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님(桓雄)의 구슬 - 62

내글[影舞]2005.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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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님(桓雄)의 구슬 - 62   - 내글[影舞]

 

‘에고, 내가 아무래도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고 있는 기분이 드는데!’

진령의 반응을 본 화령은 아차 싶었다. 진령의 집요함을 너무나 잘 아는 유성의 표정도 편치 않았다.

이틀이 지나 귀주에 갔던 유벽과 방중선이 돌아 왔다. 그동안 긴장 속에서 사천오악일당이 다시 몰려올까 전전긍긍했던 장하걸은 한시름을 놓았고, 그 반대로 유벽과 방중선은 떼를 쓰는 진령 때문에 쉴 틈도 없이 시달려야했다. 결국 방중선이 정식으로 진령의 사무가 되기로 하고 나서야 곳 닥쳐올 사태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방 사범, 아무래도 이들이 작정을 하고 덤벼들 모양인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소?”

유벽은 방중선을 단순한 호위무사로 보지 않고 평생의 지기로 생각하고 있었다. 때문에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때나 곤란한 문제가 생기면 늘 같이 의논하고 방중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반영해왔다. 그리고 방중선의 의견을 들어 손해를 본적이 없기 때문에 유벽의  방중선에 대한 신뢰는 그 만큼 깊었고 남달랐다. 이번 일도 유벽은 방중선의 의견을 듣기위해 마주앉았다.

“사천오악뿐만 교응방의 공백을 차지 하고자 많은 자들이 연합을 하여 덤벼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친구를 대하듯 하는 유벽의 말투에 비해 방중선의 말투는 늘 높인 말을 썼다. 유벽이 친구로서 대해주길 원했지만 방중선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늘 예를 갖추고 대했다.

“어째서…?” 

“현재 이지방의 실재적인 상권을 장악하고 있는 곳은 우리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시비를 걸어온다는 것은 우리의 상권을 노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지난 세월 교응방의 도발에 거의 무 대응으로 일관한 것을 보아온 그들입니다.”

“그렇군! 그렇다면 정면 돌파밖에는 없다는 이야기가 되는군! 결국 무림맹에 도움을 청해야하나!”

“아닙니다, 더 이상 외부의 도움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늑대들을 쫓기 위해 더 이상 호랑이들을 불러 들여서는 안 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이 번 만큼은 유가장만의 힘으로 이겨내야 합니다. 그래야만 그 많은 후원금을 내놓고도 교응방 같은 자들의 도전을 받아야하는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사천오악 다섯 명에게 벌써 삼 할의 호위무사가 무너졌소. 그들 이외에 다른 자들까지 몰려온다면 우리가 얼마나 버틸 수 있겠소? 그건 불가능하오!”

방중선의 말은 맞는 말이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있었다. 유벽은 이번의 경우가 바로 그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라 생각했다. 하지만 방중선은 단호했다.

“그건 염려하시지 않아도 됩니다. 두 달 전만 하더라도, 아니 한 달 전만이라도 이런 말씀을 드릴 수 없었지만 이젠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저 혼자라면 사천오악을 상대하기도 힘들 겁니다만, 이제는 우리에게 두 사람의 고수가 더 있습니다. 그것도 현 강호 백대고수에 필적하는 고수들입니다.”

“호, 혹시 화령과 명인을 말하는 거요?”

“그렇습니다.” 

유벽은 방중선의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 아직은 어린아이일 뿐인 둘에게 무거운 짐을 지울 수 없는 유벽은 아버지였다.

“그 애들은 아직 어린애요. 게다가 실전경험도 전혀 없지 않소?”

“부모의 눈으로 보면 자식은 언제나 물가에 내놓은 어린아이일 뿐입니다. 장주님도 노마님 앞에서는 언제나 어린아이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실전경험이 없다는 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정 공자가 저 뿐만 아니라 두 아이들에게 전해준 내력은 말이 쉬워 일 갑자니 이 갑자니 표현하지만, 일 갑자의 내공을 몸에 쌓으려면 육십년의 수련이 필요합니다. 그냥 수련이 아니라 피나는 수련을 통해서만 얻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두 아이의 몸에는 백년을 넘는 긴 세월만이 쌓아줄 수 있는 내공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 공자가 그렇게 많은 걸 아이들에게 주다니…!”

“그뿐만 아니라, 그 두 아이가 익히고 있는 두 가지 무공은 금강불괴지신도 깰 수 있다는 소림의 금강장에 필적할 정도로 강한 무공입니다.”

“그럴 리가?”

유벽은 방중선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무공에 대해 깊이 알지는 못하지만 어깨너머로 보고 풍월로 얻어 들은 것도 꽤 되기 때문에 소림의 무공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방중선의 말은 전혀 근거 없는 빈말로 밖에는 들리지 않았다.

“직접 보시지 않았기 때문에 믿을 수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분명히 그 두 아이가 힘을 합쳐 합공을 한다면 당금 강호의 최강이라고 할 수 있는 무림맹주는 물론 천부무관 총사도 결코 우위를 점할 수 없을 정도라 생각합니다. 아니 확신합니다!”

“그건 아이들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 하는 것 아니오?”

“아닙니다. 이걸 보십시오.”

방중선은 품에서 정민이 떠나며 주고 간 검법이란 제목이 쓰인 비단 책을 꺼내어 유벽에게 내놓았다.

“이게 뭐요?”

유벽은 책을 받아들고 뒤적여 보았지만 바로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불과 스무 장 정도밖에 안 돼 책이라 하기에는 조금 민망할 정도로 얇았다. 간간히 칼을 들고 있는 사람을 그린 그림이 있는 것으로 보아 무공서적일 거라는 추측만 될 뿐 최근에 비단 천으로 엮어 만든 것으로 별가치가 없어 보였다.

“이건 정 공자가 준 검법이란 비급입니다. 앞으로 진령이 익혀야 될 검법이기도 하고요.”

“진령이 익힌다고요?”

진령의 이야기가 나오자 유벽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방중선이 이미 오래전 - 그래봐야 한 달 전이지만 - 진령에게 책에 있는 무공을 전수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방중선의 입에서 이어지는 말은 유벽을 더욱 큰 혼란 속으로 몰아가고 있었다.

“네! 정 공자가 유가장의 앞길을 비춰질 세 가지 빛입니다. 당연히 후인에게 전해져야하는 겁니다. 그것도 유가장에 뼈를 묻어야할 사람들에게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죠. 알고 계시겠지만 진령은 명인을 좋아합니다. 물론 명인, 그 아이도 진령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고요. 때문에 정공자의 무공은 온전히 이곳 유가장을 받치는 세 기둥으로 남을 거라 생각됩니다. 게다가 이번 일을 통해 유가장의 힘을 보여준다면 더 이상 무림맹의 자금줄 노릇이나 하며 지내진 않게 될 겁니다.”

“…!” 

유벽은 말을 잃었다. 지금 이 순간 유가장의 장래를 놓고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할 시간임을 잘 알고 있기에 머릿속에 생각이 많아 질 수밖에 없었다. 방중선은 유벽의 생각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무언가 확신을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얼 걱정하는지 압니다. 하지만 한번은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요, 건너야할 강입니다. 이 고비를 넘기지 못한다면 주인이면서도 주인이 될 수 없는 처지를 아이들에게 유산으로 남겨줄 뿐입니다. 그런 치욕은 더 이상 아이들이 겪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고맙소, 방 사범! 이제 이 유가장은 달라질 것이요. 선조께서 나라를 잃고 이곳에 터를 잡은 지 벌써 몇 백 년이요. 그동안 받은 설움과 핍박을 또다시 아이들에게 물려 줄 수 없소이다.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이상 유가장을 가벼이 보는 자는 없을 것이요!”

유벽은 결정을 내렸다. 더 이상 유가장이 외부의 도움을 받는 일은 없을 것이란 확신을 얻은 것이다. 그리고 이제부터 강호에서 유가장의 위치를 확고히 할 계획이 머릿속에 가득 넘치기 시작했다.

‘이것이 첫 번째 고비인가?’

백여 명이 넘는 적들을 쳐다보는 유벽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사천오악이 물러간 지 정확히 오 일 후 그들이 다시 유가장을 찾았다. 유벽은 그들의 숫자를 보고받고 마음이 무거웠다. 예상외로 많은 무리로 들이닥친 것이다. 백 명이 넘는 인원이 유가장을 치겠다고 몰려왔다. 나름대로 대비를 한다고 했지만 백여 명은 너무 많은 숫자였다. 반면에 유가장내의 호위무사들은 모두 삼심여 명밖에 되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거의 팔십여 명에 이르는 호위무사들로 북적되었지만 사천오악뿐만 아니라 악랄하기 그지없는 산동칠패까지 온다는 소문이 돌자 밤사이에 원래 유가장 소속의 호위무사들을 빼고 돈으로 고용된 호위무사들이 겁을 먹고 모두 도망을 치고 말았다. 그래서 유가장에는 원래 오십여 명에 가깝던 호위무사들이 있었지만 오 일전에 사천오악에게 당한 인원을 빼고 나니 남은 인원은 삼십여 명에 불과했던 것이다.

“숫자는 어디까지나 숫자일 뿐입니다. 저들은 단합된 하나의 세력이 아닙니다. 단지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잠시 손을 잡은 오합지졸일 뿐 그리 강하지 못합니다. 저들 중에 강한 몇 놈만 꺾어 놓는 다면 나머지는 문제될게 없을 것입니다.”

긴장하고 있는 유벽과는 달리 방중선의 얼굴에는 여유가 있었고, 은근히 자신감마저 감추지 않았다. 호위무사의 대부분을 뒤쪽을 노리고 올지도 모를 자들을 대비하여 내원과 후원에 배치하고, 유벽의 호위를 위한 십여 명만을 거느리고 몰려온 자들 앞에 나섰다. 물론 방중선의 양옆에는 화령과 명인이 서 있었다.

“흥, 무슨 염치로 다시 왔느냐?”

‘저년이 뭘 믿고 저러지?’

“어린계집이 감히 어디라고 나서는 거냐! 여기서 네 서방이라도 찾으려 하려느냐?”

백여 명의 넘는 무리의 앞에 서있는 사천오악을 발견한 화령이 대뜸 나서서 소리치자 지난번에 와서 어이없이 당했던 강유가 순유가 세웠던 계획대로 움직이지 않고 나서서 화령의 말을 받았다.

‘제기랄, 이러면 안 되는데!’

순유는 지난번 화령과 명인의 무공이 예상보다 강한 걸 보고 자신들이 직접 나서는 것을 될 수 있으면 피하고 싶었다. 그래서 성격이 급한 강유에게 거듭 다짐을 받았지만 막상 화령의 나서자 강유가 분을 이기지 못하고 나서버렸다. 처음 계획은 뒤따르는 무리를 앞세워 이번 일을 치르기로 했었는데 순간 흥분하여 꼭 피해야 될 선봉이 되고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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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 70회 이후로는 아래에서만  연재할 예정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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