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며느리의 항변~~왜?????

날아라 아즈라엘2005.09.20
조회965

시친결에 가끔 들어오는 새댁입니다. 명절들 잘 보내셨나요?

역시 명절끝에는 게시판이 아주 성황입니다 ㅋㅋㅋ

시어머니, 시아버지와의 갈등은 물론이고 동서간 갈등도 장난이 아니네요

저는 종손이신 시아버지의 장남과 결혼한 맏며느리입니다.

시동생이 하나 있긴 한데 아직 장가갈려면 멀었구요.

암튼... 여러 님들의 추석 무용담을 보다가 맏며느리 입장에서 몇가지 생각나는게 있어서..ㅋㅋ

 

저는 이번 추석에도 또 울었습니다.

작년 추석이 결혼하고 첫 명절이었는데, 작년에는 정말 많이 울었지요 ㅋㅋ

그 얘기는 각설 하고... 암튼 이번에...

봄에 시집오신 숙모님이 식구도 없고, 떡이나 이런 건 손 많이 가니 내년부턴 사자고 하니깐

시아부지 왈... 음식은 정성이 중요한 거라고...

그래서 제가 남편한테 그랬죠.. **박씨 조상에 왜 후손 박씨들은 놀구 **김씨가 정성을 들여야 하냐고.

꼭 손하나 까딱안하고 잔소리만 하는 사람이 그런 말 한다고...

우리 시댁은 시아부지 시어머니 삼촌내외, 울 부부, 시동생 이렇게 명절 보내는게 다인데

송편과 전을 엄청하거던요. 전 종류만 11가지..

게다가 철없는 시아부지.. 손도 까딱안 하면서 옆에서 커피 타내라.. 깨떡(어린애같아서 단 것만 드셈) 골라달라..전이 맛이 어떻다...장난 아닌데 이번 추석에는 11가지 전과 튀김 다 하고 나니깐 누룽지랑 건빵을 튀겨서 설탕 뿌려달라고 하더군요.. 기도 안 차서...

 

암튼.. 저는 이해가 잘 안갑니다.

아들키우는데 천만원들고 딸 키우는데 십만원 드는 것도 아니고

아들은 10시간 진통해서 낳고 딸은 10분만 힘주면 지가 알아서 나오는 것도 아닌데

왜 명절에 며느리가 시댁가서 명절 지내는게 당연한 건지 몰겠어요

그게 당연하다면 명절에 딸이 사위 데리고 친정서 제사지내는 것도 당연해야 하는 거 아닌지..

나도 우리집에서 소중한 자식이고, 우리집도 차례를 지내니깐 난도 우리집에서 명절 보내고 싶단 말입니다. 그렇지만...

워낙 어른들은 며느리가 시댁가서 일하고 명절지내는거 당연하다고 생각하니깐

하루아침에 뒤집어 엎을 수도 없고 조금씩 조금씩 이해시켜드리고 설득하려고 합니다.

물론 남편은 제 생각에 동의를 합니다.

남편과 저는 조금씩 시댁 어른들께 그런부분에 대해 말씀드리다가 시동생이 장가를 가게 되면

시동생 부부와 얘기하여 차례지내는 것을 설날/추석으로 나눌까도 생각했습니다. ^^

너무 세게 나가는거 아니냐고 걱정하실 분들 있겠지만... 정말 사위도 자식이고 며느리도 자식이라면 그래야 하는게 아닌가 생각듭니다.

 

그런데 만약에 시어른이 설득된다고 해도 나중에 시동생 와이프..동서는 또 어떡할까요?

몇몇분들이 말씀하시는 맏며느리 노릇 못하는 손윗동서..가 되지 않을까요?

저는 가끔 거기에 의문이 듭니다.

도대체 맏며느리 노릇은 어떤건지..

다같은 자식인데 맏며느리는 특히 희생하고 양보하고 죽도록 더 일해야 한다는 법이라도 있는지..

그럼 둘째 아들 셋째 아들들은 안 해도 용서가 되는지...

둘째 셋째 자식들은 클 때 엄마젖을 1/2, 1/3만 먹고 컸나요

아니면 똥을 그만큼 덜 싸서 엄마 덜 고생시켰나요..

자식 키우는거 다 힘들고 자식 사랑하는거 다 평등합니다.

장남이, 맏며느리가 다른 형제들보다 더 양보하고 더 일하는 것은

의무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만큼 더 동생들을 아끼기 때문입니다. 의무가 아니라 양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맏며느리 노릇, 맏며느리 책임이란 말에 공감하지 못하겠습니다.

손윗사람으로서의 애정과 양보로서 존중받아야 할 일이지

하면 당연하고 하지 않으면 욕먹어야 하는 의무는 아니란 생각입니다. ^^

 

노동운동 하는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오류중에 하나가

나는 10만원 받아도 조용한데 A는 100만원 받으면서 왜 데모하냐... 라는 건데..

그건 모두의 생활 수준을 하향평준화 시키는 꼴 밖에 안 됩니다.

A가 나보다 90만원 더 받는게 중요한게 아니라

나와 A 모두 200만원을 받아야 힘든 노동의 댓가를 인정받는다는 말입니다.

 

시댁과 며느리의 관계에 있어서도

손윗동서 손아랫동서가 아웅다웅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건

 한 가족의 소중한 딸자식과 한 가족의 소중한 아들자식이 만나, 같은 인격 2개가 만나 새로운 가족을 만드는 것이 결혼이지, 남의 집 딸을 데려왔으니 그 며느리가 모든 일을 다 하는게 당연하다고 하는 것은 잘못이라는걸 같은 며느리끼리 서로 이해하고 양보하면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