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와 나.

노조맘2005.09.05
조회463

 안녕하세요. 이젠 제법 날씨가 쌀쌀해져 아침과 저녁에는 선선한 바람이 부네요.

 저는 임신 4개월째에 접어드는 미혼모 입니다.

  처음 우리 아이가 생긴 것을 알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저는 이 아이를 낳겠다는 생각만 해서 더 큰 마음의 상처는 받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내 속에 생긴 한 생명을 없애는 일이 큰 마음의 상처가 되는 것임을  누구나 공감 하실 것 입니다.

 물론 앞날이 가시밭길이라는 것,세상 사람들의 편견에 상처받을 것 역시 각오 해야 한다는 것 다 알고 있습니다.

 아이 아빠와 저는 사정상 결혼을 하지는 못했습니다. 물론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저는 생각 합니다.그래서 아이가 생겨 더더욱 저는 기뻤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질 수 있었으니까요.

  아주 다정하고 착한 사람.다른 사람의 아픔을 어느정도 이해 할 수 있는 도량의 사람.

그 사람은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겁이 나나 봅니다.

 제가 짐스럽게 느껴졌나 봅니다.

  아이가 생긴 것을 알렸을 때 조심스레 지우자고 했던 그.

제가 너무 울어대고 낳아야 한다고 하니 더 이상 그 말을 하지는 않았지만  어느새 차가워져가는 그 사람의 마음이 느껴지고 ,태도의 변화도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사람으로서의,저를 사랑했던 사람의로서의 도리를 저버리지는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다정하고 따듯했던 사람이 변해 가는 것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저는 마음이 무척 아팠습니다.

 이제 아이 아빠와 연락이 끊긴지 4일째 입니다.

  아무리 바빠도 제가 전화하면 그 당시에는 받을 수 없다 할지라도 시간 나면 바로 전화해 주던 사람인데. 메일을 보내면 답장을 주던 사람인데. 이제는 아닌가 봅니다.

  죽고 못 살 그런 사랑도 변하는가 봅니다.

 아이를 선택한 지금 저는 주위에 아무도 없습니다. 부모님이 눈치채기 전에 집을 나와야 할 것이며

  아이를 낳고 몸 조리를 끝낼때까지 숨어 지내야 되겠죠.

  요즘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날 때가 많습니다. 아기에게 미안하고,또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뿐 입니다.

  저는 그 동안 그 사람을 어느정도는 떠나 보낼 준비를 했던 것 같습니다.그 사람이 나와 아기를 외면하더라도 살아가야 하는 방법을 강구 했습니다. 또 이젠 그 사람이 밉지 않습니다.

 그냥 좋았던 기억만 생각하려 합니다. 아기가 태어나 자라서 아버지가 어떤 사람이었느냐고 물으면

 다정하고 따듯했던 사람이었다고 말 해 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제가 그 사람에게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적어도 제게 말을 해 주기를 바랄 뿐 입니다. 다른 말 다 필요 없이 그냥 안녕이라는 한 마디라도요.

  아기와 둘이 살 생각을 하면 마음이 시립니다.내가 이 아이의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아기가 무사히 태어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