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별의 끝은 또 다른 사랑이다 **(20부)

바람꽃2005.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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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별의 끝은 또 다른 사랑이다 **

 

 

 

제20부

 

응?

민혁의 착각인가? 민혁의 커다란 손 안에 들어있던 세희의 작은 손이 잠깐 움직인 것 같았다.

“세희야...세희야...내말 들려..”

착각이 아니길 바라며 세희를 깨워보는 민혁에게 답이라도 하듯..그녀의 가날픈 손가락이 다시한번 움찔 움직였다. 꿈이 아니였다.. 놀라움과 기쁨을 감추지 못하고 의사를 데리려간 민혁은 자신의 기도를 들어준 하느님께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


“최세희씨...최세희씨..내말이 들려요...들리면 눈을 움직여봐요..최세희씨..”

의사가 계속 그녀의 의식을 깨우고 있었다. 옆에서 지켜보는 민혁의 두손에 식은땀이 흘렸다. 세희야...일어나...제발...일어나...


민혁의 간절한 소망을 듣기라도 하듯 세희의 무거운 눈꺼플이 조금씩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민혁이 그렇게 보고싶어하던 세희의 눈동자가 보였다.

“민혁씨.....”

움직이기 힘든 입을 간신히 열어 처음 찾은 사람은 민혁이었다.

“그래..나 여기있어..여기 있어..세희야..”

“민혁씨....”

민혁을 쳐다보는 세희의 눈에 맑은 눈물이 흘렸다. 그런 세희를 쳐다보는 민혁의 눈에서도 같은 빛깔의 물이 흐르고 있었다.




“세희야..어서 먹어...이거 다 먹어야돼..”

“정말 배불러서 못먹겠어요....나머진 이따가 먹을께요...”

세희는 자신 앞에 쌓아둔 산더미 같은 음식들을 보면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의식에서 깨어난 세희에게 민혁은 먹을 것을 주고 또 주고 그동안 야윈 볼살을 한꺼번에 찌우기라도 할것처럼 계속 음식을 권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잠에서 깨어난 세희의 모습은 가벼운 바람에도 날아가 한줌의 재로 남을것처럼 그렇게 약해져 있었다. 그런 세희에게 민혁이 할수 있는거라고는 부지런히 먹이는 일밖에 없었다.

“알았어..조금만 더 먹구...응? 세희야...조금만 더 먹자..”

“아이참...그럼 이거 하나만 먹는거예요?”

“그래..이거 하나만...”

민혁이 들고 있던 복숭아를 한입 베어먹은 세희는 이젠 정말 그만이라는 듯이...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모습에 민혁도 더 이상 먹이는 것을 포기하고 음식을 옆으로 치웠다. 세희를 쳐다보는 민혁의 얼굴에는 자신을 소원하던 물건을 가진 어린 아이처럼 그렇게 즐겁고 행복할수 없었다.

 

병실 창밖으로 보이는 커다란 나무에 벚꽃이 만개했다. 봄이였다. 추운겨울이 지나고 따뜻한 봄이왔다. 그렇게 세희의 마음속에도 봄이 오는 것 같았다.


민혁은 세희가 먹을 물을 떠서 들어오다 창밖을 하염없이 쳐다보는 세희의 얼굴을 보며..저 아름다운 사람이 내사람이라는 생각에 슬며시 입꼬리가 올라갔다.

“무슨 생각을 그리 하지?”

슬며시 자신의 어깨에 손을 얹은 민혁을 쳐다보며 세희도 환하게 웃어줬다.

“민혁씨...”

“그래...”

“나 깨어나기 전에...강욱씨 만났어요..”

“김강욱?”

“응...”

강욱의 이름을 꺼낸 세희의 얼굴에 다시 그늘이 졌다. 자신을 쳐다보던 강욱의 눈이 깨어나서도 잊혀지지가 않았다.

“그사람...나를 기다렸는데...난 같이 갈수가 없었어요..그 사람이 많이 아파하는걸 알면서도 나 그 사람한테 갈수가 없었어요...그래서 말했어요..나 죽어서는 강욱씨 곁에 있겠다고...그러니깐 조금만더 민혁씨 옆에 있게 해달라고....”

세희의 커다란 두눈에 다시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그런 세희를 민혁은 말없이 안아줄뿐이였다. 민혁의 가슴은 세희의 사랑으로 가슴이 벅찰 지경이었다.

“고마워..세희야...사랑한다...”

“사랑해요..민혁씨...”

민혁의 뜨거운 입술이 세희의 작고 떨리는 입술에 닿았다. 창문밖에 휘날리는 벚꽃향처럼 세희의 입술에서도 달콤한 향이 나는 것 같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기다려온 사랑이였던가...내 목숨보다 더 귀하고 귀한 사랑이였다. 민혁의 세희의 온몸을 흡수하기라도 하듯 그렇게 오랫동안 그녀를 마시고 또 마셨다.

세희에게 주사를 맞히기 위해 들어오려던 간호사가 그 둘의 보고는 다시 조용히 문을 닫는 것을 느끼지 못한채 민혁은 세희를 놓아주지 않았다.




“세희야...준비 다됐어?”

환자복에서 화사한 원피스로 갈아입은 세희를 보면서 민혁의 손은 이리 저리 분주하게 움직였다. 한시바삐 병원을 나가고픈 세희를 위해서 자신이 책임을 진다고 장담을 하고는 의사선생님을 졸라 억지로 퇴원수속을 밟은것이었다.

아직 야윈 그녀를 보면 퇴원이 아직 너무 이른건 아닌지 하는 불안감이 들었지만...세희가 빛을 못본 꽃처럼 더 시들어 가는 것 같아서 그녀의 소원대로 해주기로 한 것이다. 물론 민혁의 하루24시간 곁에서 보살펴주는 조건이 붙어있긴 하지만...

“네...이제 가요..”

옷을 다 갈아입은 세희는 놀이동산에 가는 아이처럼 민혁의 손을 잡아 끌었다. 오랫동안 맡아온 병원냄새는 아무리 맡아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그래..가자...”

“어!”

한손은 세희의 손을...다른 한손은 세희의 짐을 넣은 가방을 손에 든채 병실문을 나서다 막  들어오는 간호사와 부딪칠뻔했다

“어머...지금 나가시는 길인가 봐요.세희씨 괜찮아요?”

상냥한 미소를 지난 간호사가 아직은 야윈 그녀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쳐다보았다.

“네..괜찮아요..”

“다행이네요...저 이거 받으세요....어떤 부인이 주신거예요..그럼 건강하세요”

세희에게 편지봉투하나를 쥐어주고 다시 바쁜 걸음을 옮긴 간호사를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손안에 있는 편지봉투에 시선을 돌렸다. 겉봉투에는 누가 보낸건지 아무런 글이 써있지 않았다. 민혁을 쳐다보았지만 그도 누가 보낸는지 전혀 모르는 것 같았다.

병원문을 나서 민혁의 차에 올라탄 세희는 편지봉투를 열어보았다. 어머니... 편지를 보낸 사람은 강욱어머니 였다. 누구의 편지인지 안 민혁도 순간 눈빛이 날카로와 졌다. 또 무슨말로 세희를 아프게 하려는지...운전대를 잡은 그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세희야...

너를 이렇게 부르는 것이 몹시 부끄럽고 미안하구나..

막상..너에게 뭐라고 말을 해야할 것 같아서 펜을 들었지만...무슨말을 해야할지..나 자신도 생각이 나지 않는구나..

다만 미안하고 미안한 생각뿐이구나..

너를 처음 만난날....그래...강욱이가 너를 처음 내 집에 데리고 온날...꽃처럼 이쁘고 맑은 너를 보았지...같은 여자인 내가 봐도 참으로 곱더구나....내 욕심이 지나쳤어..그래 그런거야.. 그날 네 옆에서 소중한 보물이라도 되는양 ..너를 아끼고 또 아끼는 강욱을 보는순간 나도 모르게 질투가 일었단다...내 인생의 유일한 낙이요..희망인 내 아들 강욱이가...이젠 어미보다 더 깊고 사랑스런 눈으로 너를 쳐다보는 것을 보자....심한 분노가 느꺼졌지...아니..네가 차라리 그렇게 곱지만 않았어도...내가 그렇게 까지 하지는 않았을 거야...강욱이가 너를 그렇게만 사랑하지 않았어도.....아니..난...그때 내 위치를 잊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강욱이의 엄마라는 자리에서 순간 강욱에게 여자로 비쳐지길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오랫세월 강욱이 혼자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내가 나도 모르게 엄마라는 자리보다 더 많은 것 요구하며 살았는지도....그것이 너를 봄으로 인해 내 안에서 폭발한 것 같았다...지금 생각해보면 너무나 어쩌구니 없고...얼마나 위험한 생각이였는지....차마 일어나서는 안되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일에...난 그렇게 내 아들을 보냈다.....미안하다...내 잘못으로 내 사랑하는 아들을 죽어놓고 너에게 심한 소리를 한 거...차마 용서하기 힘들거라는거 안다...강민혁...그사람 참 좋은 사람이더구나...너를  충분히 지켜주고도 남을 사람이야...그 사람한테도 미안하다고 전해다오...그리고 고맙다...너에게 그렇게 모질데 대한 나를 구해준거...차마 말로서 다하지 못하겠지만...그래도 네가 깨어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너를 쳐다볼 용기는 없어서 매일을 너의 병실문을 조용히 들어다 보면서 깊이 잠든 너를 볼때마다 죄책감으로 내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 같았다..

세희야...

내가 했던말...했던 행동 ..모두 잊어버리고 ..이젠 행복하게 살아라....아니..꼭 행복해라...

난 오늘 미국으로 떠날거야...아마 다시 한국땅에 오지는 못할 것 같다...

세희야....

미안하고 염치없지만...그래도 가끔은 너를 사랑한 강욱이...그애를 완전히 잊지는 말아다오..그러면 내 아들이 너무 가엾구나..끝까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나를 원망해라...

그럼 .....미안하다...



                                                                                                          김영옥....



들고 있던 편지지 위로 세희의 눈물이 떨어졌다. 소리죽여 흐느낀 울음이 점차 소리를 내고 있었다.. 민혁은 몰던 차를 갓갈에 잠시 세우고 고개를 숙이고 우는 세희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이것으로 세희가 편안해 지겠구나....그동안 너무 힘든 길을 걸어든 세희를 민혁은 힘껏 안아주었다.. 한참을 흐느껴울던 세희의 울음소리가 점차 작아졌다. 아무말 없이 자신을 안아주고 있는 민혁을 쳐다본 세희는 그에게 감사하고 고마웠다.

“사랑해요...민혁씨...”

울어서 발개진 얼굴을 들고 촉촉한 눈망울로 자신에게 사랑을 고하는 여자...민혁은 너무 사랑스럽고 이뻐보였다...그녀의 작고 도톰한 입술에 민혁의 얼굴이 다가왔다..울어서 짭짤한 그녀의 입이 민혁의 강한 입속으로 빨려들어왔다.

부드럽게...세희의 입속을 어루만지던 민혁의 혀가 참을수 없는 욕망을 쏟아내듯 강하게 그녀를 끌어당겼다..숨이 막혀 버릴 것 같은 민혁의 키스에 세희의 두손이 민혁의 목을 둘렀다. 마셔도 마셔도 갈증이 풀리지 않았다.. 오랫시간 뜨거운 사막을 헤매다 만난 오아시스의 물처럼 그렇게 민혁은 세희를 찾았다..세희의 목을 받치던 손은 어느새 그녀의 작은 가슴위로 올라와있었다..한손에 쏙 들어가는 세희의 가슴위로 부드럽게 선회하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세희의 입에서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그 소리에 더욱 뜨거워진 민혁의 입술이 그녀의 목 아래로 내려왔다..마치 불에 데인듯한 뜨거운 감촉에 세희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그에 답하듯 민혁은 자신의 손을 가로막는 세희의 옷을 조심스럽게 풀어헤졌다..민혁의 손아래서 드러나는 세희의 하얀가슴이 민혁의 숨을 멈추게 했다....그 누구의 손이 타지 않았던 세희의 가슴이 민혁의 손아래에서 잔뜩 긴장을 했다. 간질나게 그녀의 가슴을 만지던 민혁의 손이 다시 힘껏 쥐어졌다. 처음으로 경험하는 짜릿한 아픔이었다. 그것도 잠시...부드럽고 뜨거운 입속에 빨려들어가는 느낌에 세희는 숨이 턱 하고 멈쳤다..민혁의 목을 잡고 있던 세희의 손은 어느새 민혁의 맨가슴을 만지고 있었다.운동으로 탄탄하게 잡혀진 그의 몸이 여리디 여린 세희의 손아래에서 녹아드는 것 같았다. 세희가 민혁의 가슴에 솟은 작은 꼭지를 만질때마다 민혁의 몸은 더욱 뜨거워졌다..

하아...하아...

으스러질 듯 세희의 모든 것을 빨아들일 것 같았던 민혁이 그녀의 몸을 마음껏 누리던 손을 멈추고 그녀의 가슴속에 얼굴을 묻었다. 멈춰진 민혁의 행동에 세희의 막혔던 숨도 함께 열렸다.  아직 가라앉지 열기로 인해 차안이 한증막처럼 후끈거리는 것 같았다. 민혁의 얼굴뒤로 보이는 밖은 이미 짙은 어둠이 깔려있었다. 뜸하게 지나가는 차소리에 그제서야 세희의 모습이 부끄러웠다. 거친 숨을 가라안히듯 세희의 품에서 꼼짝하지 않던 민혁이 세희의 입술에 부드럽게 다가왔다.

“미안해....”

들릴 듯 말듯한 소리에 세희의 가만히 민혁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내 소중한 사람...

민혁은 좀처럼 열기가 가시지 않았다. 그녀를 갖고 싶은 열망이 분수처럼 솟구쳤다..하마터면 이 자리에 그녀를 가질뻔했다. 내 욕망으로 인해 그녀의 처음을 이곳에서 시작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 민혁이 그녀를 참는 것은 뜨거운 불구덩이 속에서 빠져나오는것도 더 어렵고 힘들었다. 그럼에도 자신을 받아주는 세희가 민혁은 한없이 고마웠다.

“사랑해...”

흐트러진 세희의 머리를 매만지던 민혁의 눈에서 세희는 끝없는 사랑을 느껐다.

“사랑해....”

수십번을 아니 수백번 수천번을 말해도 모자랄 것 같았다. 보고 있어도 보고싶은 얼굴...만지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것 같아 항상 마음졸이면서 지켜보던 너무나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세희야...가자..”

세희를 품에 안고 놔주지 않던 그가 갑자가 세희를 떼어놓고는 그녀의 옷매무새를 매만져 주었다. 부끄러워 얼굴을 숙이고 있던 민혁이 그녀의 턱을 슬며시 들었다. 열기로 초롱초롱하게 빛을 발하는 세희의 눈을 보고 민혁의 몸이 다시 한번 꿈틀거렸다.

“휴....빨리 움직여야 겠다..이러다가 내가 나를 믿을수가 없겠어...”

세희의 빰에  쪽 소리나게 뽀뽀를 하고는 민혁은 차를 움직였다. 꽉 다문 민혁의 입술에서 그가 얼마나 스스로를 참아내고 있는지..알고 있는 .세희는 그가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