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근무라는 게 무색할 정도로 요즘은 토,일요일에 출근을 해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정상 출근이 아닌지라 이른 아침은 아니었지만
보름이상 야근하면서 지칠대로 지친 몸을 일으켜 세우는 건 분명 여간 곤욕이 아니었다.
1호선을 타고 신도림에서 을지로 가는 2호차를 갈아타면서
마침 자리가 있어 편안히 기대어 앉아갈 수 있어 다행이었다.
책을 펼치자니 피곤도하고 그렇다고 두눈 멀뚱히 뜨고 시청까지 가는 것 그도 그렇고
가방에 늘상 챙기고 다닌 이어폰을 꺼내들어 귀에 꽂고선 맞은편 차창을 바라볼 때였다.
그들은 아버지,어머니 그리고 딸. 그렇게 보였고 맞은 편 좌석에 나란히 앉아있었다.
나이는 50대초반,20대중반?
전철안에선 숱하게 많은 사람들과 마추지고 부딛히고 그러다 간혹은 눈빛도 마주치게 되고
평소대로라면 나나 그들이나 서로가 그렇게 일상의 스쳐가는 사람들이었겠지만
계속해서 내 시선을 멈추게 한 건 그들이 떡을 나눠 먹기 시작한 후부터였다.
공공장소에서 나란히 앉아 떡을 꺼내 먹는 일도 흔치 않는 일이지만
또 내가 그것까지 흉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지만 문제의 발단은 그 이후였다.
까만 비닐 봉투에서 꺼낸 랩으로 싸여진 스티로폴 접시에 가득 담긴 떡을
오손도손 웃음꽃 피우면서 나눠 먹는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다음의 행동...
아주머니가 다먹은 후에 벌인 쓰레기 처리 과정..
당연히 손에 쥐고 있어야 할 그 쓰레기가 지하철 바닥에 내려지고 난 때부터다.
그 후로 난 내내 쓰레기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귓가에 노래소린 잘 들리지 않고..
쓰레기를 발 뒤꿈치에 태연히 내려놓고 앉은 사람들..
저들이 쓰레기를 들고 내릴까..
내가 쓰레기를 줍자니... 아니면 쓰레기를 왜 버리시냐고 말하자니.. ㅡ.ㅡ;
"아니 왜 그러냐고? 내가 쓰레기를 버린 게 아니고 잠시 바닥에 내려둔 거고
내릴 때 가지고 내릴려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안 주느냐? " 할 것 같아서... 쩝
괜시리 부스럼 일으킬 것 같아 일단은 그들이 내릴때까지 기다려 보기로 했다.(소시민 ㅡ,ㅡ;)
내릴 때 쯤이면 도착역에 앞서 먼저 일어나 내릴 채비를 할 것이고
그때는 자기네들 쓰레기를 되가져가는지 알 수 있을 테니...
만약 그들이 그냥 내릴려면 그 때 얼른 달려가 그들 손에 꼭 쥐어줘야지...생각하고
하지만 몇 정거장을 지나치도록 그들은 지하철에서 내리지 않았고 쓰레기도 그대로였고
마침내는 내가 먼저 내리게 되버린 불상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그 후 종일 내내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 까만 비닐 봉투..
과연 그들은 쓰레기를 되가져갔을까?
쓰레기나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아무 생각 없이 내던져 버리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그래서 늘 거리는 지저분하다.
혹자는 그렇게 버리는 사람이 있어야 환경미화원 아저씨도 밥 먹고 산다나 뭐 어쩄다나.
참 핑계가 거창하다. 쓰레기를 버리는 그 와중에도 실업 문제나 일자릴 고민하고 있으니 말이다.
물론 내가 그들을 일일이 간섭하거나 충고하거나 할 수도 없고
주위에 친한 사이를 제외하곤 간섭해 본적이 없다.
다만 바라는 건 사람들 스스로가 그렇게 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민학교 교과서에도 나오지 않는 그런 일을 어찌 가르쳐야만 안다는 것인지.
남을 생각하는 마음을 조금이라고 갖고 있다면
남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의식하고만 산다면 그러진 않을 텐데 말이다.
오늘 이 일에 빗대어 다소 과대해석한 것도 있을 테지만
기초질서조차 지키지 않는 사람들에게서 그보다 큰 양보를 어찌 기대할 수 있을런지..
중학교 시절 한 은사님은
"무릇 양심이란 건 가슴 속 깊이 박힌 모난 돌이어야 한다." 하셨다.
양심의 가책에 어긋나면 그 돌이 굴러서 심장에 피를 내고
그래서 사람은 다시 바로 설 수 있다고.
살다보면 돌도 하도 구르고 굴러 마침내는 그 모가 없어져 둥근 공이 될 거고
그 땐 이미 사람의 탈이 아닐 것이니
무뎌짐을 경계하며 함부로 양심의 돌을 굴리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
일상에서 우린 크고 작은 과오를 저지르곤 한다.
나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은사님 말씀대로 양심의 모가 마모되어 더 이상 그 구실조차 할 수 없다면
그건 스스로 사람이기를 포기하는 것인데
(좋은 일이 아니라면) 한번쯤은 꼭 남들 눈치를 봐야 하지 않을까?
양심의 날이 무뎌지기 전에.. 더 늦기 전에....
함께 사는 세상이라면..
그들은 쓰레기를 되가져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