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5명중 1명 매일 야근…中企 일없어 못해

어머2007.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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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회계팀에서 근무하는 최모(39) 씨는 지난 연말부터 연일 계속되는 야근 때문에 온몸이 파김치가 됐다. 일이 있으나 없으나 야근을 하다 보니 어쩌다 집에 일찍 들어가는 날이 더 어색할 지경이다. 반면 중소기업 과장 한모(35) 씨는 작년부터 일거리가 없어 ‘칼’퇴근이지만 걱정은 태산 같다. 한씨는 “야근을 해본지가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며 “밤새워 불 밝혀 가며 기획하고 공장 돌리는 날이 또 올까 의심스러울 지경”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근로자 5명 중 1명은 주5회, 다시 말해 매일 야근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중소기업의 근로자는 야근을 하고 싶어도 일거리가 없어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헤럴드경제와 취업포털 커리어가 대기업 종사자 120명, 중견기업 종사자 375명, 중소기업 종사자 665명 등 직장인 1160명을 상대로 2주간 e-메일 설문을 통해 야근실태를 조사한 결과, 기업 간 양극화 현상이 야근실태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우선 야근 여부에 대해서 중소기업 응답자의 33.8%가 ‘야근을 하지 않는다’고 답한 반면, 대기업과 중견기업은 각각 10%대에 머물렀다. 주간 야근 횟수에 대해서도 대기업의 경우 ‘5시간 이상 야근을 한다’는 응답이 45.0%에 달한 반면, 중견기업은 28.0%, 중소기업은 24.7%에 그쳤다. 주당 10시간 이상 야근을 한다는 응답도 대기업은 30.8%였지만, 중소기업은 6.8%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제지가공업체 사장 황모(62) 씨는 “중소기업은 야근을 하고 싶어도 일이 없어서 못한다”며 “그나마 야근 스트레스라도 받는 건 다 큰 기업들 얘기”라고 털어놨다.

야근 사유와 업무 성취도와의 상관관계에 있어서도 기업 규모별로 인식이 판이했다.

대기업의 경우 ‘자기계발’(25.3%)이 가장 큰 야근 사유였지만, 중견 및 중소기업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응답자가 ‘업무량 폭주’를 최고의 야근 사유로 꼽았다. 또 ‘관행적인 야근’의 경우 중소기업은 34.8%에 달했지만, 대기업은 14.1%에 그쳤다. 업무 성취도에서도 대기업은 야근을 통해 ‘일한 만큼 성취했다’(41.4%)는 응답이 가장 많았지만, 중소기업은 오히려 ‘업무 효율을 떨어뜨린다’(43.4%)는 답변이 다수여서 대조를 이뤘다.

야근수당에서 기업 간 양극화는 더욱 두드러졌다. 대기업은 83.8%가 야근수당을 모두 받고 있으며 금액도 3000~1만원(43.2%), 1만~2만원(37.5%), 2만원 이상(17%) 등 다양했지만, 중소기업은 81.1%가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금액도 86.7%가 3000원 이하였다. 방송통신대 박덕재 교수는 “중소기업의 경영실적 악화로 생산직은 일이 없어 야근을 못하고, 사무직은 야근을 해도 수당을 받지 못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임진택 기자(taek@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