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순은 그들을 그냥 묵묵히 지켜만 보았다.화가나는 표정의 얼굴은 더더욱 아니었다.오히려 이런일이 일러나길 바랬던 사람 처럼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저기..어머님.."
"들어가자꾸나,할말이 있다."
민호옆을 찬바람이 일정도로 영순은 지나쳐 버렸다.영순은 남경을 쳐다보며 집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했다.남경은 민호를 한본 본후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그러한 그녈 보던 민호는 씁쓸한 마음으로 오피스텔을 빠져 나왔다.거실소파에는 이미 영순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문소리가 나는 남경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영순은 거실 액자가 보이는 곳을 쳐다면서 나즈막히 얘기했다.
"내일 떠나는데 다른말은 하지 않겠다.너에게 한번더 각인 시켜주려고 온거니까"
영순은 어느새 남경이 가져온 음료를 들이키며 다시 얘기했다.
"채하는 이제까지 많은 여성들을 만났었어.물론 그여자들은 채하에겐 아무 의미도 없었지.그냥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전화하고 싶으면 전화하는 그런 상대들.너두 채하에게는 그런 여자중에 하나라는걸,채하가 잠시잠깐 너에게 마음을 준건지는 모르겠지만 만났던 여자들 다 그랬던걸로 알고 있단다.채하는 언제 어디서고 자신이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너를 두고라도 눈을 돌릴얘야.너가 싫어서 이런얘긴 하는건 아니다.그리고 우리채하 앞길이 창창한 아이잖니?너두 만찬가지겠지만,내일 떠나더라도 우리 채하에게는 연락같은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넌 똑똑한 아이니까 지금 내가 한말이 어떤의미를 두고 하는말인지는 충분히 이해할수있으리라 믿는다."
물을 한모금 더 마신 영순은 남경을 쳐다본후 한숨을 쉬었다.그리곤 그녀는 다시 요란한 문소리를 내고는 나가버렸다.그리고 남경은 멍하니 앉아서 생각했다.그녀는 잘 알았다.영순이 했던말이 어떤뜻으로 얘기한건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하지만,채하가 그녀에게 고백 했을때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라고 해야 되나?가식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었다.아니면 그가 선수가 아닌 이상 남경에게 그런 고백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그녀는 조금전에 영순이 내뱉었던 한숨보다는 조금더 길게 한숨을내쉬었다.때마침 채하에게서 문자가 왔었다.그녀는 채하가 서툴게 보낸 문자를 보며 웃어야되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내 애인한테 눈돌린놈 있었어?꼰대가 하도 눈치를 많이 줘서 전화도 못하게 한다.손이 꽁꽁얼어 문자를 보내는 채하도령 멋지지?한국 갈때까지 앞만 보고 있을것!명심해야되!옆으로 눈이 갈시엔 뽀뽀 백번!!! 키스 이백번!!!'피식 웃곤 그녀는 핸드폰을 살짝 내려놨다.그에게 전화하고 싶고 문자도 보내고 싶은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진짜 그에게 좋은여자가 나타나면 언제 좋아했냐는듯 남경을 보며 비웃고 있을것 같았다. 지그시 눈을 감은 그녀는 다시 눈을 떠 밧데리를 조심스럽게 빼버렸다.
채하는 자신의 씬이 끝나고 나면 으례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를 수십번도 했던것 같았다.그녀에게 와야될 전화나 문자는 오지 않았다.지금이라도 전화하고 싶은데 그럴수 없는 상황에 채하는 연신 속으로만 짜증을 냈다.드디어 촬영이 끝나자 다들 숙소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그들이 촬영할 즈음에는 모스크바에서 국제 영화제가 며칠있으면 열려서 그런지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에 쌓여 있었다.채하는 너무도 추운 날씨때문에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어서 채하 뿐만이 아니라,그들 스텝모두는 촬영이 끝날때면 서로들 숙소로 들어가기가 바빴다.채하는 종종걸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희를 보며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뭐야?또?그여자 한테 전화하는거야?"
"전화하든말든 "
그들이 숙소로 도착할즈음에 정혁이 채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 세계 영화인들 파티가 있어.갈수있지?가기 싫어도 가야되,이번 파티에는 헐리우드감독들과 세계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니까.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기회잖아."
지희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며 손뼉을 치더니 정혁을 보며 얘기했다.
"어머,그럼 나두 가도 되는거에요?"
"물론"
"초대장 있어야 되죠?내것두 하나 구해다 줘요"
"알았어.채하야 가자?"
채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 거렸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했다.남경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왜 꺼났는지 걱정은 됐지만,조금후에 다시 걸어보기로 한 채하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채하는 침대에 잠시 잠깐 눈을 붙였다.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호들갑을 뗠며 들어오는 지희가 보였다.채하는 일어나고 싶지 않아 계속 누워만 있었다.
"야,유채하 과간이다 과간!"
채하는 등을 돌리며 누워있었다.계속 앉아서 자신을 흔들어 대는 지희에게 화를 내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인터넷 봐봐 지금, 한국에서는 채하의 여인이 딴 남자하고 바람났다고 난리 났어"
정말이냐고 물어보고 싶었던 채하는 재빨리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코리아 연예 스포츠로 들어가는 시간은 꽤 많이 걸렸다.일면에 뜬 사진을 본 채하의 양미간이 점점 좁혀들었다.남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집앞에서 진하게 키스하고 있는 모습이 제대로 찍혀진것이다.그녀가 아니길 바랬지만 분명 남경이었다.채하는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하필 자신의 집앞에서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어이없다정말. 거기 니네집 맞지?"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갖다대고 고개를 숙인 채하를 보고는 지희는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파다한 일이잖아 뭐? 세상에 니가 없다고 그럴수 있는거니? 거기가 자기 집인양 남자를 끌어들인거네 뭐"
"한국에 가봐야 겠어!"
"미쳤어 너?!!!'
지희는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 없었다.정말로 한국을 가버릴것만 같아 지희는 정혁을 불렀다.채하방으로 온 정혁은 짐을 정리하고 있는 채하를 보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거렸다.지희에게 대충 얘기를 들은 정혁은 이제까지 못참았던 말을 채하에게 소리치며 얘기했다.
"야,이자식아!!그깐일로 한국엘 간다구?너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야?니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그래.너 이러면 앞으로 모든 감독들이 너랑 일을 할것 같아.안그래도 감독들한테 소문도 좋치 않은놈이...한 여자 때문에 너 인생 망칠꺼야?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여자땜에 영화와 일을 포기한 남자라고 불리고 싶어?!!정신 차려 임마,언제까지 이러고 살꺼야?남경씨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믿어야되 저런 스캔들은 얼마든지 있을수 있다구 너 그렇게 속좁은 놈이었냐?영화 다 찍고 나서 한국엘가도 늦지 않아. 그때까지 널 기다리고 있다면 그게 진짜 여자야.아니면 아닌거구"
정혁의 말에 채하는 침대끝에 살짝 기대어 앉아 버렸다.그가 담았던 짐들을 풀으며 정혁은 채하게 푸념섞인 말을 했다.
"사람에겐 기회가 딱 세번밖에 주어지지 않아.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진 말고 어떤 기회든 자신에게 오면 놓치지 말고 잡으란 말이야.그리고 영화찍을때까지는 모든걸 잊어.준비해라. 파티 시작했으니까"
옷을 대충 정리해준 정혁이 채하의 방을 빠져 나가자 지희가 채하 앞으로 다가갔다.
"이러지마.채하야!매니저 오빠말 못들었어?그렇게해 그리고 잊자 .영화 찍을때까지만....."
감독과 채하 일행들은 모스크바 한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영화인들 파티에 조심스럽게 참석하게 됐다.감독들과 그밖의 사화계층의 사람들의 모인자리여서 그런지 호텔 룸안은 그야말로 초호화판이었다.객실안에는 반주를 하는 사람들과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로 한층 그 열기가 뜨거워 지고 있었다.사회자의 연설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고 세계각지에서 온 지인들은 서로 인사하기가 바빴다.그리고 이 호텔안의 특이한점은 기자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지희는 등이 파인 드레스를 채하는 검정정장에 하얀셔츠를 입고 나란히 들어왔다.그둘을 보자 알아보던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하기에 바빴고 지희는 자신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며 자신을 홍보하기에 바빴다.음악은 경쾌한 음악으로 바뀌자 사람들 흥을 더 돋구고 있었다.그리고 곧 잔잔한 음악이 흐르자 서로들 파트너 상대로 춤을 추느라 정신이 없었다.지희도 파란눈의 외국인 남자하고 서로 뒤엉키며 춤을 추고 있었다.채하는 그런 지희를 보며 피식 거렸다.와인잔을 들어 연신 술만 마시던 채하 앞에 자줏빛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뒤를 돌아보며 채하에게 말을 건넸다.
"여기 술만먹으러 왔어요?"
낮이 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채하는 고개를 쭈욱 내밀어 확인했다.뒤를 돌아본 그녀를 본 채하는 아~하고 탄성을 지를뻔했다.잠깐이었지만 남경인줄만 알았던 채하는 눈을 깜박이고 다시 그녀를 쳐다봤다.그녀는 어제 봤던 소매치기 아가씨였다.채하는 그녈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너?니가 여긴 어쩐일이냐?"
"왜요?난 여기 오면 안되요?아저씨?"
"뭐?아저씨?그건 그렇고, 어떻게 이런델 들어오게 됐냐구?"
"내 능력으루요"
못믿겠다는 채하의 표정을 본 그녀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난 윤 하진이에요.국적은 한국이구요."
하루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진 그녈 보자 채하는 어안이 벙벙했다.어제의 그녀라면 찢어진 청바지에 낡은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어야 했다.하지만 오늘 그녀는 자줏빛 드레스가 무색할정도로 그녀에게 너무도 잘어울렸다.머리는 틀어올려서 그런지 어제보다는 분명 한층 성숙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채하는 소리내어 웃었다.남경을 닮아서 그런것도 있지만 얼마 보지 않은 하진에게 채하는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던 것일까?자신의 눈이 자꾸만 그녀에게로 쏠려졌다.
"저랑 춤추실래요?"
채하는 사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그녀가 이끄는데로 그녀의 몸에자신을 맞기기로 했다.채하가 그녀의 품에 안기자 하진은 귓속말로 채하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아저씨"
채하는 그녈 쳐다만 볼뿐 자신에게 아저씨하는 여자에게 구지 자신이 채하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인연도 기막히지 않아요?"
"훗,인연?"
"아저씨!나랑 사귈래요?"
그녀의 품에 안겼던 채하가 몸을 꼿꼿이 세우고는 그녈 쳐다봤다.그리고 그는 곧 남경을 생각했다.
"나,여자 있어!"
"있으면 어때요?"
키는 남경보다 한 오센치정도는 작은것 같았다.그녀는 채하를 올려다보면서 계속 얘기하는 모양새가 여간 귀엽게 보이지 않을수 없었다.하지만 채하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갔다.채하는 자신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난 내여자말곤 관심없어"
채하가 돌아서려 하자 하진은 웃으며 다시 채하앞으로 폴짝폴짝 뛰어왔다.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에게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알았어요.농담이에요 농담 그냥 춤춰요 우리. 아저씨 겉으로보기완 달리 엄청 순정파시다.없던걸로 하죠 뭐"
계속 조르고 있는 하진을 보자 채하도 더이상은 거절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다.지희는 파란눈의 외국인과 춤을추고나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둘러보던 지희는 채하를 발견했다.웃으며 다가서려는데 채하 옆에 여자를 보며 인상이 꾸겨졌다.
"뭐야 또?잰?"
지희가 다가서려하는데 정혁이 그녀를 잡았다.
"그냥둬"
"왜요?"
"잘적응하고 있잖아.모스크바에서만큼은 우리가 한국을 못가게 잡았으니까 자기맘대로 하게 놔두자"
정혁의 하는말을 듣고 지희는 하진과 채하를 보며 씩씩 거렸다.파티가 어느정도 무르익어갈 무렵 사람들은 하나둘씩 파티장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늦게까지 남은 채하도 취기가 어느정도 오르자 나갈준비를 하고 있었다.그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하진이 보였다.
"너?집에 안가?"
"한잔만 더해요"
"나 내일 촬영 있어"
채하는 계단을 묵묵히 걸어내려갔다.하진도 계속 채하의 뒷꽁무니만 따라오다가 계단 아래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놀란 채하는 뒤를 돌아보고 엎어져 있는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괜찮아?일어날수 있겠어?"
머리를 좌우로 흔든 그녀를 보던 채하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벌써 인적이 드문 시간이 되버렸다.채하는 할수없이 그녀앞에 등을 돌려 쪼그려 앉았다.
"자"
그녀에게 업히라는 말을 했다.그녀는 내심 기뻤지만 채하등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쑥쓰러운듯 했다.
"뭐해?여기 이러고 있을거야?나그럼 일어난다."
"알았어요.정말 성질 하나는 알아줘야 겠네,아저씨네 애인 참 힘들겠다."
채하등에 업힌 그녀는 처음엔 고개를 들었지만 나중에는 그의 등에 머리를 기대어 졸린 눈을 떴다감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집이 어디야?응?집이 어디냐니깐?"
그녀는 쎄근쎄근 잠이 들었다.아까 그녀도 와인을 꽤나 많이 마셨었다.채하는 할수없이 자신의 숙소로 그녈 데려왔다.잠이든 그녀를 일단 자신의 침대에 눕혀야 했다.신었던 하이일을 벗겨주고는 잠이든 그녀곁을 걸어 나오려는데 그녀가 채하의 팔을 잡았다.
"가지마요.무서워요"
"어디안가.일단 오늘밤은 여기서 자구 내일은 너네집으로 가"
채하는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내려주었다.어느새 잠이든 그녀,채하는 정혁의 방으로 들어갔다.정혁도 이미 깊은잠에 빠져 들었다.그는 소파로가 잠을 청하기로 했다.쉽게 잠이 들려고 하진 않았지만 채하는 그래도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다. 아까 봤던 그녀와 키스하고 있던 남자의 궁금증이 갑자기 몰려오기 시작했다.제기랄,일어나면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모스크바에 와서 처음으로 피는 담배였다.답답한 마음이 계속해서 밀려왔다.다핀 담배를 비벼끄고는 채하는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간신히 잠이든 채하가 자신의 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무조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채하는 정혁을 깨울 정신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그는 맨먼저 하진이 잘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다.다행인지 불행인지 소리를 지른건 하진이었고,몹시 무서운 악몽을 꾼것 같았다.그녀의 몸에는 식은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괜찮아"
그녀는 벌벌 떨고 있었다.채하는 걱정스러운듯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벌벌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채하는 슬쩍 잡아주었다.그녀는 채하가 자신의 손을 잡자 그를 쳐다보더니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채하는 처음엔 그녈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무서움에 떨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볼수 없을것만 같았다.그는 하진의 등을 부드럽게 아이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서울에서의 아침이 오늘이 마지막이구나?남경은 새벽일찍부터 일어났었다.그의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설움이 몰려왔다.이집에서 나가면 다시는 그를 볼수 없을것 같았다.그녀는 어제 차곡차곡 정리해뒀던 가방을 거실로 내놨다.그리고 그녀는 주위를 둘러봤다.평생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해야만 하는곳이었다.남경의 망상은 초인종 벨소리때문에 깨져버렸다.누구냐고 물어보던 남경이 이집에서 오늘부터 일하게될 아주머니라고 했다.문을 열어준 남경은 아주머니에게인사를 한후 채하의 습성은 이렇고 채하가 좋아하는 음식이며 모든걸 그 아주머니에게 일러두었다.그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남경에게 말을 건넸다.
"참 인상이 좋은 아가씨네?그런데 이런데서 일했었다면 아깝네"
남경은 피식웃어보이며 그의 집에서 천천히 한발짝씩 떼어 걸어나갔다.큰도로로 나오던 남경은 간만에 차경적소리와 사람들 소리에 마음이 흐뭇했다.혼자가 아니야...이세상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남경은 버스 승강장까지 천천히 걸어갔다.승강장 앞 매표소에는 어린 소녀 들이 무얼 보고 있는지 웅성 웅성 거리고 있었다.그녀는 자신도 저때가 있었다고 생각했다.저시절로 돌아가면 모든걸 다시시작하고 그럴텐데....저만치서 남경이 타려던 버스가 오고 있었다.남경은 자신앞에 멈춘 버스에 올라타려할때 뒤돌아서서 그학생들이 있는곳을 우연찮게 보게 됐다.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가 없었다.그학생들이 웅성거렸던 이유은 다름아닌 유 채하 때문이었다는것을 그녀는 알게됐다.그리고 그녀는 기다리는 버스를 뒤로 하고는 그의 소식이 궁금해 매표소 앞으로 다가갔다.거긴엔 '유 채하 맞바람 피다 '라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려있었다.그기사와 함께 큰 사진에는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채하등에 다정에게 업힌 모습이 자세하게 나왔다.
최고의신부-아저씨!나랑 사귈래요?(18)
영순은 그들을 그냥 묵묵히 지켜만 보았다.화가나는 표정의 얼굴은 더더욱 아니었다.오히려 이런일이 일러나길 바랬던 사람 처럼 보이지 않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저...저기..어머님.."
"들어가자꾸나,할말이 있다."
민호옆을 찬바람이 일정도로 영순은 지나쳐 버렸다.영순은 남경을 쳐다보며 집으로 들어오라는 말을 했다.남경은 민호를 한본 본후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그러한 그녈 보던 민호는 씁쓸한 마음으로 오피스텔을 빠져 나왔다.거실소파에는 이미 영순이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문소리가 나는 남경을 쳐다보지도 않은채 영순은 거실 액자가 보이는 곳을 쳐다면서 나즈막히 얘기했다.
"내일 떠나는데 다른말은 하지 않겠다.너에게 한번더 각인 시켜주려고 온거니까"
영순은 어느새 남경이 가져온 음료를 들이키며 다시 얘기했다.
"채하는 이제까지 많은 여성들을 만났었어.물론 그여자들은 채하에겐 아무 의미도 없었지.그냥 만나고 싶으면 만나고 전화하고 싶으면 전화하는 그런 상대들.너두 채하에게는 그런 여자중에 하나라는걸,채하가 잠시잠깐 너에게 마음을 준건지는 모르겠지만 만났던 여자들 다 그랬던걸로 알고 있단다.채하는 언제 어디서고 자신이 맘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너를 두고라도 눈을 돌릴얘야.너가 싫어서 이런얘긴 하는건 아니다.그리고 우리채하 앞길이 창창한 아이잖니?너두 만찬가지겠지만,내일 떠나더라도 우리 채하에게는 연락같은건 하지 않았으면 좋겠구나,넌 똑똑한 아이니까 지금 내가 한말이 어떤의미를 두고 하는말인지는 충분히 이해할수있으리라 믿는다."
물을 한모금 더 마신 영순은 남경을 쳐다본후 한숨을 쉬었다.그리곤 그녀는 다시 요란한 문소리를 내고는 나가버렸다.그리고 남경은 멍하니 앉아서 생각했다.그녀는 잘 알았다.영순이 했던말이 어떤뜻으로 얘기한건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하지만,채하가 그녀에게 고백 했을때는 때묻지 않은 순수함이라고 해야 되나?가식적인 모습은 보이지 않았었다.아니면 그가 선수가 아닌 이상 남경에게 그런 고백을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그녀는 조금전에 영순이 내뱉었던 한숨보다는 조금더 길게 한숨을내쉬었다.때마침 채하에게서 문자가 왔었다.그녀는 채하가 서툴게 보낸 문자를 보며 웃어야되는데 눈에서는 눈물이 고였다.'내 애인한테 눈돌린놈 있었어?꼰대가 하도 눈치를 많이 줘서 전화도 못하게 한다.손이 꽁꽁얼어 문자를 보내는 채하도령 멋지지?한국 갈때까지 앞만 보고 있을것!명심해야되!옆으로 눈이 갈시엔 뽀뽀 백번!!! 키스 이백번!!!'피식 웃곤 그녀는 핸드폰을 살짝 내려놨다.그에게 전화하고 싶고 문자도 보내고 싶은데 그러고 싶지 않았다.진짜 그에게 좋은여자가 나타나면 언제 좋아했냐는듯 남경을 보며 비웃고 있을것 같았다. 지그시 눈을 감은 그녀는 다시 눈을 떠 밧데리를 조심스럽게 빼버렸다.
채하는 자신의 씬이 끝나고 나면 으례 핸드폰을 열었다 닫았다를 수십번도 했던것 같았다.그녀에게 와야될 전화나 문자는 오지 않았다.지금이라도 전화하고 싶은데 그럴수 없는 상황에 채하는 연신 속으로만 짜증을 냈다.드디어 촬영이 끝나자 다들 숙소로 들어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그들이 촬영할 즈음에는 모스크바에서 국제 영화제가 며칠있으면 열려서 그런지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에 쌓여 있었다.채하는 너무도 추운 날씨때문에 밖에 나갈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어서 채하 뿐만이 아니라,그들 스텝모두는 촬영이 끝날때면 서로들 숙소로 들어가기가 바빴다.채하는 종종걸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지희를 보며 다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뭐야?또?그여자 한테 전화하는거야?"
"전화하든말든 "
그들이 숙소로 도착할즈음에 정혁이 채하 앞으로 다가왔다.
"오늘 세계 영화인들 파티가 있어.갈수있지?가기 싫어도 가야되,이번 파티에는 헐리우드감독들과 세계 감독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니까.확실한 눈도장을 찍을 기회잖아."
지희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며 손뼉을 치더니 정혁을 보며 얘기했다.
"어머,그럼 나두 가도 되는거에요?"
"물론"
"초대장 있어야 되죠?내것두 하나 구해다 줘요"
"알았어.채하야 가자?"
채하는 말없이 고개만 끄덕 거렸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했다.남경의 핸드폰은 꺼져 있었다.왜 꺼났는지 걱정은 됐지만,조금후에 다시 걸어보기로 한 채하는 자신의 방으로 들어왔다.채하는 침대에 잠시 잠깐 눈을 붙였다.그런데 얼마나 지났을까 호들갑을 뗠며 들어오는 지희가 보였다.채하는 일어나고 싶지 않아 계속 누워만 있었다.
"야,유채하 과간이다 과간!"
채하는 등을 돌리며 누워있었다.계속 앉아서 자신을 흔들어 대는 지희에게 화를 내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인터넷 봐봐 지금, 한국에서는 채하의 여인이 딴 남자하고 바람났다고 난리 났어"
정말이냐고 물어보고 싶었던 채하는 재빨리 일어나 컴퓨터를 켰다.코리아 연예 스포츠로 들어가는 시간은 꽤 많이 걸렸다.일면에 뜬 사진을 본 채하의 양미간이 점점 좁혀들었다.남자의 신원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자신의 집앞에서 진하게 키스하고 있는 모습이 제대로 찍혀진것이다.그녀가 아니길 바랬지만 분명 남경이었다.채하는 배신감에 치를 떨어야만 했다.하필 자신의 집앞에서 그런 일을 저지르다니....
"어이없다정말. 거기 니네집 맞지?"
손을 자신의 이마에 갖다대고 고개를 숙인 채하를 보고는 지희는 그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파다한 일이잖아 뭐? 세상에 니가 없다고 그럴수 있는거니? 거기가 자기 집인양 남자를 끌어들인거네 뭐"
"한국에 가봐야 겠어!"
"미쳤어 너?!!!'
지희는 소리를 질렀지만 소용 없었다.정말로 한국을 가버릴것만 같아 지희는 정혁을 불렀다.채하방으로 온 정혁은 짐을 정리하고 있는 채하를 보자 얼굴이 울그락불그락 거렸다.지희에게 대충 얘기를 들은 정혁은 이제까지 못참았던 말을 채하에게 소리치며 얘기했다.
"야,이자식아!!그깐일로 한국엘 간다구?너 머리가 어떻게 된거 아니야?니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됐는데 그래.너 이러면 앞으로 모든 감독들이 너랑 일을 할것 같아.안그래도 감독들한테 소문도 좋치 않은놈이...한 여자 때문에 너 인생 망칠꺼야?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여자땜에 영화와 일을 포기한 남자라고 불리고 싶어?!!정신 차려 임마,언제까지 이러고 살꺼야?남경씨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믿어야되 저런 스캔들은 얼마든지 있을수 있다구 너 그렇게 속좁은 놈이었냐?영화 다 찍고 나서 한국엘가도 늦지 않아. 그때까지 널 기다리고 있다면 그게 진짜 여자야.아니면 아닌거구"
정혁의 말에 채하는 침대끝에 살짝 기대어 앉아 버렸다.그가 담았던 짐들을 풀으며 정혁은 채하게 푸념섞인 말을 했다.
"사람에겐 기회가 딱 세번밖에 주어지지 않아.기회를 기다리는 사람이 되진 말고 어떤 기회든 자신에게 오면 놓치지 말고 잡으란 말이야.그리고 영화찍을때까지는 모든걸 잊어.준비해라. 파티 시작했으니까"
옷을 대충 정리해준 정혁이 채하의 방을 빠져 나가자 지희가 채하 앞으로 다가갔다.
"이러지마.채하야!매니저 오빠말 못들었어?그렇게해 그리고 잊자 .영화 찍을때까지만....."
감독과 채하 일행들은 모스크바 한 호텔에서 열리고 있는 영화인들 파티에 조심스럽게 참석하게 됐다.감독들과 그밖의 사화계층의 사람들의 모인자리여서 그런지 호텔 룸안은 그야말로 초호화판이었다.객실안에는 반주를 하는 사람들과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사람들로 한층 그 열기가 뜨거워 지고 있었다.사회자의 연설은 아무도 쳐다보지 않았고 세계각지에서 온 지인들은 서로 인사하기가 바빴다.그리고 이 호텔안의 특이한점은 기자가 단 한명도 보이지 않았다.지희는 등이 파인 드레스를 채하는 검정정장에 하얀셔츠를 입고 나란히 들어왔다.그둘을 보자 알아보던 사람들은 서로 인사를 하기에 바빴고 지희는 자신을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여기저기 다니며 자신을 홍보하기에 바빴다.음악은 경쾌한 음악으로 바뀌자 사람들 흥을 더 돋구고 있었다.그리고 곧 잔잔한 음악이 흐르자 서로들 파트너 상대로 춤을 추느라 정신이 없었다.지희도 파란눈의 외국인 남자하고 서로 뒤엉키며 춤을 추고 있었다.채하는 그런 지희를 보며 피식 거렸다.와인잔을 들어 연신 술만 마시던 채하 앞에 자줏빛 드레스를 입은 여인이 뒤를 돌아보며 채하에게 말을 건넸다.
"여기 술만먹으러 왔어요?"
낮이 익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채하는 고개를 쭈욱 내밀어 확인했다.뒤를 돌아본 그녀를 본 채하는 아~하고 탄성을 지를뻔했다.잠깐이었지만 남경인줄만 알았던 채하는 눈을 깜박이고 다시 그녀를 쳐다봤다.그녀는 어제 봤던 소매치기 아가씨였다.채하는 그녈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야!너?니가 여긴 어쩐일이냐?"
"왜요?난 여기 오면 안되요?아저씨?"
"뭐?아저씨?그건 그렇고, 어떻게 이런델 들어오게 됐냐구?"
"내 능력으루요"
못믿겠다는 채하의 표정을 본 그녀는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난 윤 하진이에요.국적은 한국이구요."
하루사이에 몰라보게 달라진 그녈 보자 채하는 어안이 벙벙했다.어제의 그녀라면 찢어진 청바지에 낡은 오리털 파카를 입고 있어야 했다.하지만 오늘 그녀는 자줏빛 드레스가 무색할정도로 그녀에게 너무도 잘어울렸다.머리는 틀어올려서 그런지 어제보다는 분명 한층 성숙해보이는 얼굴이었다.
"어제일은 제가 사과할께요.제가 병이에요.한번씩 그런사람있잖아요.몽류병처럼 자신도모르게 일어난일들...이해해주실꺼죠?"
채하는 소리내어 웃었다.남경을 닮아서 그런것도 있지만 얼마 보지 않은 하진에게 채하는 묘한 매력을 느끼고 있었던 것일까?자신의 눈이 자꾸만 그녀에게로 쏠려졌다.
"저랑 춤추실래요?"
채하는 사양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는 그녀가 이끄는데로 그녀의 몸에자신을 맞기기로 했다.채하가 그녀의 품에 안기자 하진은 귓속말로 채하에게 얘기하고 있었다.
"아저씨"
채하는 그녈 쳐다만 볼뿐 자신에게 아저씨하는 여자에게 구지 자신이 채하라고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인연도 기막히지 않아요?"
"훗,인연?"
"아저씨!나랑 사귈래요?"
그녀의 품에 안겼던 채하가 몸을 꼿꼿이 세우고는 그녈 쳐다봤다.그리고 그는 곧 남경을 생각했다.
"나,여자 있어!"
"있으면 어때요?"
키는 남경보다 한 오센치정도는 작은것 같았다.그녀는 채하를 올려다보면서 계속 얘기하는 모양새가 여간 귀엽게 보이지 않을수 없었다.하지만 채하의 얼굴이 점점 굳어져 갔다.채하는 자신을 잡고 있는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난 내여자말곤 관심없어"
채하가 돌아서려 하자 하진은 웃으며 다시 채하앞으로 폴짝폴짝 뛰어왔다.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에게는 조금은 어울리지 않는 행동이었다.
"알았어요.농담이에요 농담 그냥 춤춰요 우리. 아저씨 겉으로보기완 달리 엄청 순정파시다.없던걸로 하죠 뭐"
계속 조르고 있는 하진을 보자 채하도 더이상은 거절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었다.지희는 파란눈의 외국인과 춤을추고나서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둘러보던 지희는 채하를 발견했다.웃으며 다가서려는데 채하 옆에 여자를 보며 인상이 꾸겨졌다.
"뭐야 또?잰?"
지희가 다가서려하는데 정혁이 그녀를 잡았다.
"그냥둬"
"왜요?"
"잘적응하고 있잖아.모스크바에서만큼은 우리가 한국을 못가게 잡았으니까 자기맘대로 하게 놔두자"
정혁의 하는말을 듣고 지희는 하진과 채하를 보며 씩씩 거렸다.파티가 어느정도 무르익어갈 무렵 사람들은 하나둘씩 파티장을 빠져 나가고 있었다.늦게까지 남은 채하도 취기가 어느정도 오르자 나갈준비를 하고 있었다.그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하진이 보였다.
"너?집에 안가?"
"한잔만 더해요"
"나 내일 촬영 있어"
채하는 계단을 묵묵히 걸어내려갔다.하진도 계속 채하의 뒷꽁무니만 따라오다가 계단 아래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놀란 채하는 뒤를 돌아보고 엎어져 있는 그녀를 일으켜 세워주었다.
"괜찮아?일어날수 있겠어?"
머리를 좌우로 흔든 그녀를 보던 채하가 주위를 두리번 거렸다.벌써 인적이 드문 시간이 되버렸다.채하는 할수없이 그녀앞에 등을 돌려 쪼그려 앉았다.
"자"
그녀에게 업히라는 말을 했다.그녀는 내심 기뻤지만 채하등이라서 그런지 조금은 쑥쓰러운듯 했다.
"뭐해?여기 이러고 있을거야?나그럼 일어난다."
"알았어요.정말 성질 하나는 알아줘야 겠네,아저씨네 애인 참 힘들겠다."
채하등에 업힌 그녀는 처음엔 고개를 들었지만 나중에는 그의 등에 머리를 기대어 졸린 눈을 떴다감았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집이 어디야?응?집이 어디냐니깐?"
그녀는 쎄근쎄근 잠이 들었다.아까 그녀도 와인을 꽤나 많이 마셨었다.채하는 할수없이 자신의 숙소로 그녈 데려왔다.잠이든 그녀를 일단 자신의 침대에 눕혀야 했다.신었던 하이일을 벗겨주고는 잠이든 그녀곁을 걸어 나오려는데 그녀가 채하의 팔을 잡았다.
"가지마요.무서워요"
"어디안가.일단 오늘밤은 여기서 자구 내일은 너네집으로 가"
채하는 잡고 있던 그녀의 손을 조심스럽게 내려주었다.어느새 잠이든 그녀,채하는 정혁의 방으로 들어갔다.정혁도 이미 깊은잠에 빠져 들었다.그는 소파로가 잠을 청하기로 했다.쉽게 잠이 들려고 하진 않았지만 채하는 그래도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다. 아까 봤던 그녀와 키스하고 있던 남자의 궁금증이 갑자기 몰려오기 시작했다.제기랄,일어나면서 담배를 꺼내 입에 물었다.모스크바에 와서 처음으로 피는 담배였다.답답한 마음이 계속해서 밀려왔다.다핀 담배를 비벼끄고는 채하는 다시 이불속으로 들어갔다.간신히 잠이든 채하가 자신의 방에서 비명소리가 들리자 무조건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리고채하는 정혁을 깨울 정신도 없이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갔다.그는 맨먼저 하진이 잘 있는지 확인해야만 했다.다행인지 불행인지 소리를 지른건 하진이었고,몹시 무서운 악몽을 꾼것 같았다.그녀의 몸에는 식은땀이 비오듯 흐르고 있었다.
"괜찮아"
그녀는 벌벌 떨고 있었다.채하는 걱정스러운듯 그녀 옆으로 다가갔다.벌벌떨고 있는 그녀의 손을 채하는 슬쩍 잡아주었다.그녀는 채하가 자신의 손을 잡자 그를 쳐다보더니 그의 품에 안겨버렸다.채하는 처음엔 그녈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무서움에 떨고 있는 그녀를 가만히 볼수 없을것만 같았다.그는 하진의 등을 부드럽게 아이를 다루듯 조심스럽게 쓰다듬어주었다.
서울에서의 아침이 오늘이 마지막이구나?남경은 새벽일찍부터 일어났었다.그의 집에서 나가야 한다는 설움이 몰려왔다.이집에서 나가면 다시는 그를 볼수 없을것 같았다.그녀는 어제 차곡차곡 정리해뒀던 가방을 거실로 내놨다.그리고 그녀는 주위를 둘러봤다.평생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해야만 하는곳이었다.남경의 망상은 초인종 벨소리때문에 깨져버렸다.누구냐고 물어보던 남경이 이집에서 오늘부터 일하게될 아주머니라고 했다.문을 열어준 남경은 아주머니에게인사를 한후 채하의 습성은 이렇고 채하가 좋아하는 음식이며 모든걸 그 아주머니에게 일러두었다.그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남경에게 말을 건넸다.
"참 인상이 좋은 아가씨네?그런데 이런데서 일했었다면 아깝네"
남경은 피식웃어보이며 그의 집에서 천천히 한발짝씩 떼어 걸어나갔다.큰도로로 나오던 남경은 간만에 차경적소리와 사람들 소리에 마음이 흐뭇했다.혼자가 아니야...이세상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데....남경은 버스 승강장까지 천천히 걸어갔다.승강장 앞 매표소에는 어린 소녀 들이 무얼 보고 있는지 웅성 웅성 거리고 있었다.그녀는 자신도 저때가 있었다고 생각했다.저시절로 돌아가면 모든걸 다시시작하고 그럴텐데....저만치서 남경이 타려던 버스가 오고 있었다.남경은 자신앞에 멈춘 버스에 올라타려할때 뒤돌아서서 그학생들이 있는곳을 우연찮게 보게 됐다.그녀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수가 없었다.그학생들이 웅성거렸던 이유은 다름아닌 유 채하 때문이었다는것을 그녀는 알게됐다.그리고 그녀는 기다리는 버스를 뒤로 하고는 그의 소식이 궁금해 매표소 앞으로 다가갔다.거긴엔 '유 채하 맞바람 피다 '라는 기사가 대문짝만하게 실려있었다.그기사와 함께 큰 사진에는 드레스를 입은 여자가 채하등에 다정에게 업힌 모습이 자세하게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