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천하 - (1) 그녀의 하루******

아랑2005.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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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천하  ********

 

 

 

1. 그녀의 하루 -----


이른 아침까지 옆집 사는 대학생 규식이 놈이 몇 일 전부터 부탁한 아르바이트 대타를 하고, 막 단잠에 빠져있던 그녀. 그녀의 단잠을 깨우는 시끄러운 전화벨 소리에 욕을 하며, 눈도 뜨지 안은 채 전화를 받았다.

 

“여 보 셔.”

“난희야,  아직도 자고 있는 거야?”

 

그녀의 유일한 혈육이자 잔소리꾼 마나님. 유재희  그녀가 아침 식전 댓바람부터 그녀에게 잔소리를 늘어놓고 싶은 모양이다. 단잠을 깨운 언니의 전화가 귀찮아진 난희는 수화기를 최대한 멀리 때어 놓았다.

 

“유난희!!!!!! 내말 안 들려!”

 

아무리 수화기를 멀리 떨어뜨려 놓아도  전화기를 타고 흐르는 재희의 목소리는 난희의 눈을 번쩍 뜨이게 하기에 충분했다. 언니는 결혼을 하고 나서 크라는 가슴은 크지 않고, 목소리만 더 커진 것 같았다. 그녀는 할 수 없다는 듯 언니와 통화를 하기 위해 수화기를 건성으로 귀에 갔다 댔다.

 

“왜..........  오늘은 뭐가 또 못 마땅한 건데?”

“기집애. 어젠 오라니까 왜 안온 거야?  네 형부 무척 기다리던데......”

 

형부가 기다렸다고? 재희와 연애를 하면서도 줄 곳 난희를 데리고 다녀준 나이가 좀 많은 멋진 형부를 떠올리며, 아쉬움에 한숨을 내쉬었다. 요즘도 형부가 키 작고, 볼륨이라곤 전혀 없는 자신의 언니와 왜 결혼을 해버렸는지 여전히 미스테리라 생각했다.

 

“아흐! 바쁘다고 했잖아.  ”

“기집애 너 또 대타 뛰었구나? 언제까지 그러고 살래? 그러 지 말고, 시집이나 가라니까...”

 

언니의 잔소리는 레퍼토리도 변하지 않고, 늘 똑같은 말만 되풀이되었다. 그녀는 더 이상 언니의 쓸 대 없는 잔소리가 귀찮아 반항하듯 길게 하품을 했다.

 

“언냐.  나 피곤하거든?  자야된다 말야.  아 함~~ ”

“뭐?  시간이 몇 시 인 데!”

“그래 나한테는 시간이 몇 시 인줄 알아? 나 지금 자야 된단 말야.. 피곤해.... 아 함~”

“어?  그  그래 그런데 저기 난희야~ ”

 

언니는 늘 그녀에게 뭔가를 부탁 할 때는 약간씩 말을 늘이곤 했다. 지겨운 언니의 수법에 그녀는 눈살을 찡그렸다.

 

“에 효~  오늘은 또 뭔데? ”

 

귀찮다는 듯 그녀가 먼저 선수를 치자 언니는 오히려 반색을 하며,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어 우~  눈치하나는........ 다른 게 아니라 오늘 우리 형님 댁 조카 미주가... ”

“어. 그런데.......”

“걔네 학교에서 오늘 점심급식을 좀 도와 달라고 해서 말이야.  네가 좀 해줄 수 없나 해서.  아 물론 공짜는 아니 야 갔다오면, 내가 너 하루일당 그대로 쳐준다. 어때?”

 

“그래?........ 글쎄,  그거 무지 힘들지 않나?  그거 어떻게 하는지도 잘 모르고, ”

 

그녀는 이불 속으로 몸을 웅크리며, 일부러 하기 싫다는 듯 말을 돌려 버렸다. 하지만 그녀의 언니는 포기를 몰랐다. 어떻게 해서 든 연약한(?) 그녀를 부려먹을 계획을 철저히 세운 모양인 듯 포기를 몰랐다.

 

“하하  아냐,  전혀 힘들지 않아, 내가 얼마 전에도 가서 해 봤는데 전혀 힘들지 않아, 어때 가줄래?  어~ 우  동생아 사랑하는 나의 동생아.....  네가 안가면 이 배부른 언니가 가야 되는데.....  그럼 네가 좋아하는 네 형부기분이 좋겠니?....”

 

언니의 형부란 말에 그녀의 기분이 갑자기 꿀꿀해 졌다. 결국 오늘도 언니의 꼬임에 고스란히 넘어가고 말다니... 늘 언니의 부탁은 지겨운 잔소리로 시작해 형부로부터 말이 끝이 나야 했다. 그녀가 형부를 좋아한다는 것을 미끼로 자신의 언니가 동생을 유인하고 있다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체, 알았어.  가지 뭐. 대신 오늘 너무 피곤하니까...  대타 비 두 배로 줘.....”

 

아마, 안 주고는 못 배길 거다. 히히히 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 쉬며, 알았다고 말했다.

 

“언냐, 그런데 미주 학교가 어디지?”

“에 효, 것 두 모르니? 네가 나온 학교잖아. 성남여고, 아니지 이제는 성남고등학교라고 말해야 되지. 아무튼 12시 반까지 가야돼.  늦지 않게 잘 다녀와라. 예쁜 동생아.”

 

예쁜 동생 운운하며, 오늘따라 친절하게도 전화를 끊는 언니의 말에 시큰둥하게 하품을 하던 그녀의 입이 성남이라는 소리에 턱 근육이 실룩일 정도로 경직되었다.

 

‘서  성남? 젠장! 왜 하필이면 성남이야. 하고많은 학교 중에 성남이라니 오늘 일진 안 봐도 뻔한 거 아닌지 몰라..’

 

속으로 툴툴거리며, 그녀는 귀찮다는 듯 알람시계를 들여다보았다. 시계를 보며, 빠르게 자신이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을 계산해 두었다. 오전 8시 30분 성남에 12시 반까지 가려면 서너 시간은 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알람을 맞춘 후 안심하고, 조금 더 잠을 자기 위해 눈을 감았다.

 

뚜 뚜 뚜 뚜..... 뚜 뚜 뚜 뚜 뚜.....

 

시끄러운 소리에 그녀의 눈살이 찌푸려진다. 얼마나 잠을 잔 걸까?  음....... 오전에 아주 중대한 일이 한가지 있었던  것 같은데......  떠오르지 않는 생각을 뒤로하고, 머리맡에 있는 알람시계를 끄고, 흘낏 바라보았다. 11시 50분  50분........  어?!

 

“옴 마야.  난 몰라.......!!!  ”

 

언니와 아침에 약속을 한 일을 까맣게 잊고, 여지 것 자고 있었다니, 그녀는 부스스한 머릴 만질 세도 없이 아침에 벗어둔 청바지와 곰돌이 문양의 흰 티만을 간신히 걸쳐 입은 체 부리나케 아파트 현관을 나서야 했다. 그녀의 계산이 정확하다면, 성남까지 가는데 걸리는 시간은 족히 4~50분이 걸렸다. 서둘러 나왔지만,  어느새 12시를 향하고 있는 휴대폰의 숫자가 원망스럽기까지 했다.

 

‘젠장, 이럴 줄 알았다니까.  오늘따라 몸이 찌푸등 한 게 영 개운치가 않더니만.....' 그녀는 생각을 빨리 해야 했다. 안 그럼 언니와 미주에게 합동잔소리를 들어야 할 판이기 때문이다. 자신보다 어리긴 하지만, 키가 180㎝ 인 미주가 여우처럼 앙칼지게 그녀에게 따지고 들게 자명했다. 미주에게 잔소리를 들을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그녀의 머리가 지끈거렸다.

 

“야,  강규식 너 어디 있어?”

 

그보다 세 살이나 많은 그녀였지만, 그와는 늘 친구처럼 말을 편하게 한다.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유일하게 떠오르는 사람은 그 뿐이었다.  얼추 시간을 보니 수업을 받고 있을 시간일 테지만, 그녀는 그런 건 상관하지 않고, 애타게 그를 찾아야 했다.

 

“올.  나의 누님 왜? 어제보고도 또 그새 내가 보고 싶은 고야?  낄낄”

“씁,  쓸데없는 소리 집어치우고, 너 지금 어디에 있어. 아니지 바람이 어디에 있냐?”

 

그렇다. 그녀는 사실 그가 필요한 게 아니라 그의 애마 ‘바람이’가 정말로 필요했다.

 

‘헉!! 그럼 그렇지’ 그녀가 그에게 전화를 걸때는 언제나 그의 ‘바람이’가 목적일 뿐이었다. 실망 아닌 실망을 하며, 걱정스럽게 그녀의 말에 반문했다.

 

“왜??  아침부터 잘 있는 ‘바람이’는 찾고 그래?”

“어허,  누나가 물으면, 어서 대답이나 해. 어디에 숨겨 놨냐? 우리 ‘바람이’.”

 

그의 ‘바람이‘가 언제부터 그녀의 ‘우리 바람이’가 되었는지.... 그는 그녀가 무슨 사고라도 칠 기세로 자신도 애지중지하며, 아끼고 아껴서 타는 오토바이를 찾는 것에 또다시 불안해 해야했다.

 

“어 저 그게 말야......”

 

아무래도 이 녀석이 쪼잔하게 지난번 일로 그녀에게 ‘바람이’를 줄 수 없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다. 그녀는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 ‘바람이’가 절실히 필요하므로, 최대한 사근사근하게 그를 협박해야 했다.

 

“규식아,  너 ‘바람이’ 그만타고 싶으냐?  에 아버지가 아시는 날엔 너의 ‘바람이’가 영원히 내 꺼가 된다는 사실을 넌 정령 모르고 있는 게냐?”

 

결국 그는 그녀의 무지막지한 협박에 못 이겨 울며 겨자 먹기로 꽁꽁 숨겨둔 ‘바람이’의 출처를 떨리는 가슴으로 발설해 버렸다. 안 그럼 정말로 애지중지하는 ‘바람이’와 영영 이별을 고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3단지 우측계단 옆.  수위아저씨 한 테 말하고 가져가. 유 난희 너 열쇠도 없잖아.”

 

그가 ‘바람이’의 열쇠 타령을 하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그가 퉁퉁부은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아무렇지도 않게 반말로 불렀다는 게 불쾌했다. 하지만, 우선은 ‘바람이’를 애용해야 하므로, 또 그가 그녀의 이름을 말한다는 건 무척 화가나 있다는 무척 삐쳐 있다는 증거였기에 다른 때와는 다르게 이해해 주기로 했다. 지금은 쪼잔한 그놈과 실랑이 할 시간적 여유가 그녀에겐 없었기 때문이다.

 

“오케이,  그건 걱정 말고, 나중에 보자...”

“어?  저,   난희야. 제발 부탁이다.  우리 ‘바람이’ 아프게는 하지 마라.  제발...”

 

쳇, 어린놈이 오토바이는 일찍부터 알아 가지고, 그녀에게 애걸복걸 오토바이의 신상을 걱정하고 나서다니 그래도 그의 걱정은 덜어 주어야 하므로, 최대한 사근하게 대답해 주었다.

 

“오야.  염려 붙들어 매시라.  내가 누구냐. 천하무적 유 난희 님이시다. 잔소리 그만하고, 나 지금 바쁘다. 그만 끊자!”

 

철컥.!

 

그녀가 전화를 무정히도 끊는 것과 동시에 그의 심장이 툭하고 떨어지는 불길함이 들었다. 자신의 입으로 천하무적 운운하는 그녀. 그가 알고있기엔 오히려 천하에 말썽꾼 거짓말 쟁이었다. 얼마 전에도 ‘조금만 타 보자‘라는 그녀의 말에 속아 자신의 애마를 빌려 줬건만, 결국 ’바람이‘와 함께 한강변에서 소리까지 지르며, 마구 달리는 통에 고성방가 내지 속도위반 스티커를 두 장이나 발급 받은 전적이 화려한 그녀였다. 그렇듯 누구보다 그녀를 잘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오늘도 그의 애마를 걱정해야 했다.

 

“휴~  제발 난희야. 오늘은 우리 ‘바람이’ 무사해야 돼!”

 

거의 절규하듯 한숨을 토해 내는 그를 행해 교실의 학생들과 교수님이 그를 이상하게 처다 보았다.

 

키 이익~~~~~!

 

그녀는 요란한 마찰음과 함께 아슬아슬하게 성남고등학교에 도착했다. 오토바이를 탈 때 쓰고 있던 멋진 선글라스를 벗으며, 오랜만에 와보는 학교를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와서 그런지 학교의 분위기가 남달라 보였다. 학교입구엔 어느새 바뀐 문패가 떡 하니 그녀를 위협하듯 버티고 있었다. 그녀는 주저하듯 오토바이에서 내려 더 이상 늦지 않으려, 학교 안으로 성큼 들어섰다.

 

“이봐요. 아가씨! 거기 서요.”

 

서둘러 가도 모자란 시간에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그녀 쪽으로 다가오는 작은 키의 왠지 낯익은 수위아저씨가 그녀를 붙잡아 세웠다. 그녀는 자꾸만 가버리는 시간 때문에 초조한 얼굴로 아저씨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어?  아저씨!”

 

어쩐지 낯익다 했더니만, 5년 아닌 6년 전이던가 자신이 졸업하던 해에도 계시던 아저씨가 아직도 그대로 있다니, 군데, 군데 흰머리가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배를 앞으로 쑥 내민 그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다.

 

“누구?  어?  너 유 난희 아니냐?”

 

아니나 다를까 아저씨도 그녀를 단번에 알아보더니 무척이나 반가워했다. 그녀의 손을 덥석 잡고는 눈시울을 까지 붉히셨다.

 

“아니 이게 얼마만이야?

“그 동안 별 일 없으셨죠?” 

“별일이 있을 게 뭐 있나, 요즘 애들은 말썽도 가려가며 피우니.....  난희 너처럼 유난스런 학생도 없었지 아마? 하하하”

“에고, 아저씨도 참, 하하하”

 

오래 전 기억을 되살리는 아저씨의 표정을 보니 그녀도 감회가 새로웠다.

 

“참, 그런데 학교는 무슨 일이야. 졸업할 때 학교 근처는 다신 오지도 않겠다더니....”

 

아저씨의 물음에 그제 서야 자신이 성남에 온 이유를 말하며, 2학년 교실로 허겁지겁 향할 수 있었다. 교실엔 벌써 여러 명의 아주머니들이 모여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네..”

 

그녀보다 먼저 온 어머니가 그녀에게 아는 체를 해왔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어색한 몸짓으로 인사를 해야 했다.

 

“처음 오시는 거죠?”

“네?  네...”

“어쩐지...... 고등학교 자녀를 두기엔 좀 젊어 보이는데....... 아무튼 반가워요.”

 

‘헉?  이 아줌마 지금 날 어케 보고, 40대 아줌마랑 같이 보는 거야!?‘

 

“전 그런 게 아니고요... 오늘 대타. 아니 대신....”

 

그녀의 해명도 듣지 않고, 옆에 있던 어머니는 자신이 하고 있는 것과 똑 같은 앞치마와 함께 마스크를 친절하게도 건 내 주었다. 그녀가 변명 아닌 변명을 하려는데 때마침 각 교실의 담임선생들이 복도로 걸어 왔다. 한 남자가 그녀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급식을 하기 위해 모인 어머니들에게 최대한 정중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전 2반의 담임인 최 대한입니다.”

 

‘엑! 최 최대한이라고! 설마!’

 

그녀는 마스크를 한 얼굴로 고개를 살며시 들어 자신의 이름을 말하는 남자를 조심스레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이름과 어울리는 최대한이라는 얼굴을 보는 순간 그녀의 등골이 오싹해졌다. 혹시나 그가 자신을 알아볼까 걱정이 된 그녀는 평소보다 두 배나 빠른 동작으로 하얀 마스크를 눈 주위까지 끌어 올려 최대한 자신을 얼굴을 가려야 했다. 왜 하필 이럴 때 오토바이 에 그대로 두고 내린 선글라스가 절실히 필요하다니... 혹시나 그가 그녀를 알아볼까 그녀의 가슴은 조마조마했다.

 

‘아!  빨리 좀 하슈! 뭔 노무 인사가 그렇게 길어...  아무튼 그때 알아 봤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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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안의 블루 사랑해 주신 만큼 "당당천하"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리필에 목숨건 아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