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순찰부 인원 중 일부가 사천 일대를 뒤져 천사교 출신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혈의교가 개파대전을 하면서 혈의교에게 굴복하지 않고 도망친 잔당들이었는데 그 명단은 혈의교와 뒷거래를 통해 입수 했다. 혈의교로서는 눈에 가시 같은 자신을 따르지 않는 천사교의 잔당을 처리해주겠다는 무림맹의 제안이 반갑기만 했다. 게다가 새로이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돈까지 주겠다는 제안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의 순찰들에게 잡혀 들어온 천사교도들에게 천부정검 정민의 시신의 행방을 밝히라는 질문에 대답을 요구하며 무자비한 고문이 가해졌다. 무려 백여 명이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나갔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얻지 못했다. 이렇게 다시 보름이란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한 사람이 걸려들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12년 전, 천부정검 정민이 무림맹의 덧에 걸려 쫓기고 있을 때 천사교 교주와 삼십여 명의 정예도 무림맹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장백산에 이르러 천부정검이 죽고 무덤에 묻히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시신을 빼돌리기 위한 작전이 수행되었다고 했다. 장장 한 달여에 걸쳐 백여 장에 이르는 땅굴을 파서 무덤에 묻혀 있던 시신을 빼내는데 성공을 했다는 거였다. 그 과정에서 십여 명이 매몰 되는 사고가 있었지만 천사교 교주 담우석은 포기하지 않고 강행하여 천부정검의 무덤까지 땅굴을 팠다.
“한 달 정도면 이미 심한 상처도 많이 입었던 터라 시신에 부패가 진행되어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라 생각 했지만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했습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상처가 아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게,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라. 그 시신은 분명 절명을 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묻은 것인데 어찌 죽은 자의 몸에 남아 있는 상처가 아물 수 있단 말이냐? 혹시 독 때문에 시체가 썩지 않았다면 말이 되지만….”
“자, 잠깐만이요. 분명히 상처가 아물어 있었습니다. 저희도 그때 혹시 아직 살아있는 게 아니가하여 놀랐지만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다른 건 몰라도 의술에 관한한 최고를 다투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흥, 이게 정말…! 최고 좋아 하시네. 그래서 사람들이나 죽이는 이상한 독이나 만들고, 시신을 가지고 강시 제련이나 하는 장난을 쳤었더냐?”
“…!”
“계속해라!”
“예예! 하여간 분명 죽은 것이 틀림없었는데 상처들은 아물어 있었습니다. 독도 상당부분 해독이 되어 있었고요. 그때 교주님께서….”
“얼어 죽을 교주님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냥 그놈 이름 불러!”
“예예! 그러니까 다, 담우석은 살아있을 때 워낙 공력이 높았기 때문에 죽어서도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며 크게 기뻐했습니다. 그 시신으로 강시를 만든 다면 현세에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최강의 강시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했지요.”
“그럼, 그 시신으로 강시를 만들었단 말인가?”
“아니요! 교…, 아니 담우석은 말로만 그랬을 뿐 강시를 만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강시를 만들지 않았다는 얘기야?”
“아, 아닙니다!”
“이게 놀리고 있어! 이걸로 다시 지져줄까?”
“에구구, 잠깐만이요! 그, 그러니까 그 시신을 가지고 교로 돌아온 담우석은 비밀리에 지하에 사당을 짓고 그곳에 시신을 안치했어요. 그리고 일 년이 넘도록 그대로 두었지요. 그런데도 시신은 그대로였어요. 고민을 하던 담우석은 결국 그 시신으로 강시를 만들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삼년동안 강시를 만들기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아무리 해도 강시를 만들기 위한 독과 약물이 시신에 스며들지 않았던 거죠.”
“그래, 그 뒤로 그 시신은 어떻게 했나?”
“에, 그러니까 담우석은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연구했는데, 다시 일 년 만에 그 방법을 찾아냈어요. 혈관에 직접 가는 관을 박아놓고 독과 약을 직접 넣는 거였지요. 그런데 독을 직접 혈관에 넣으면 대부분의 시신은 독기에 의해 녹아 버렸는데 그의 시신만은 예외였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독과 약을 먹이는 방법도 썼고, 독액에 담그는 방법도 병행 했습니다. 결국 이 년 만에 그 시신은 강시가 되었습니다.”
“오호, 대단하군!”
“하지만 그 강시는 조정하는 게 까다로웠어요. 워낙 강한 독물과 약에 장기간 제련되었기 때문에 사람이 근처에만 다가가도 치명적인 독에 중독되어 해를 입거나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담우석도 몇 번 중독되어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강시를 조정하는데 실패했나?”
“아니요, 꼬박 삼년 만에 강시가 내뿜는 독을 강시 몸속에 갈무리하게 조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뒤로는 그 강시만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옥피리가 만들어졌고, 그 강시는 그 옥피리가 내는 소리로만 움직이도록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옥피리는 담우석과 그의 딸인 담희연만이 불어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손도 못 대게 했습니다.”
“그렇군! 그럼 꼬박 칠년 만에 강시가 완성된 건가?”
“아니요!”
“또 ‘아니요’야? 너 나를 바보 만들기로 작정을 했냐!”
“그, 그러니까 다시 삼년동안은 강시의 움직임을 살아 있는 사람과 거의 같아지도록 하는 조정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년동안 그걸 강시에게 훈련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최근에야 비로소 실전에 투입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니까 꼬박 십년 넘게 걸린 셈입니다. 그 뒤로 그 강시는 천하무적이었습니다.”
“뭐가 천하무적이야?”
“그건 나리도 아실 겁니다. 우리가 출전을 할 때 항상 선봉에 섰던 삿갓을 쓴 검객이 바로 그 강시입니다.”
“그, 그자가 강시였다고! 믿을 수 없군.”
“그 강시는 정말 살아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우리가 혈의교 교주에게 밀리게 된 이유는 담우석의 딸이 그 강시를 데리고 가출을 하는 바람에 그리 된 겁니다.”
“그래! 그럼 너 말고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몇이나 되냐?”
“예, 그러니까, 혈의교로 개칭되면서 교, 아니 담우석의 최측근은 대부분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과정에 그 강시가 과거 천부정검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다 죽었고, 담우석과 저 이렇게 단 두 사람 알고 있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그자는 저세상으로 떠났다. 스스로 죽은 건 아니고, 자신을 무자비하게 고문했던 조사관과 나란히 땅속에 묻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 뒤로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바빠졌다. 죽은 지 일 년이 넘은 시신으로 강시를 만들었다는 황당무계한 사실을 확인 하는 게 우선이었다. 원래 강시는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신경이 살아있는 시신을 이용하여 만드는 게 통념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우 일 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뒤에 강시로 제련하기 시작했다는 완전히 그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그 진위부터 가려야했다.
천부정검이 강시가 되었다는 사실은 수뇌부를 제외하고 절대비밀로 숨겨졌지만, 시신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무림맹의 수뇌들은 한 가지 소문을 흘렸다. 12년 전 실종된 천부정검의 무덤이 장백산 근처에 있다는 소문은 강호 무림에 금방 퍼져나갔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나머지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은 즉시 장백산에 있는 천부정검의 무덤이 있다는 장백산으로 떠났다. 그들 중 화산파 능월의 배분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책임 통솔자가 되어 장백산에 달려온 것이다.
‘무덤이 만들어진 세월이 꽤나 흘렀을 것 같은데 이렇게 생생한 모습으로 묻혀있다니? 이 시신의 모습은 12년 전에 보았던 천부정검의 모습과 똑같지 않던가? 그리고 이 땅굴은 또 뭐지? 이렇게 까지 힘들게 땅굴을 파고 들어와서 시신에는 손도 대지 않다니 참으로 묘한 일이야. 혹시 천사교 놈들이 시신에 있던 무언가를 취하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면 모를까…. 머리 아프군. 일단 시신을 수습하여 무림맹으로 돌아가자.’
능월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고민하기 보다는 그냥 결론을 내린 것이 ‘윗사람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였다. 그가 지금 고민하는 건 천부정검의 죽은 시신이 아니라 아직도 머릿속에 살아있는 천부정검이 펴고자했던 이상이었다.
지난번 조운과 함께했던 강호 행은 십년 만이었다. 처음 화산에 입문하여 무공을 익히고, 특별히 선발되어 천부무관에서 사년을 보내면서 많은걸 배웠다. 특히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고, 무공을 익히는 자가 추구해야 될 진정한 가치를 깨우쳤다. 강호 제일인 되는 것만이 전부였던 시절 저질렀던 일들이 부끄러워질 무렵 갑자기 천부정검이 실종되고, 자신을 비롯하여 천부무관에서 천부정검의 지도를 받았던 모든 화산의 제자는 화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금족령이 내려졌다. 그날로부터 많은 날을 침묵하여야 했고, 더불어 반드시 잊어야 할 것들, 아니 잊으라고 강요받은 것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침묵하고 잊기를 거부하는 동문들과 사형, 사제들이 고통 속에 무공을 폐지당해 불구의 몸이 되어 파문당하는 모습을 그저 먼발치에서 쳐다봐야했다.
천부정검이 실종된 지 십년이란 세월이 흐르자 강산이 변하듯 인심도 변해서 천부정검이 세운 천부무관에서 조차 그의 자취를 찾기 힘들었다. 그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의 영웅담만이 남았을 뿐이고, 그의 이상과 꿈은 사라졌다. 하지만 능월의 마음 깊은 곳에는 꿈은 잃었지만 이상만큼은 항상 가슴을 두드리며 밖으로 나오려 들었다.
능월은 천부정검의 보잘것없는 초라하기까지 한 무덤을 처음 보았을 때 인생무상이라는 말을 떠올렸고, 무덤을 파헤치고 시체를 확인하면서 새날을 꿈꾸다 폐인이 된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지금까지 긴 세월을 놓지 않았던, 아니 놓지 못하게 하던 그 이상이란 줄이 썩은 동아줄이 되어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실종되었기에 살아 있다면 깊숙이 숨겨두었던 것을 다시 한 번은 꺼내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 바로 눈앞에 나타난 그의 시체는 그 이상은 역시 이상일 뿐이라는 현실을 깨우쳐 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죽은 시체에 일어난 신기한 현상에 정신이 팔려있었지만 능월은 더 이상 이상이란 걸 돌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했다.
한님(桓雄)의 구슬 - 55
한님(桓雄)의 구슬 - 55 - 내글[影舞]
그리고 순찰부 인원 중 일부가 사천 일대를 뒤져 천사교 출신들을 잡아들이기 시작했다. 혈의교가 개파대전을 하면서 혈의교에게 굴복하지 않고 도망친 잔당들이었는데 그 명단은 혈의교와 뒷거래를 통해 입수 했다. 혈의교로서는 눈에 가시 같은 자신을 따르지 않는 천사교의 잔당을 처리해주겠다는 무림맹의 제안이 반갑기만 했다. 게다가 새로이 조직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돈까지 주겠다는 제안이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의 순찰들에게 잡혀 들어온 천사교도들에게 천부정검 정민의 시신의 행방을 밝히라는 질문에 대답을 요구하며 무자비한 고문이 가해졌다. 무려 백여 명이 고문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나갔지만 제대로 된 대답을 얻지 못했다. 이렇게 다시 보름이란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한 사람이 걸려들었다.
그의 말에 의하면 12년 전, 천부정검 정민이 무림맹의 덧에 걸려 쫓기고 있을 때 천사교 교주와 삼십여 명의 정예도 무림맹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장백산에 이르러 천부정검이 죽고 무덤에 묻히자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시신을 빼돌리기 위한 작전이 수행되었다고 했다. 장장 한 달여에 걸쳐 백여 장에 이르는 땅굴을 파서 무덤에 묻혀 있던 시신을 빼내는데 성공을 했다는 거였다. 그 과정에서 십여 명이 매몰 되는 사고가 있었지만 천사교 교주 담우석은 포기하지 않고 강행하여 천부정검의 무덤까지 땅굴을 팠다.
“한 달 정도면 이미 심한 상처도 많이 입었던 터라 시신에 부패가 진행되어 형체를 알아보기도 힘들 정도라 생각 했지만 마치 살아 있는 듯 생생했습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의 상처가 아물어 가고 있었습니다.”
“이게, 죽고 싶어 환장을 했구나.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말아라. 그 시신은 분명 절명을 했다는 것을 확인하고 묻은 것인데 어찌 죽은 자의 몸에 남아 있는 상처가 아물 수 있단 말이냐? 혹시 독 때문에 시체가 썩지 않았다면 말이 되지만….”
“자, 잠깐만이요. 분명히 상처가 아물어 있었습니다. 저희도 그때 혹시 아직 살아있는 게 아니가하여 놀랐지만 아니었습니다. 저희는 다른 건 몰라도 의술에 관한한 최고를 다투던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흥, 이게 정말…! 최고 좋아 하시네. 그래서 사람들이나 죽이는 이상한 독이나 만들고, 시신을 가지고 강시 제련이나 하는 장난을 쳤었더냐?”
“…!”
“계속해라!”
“예예! 하여간 분명 죽은 것이 틀림없었는데 상처들은 아물어 있었습니다. 독도 상당부분 해독이 되어 있었고요. 그때 교주님께서….”
“얼어 죽을 교주님 같은 소리하고 있네. 그냥 그놈 이름 불러!”
“예예! 그러니까 다, 담우석은 살아있을 때 워낙 공력이 높았기 때문에 죽어서도 그런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고 하며 크게 기뻐했습니다. 그 시신으로 강시를 만든 다면 현세에 그 누구도 당해낼 수 없는 최강의 강시를 만들 수 있을 거라 했지요.”
“그럼, 그 시신으로 강시를 만들었단 말인가?”
“아니요! 교…, 아니 담우석은 말로만 그랬을 뿐 강시를 만들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강시를 만들지 않았다는 얘기야?”
“아, 아닙니다!”
“이게 놀리고 있어! 이걸로 다시 지져줄까?”
“에구구, 잠깐만이요! 그, 그러니까 그 시신을 가지고 교로 돌아온 담우석은 비밀리에 지하에 사당을 짓고 그곳에 시신을 안치했어요. 그리고 일 년이 넘도록 그대로 두었지요. 그런데도 시신은 그대로였어요. 고민을 하던 담우석은 결국 그 시신으로 강시를 만들기로 하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때부터 삼년동안 강시를 만들기 위해 무진 애를 썼지만 실패를 거듭했습니다. 아무리 해도 강시를 만들기 위한 독과 약물이 시신에 스며들지 않았던 거죠.”
“그래, 그 뒤로 그 시신은 어떻게 했나?”
“에, 그러니까 담우석은 포기하지 않고 방법을 연구했는데, 다시 일 년 만에 그 방법을 찾아냈어요. 혈관에 직접 가는 관을 박아놓고 독과 약을 직접 넣는 거였지요. 그런데 독을 직접 혈관에 넣으면 대부분의 시신은 독기에 의해 녹아 버렸는데 그의 시신만은 예외였습니다. 그리고 주기적으로 독과 약을 먹이는 방법도 썼고, 독액에 담그는 방법도 병행 했습니다. 결국 이 년 만에 그 시신은 강시가 되었습니다.”
“오호, 대단하군!”
“하지만 그 강시는 조정하는 게 까다로웠어요. 워낙 강한 독물과 약에 장기간 제련되었기 때문에 사람이 근처에만 다가가도 치명적인 독에 중독되어 해를 입거나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담우석도 몇 번 중독되어 죽을 고비를 넘긴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그 강시를 조정하는데 실패했나?”
“아니요, 꼬박 삼년 만에 강시가 내뿜는 독을 강시 몸속에 갈무리하게 조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그 뒤로는 그 강시만의 움직임을 조정하는 옥피리가 만들어졌고, 그 강시는 그 옥피리가 내는 소리로만 움직이도록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옥피리는 담우석과 그의 딸인 담희연만이 불어 조정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절대로 손도 못 대게 했습니다.”
“그렇군! 그럼 꼬박 칠년 만에 강시가 완성된 건가?”
“아니요!”
“또 ‘아니요’야? 너 나를 바보 만들기로 작정을 했냐!”
“그, 그러니까 다시 삼년동안은 강시의 움직임을 살아 있는 사람과 거의 같아지도록 하는 조정법을 연구했습니다. 그리고 다시 이년동안 그걸 강시에게 훈련을 시켰습니다. 그리고 최근에야 비로소 실전에 투입되기 시작한 겁니다. 그러니까 꼬박 십년 넘게 걸린 셈입니다. 그 뒤로 그 강시는 천하무적이었습니다.”
“뭐가 천하무적이야?”
“그건 나리도 아실 겁니다. 우리가 출전을 할 때 항상 선봉에 섰던 삿갓을 쓴 검객이 바로 그 강시입니다.”
“그, 그자가 강시였다고! 믿을 수 없군.”
“그 강시는 정말 살아있는 사람 같았습니다. 우리가 혈의교 교주에게 밀리게 된 이유는 담우석의 딸이 그 강시를 데리고 가출을 하는 바람에 그리 된 겁니다.”
“그래! 그럼 너 말고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자는 몇이나 되냐?”
“예, 그러니까, 혈의교로 개칭되면서 교, 아니 담우석의 최측근은 대부분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과정에 그 강시가 과거 천부정검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던 사람들은 다 죽었고, 담우석과 저 이렇게 단 두 사람 알고 있습니다.
이 말을 끝으로 그자는 저세상으로 떠났다. 스스로 죽은 건 아니고, 자신을 무자비하게 고문했던 조사관과 나란히 땅속에 묻히는 신세가 되었다. 그 뒤로 무림맹의 수뇌부들은 바빠졌다. 죽은 지 일 년이 넘은 시신으로 강시를 만들었다는 황당무계한 사실을 확인 하는 게 우선이었다. 원래 강시는 죽은 지 얼마 안 되어 신경이 살아있는 시신을 이용하여 만드는 게 통념이었다. 그런데 이번 경우 일 년이란 긴 세월이 흐른 뒤에 강시로 제련하기 시작했다는 완전히 그 상식을 벗어난 일이었기 때문에 그 진위부터 가려야했다.
천부정검이 강시가 되었다는 사실은 수뇌부를 제외하고 절대비밀로 숨겨졌지만, 시신이 그대로 있는지 확인하는 게 우선이었다. 무림맹의 수뇌들은 한 가지 소문을 흘렸다. 12년 전 실종된 천부정검의 무덤이 장백산 근처에 있다는 소문은 강호 무림에 금방 퍼져나갔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나머지 대기하고 있던 인원들은 즉시 장백산에 있는 천부정검의 무덤이 있다는 장백산으로 떠났다. 그들 중 화산파 능월의 배분이 가장 높았기 때문에 책임 통솔자가 되어 장백산에 달려온 것이다.
‘무덤이 만들어진 세월이 꽤나 흘렀을 것 같은데 이렇게 생생한 모습으로 묻혀있다니? 이 시신의 모습은 12년 전에 보았던 천부정검의 모습과 똑같지 않던가? 그리고 이 땅굴은 또 뭐지? 이렇게 까지 힘들게 땅굴을 파고 들어와서 시신에는 손도 대지 않다니 참으로 묘한 일이야. 혹시 천사교 놈들이 시신에 있던 무언가를 취하기 위해 이런 일을 했다면 모를까…. 머리 아프군. 일단 시신을 수습하여 무림맹으로 돌아가자.’
능월은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고민하기 보다는 그냥 결론을 내린 것이 ‘윗사람들이 알아서 하면 된다.’였다. 그가 지금 고민하는 건 천부정검의 죽은 시신이 아니라 아직도 머릿속에 살아있는 천부정검이 펴고자했던 이상이었다.
지난번 조운과 함께했던 강호 행은 십년 만이었다. 처음 화산에 입문하여 무공을 익히고, 특별히 선발되어 천부무관에서 사년을 보내면서 많은걸 배웠다. 특히 세상을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고, 무공을 익히는 자가 추구해야 될 진정한 가치를 깨우쳤다. 강호 제일인 되는 것만이 전부였던 시절 저질렀던 일들이 부끄러워질 무렵 갑자기 천부정검이 실종되고, 자신을 비롯하여 천부무관에서 천부정검의 지도를 받았던 모든 화산의 제자는 화산에서 한 발짝도 벗어나지 못하는 금족령이 내려졌다. 그날로부터 많은 날을 침묵하여야 했고, 더불어 반드시 잊어야 할 것들, 아니 잊으라고 강요받은 것이 많았다. 그런 와중에 침묵하고 잊기를 거부하는 동문들과 사형, 사제들이 고통 속에 무공을 폐지당해 불구의 몸이 되어 파문당하는 모습을 그저 먼발치에서 쳐다봐야했다.
천부정검이 실종된 지 십년이란 세월이 흐르자 강산이 변하듯 인심도 변해서 천부정검이 세운 천부무관에서 조차 그의 자취를 찾기 힘들었다. 그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웅의 영웅담만이 남았을 뿐이고, 그의 이상과 꿈은 사라졌다. 하지만 능월의 마음 깊은 곳에는 꿈은 잃었지만 이상만큼은 항상 가슴을 두드리며 밖으로 나오려 들었다.
능월은 천부정검의 보잘것없는 초라하기까지 한 무덤을 처음 보았을 때 인생무상이라는 말을 떠올렸고, 무덤을 파헤치고 시체를 확인하면서 새날을 꿈꾸다 폐인이 된 동료들의 얼굴이 떠오르며 지금까지 긴 세월을 놓지 않았던, 아니 놓지 못하게 하던 그 이상이란 줄이 썩은 동아줄이 되어 흩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죽은 것이 아니라 실종되었기에 살아 있다면 깊숙이 숨겨두었던 것을 다시 한 번은 꺼내볼 수 있다는 희망이 있었지만, 이제 바로 눈앞에 나타난 그의 시체는 그 이상은 역시 이상일 뿐이라는 현실을 깨우쳐 줄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죽은 시체에 일어난 신기한 현상에 정신이 팔려있었지만 능월은 더 이상 이상이란 걸 돌아볼 수 없다는 사실이 슬프기만 했다.
‘후우, 이렇게 시신으로 남아 나에게 말하려는 것이 뭐요!’
------------------------------------------------------------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