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할 일은 한님의 구슬에 있는 모든 걸 풀어내는 일이다. 그리고 내 몸에 담긴 비밀도 풀어야만 다시 내가 살던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다.’
정민은 유가장에 다시 돌아온 첫날밤을 기분 좋게 보내고 있었다. 잔칫상 같았던 저녁을 먹고 나자 곧바로 화령과 명인의 그동안의 성취를 알아보고 크게 기뻐했다. 생각보다 높은 경지에 오른 두 사람에게 한 가지씩 선물을 주었다. 화령에게는 언뜻 보기에 애들 장난감 같은 작은 활을, 명인에게는 팔목을 보호할 수 있는 토시를 주었다. 화령에게 준 활은 활줄을 걸지 않고 가운데를 잡고 비틀면 두 개의 단봉으로 나뉘어져 또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었다. 또한 명인에게 전해준 토시에는 한쪽에 네 개씩 모두 여덟 개의 줄 달린 비도가 있어 언제든지 발출하고 회수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두 가지 모두 얼음부챗살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정민이 백두산에서 발견한 땅굴 속에서 구한 재료로 두 사람을 위하여 만들었다.
두 달 보름 전에 정민이 백두산에 도착하여 땅굴의 입구를 발견한 후, 그 속에 있는 수맥의 흐름에 몸을 맡긴지 십여 분만에 굴 안에 들어갔을 때 처음 본 것은 사람이 오랫동안 지낸 흔적이 있는 잘 정돈된 하나의 석실이었다.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어두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한쪽 벽면전체가 건물에 있는 창문처럼 빛을 내고 있어 상당히 환했다. 천년 후에 갈라진 틈을 통해 떨어졌을 때는 지각변동으로 무너졌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한 장소였다. 그곳의 벽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자와 문양들이 새겨져있었는데 맥 마지막으로 새겨진 문자는 바로 ‘桓雄之珠 二十三代 鄭旻 拜’라 새겨져 있었다.
‘이것 봐라, 그 천부정검 정민이란 사람의 이름이 있네.’
다시 글자들을 살펴보니 지렁이 꼬리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문자도 있었고, 소위 조족(鳥足)문자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한자로 쓰인 것이 많았는데 공통적인 것은 앞머리에 숫자가 쓰여 있고, 끝에는 배(拜)라는 글자가 꼭 있다는 것이었다. 그로 미루어봐서 천부정검은 환웅지주 라는 것에 스물세 번째로 절을 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 이 숫자들은 모두 환웅지주라는 것에 절을 한 사람의 순서를 말하는 거니까…, 결국 제자들을 말하는 것이 군. 그럼 이곳이 이 사람이 쓴 ‘천부무관입경’에서 말하는 천부라는 곳인가?’
맨 처음 새겨진 것은 둥근 바위에 새겨진 문양과 비슷한 형태로 새겨져 있는 걸로 봐서 이 굴에 처음 들어온 사람의 것을 보였다. 하지만 그 형태가 달라 둥근 바위에 문양을 새긴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내가 이러고 있을게 아니지. 저쪽에 있는 둥근 바위에 새겨진 나머지 문양을 확인해서 다시 내 시간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한다.’
정민은 조심스럽게 이동하여 이 시간대로 넘어오기 전에 보았던 둥근 바위를 향해 걸어갈다. 굴 전체가 입구를 구성하고 있는 비슷한 성분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고, 군데군데 스스로 빛을 발하는 돌들이 박혀있어 그리 어둡지 않았다. 석회동굴처럼 석순이 자라나 있는 것도 여기저기 있었는데 정확히 스물두 개가 무언가에 의해 잘려져 있었다.
‘어라, 이상하네? 분명 글을 쓴 사람이 스물세 명이니 스물세 개가 잘려져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뭐 한 사람은 필요가 없었나보지!’
정민이 둥근 바위가 있는 곳에 도착하여 보니 천년후의 모습과는 달리 바위라기보다는 잘 다듬어진 거대한 구슬로 보였다. 표면은 티끌하나 없이 깨끗하였고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검푸른 광채가 신비감을 주고 있었고, 천년 후 처음 볼 때와는 달리 보이지 않았던 붉은 빛 돌로 만들어진 좌대까지 있었다.
‘아하, 이래서 구슬(珠)이라 했구나!’
표면에 새겨진 문양도 이끼와 먼지가 껴있을 때보다 더 선명하고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머릿속에 남아 있는 문양과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다시 머릿속에 하나하나 되새겨 놓기 시작했다.
‘후우, 이제 모든 내용을 다 기억했다. 배가 고픈걸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뭐라도 먹어야하겠는데 건량을 밖에 두고 왔으니 야단인걸.’
지하수를 통해 들어와야 했기 때문에 젖어 버릴 걸 염려하여 입구에 건량을 그대로 두고 왔던 것이다. 다시 석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먹을 만한 것이 있는지 살피기로 했다. 없으면 다시 나가서 젖지 않게 해서 가지고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석실에 있는 물건들을 자세하게 살폈다.
‘어라, 이것 봐라! 이게 벽곡단이라는 건가? 꼭 염소 똥 모양으로 생겼군. 어디 맞은…, 으, 이게 무슨 맛이야! 이걸 어떻게 먹고사나?’
석실 한편으로 다섯 개의 흙으로 빚어 만든 토기가 있었고 그 안에는 검정색을 띤 작은 콩만 한 알맹이들이 꽉꽉 채워져 있었다. 책에서만 본 벽곡단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로구나하고 맛을 보았는데 웬걸 책의 설명과는 달리 그 맛이 아주 썼다. 벽곡단은 주로 곡식을 갈아서 만든 것이 일반적이라 쓴맛이 나는 건 드물다. 다른 것들도 다 쓴맛이 났지만 그렇다고 상해서 나는 쓴맛이 아니었다.
‘으흠, 아무래도 무슨 약이 섞여있는 것 같은데 먹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잠시 망설이던 정민은 결국 안전한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물길을 따라 들어올 때는 쉽게 들어 올수 있었지만 역으로 나가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물살이 세서 거슬러 헤엄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들어올 때는 불과 십여 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거슬러 오를 때는 1m를 전진하는데 거의 십여 분이 걸렸다. 입구까지 나가려면 아무리 공력을 최대로 쓴다고 해도 밖으로 나가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걸릴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출구 쪽도 그리 만만치 않았다. 잠시 만 내려가면 견디기 힘든 열수가 솟아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두 시간에 걸친 사투 아닌 사투를 벌이다 포기하고 말았다.
“헉헉, 미치겠네! 이거 완전히 갇힌 거야?”
힘들게 물과 싸우는 바람에 공복감만 늘었기 때문에 별수 없이 쓴맛이 나는 벽곡단이 아닐 거란 의심이 가는 검은 알맹이로 배를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맛만 이상한 게 아니라 배에도 탈이 난 듯 뱃속에 있는 모든 것이 빠져나가는 설사에 거의 두 시간 동안 시달려야했다. 한마디로 장 청소는 물론 세척까지 당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정민의 시간의 흐름을 계속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빛은 내는 벽면의 변화 때문이었다. 해가 비추는 창문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밝기가 변했고, 밤이라 생각되는 시간이 되자 어스름한 달빛 정도의 밝기가 되었고 다시 날이 밝을 때는 벽도 역시 밝아 졌다.
거센 물에 시달리고 설사까지 한 정민은 지쳐서 운기를 할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침상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다시 왔구나. 무엇 때문에 다시 이곳에 돌아 왔느냐?
‘무슨 소리요?’
- 어허, 어찌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이냐?
‘난 이곳이 처음인데…, 아, 아니 천년 뒤에 왔었지!’
- 으흠, 아무리 보아도 이십 년 전에 이곳을 떠난 정민과 똑같은데 이상하구나!
‘같다니,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혹시 정민이라는 이름 때문에 헷갈린 모양인데, 이름은 같지만 난 아니요. 좀 전에 이야기 했듯이 난 이시간대 사람이 아니라 천년 뒤에나 이곳에 처음 올 예정인 사람이오.’
- 천년 뒤라 했는가?
‘그렇소, 난 천년 후에나 태어날 사람이요. 사정이 있어 쫓기다가 발을 헛디뎌 이곳에 굴러 떨어졌소. 이곳에 있는 둥근 바위를 만졌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뜻하지 않게 천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이 시간대로 날아오게 되었소.’
- 그런가!
‘그런데 당신은 누구요?’
- 난 이십이 대 ‘한님의 구슬’ 수호령이다.
‘그럼 당신이 말한 정민이란 사람과는 어떻게 되시오?’
- 그는 한님의 선택을 기다리는 나의 제자였지.
‘한님이란 분은 또 누구요?’
- 그건 이야기하기 곤란하다. 그보다 너는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느냐?
‘난 다시 내가 살던 시간대로 돌아가고 싶어 왔을 뿐이요.’
- 그렇다면 그건 한님의 뜻일 것이다. 한님의 뜻에 따라 이곳에 왔으니 그 뜻을 이루면 자연히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한님이란 분이 누구인데 나의 운명을 좌지우지합니까?’
- 후후, 그분은 인간 세상에 지혜를 주신분이다. 그렇지! 환웅님이 바로 한님이시다.
‘예에, 환웅이요?’
- 그렇다.
‘그, 그러고 보니 당신은 중국인이 아닌 것 같은데…?
- 중국? 중국이 어디냐?
‘아, 그러니까 송나라 사람이 아니오?’
- 아니다, 난 발해 사람이다.
‘어, 그럼 같은 한국…, 아니 단군의 후예로군요!
- 단군이라 했나?
‘네, 환웅의 아드님이신 단군님이요!
- 허허, 그런 거였군!
‘뭐가요?’
- 내가 인연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성급하게 제자를 선택했었는데, 한님이 새로운 선택을 하신 거로구나! 헌데 너의 몸은 원래 그랬느냐? 아니면 다른 사람의 몸을 가진 것이냐? 그렇다면 원래 주인을 아느냐?
‘자, 잠깐! 몸의 원래주인 이라니요?’
- 그러니까, 그 몸은 내가 제자로 받아들인 아이이 몸인 듯해서 이렇게 묻는 것이다.
‘그, 그럴 리가? 분명이 몸은 내 몸이요! 이 얼굴도 내 얼굴이요, 이 손도 내 손이고, 이 다리도 내 다리입니다.’
한님(桓雄)의 구슬 - 67
한님(桓雄)의 구슬 - 67 - 내글[影舞]
정민의 생각은 유벽의 제안으로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이제부터 할 일은 한님의 구슬에 있는 모든 걸 풀어내는 일이다. 그리고 내 몸에 담긴 비밀도 풀어야만 다시 내가 살던 시간대로 돌아갈 수 있다.’
정민은 유가장에 다시 돌아온 첫날밤을 기분 좋게 보내고 있었다. 잔칫상 같았던 저녁을 먹고 나자 곧바로 화령과 명인의 그동안의 성취를 알아보고 크게 기뻐했다. 생각보다 높은 경지에 오른 두 사람에게 한 가지씩 선물을 주었다. 화령에게는 언뜻 보기에 애들 장난감 같은 작은 활을, 명인에게는 팔목을 보호할 수 있는 토시를 주었다. 화령에게 준 활은 활줄을 걸지 않고 가운데를 잡고 비틀면 두 개의 단봉으로 나뉘어져 또 다른 용도로 쓸 수 있었다. 또한 명인에게 전해준 토시에는 한쪽에 네 개씩 모두 여덟 개의 줄 달린 비도가 있어 언제든지 발출하고 회수할 수 있게 만들어져 있었다. 두 가지 모두 얼음부챗살과 같은 재질로 만들어진 것으로 정민이 백두산에서 발견한 땅굴 속에서 구한 재료로 두 사람을 위하여 만들었다.
두 달 보름 전에 정민이 백두산에 도착하여 땅굴의 입구를 발견한 후, 그 속에 있는 수맥의 흐름에 몸을 맡긴지 십여 분만에 굴 안에 들어갔을 때 처음 본 것은 사람이 오랫동안 지낸 흔적이 있는 잘 정돈된 하나의 석실이었다. 빛이 하나도 들어오지 않아 어두울 것이라 생각했지만 한쪽 벽면전체가 건물에 있는 창문처럼 빛을 내고 있어 상당히 환했다. 천년 후에 갈라진 틈을 통해 떨어졌을 때는 지각변동으로 무너졌기 때문에 발견하지 못한 장소였다. 그곳의 벽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자와 문양들이 새겨져있었는데 맥 마지막으로 새겨진 문자는 바로 ‘桓雄之珠 二十三代 鄭旻 拜’라 새겨져 있었다.
‘이것 봐라, 그 천부정검 정민이란 사람의 이름이 있네.’
다시 글자들을 살펴보니 지렁이 꼬리가 기어 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문자도 있었고, 소위 조족(鳥足)문자로 보이는 것도 있었다. 한자로 쓰인 것이 많았는데 공통적인 것은 앞머리에 숫자가 쓰여 있고, 끝에는 배(拜)라는 글자가 꼭 있다는 것이었다. 그로 미루어봐서 천부정검은 환웅지주 라는 것에 스물세 번째로 절을 했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럼 이 숫자들은 모두 환웅지주라는 것에 절을 한 사람의 순서를 말하는 거니까…, 결국 제자들을 말하는 것이 군. 그럼 이곳이 이 사람이 쓴 ‘천부무관입경’에서 말하는 천부라는 곳인가?’
맨 처음 새겨진 것은 둥근 바위에 새겨진 문양과 비슷한 형태로 새겨져 있는 걸로 봐서 이 굴에 처음 들어온 사람의 것을 보였다. 하지만 그 형태가 달라 둥근 바위에 문양을 새긴 사람 같지는 않아 보였다.
‘내가 이러고 있을게 아니지. 저쪽에 있는 둥근 바위에 새겨진 나머지 문양을 확인해서 다시 내 시간대로 돌아갈 방법을 찾아야한다.’
정민은 조심스럽게 이동하여 이 시간대로 넘어오기 전에 보았던 둥근 바위를 향해 걸어갈다. 굴 전체가 입구를 구성하고 있는 비슷한 성분의 물질로 이루어져 있었고, 군데군데 스스로 빛을 발하는 돌들이 박혀있어 그리 어둡지 않았다. 석회동굴처럼 석순이 자라나 있는 것도 여기저기 있었는데 정확히 스물두 개가 무언가에 의해 잘려져 있었다.
‘어라, 이상하네? 분명 글을 쓴 사람이 스물세 명이니 스물세 개가 잘려져 있어야 되는 거 아닌가? 뭐 한 사람은 필요가 없었나보지!’
정민이 둥근 바위가 있는 곳에 도착하여 보니 천년후의 모습과는 달리 바위라기보다는 잘 다듬어진 거대한 구슬로 보였다. 표면은 티끌하나 없이 깨끗하였고 은은하게 뿜어져 나오는 검푸른 광채가 신비감을 주고 있었고, 천년 후 처음 볼 때와는 달리 보이지 않았던 붉은 빛 돌로 만들어진 좌대까지 있었다.
‘아하, 이래서 구슬(珠)이라 했구나!’
표면에 새겨진 문양도 이끼와 먼지가 껴있을 때보다 더 선명하고 일목요연하게 보였다. 자세히 살펴보니 머릿속에 남아 있는 문양과 약간의 차이가 있음을 발견하고 다시 머릿속에 하나하나 되새겨 놓기 시작했다.
‘후우, 이제 모든 내용을 다 기억했다. 배가 고픈걸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흘렀구나! 뭐라도 먹어야하겠는데 건량을 밖에 두고 왔으니 야단인걸.’
지하수를 통해 들어와야 했기 때문에 젖어 버릴 걸 염려하여 입구에 건량을 그대로 두고 왔던 것이다. 다시 석실이 있는 곳으로 가서 먹을 만한 것이 있는지 살피기로 했다. 없으면 다시 나가서 젖지 않게 해서 가지고 들어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석실에 있는 물건들을 자세하게 살폈다.
‘어라, 이것 봐라! 이게 벽곡단이라는 건가? 꼭 염소 똥 모양으로 생겼군. 어디 맞은…, 으, 이게 무슨 맛이야! 이걸 어떻게 먹고사나?’
석실 한편으로 다섯 개의 흙으로 빚어 만든 토기가 있었고 그 안에는 검정색을 띤 작은 콩만 한 알맹이들이 꽉꽉 채워져 있었다. 책에서만 본 벽곡단이라는 것이 바로 이것이로구나하고 맛을 보았는데 웬걸 책의 설명과는 달리 그 맛이 아주 썼다. 벽곡단은 주로 곡식을 갈아서 만든 것이 일반적이라 쓴맛이 나는 건 드물다. 다른 것들도 다 쓴맛이 났지만 그렇다고 상해서 나는 쓴맛이 아니었다.
‘으흠, 아무래도 무슨 약이 섞여있는 것 같은데 먹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잠시 망설이던 정민은 결국 안전한 방법을 선택했다. 하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았다. 물길을 따라 들어올 때는 쉽게 들어 올수 있었지만 역으로 나가기 위해 거슬러 올라가는 것은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선 물살이 세서 거슬러 헤엄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했다. 들어올 때는 불과 십여 분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거슬러 오를 때는 1m를 전진하는데 거의 십여 분이 걸렸다. 입구까지 나가려면 아무리 공력을 최대로 쓴다고 해도 밖으로 나가려면 적어도 반나절은 걸릴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고 출구 쪽도 그리 만만치 않았다. 잠시 만 내려가면 견디기 힘든 열수가 솟아 빠져나오는데 애를 먹었다. 결국 두 시간에 걸친 사투 아닌 사투를 벌이다 포기하고 말았다.
“헉헉, 미치겠네! 이거 완전히 갇힌 거야?”
힘들게 물과 싸우는 바람에 공복감만 늘었기 때문에 별수 없이 쓴맛이 나는 벽곡단이 아닐 거란 의심이 가는 검은 알맹이로 배를 채우는 수밖에 없었다. 맛만 이상한 게 아니라 배에도 탈이 난 듯 뱃속에 있는 모든 것이 빠져나가는 설사에 거의 두 시간 동안 시달려야했다. 한마디로 장 청소는 물론 세척까지 당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정민의 시간의 흐름을 계속 느낄 수 있었던 것은 빛은 내는 벽면의 변화 때문이었다. 해가 비추는 창문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밝기가 변했고, 밤이라 생각되는 시간이 되자 어스름한 달빛 정도의 밝기가 되었고 다시 날이 밝을 때는 벽도 역시 밝아 졌다.
거센 물에 시달리고 설사까지 한 정민은 지쳐서 운기를 할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침상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다시 왔구나. 무엇 때문에 다시 이곳에 돌아 왔느냐?
‘무슨 소리요?’
- 어허, 어찌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이냐?
‘난 이곳이 처음인데…, 아, 아니 천년 뒤에 왔었지!’
- 으흠, 아무리 보아도 이십 년 전에 이곳을 떠난 정민과 똑같은데 이상하구나!
‘같다니, 뭔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군. 혹시 정민이라는 이름 때문에 헷갈린 모양인데, 이름은 같지만 난 아니요. 좀 전에 이야기 했듯이 난 이시간대 사람이 아니라 천년 뒤에나 이곳에 처음 올 예정인 사람이오.’
- 천년 뒤라 했는가?
‘그렇소, 난 천년 후에나 태어날 사람이요. 사정이 있어 쫓기다가 발을 헛디뎌 이곳에 굴러 떨어졌소. 이곳에 있는 둥근 바위를 만졌다가 정신을 잃었는데, 다시 정신을 차려보니 뜻하지 않게 천년이란 시간을 뛰어넘어 이 시간대로 날아오게 되었소.’
- 그런가!
‘그런데 당신은 누구요?’
- 난 이십이 대 ‘한님의 구슬’ 수호령이다.
‘그럼 당신이 말한 정민이란 사람과는 어떻게 되시오?’
- 그는 한님의 선택을 기다리는 나의 제자였지.
‘한님이란 분은 또 누구요?’
- 그건 이야기하기 곤란하다. 그보다 너는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느냐?
‘난 다시 내가 살던 시간대로 돌아가고 싶어 왔을 뿐이요.’
- 그렇다면 그건 한님의 뜻일 것이다. 한님의 뜻에 따라 이곳에 왔으니 그 뜻을 이루면 자연히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한님이란 분이 누구인데 나의 운명을 좌지우지합니까?’
- 후후, 그분은 인간 세상에 지혜를 주신분이다. 그렇지! 환웅님이 바로 한님이시다.
‘예에, 환웅이요?’
- 그렇다.
‘그, 그러고 보니 당신은 중국인이 아닌 것 같은데…?
- 중국? 중국이 어디냐?
‘아, 그러니까 송나라 사람이 아니오?’
- 아니다, 난 발해 사람이다.
‘어, 그럼 같은 한국…, 아니 단군의 후예로군요!
- 단군이라 했나?
‘네, 환웅의 아드님이신 단군님이요!
- 허허, 그런 거였군!
‘뭐가요?’
- 내가 인연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성급하게 제자를 선택했었는데, 한님이 새로운 선택을 하신 거로구나! 헌데 너의 몸은 원래 그랬느냐? 아니면 다른 사람의 몸을 가진 것이냐? 그렇다면 원래 주인을 아느냐?
‘자, 잠깐! 몸의 원래주인 이라니요?’
- 그러니까, 그 몸은 내가 제자로 받아들인 아이이 몸인 듯해서 이렇게 묻는 것이다.
‘그, 그럴 리가? 분명이 몸은 내 몸이요! 이 얼굴도 내 얼굴이요, 이 손도 내 손이고, 이 다리도 내 다리입니다.’
------------------------------------------------------------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 !
한글을 사랑 합시다.
내글이 올립니다.
*** 70회 이후로는 아래에서만 연재할 예정입니다. ***
http://tong.nate.com/naegul
http://club.paran.com/nanumgu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