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노래방 도우미에서 일식집 사장으로

무명씨2005.08.18
조회89,507

그녀를 만난건, 그녀가 노래방 도우미를 하면서, 웃음을 팔던 그때였습니다.

간판은 노래방이지만, 고정 아가씨들은, 2차를 나가곤 하는, 그런,

그녀는, 큰 눈에 오똑한 콧날을 가졌고, 그래서, 그곳에서, 꽤나 많은 고정 손님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날씬한 몸에, 커다란 가슴.

소위 이야기하는, 필박힌 고정 합바지들이 많은 사람이었죠.

첨 그녀를 만났던 날을, 지금도 기억합니다.

1년에 한두번, 직장 동료들의 손에 이끌려, 좋아하지도 않는 곳을 따라가던 그날 입니다.

어떻게든 분위기를 봐서, 자리를 떠나려던 제 모습때문에,

직장 선배 한분이 사장님과 삼촌을 다그쳤고,

제 옆에서 술을 따라주던 아가씨가 나가고, 5분뒤 그녀가 들어 왔습니다.

한동안 말문이 막혀,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습니다.

늘 농담처럼, "긴 생머리에 얼굴은 작고, 눈이 얼굴의 반을 차지하고, 가슴이 큰 여자만 만나면, 언제든 어디서든 사랑에 빠져 버리련다." 던, 제 이야기가 현실이 될지 몰랐습니다.

그렇게, 그곳을 거의 매일 찾아갔습니다.

그만큼 늘어나는 마이너스 통장의 압박도, 그녀를 만나고 싶은 저를 막을 순 없었습니다.

그녀는 늘 바빴기에, 늘 그녀가 한가해질 시간을 기다리곤 했습니다.

그녀를 만날 수 있는 시간은, 그녀가 겨우 한가해지는, 새벽 1시.

그렇게 새벽 1시까지의 기다림은, 한달 이상이 지속되었습니다.

어느날, 그녀는 제게 말하더군요.

오늘, 일 끝내고, 둘이 한잔 더 하러 가자구.

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는 제게 무척이나 잘 해 주었습니다.

큰 회사에 다니며, 꽤 많은 연봉을 받곤 있지만,

부모님의 부채때문에,

씀씀이가 어려운 저에게,

영혼을 팔고, 웃음을 팔아서, 벌어온 돈을 아낌없이 주곤 했었습니다.

꽤 행복한 시간, 아름다운 그녀가, 저에게 그렇게 잘 해 주는게 너무나 행복해,

이 행복이 깨지지 않길 기도하곤 했습니다.

어렵사리 벌어온 돈이, 쉽게 빠져 나가는 그녀의 씀씀이에,

"언제까지 이런 생활을 계속할꺼냐"며, 불평도 했습니다.

"미래를 위해서, 지금 돈을 모으자"며, 적금 통장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부러울것 하나 없는것 같았던 사랑도, 그리 오래 가진 않았습니다.

그녀는, 그녀의 적금통장과, 가족들의 도움으로, 그녀의 연고지로 돌아가 일식집을 오픈했습니다.

일식집을 열기 전날, 전 기꺼이 회사에 월차를 내고, 그녀와 일식집 청소를 했었습니다.

우리의 미래라고 생각하고, 모든 그릇과 방, 창틀, 의자, 책상, 화장실,

그리곤, 일식집 문을 모두 잠그고, 그녀와 그곳에서 사랑을 나누었습니다.

아마, 제게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그날의 기억인것 같습니다.

필요한 그릇을 사려고, 필요한 유니폼을 사려고, 필요한 잡다한 집기들을 사려고,

기꺼이 회사를 접어두고, 그녀와 다리품을 팔고 다녔습니다.

 

 

 

그렇게 일식집은 문을 열었고, 그녀의 아름다움과 사업의 수단으로,

꽤 많은 매출을 내는 가게로 소문도 났습니다.

제 불행의 시작은, 아마도 이때부터 였던것 같습니다.

꽤 많은 매출과, 그녀의 아름다움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소문이 되었고,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단골 손님이 되었습니다.

제 직장과 그녀의 삶의 근거지는 두시간이 넘게 떨어져 있었기에,

전 그녀와 함께할 시간이 점점 적어졌지만,

그녀의 단골 손님들은 그녀와 함께할 시간이 점점 많아 졌습니다.

그녀가 손님들과 영업이라는 이유로, 새벽까지 술을 먹는 횟수도 늘어 나더군요.

일주일에 한번씩 그녀를 찾아가 함께 나누던 사랑도,

그녀의 요구로, 이주일, 한달로, 그 간격이 늘어났습니다.

"주말에 와서, 하릴없이 집에서 있는 사람, 챙겨주지 못해, 너무 미안해서 그러니깐, 이번주는 오지마라".

전 그녀의 말을 그대로 받아 들였고, 너무나 착한 그녀의 맘 씀씀이에, 고마움도 느꼈더랬습니다, 너무나 바보처럼...

 

 

 

저번달엔, 저한테 까페도 하나 할 생각이라고 이야길 하더군요.

일식집이 끝나는 11시부터 새벽 3시까지,

잠은 언제 잘꺼냐며, 몸 망가지게 왠 까페냐며, 펄쩍 뛰었습니다.

그까짓 돈이 뭐 그리 중요해서, 몸까지 망치냐며, 펄쩍 펄쩍 뒤었습니다.

"내게 찾아온 인생의 기회를, 왜 막느냐"며...

"한달에 200만원정도, 추가 수입이 생기는데, 막을꺼면 생활비라도 달라"며...

그녀가 제게 못을 박더군요.

"도움이 못될꺼면, 그냥 뒤로 물러나 있으면 좋을텐데, 왜 맨날 시비지? 남자복도 지지리 없는..."

그렇게 빼지도 못할, 큰 못이 가슴에 박혔습니다.

아무소리 못하고, 그녀가 까페일을 하는것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그녀의 사업 파트너라는 그 사람, 젊은 나이에 꽤 많은 돈을 가졌더군요.

까페를 열어주고, 또 약간의 생활비도, 아무런 경쟁력도 없는, 전...

그냥 그녀의 삶이 편안해지길, 제게 다시 돌아오길, 기도하는것 외엔.

 

 

 

그녀의 삶에 제가 걸림돌이 된다면, 물러나 있겠다고 했습니다.

3년만 기다리면, 돌아온다고 하더군요.

기다림이란게 어떤건지, 한달만 겪어보고 대답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한달여의 기다림이 있었고, 그녀를 포기하겠다는, 생각이 들고 있던, 어제...

그녀에게서 이별을 통보 받았습니다.

잘 해 주니깐 사랑하고, 잘 안해 주니깐 사랑하지 않냐며...

넌, 양심도 없냐며...

난, 돈이 넘쳐나서, 네 옷도 사주고, 선물도 주고, 용돈도 줬는지 아냐며...

돈 있으면, 오백만원만 빌려 달라며...

빌려 줄 마음이 없으니, 안 빌려 주는거라며...

단돈 이십만원이라도, 내어 놓으면서, 미안하다고 이것뿐이라고 이야기하면, 내가 고맙게 느끼지 않았겠냐며...

돈이 없는게 아니라, 마음이 없는거라며...

천하에 나쁜놈이라며...

그동안 몸주고, 돈주고, 마음준게, 너무나 아깝다며...

그렇게 이별을 통보 받았습니다.

 

 

 

차라리 홀가분 합니다.

그녀의 곁에 있기엔, 전 너무나 돈이 없는 사람입니다.

비록, 영혼과 몸이 황폐해졌던, 그녀이지만, 이젠, 일식집 사장으로, 까페의 영업 마담으로,

그렇게, 그녀가 원하는 많은 돈을 모았으면 좋겠습니다.

영혼을 팔고, 몸을 팔았던, 그 어렵던 시기에, 마음하나와 기꺼이 때울 수 있는 몸뚱이 하나로,

그녀만을 사랑했던 나 같은 놈은 잊고서, 그녀의 사업파트너와 오래도록 잘 되길 기원합니다.

그녀의 사업파트너가, 가지고 놀다가 버려버리는, 놀이개가 되지 않길 기도합니다.

 

 

그녀, 노래방 도우미에서 일식집 사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