형체를 못알아 볼만큼 만신창이가 되있었지만 그놈의 가시달린 다리들과 날개는 바퀴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22년동안 고향집에서 시달렸던 기억이 떠올랐다. 왜 그땐 이렇게라도 못잡았을까..

그 후 군대를 갔고 또 집은 이사를 갔고, 또 이렇게 서울까지 오게 된 8년 동안은 그 이름마저 잊고 지낼 정도였는데 이렇게 다시 나타나서 여전히 내가 그놈을 두려워 한다는 것을 친히 일깨워준 것이다.

아...이제 저걸 어떻게 처리하지...

이사갈려고 화장지 일부러 다 써서 싸서 버릴것이 있는가 여기저기 뒤지니 키친타올인가 하는 엠보싱 넓적 화장지 같은것이 눈에 띄었다. 그걸로 쌓아서 버릴려니 내 손에 그녀석의 감촉이 느껴질 것 같아 일단 박스테이프를 잘라서 양쪽 끄트머리를 서로 붙인 다음 한면은 키친타올에 붙인 후 조심스럽게 그 시체를 테이프에 붙였다. 그리고 눈감고 확 똘똘 뭉쳤다. 결국 성공했다.

바퀴벌레 냄새를 아는 나는 그 주변 바닥을 샴푸까지 풀어서 걸레로 뜩뜩 닦았다...

그래,,곧 떠날 집이니 몇일간은 참아주마..대신 내가 들어갈 집에 또 있을지 모르니(아마 있을 것 같다. 전에 쓰던 여자들이 새집을 헌집을 만들어놓고 청소도 안하고 나갔기때문) 만반에 준비를 하고 들어가야겠다.

지금 인터넷에서 여러가지를 찾았다. 세스코, 연막탄, 컴배트 등등...

난 세상에서 바퀴벌레가 제일 무섭다....새로 갈 집은 제발 바퀴와 전쟁을 하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