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의 전음을 듣고 잠시 동안이나마 겁을 먹었던 화령은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용기를 얻었고, 명인이 어느 틈에가 달려와 자신의의 옆에 서게 되자 화령의 마음은 더욱 안정되어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 화령의 옆에선 명인은 이미 화염강을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양손은 붉게 변해 언제라도 화염강을 발출할 준비가 된 상태였다.
화염강은 일반적인 양강의 무공과는 다른 것이었다. 대게의 양강들은 뜨거운 열기를 발출하는 수준이었지만 화염강은 문자 그대로 강기를 발출하는 무공이었다. 뜨거운 기파를 발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의 덩어리를 만들어 던지거나 강기로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는 형태의 무공이었다. 무림에서 그런류의 무공은 내공과 성취도가 높아야지만 가능한 것이지만 정민이 만들어낸 화염강이나 빙옥수는 시작단계부터 이 두 가지를 쓸 수 있게 해주는 무공이었다.
하명인이 옆에 서자 약간 주눅이 들어있던 화령이 힘을 얻고 지금 양손에 기를 모으며 빙옥수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명인과는 다르게 화령의 손은 푸르게 변했고, 주위에 김이 서리기 시작했다.
‘저, 저건…!’
- 대, 대형, 이쯤에서 물러납시다! 아무래도 두 연놈의 무공이 심상치 않습니다.
- 무슨 소리냐?
- 손을 보십시오!
순욱의 경고를 받은 강유는 앞에 버티고 선 어린 사내의 손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방금 전 자신의 일도를 무산시켰던 여자 옆에 서있는 사내의 손에 붉은 빛을 내는 무언가 있었다. 처음에는 손에 보호구를 끼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수, 수강! 소, 손에 강기가 어리다니. 그것도 붉은빛이라…!’
어린 태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나이는 많이 봐줘야 갓 스물을 넘겼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검기도 아니요 검강도 아닌 맨손에 강기를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맨손에 강기를 일으키려면 내공이 적어도 삼 갑자 이상 된다는 소리였는데 교응방을 박살냈던 인물이 그 정도의 내공을 가진 젊은 사내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혹시 그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했다. 단 한수에 무적을 자랑하던 철환대 전체를 무너트린 고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의 목표대로 이쯤에서 발을 빼고 물러나야 할 것 같은데 마음에 차있는 분노는 그런 이성의 생각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게 했다. 원숭이란 놀림을 받고도 물러서는 건 도저히 강유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강유를 바라보는 순욱의 얼굴은 더욱 험상 굳게 변했다.
- 대, 대형! 계집년도 만만치 않소이다. 우리들만의 힘으로는 저 둘을 상대하기 힘듭니다.
- …!
강유는 순욱의 전음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떤 형태로든 자존심을 지켜야했다. 순간 기형도가 화령의 가슴을 노리고 찔러왔다. 갑작스런 움직임과 살벌한 기운에 당황한 화령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기형도를 막았다.
‘아, 아가씨!’
방금 전 호위무사의 팔을 잘라버린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을 맨손으로 막는 모습을 지켜보던 장하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 까 깡!
“으윽!”
장하걸은 의외의 소리에 두 사람이 부딪힌 곳을 다시 쳐다보았다.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건 기형도를 들고 있던 강유였고, 맨손으로 도를 받았던 화령은 눈을 감고 손을 뻗은 채로 서 있었다. 화령은 반사적인 행동으로 손을 뻗어다가 도가 손에 닿는 순간 실수를 깨닫고 그대로 눈을 감았던 것이다.
- 누님 정신 차리세요!
명인의 전음으로 눈을 뜬 화령은 우선 손부터 확인했다. 손은 이상이 없었고 손에는 검이라도 된 듯 반달형의 푸른 강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빙옥수가 손을 감싸며 거의 한자에 이르는 강기의 검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지금까지 대련에서는 손을 보호하는 장갑 수준의 강기만이 형성되었는데 이번에는 정민의 비급에서 말하는 강기의 검이 손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정도의 성취는 극성에 이르면 석자길이의 강기 손밖에 검이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지금의 성취는 사성의 성취를 이룬 격이 된 것이다. 그동안 명인에 비해서 별 진전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화령은 뜻밖의 성취에 스스로 놀라버렸다.
‘이, 이거 드디어 이루어 낸 거야?’
“끼야, 내가 해냈어!”
‘뭐, 뭐야?’
사천오악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폴짝대며 뛰는 화령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그중 직접 부딪혀 내상까지 입은 강유는 완전히 똥 씹은 표정이 되어 순욱의 부축을 받으며 이를 갈았다. 완전 신출내기 초보에게 그것도 단 한수에 망신을 당한 그는 이미 기형도를 들었던 손은 동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무공을 익힌 몸으로 동상을 입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분명 강유의 오른손은 동상을 입었고, 화령의 손에 닿았던 기형도에는 허연 성에까지 껴있었다. 순욱은 자리를 피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강유를 부여잡고 다른 세 명에게 후퇴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희생이 크긴 했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다.’
장하걸은 사천오독이 물러나자 서둘러 사상자들을 수습하고 유벽에게 급전을 날렸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몰려올 것을 대비하여 호위무사들을 중무장을 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그 동안 돈을 주고 고용을 해왔던 호위무사들을 모두 수소문하여 불러 들여 언제 벌어질지 모를 일전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화령아가씨의 무공이 그 정도였다니, 우선은 다행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군. 분명히 천부무관의 무술대회에 참가하려 할 것이 틀림없는데….’
장하걸은 화령을 볼 때마다 아미산에 있는 딸 장연 생각에 늘 걱정이 앞섰다. 친아버지인 유벽만큼은 아닐지라도 화령을 지켜보는 마음은 남달랐다. 그래서 화령의 일이라면 먼저 나서서 처리해왔다. 비록 사천오악 중 첫째를 단번에 물리쳤지만 정확한 실력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강유가 화령을 얕보고 덤벼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화령을 치려 들었을 땐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는 일이였다. 그리고 실전경험이 없는 화령이 백전노장인 그들과 다시 대결한다면 그처럼 쉽게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장하걸은 한시라도 빨리 방중선이 돌아오길 빌었다.
“야, 진짜 재미있네!”
화령은 연무장에서 강유와의 대결에서 무심결에 연성에 성공한 빙옥수의 강기 검을 만들어 이것저것 베어보고 찔러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유성과 진령은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하명인은 신기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화령의 모습을 어이 없어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누님, 사부님께서 보시면 뭐라 하실까 걱정입니다.”
“호호호, 정 공자님도 내게만은 뭐라 못하실 걸!”
“치, 언니는 늘 저래! 명인 오빠 나에게도 그거 가르쳐 주면 안 될까?”
“안돼요!”
“흥, 언니도 배웠는데 나는 왜 안 되는데!”
“그, 그건 사부님의 허락이 있어야…!”
“진령아, 그만해라! 정공자라는 분이 오시면 그때 부탁을 드려 보자구나.”
진령의 억지를 막은 건 유성이었다.
“맞아요, 그때 오빠도 무공을 익히게 되면 건강해 질 수 있잖아요!”
“나, 나는 생각이 없다.”
유성은 화령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무공이라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글 읽기를 좋아했다. 한마디로 무보다는 문에 뜻을 두고 있다는 소리였다. 유벽의 뒤를 이을 장남이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특별한 보호와 훈련을 받으며 자랐지만 유성이 태어날 때 집안에서 쫓겨난 처지였던 그의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못했다. 그 덕분에 약골로 태어나게 되었다. 게다가 제대로 젖을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다가, 유벽이 기억을 되찾으면서 생명을 건지긴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남은 유약한 몸은 거부할 수 없는 평생지고 갈 운명이 되었다. 그 때문에 무보다는 문에, 번잡한 세상사 보다는 조용히 글을 읽으며 지내는 것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책읽기를 좋아 하고 호기심이 강했기 때문에 화령이 익히고 있는 빙옥수 비급 내용도 화령을 졸라 내용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이 전에 읽었던 여타의 무공관련 책들과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그만큼 빙옥수는 특이한 무공이었다. 그렇다고 복잡한 초식은 없었지만 그 하나하나가 까다로운 운기법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낮은 성취로도 낼 수 있는 막강한 위력 때문에 상대하기 쉽지 않은 무공이었다. 그리고 도저히 사람의 몸으로는 구현하기 힘들 거란 생각을 했지만 화령은 아주 쉽게 초식들을 행했다.
지금 화령은 사성의 성취를 이루었을 뿐인데 다른 권법이나 장법이라면 최고의 경지에서나 보여줄 수 있는 강기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고 유성은 정민에 대한 호기심이 잔뜩 높아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무공을 익힐 생각은 없었다. 그저 지적 호기심만 충족되면 그만인 유성이었다.
“호호호, 누가 책벌레 아니랄까봐! 오빠, 몸이 건강해야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 그 정 공자님이라는 분이 오시면 꼭 부탁해보세요.”
“됐어, 난 그냥 이대로 지내는 게 좋아!”
“아니, 언제 오실지 모르는 공자님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방 사범님께 부탁 해보는 게 어떨까? 그게 더 빠를 것 같은데…!”
화령의 말에 진령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천부무관 입관식을 참관하면서 화려하게 검을 휘두르며 남자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여 고수들의 활약상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무공이라는 걸 익히고 싶었다. 화령에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활달한 성격을 가진 진령은 막내라는 이유 때문에 모든 일에 양보를 많이 받으며 자랐다. 게다가 너무 일찍 어머니의 사랑을 잃었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너무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가하면, 때로는 어리광과 고집으로 주위를 쩔쩔매게 하는 등 극단적인 면을 보일 때가 많았다.
한님(桓雄)의 구슬 - 61
한님(桓雄)의 구슬 - 61 - 내글[影舞]
명인의 전음을 듣고 잠시 동안이나마 겁을 먹었던 화령은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용기를 얻었고, 명인이 어느 틈에가 달려와 자신의의 옆에 서게 되자 화령의 마음은 더욱 안정되어 본래의 모습을 찾았다. 화령의 옆에선 명인은 이미 화염강을 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양손은 붉게 변해 언제라도 화염강을 발출할 준비가 된 상태였다.
화염강은 일반적인 양강의 무공과는 다른 것이었다. 대게의 양강들은 뜨거운 열기를 발출하는 수준이었지만 화염강은 문자 그대로 강기를 발출하는 무공이었다. 뜨거운 기파를 발출하는 것이 아니라 기의 덩어리를 만들어 던지거나 강기로 만들어 상대를 공격하는 형태의 무공이었다. 무림에서 그런류의 무공은 내공과 성취도가 높아야지만 가능한 것이지만 정민이 만들어낸 화염강이나 빙옥수는 시작단계부터 이 두 가지를 쓸 수 있게 해주는 무공이었다.
하명인이 옆에 서자 약간 주눅이 들어있던 화령이 힘을 얻고 지금 양손에 기를 모으며 빙옥수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명인과는 다르게 화령의 손은 푸르게 변했고, 주위에 김이 서리기 시작했다.
‘저, 저건…!’
- 대, 대형, 이쯤에서 물러납시다! 아무래도 두 연놈의 무공이 심상치 않습니다.
- 무슨 소리냐?
- 손을 보십시오!
순욱의 경고를 받은 강유는 앞에 버티고 선 어린 사내의 손을 보고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방금 전 자신의 일도를 무산시켰던 여자 옆에 서있는 사내의 손에 붉은 빛을 내는 무언가 있었다. 처음에는 손에 보호구를 끼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수, 수강! 소, 손에 강기가 어리다니. 그것도 붉은빛이라…!’
어린 태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아 나이는 많이 봐줘야 갓 스물을 넘겼을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검기도 아니요 검강도 아닌 맨손에 강기를 일으키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이다. 맨손에 강기를 일으키려면 내공이 적어도 삼 갑자 이상 된다는 소리였는데 교응방을 박살냈던 인물이 그 정도의 내공을 가진 젊은 사내이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터라 혹시 그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했다. 단 한수에 무적을 자랑하던 철환대 전체를 무너트린 고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의 목표대로 이쯤에서 발을 빼고 물러나야 할 것 같은데 마음에 차있는 분노는 그런 이성의 생각을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게 했다. 원숭이란 놀림을 받고도 물러서는 건 도저히 강유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다. 그놈의 자존심이 뭔지, 강유를 바라보는 순욱의 얼굴은 더욱 험상 굳게 변했다.
- 대, 대형! 계집년도 만만치 않소이다. 우리들만의 힘으로는 저 둘을 상대하기 힘듭니다.
- …!
강유는 순욱의 전음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떤 형태로든 자존심을 지켜야했다. 순간 기형도가 화령의 가슴을 노리고 찔러왔다. 갑작스런 움직임과 살벌한 기운에 당황한 화령은 자신도 모르게 손을 들어 기형도를 막았다.
‘아, 아가씨!’
방금 전 호위무사의 팔을 잘라버린 날이 시퍼렇게 선 칼날을 맨손으로 막는 모습을 지켜보던 장하걸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 까 깡!
“으윽!”
장하걸은 의외의 소리에 두 사람이 부딪힌 곳을 다시 쳐다보았다.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는 건 기형도를 들고 있던 강유였고, 맨손으로 도를 받았던 화령은 눈을 감고 손을 뻗은 채로 서 있었다. 화령은 반사적인 행동으로 손을 뻗어다가 도가 손에 닿는 순간 실수를 깨닫고 그대로 눈을 감았던 것이다.
- 누님 정신 차리세요!
명인의 전음으로 눈을 뜬 화령은 우선 손부터 확인했다. 손은 이상이 없었고 손에는 검이라도 된 듯 반달형의 푸른 강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빙옥수가 손을 감싸며 거의 한자에 이르는 강기의 검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지금까지 대련에서는 손을 보호하는 장갑 수준의 강기만이 형성되었는데 이번에는 정민의 비급에서 말하는 강기의 검이 손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정도의 성취는 극성에 이르면 석자길이의 강기 손밖에 검이 이루어진다고 했으니 지금의 성취는 사성의 성취를 이룬 격이 된 것이다. 그동안 명인에 비해서 별 진전이 없어 고민하고 있던 화령은 뜻밖의 성취에 스스로 놀라버렸다.
‘이, 이거 드디어 이루어 낸 거야?’
“끼야, 내가 해냈어!”
‘뭐, 뭐야?’
사천오악은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폴짝대며 뛰는 화령의 모습에 어이가 없었다. 그중 직접 부딪혀 내상까지 입은 강유는 완전히 똥 씹은 표정이 되어 순욱의 부축을 받으며 이를 갈았다. 완전 신출내기 초보에게 그것도 단 한수에 망신을 당한 그는 이미 기형도를 들었던 손은 동상까지 입은 상태였다. 무공을 익힌 몸으로 동상을 입는 일이 생긴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분명 강유의 오른손은 동상을 입었고, 화령의 손에 닿았던 기형도에는 허연 성에까지 껴있었다. 순욱은 자리를 피하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씩씩거리는 강유를 부여잡고 다른 세 명에게 후퇴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희생이 크긴 했지만 이만하길 다행이다.’
장하걸은 사천오독이 물러나자 서둘러 사상자들을 수습하고 유벽에게 급전을 날렸다. 그리고 그들이 다시 몰려올 것을 대비하여 호위무사들을 중무장을 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그 동안 돈을 주고 고용을 해왔던 호위무사들을 모두 수소문하여 불러 들여 언제 벌어질지 모를 일전을 대비하기 시작했다.
‘화령아가씨의 무공이 그 정도였다니, 우선은 다행이지만 앞으로가 걱정이군. 분명히 천부무관의 무술대회에 참가하려 할 것이 틀림없는데….’
장하걸은 화령을 볼 때마다 아미산에 있는 딸 장연 생각에 늘 걱정이 앞섰다. 친아버지인 유벽만큼은 아닐지라도 화령을 지켜보는 마음은 남달랐다. 그래서 화령의 일이라면 먼저 나서서 처리해왔다. 비록 사천오악 중 첫째를 단번에 물리쳤지만 정확한 실력대결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강유가 화령을 얕보고 덤벼든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전력을 다해 화령을 치려 들었을 땐 어떤 상황이 될지 모르는 일이였다. 그리고 실전경험이 없는 화령이 백전노장인 그들과 다시 대결한다면 그처럼 쉽게 우위를 점하기는 쉽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장하걸은 한시라도 빨리 방중선이 돌아오길 빌었다.
“야, 진짜 재미있네!”
화령은 연무장에서 강유와의 대결에서 무심결에 연성에 성공한 빙옥수의 강기 검을 만들어 이것저것 베어보고 찔러 보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이를 지켜보는 유성과 진령은 부러움이 가득한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고, 하명인은 신기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아이처럼 행동하는 화령의 모습을 어이 없어하며 쳐다보고 있었다.
“누님, 사부님께서 보시면 뭐라 하실까 걱정입니다.”
“호호호, 정 공자님도 내게만은 뭐라 못하실 걸!”
“치, 언니는 늘 저래! 명인 오빠 나에게도 그거 가르쳐 주면 안 될까?”
“안돼요!”
“흥, 언니도 배웠는데 나는 왜 안 되는데!”
“그, 그건 사부님의 허락이 있어야…!”
“진령아, 그만해라! 정공자라는 분이 오시면 그때 부탁을 드려 보자구나.”
진령의 억지를 막은 건 유성이었다.
“맞아요, 그때 오빠도 무공을 익히게 되면 건강해 질 수 있잖아요!”
“나, 나는 생각이 없다.”
유성은 화령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무공이라는 것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글 읽기를 좋아했다. 한마디로 무보다는 문에 뜻을 두고 있다는 소리였다. 유벽의 뒤를 이을 장남이었기 때문에 어려서부터 특별한 보호와 훈련을 받으며 자랐지만 유성이 태어날 때 집안에서 쫓겨난 처지였던 그의 어머니의 건강이 좋지 못했다. 그 덕분에 약골로 태어나게 되었다. 게다가 제대로 젖을 먹지 못해 영양실조로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다가, 유벽이 기억을 되찾으면서 생명을 건지긴 했지만, 그 후유증으로 남은 유약한 몸은 거부할 수 없는 평생지고 갈 운명이 되었다. 그 때문에 무보다는 문에, 번잡한 세상사 보다는 조용히 글을 읽으며 지내는 것을 더 좋아할 수밖에 없었다.
워낙 책읽기를 좋아 하고 호기심이 강했기 때문에 화령이 익히고 있는 빙옥수 비급 내용도 화령을 졸라 내용을 읽을 수 있었는데, 그 내용이 전에 읽었던 여타의 무공관련 책들과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았다.
그만큼 빙옥수는 특이한 무공이었다. 그렇다고 복잡한 초식은 없었지만 그 하나하나가 까다로운 운기법에 기초를 두고 있기 때문에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낮은 성취로도 낼 수 있는 막강한 위력 때문에 상대하기 쉽지 않은 무공이었다. 그리고 도저히 사람의 몸으로는 구현하기 힘들 거란 생각을 했지만 화령은 아주 쉽게 초식들을 행했다.
지금 화령은 사성의 성취를 이루었을 뿐인데 다른 권법이나 장법이라면 최고의 경지에서나 보여줄 수 있는 강기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고 유성은 정민에 대한 호기심이 잔뜩 높아져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무공을 익힐 생각은 없었다. 그저 지적 호기심만 충족되면 그만인 유성이었다.
“호호호, 누가 책벌레 아니랄까봐! 오빠, 몸이 건강해야 좋아하는 책도 많이 읽을 수 있잖아요. 그러니 그 정 공자님이라는 분이 오시면 꼭 부탁해보세요.”
“됐어, 난 그냥 이대로 지내는 게 좋아!”
“아니, 언제 오실지 모르는 공자님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방 사범님께 부탁 해보는 게 어떨까? 그게 더 빠를 것 같은데…!”
화령의 말에 진령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이번에 천부무관 입관식을 참관하면서 화려하게 검을 휘두르며 남자들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여 고수들의 활약상을 지켜보았기 때문에 하루라도 빨리 무공이라는 걸 익히고 싶었다. 화령에비해서 결코 뒤지지 않는 활달한 성격을 가진 진령은 막내라는 이유 때문에 모든 일에 양보를 많이 받으며 자랐다. 게다가 너무 일찍 어머니의 사랑을 잃었기 때문에 나이에 비해 너무 어른스러운 모습을 보일 때가 있는가하면, 때로는 어리광과 고집으로 주위를 쩔쩔매게 하는 등 극단적인 면을 보일 때가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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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