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택배기사 왈 "썅년아, 너 죽어 볼래?"

황당황당2005.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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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H대학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학생입니다. 대부분의 석사과정들이 그러하듯 낮에는 소속된 대학에서 조교로 일하고 있고 밤시간에 주로 공부를 합니다.

 

8월 5일에 A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했는데 판매자가  Buyhome에 택배회사의 휴무로 8월 15일까지는 물건 배송을 못한다고 나오더군요. 그래서 처음 알았습니다. '택배회사도 휴가가 있구나'라고.

 

그런데 12일 오후 부재중 수신목록에 지역택배기사가 전화한 내역이 있었습니다.(조교가 남보기엔 편해 보여도 더럽다면 더러울 정도로 자질구레한 일들이 많아 개인적인 전화는 못 받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택배기사의 전화도 그랬지요. (저는 밖에서 쇼핑할 시간이 없기때문에 필요한 물건들을(책은 물론 사무용품들까지)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기때문에 지역의 웬만한 택배 기사의 전화번호는 거의 저장을 해 둡니다.)

15일까지 휴가라고 했는데 무슨 일인가 싶었지만 확인전화는 하지 않았습니다. 잘못 걸었을 수도 있는 것이구요.

 

그리고 16일 점심시간에 지도교수님외 몇 분 교수님을 모시고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갔습니다. 교직원 식당에서 막 배식을 받아 자리에 앉으려는데 옐로우캡택배 기사가 전화를 하더군요.

"택배인데요. XXX건물로 가면 되나요?"
"네..그렇긴 한데 지금 점심시간이라 제가 사무실에 없어요. 급한거 아니니까 내일 주시면 안될까요?"

저는 차마 기다려 달라고는 할 수 없어 다음에 달라고 했습니다. 일반 가정집도 아니고 학교기 때문에 제 물건만 오는 것이 아니고 내일도 또 학교에 올테니 그 때 달라고 했습니다.그랬더니 택배기사 왈

"물건 안 받으실거에요?!?! 보관 기간이 길면 안되기때문에 오늘 꼭 드려야 하거든요. 식당이 어디에요?"

 

저는 순간 무슨 보관 기간인가 했습니다. 15일까지 휴가였는데- 그래서 휴가로 알고 있었다고 하니

"택배가 휴가가 어딨어요! 다 익일배송이지!"

그렇다면 저는 최소한 7일에는 물건을 받았어야 했습니다. 좀 어이가 없긴했지만

택배 기사의 위치를 물었습니다. 동서남북 없이 건물들이 배치 돼 있어서 현재 위치를 기준으로 설명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학교도 아니고 학교로 오는 중이라고 하더군요. 대충 위치를 설명하는데 이 택배기사, 짜증이 좀 난 것 같았습니다. 또 저도 점심시간에 찾아온 택배에 좀 화가 났구요. 대학원생이지만 조교인지라 점심시간 한 시간을 놓치면 밥 먹을 시간도 없고 또 노교수님도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전화를 받는 것도 편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교수님들과 같이 있는데 택배상자 들고 다니면 다른 교수님들도 계시고 하여 보기 안 좋을 것 같아 XXX건물 SSS호실 앞에 두고 가 달라고 했습니다. 제가 있는 XXX건물 S층은 행정실과 교수 연구실등만 있어서 분실의 염려는 없기 때문이었죠.

 

그러자 택배기사가 한숨을 쉬며
"택배비 3000원 착불있거든요!"
하며 짜증을 냈습니다.

저는 교수님들께 잠시 다녀오겠다고 양해를 구하고 XXX건물을 향해 뛰어갔습니다. 캠퍼스라는 곳이 건물과 건물 사이가 좀 먼 게 아닌데 식당과 XXX건물은 세 건물을 지나야 하는 거리였습니다.

어쨌든 열심히 뛰어 XXX건물 S층에 도착했습니다.


교수님들 모시고 식사하는 자리에서, 그것도 제일 막내의 처지라 빠져나온 것이 마음에 걸려 점점 화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지도교수님께서 나이도 많으시고 여간 깐깐하신게 아니어서 사소한 일에도 꾸중을 많이 듣는 편입니다. 그런데 밥먹는 자리에서 그것도 자리에 앉자마자 나왔으니...

 

어쨌든 택배 기사를 만나 서둘러 택배를 받고 내려갈 생각으로

"싸인 어디에 해요?"
하고 물었더니
"안하셔도 돼요!"(또 짜증)

하더군요.

나...참!!
학교는 근무자들이 토요일엔 출근을 안 하기 때문에 토요일에는 택배가 안 들어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와서 택배를 받으라니...점심시간엔 모든 업무가 정지되기 때문에 강의실을 제외한 모든 부서는 문을 걸고 밥을 먹으러 나갑니다. 학생들처럼 공강을 유동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그 시간이 아니면 자리를 지켜야 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택배기사가 짜증까지 내니 저는 더 어이가 없었습니다. 밥 먹으려다 말고 뛰어올라왔는데 되려 큰소리라니...

 

10000원짜리를 줬더니 잔돈 받으러 차 있는데까지 내려오랍니다.

 

택배는 서비스, 즉 용역을 파는 상인 아닙니까? 용역을 팔러 오는 사람이 잔돈도 안 가지고 다니다니,,뭐 그럴수도 있겠다 싶지만 식당에서는 저로 인해 기분상하신 지도 교수님이 기다리고 계신데 내려가서 잔돈을 받고 다시 식당으로 가야한다니...그럴 수는 없었습니다. 제자가 자리에 앉자마자 개일적인 일로 가 버렸으니 다른 교수님들 보기에도 안 좋았을 것입니다.

 

저는 책상 서랍에서 돈을 꺼내면서
"지금 누가 짜증이 나는데 누구한테 짜증이야.." 하고 중얼거렸습니다.

그런데 택배기사가 그 소리를 듣고(저랑 3M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들렸나봅니다. 사무실이 굉장히 큰 편이라 신경쓰지 않고 내뱉은 말이었는데)

 

"지금 반말이냐? 너 몇살이나 먹었냐? 내가 이거때문에 몇번이나 여길 왔다갔다 했는지 아냐?"
하면서 주머니를 뒤져 100원짜리 총동원해서 거스름돈을 만들더니 책상에 던지는 겁니다.

정말 당황스러웠습니다.
정말 화가 났습니다. 지지 않고 받아쳤죠.

 

몇 살이나 먹은걸로 보이는데? 근데 나 지금 밥먹다 말고 왔거든. 그리고 택배 휴가라서 15일까지 배송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금요일에 예고도 없이 오고, 그것도 한 번 왔다 가고는 몇 번이라고 확대하냐고 따졌죠.

 

그랬더니 택배기사 왈
"이 썅년아, 너 한번 죽어 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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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가끔 인터넷에 택배기사에 대한 글들 많이 봐 왔지만 이런 경험...색다르네요.

요즘 택배회사들 참 많습니다. 서로 경쟁하느라 힘드신 일들 많으신 줄 압니다. 그래도 기본은 잊지 말았으면 합니다. 3차 서비스산업은 말 그대로 사람의 마음을 파는 일 아닙니까? 잔돈도 준비 돼 있지 않으면서 짜증을 내다니요.
슈퍼에서 껌을 사야하는데 슈퍼 주인이 잔돈 없다고 하면 여러분은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택배기사가 가고 다시 식당으로 열심히 뛰어갔는데 벌써 교수님들은 식사를 마치고 나오시더군요.

나중에 교수님 연구실로 전화해서

교수님께 "교수님께서 점심 사주시는 자리에서 자리 비워 죄송합니다."라고 했더니

냉정하게 "괜찮다!"

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