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사랑 (5장/ 93년 차가운 계절..) <13년 전, 실극화>

추림의 풍2005.09.23
조회186

"이새끼! 너 요즘 정신을 어디다 놓고 다니는거야? 살기가 귀찮아 진거냐?"

 

호출을 받아 과장실로 들어서자 마자 박도형의 입에서 굵직한 음성의 신경질적인 호통이

 터져 나왔다.

 

"......?"

 

추림은 이 인간이 왜 또 이러나 싶었지만 내색하지 않고 고개를 절반쯤 내린 채 들어주기

로 작정했다.

 

"너 이새끼... 말해봐? 왜 그래? 샘플을 또 조져놨다며? 지각하고 뻔질나게 휴계실 드나들

고 아침마다 술 썩는 냄새가 진동한다고 하더만? 너 여자생겼지? 이게 죽으려고 여자질하

고 다녀?"

 

박도형은 전형적인 카리스마형 사내였다.

안양전문대학을 졸업하고 군은 특수부대를 전역한 이력을 가진 남자였다. 184센티미터의

키에 소형 승용차의 앞좌석에 앉으면 차가 한쪽으로 기울어 질 만큼 육중한 몸을 지닌 사

내였다.

고등학교와 대학교시절 인천과 경기 이남지역에서 유명한 건달로 놀았었다고 하는데 소

문은 거의 사실인듯했다.

 

"이 씹새끼가...!?"

거친 투로 추림에게 으르렁대는 박도형을 물끄러미 바라본 추림은 커피를 타서 그의 책상

앞에 올리고 자신도 한잔을 타 홀작 거렸다.

 

"어제 형수님과 싸웠어요?"

 

아무렇지도 않게 추림이 말하자 박도형이 매섭게 노려보다가 풀썩 웃고 말았다.

박도형은 추림에게 매우 특별하고 각별한 사람이었다. 할일 없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세월을 죽이고 있을 때 추림을 남영기업에 우격다짐으로 입사시킨 사람이 그였고 지닌 기

술과 사회에서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준 장본인이 그였다.

 

무려 나이차가 열 두살이 났지만 박도형은 죽어라고 형이 되길 고집했고 추림도 손해볼 것

없기에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끝나고 쌓인 일로 분주해하고 있는 추림을 과장실로 호출한 박도형의 수작이

뭔지 대충 짐작한 추림은 하품나는 대응을 준비하고 있었다.

 

박도형은 그에게 매우 어렵고 근엄한 사람이었다. 성격이 거친탓에 말보다 주먹이 앞서는

화통형의 다혈질이라서 알려주고 전하는 것을 쫒지 못하면 일단 주먹부터 날리는 통에 추

림은 항상 그에게 주눅이 들어 있었다. 

 

하지만 추림은 그리 허술한 남자가 아니었다. 나이가 어리지만 그가 걸어온 길은 나이와

는 무관한 경험들로 가득했다.

한번은 추림이 하도 괴롭힘을 당하다가 남자끼리 한번 합시다하고 말했다가 죽도록 얻어

맞은 적이 있었다.

 

근처 권투도장에서 둘 다 약간의 취기가 오른 상태에서 스파링을 뛰게 되었는데 추림은

거의 일방적이다 시피하게 박도형에게 두들겨맞았다. 

 

박도형은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였고 추림은 겨우 60킬로그램정도 나가는 왜소한 체구

였다.

추림은 특공무술 공인증을 지닌 격투기의 달인에 속했지만 박도형은 살인 무술에 해당하

는 격술을 체계적으로 익히고 특수부대 시절에 밥먹듯이 부리며 산 남자였다. 결정적으로

둘의 체급은 말도 안되게 차이가 났다. 말하자면 추림의 오기였는데 맞은것은 추림이었지

만 이긴것은 또한 그였다.

 

두시간동안 두들겨 맞고 버티다가 서너대 때린것이 박도형의 거구를 무너뜨렸다. 다른곳

이 아닌 사타구니를 딱 두방 때리자 게거품을 토하고 자지러 졌던 것이다.  

당시 정신을 차린 박도형은 일어나서 미안함에 당황한 추림의 죽통을 갈기며 한마디 했다.

 

'어디가서 말하면 너랑 안놀거다. 내일은 쉬던지......' 남자였다. 그 말을 하고 나서 얼마나

하통하게 웃던지 그 모습에 반한 추림은 그를 형이라 불렀다.

 

싱거운 웃음을 흘린 박도형은 추림을 슬그머니 노려보다가 입맛을 다셨다.

박도형은 추림에게 너무 많은 것을 써먹은 탓에 이제는 전혀 새로운 것이 아니면 대담하

고 담백한 성격의 추림을 놀리지도 못하고 제압하지도 못하는 것이다.

 

"씨발놈... 좀 약한척 좀 해라! 그건 그렇고. 너 요즘 나사가 서너개 쯤 풀린거 같더만? 또

샘플을 조져 놨다고 기술부 새끼들이 지랄하던데... 물론 내 손이 실수했다고 우겼겠지?"

 

박도형은 남영기업 사장의 친 동생이었다. 그가 담당하는 것은 도면과 신형 금형의 개발

이었으므로 남영기업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오해하지 말라구요. 도면의 오차는 백분지 일도 안되지만 그것 만으로 금형의 뒤틀림은

심각하게 변형된다는 것을 잘 아시면서... 나사? 누가요? 회사서 나만큼 일 열심히 하는

놈 있어요? 난 매일 고민한단 말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기업을 세계적으로 이끌어 갈지

말입니다."

 

대부분이 잘못된 말이다. 남영기업의 현장에서 종사하는 이들 중 추림이 가장 어렸고 경

험과 차수는 일천했다. 넉살좋게 박도형의 말을 받아넘긴 것이지만 박도형은 열심히 하는

것 만큼은 인정했으므로 손가락을 모아 엄지를 속가락 사이에 끼워 내밀어 약을 올렸다.

 

"그런데 너 왜 그래? 씨발놈... 출퇴근 카드 보니까 아예 회장실을 따로 만들려 하더구만.

니가 빽이 아주 막강해 졌더냐? 술은 왜 그리 처먹고 나니고...? 한번 뛸때가 된거냐?"

 

이 인간의 더러운 점은 이거였다. 사소한 거 가지고 제 기분에 맞추어 판단하고 주관시킨

다는 거였다.

하지만 추림이 능글거리며 웃자 눈을 부라리며 위엄을 떨었다. 그러나 더이상 통하지 않

는 추림에겐 코미디였다.

 

"어디로 정할까요? 술 마시고 싶다고 말하는게 그렇게 힘들어요? 어제 형수님이랑 싸웠어

요?"

 

"이런 좆같은 새끼... 망할놈... 그래 한잔 좆나게 빨러가자. 몸좀 한번 풀어야겠다. 오늘저

녁이다."

 

결국 하고싶은 이야기가 그거면서 매번 추림에게 뒤치닥거리를 시키는게 미안한 그는 늘

뜸을 들였고 스스로 알아주길 바랬다. 그런 면에서 추림은 훌륭한 그의 비서같은 역활을

잘 수행했다.

어느날 자연스럽게 남영기업의 실세인 박도형 과장을 그림자처럼 따르는 이가 되어 있었

던 것이다.

 

남영 기업은 굴지의 중소기업이었다.

사원이 이백명이 넘고 본사 사옥에만 약 칠십명 가량이 상주하고 있었으니 대기업의 후발

업체 같은 곳이었다. 생산보다는 개발과 실험 신기술에 주안점을 두고 있었다.현재 남영기

업과 관련한 대기업에서 흡수하려는 움직임이 매우 활발했는데 사장과 임원들은 코웃음

을 쳤다.

 

"새끼야. 흥정좀 잘해라! 이러다가 나 이거 당할라."

박도형이 손바닥으로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냈다. 회사에서 영리 목적으로 지급된 법

인 카드로 그는 대부분 사적인 용도에 열을 올리고 있었는데 영수증은 항상 변조되었다.

 

"강남에다가 땅 좀 사두시죠. 이럴때가 아니면 언제 비리를 저지르겠어요."

 

추림이 놀리자 담배를 급하게 빨아대던 박도형이 절반쯤 타고 남은 공초를 집어던졌다.

 

"씨발놈... 새해 들어서 바쁜통에 아무것도 못했더니 몸에 녹이 쓸었다. 이과장은 빼고 알

아서 해라."

 

그러자 추림이 코웃음을 쳤다.

이상열 과장은 남영기업의 창업공신이었다. 스물 두살에 입사해서 현재 서른 다섯을 넘겼

으니 청춘을 남영기업에다가 바친 사람이었다. 그런데 박도형 과장과는 앙숙처럼 알려져

있었는데 절반쯤은 그랬다.

 

박도형은 사장의 친 동생이었다. 어느날 낙하산 인사로 요직을 꿰차고 곧 과장이 되었는

데 그보다 나이가 많은 이상열은 꼬박 십수년만에 과장이 되었다.

박도형이 개발과 실험을 담당하고 있는 화이트 칼라라면 이상열 과장은 철저한 야전 사령

관 격이었다.

 

기술팀과 생산을 도맡아 처리하고 있는 그와 박도형은 그 차이로 처음부터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추림은 잘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는 박도형이지만 오늘도 역시 이상열 과장에

게 20만원쯤 든 돈 봉투를 전하면서 술을 가득 따라주고는 수고한다고 말해줄 것이다.

 

사이가 그렇게 되어있는 그들이지만 시체말로 둘은 개지랄 소지랄 다 떨고 나닌다.

오죽하면 똥과장 개과장이란 말이 돌까? 하지만 추림은 그런 둘이 매우 마음에 들었다.

살아가는 모습이야 저 나름인것이고 그 속내에는 치열한 삶의 투쟁이 자리하고 있었다.

둘이 아무리 그런 사이라지만 결국 그들의 귀결은 하나내지는 둘이었다.

 

회사와 가정이라는 그 테두리를 결코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또한 그 둘은 인간성도 사

회에 기생하는 수많은 사람들을 비교하고 보면 썩 괜찮은 편이었는데 그것은 그들의 밑에

서 일하는 사원들이 증명한다. 가자하면 가고 하지마 하면 포기할 정도로 그들은 신뢰도

인정받았고 존경도 나름대로 받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분명 개지랄을 떨며 놀 것이기에 추림은 어디가 좋을까하고 생각했다.

 

"한 백쯤으로 맞추겠어요. 새해도 됬으니 영수증 반납하라고 협박좀 하지요."

 

"니가 난 놈이다. 영수증은 이백으로 맞추고 술 값은 백오십쯤으로 해라."

 

"한 대여섯명이면 되겠지요? 이주임님하고... 이과장님하고... 또...?"

 

"씨발놈아 이과장은 빼라니까.....!"

 

"정말요? 가서 그렇게 전하지요."

 

"이 좆만한 새끼!"

 

"그것도 전할께요. 박과장님이 좆만한 이과장이라고 합디다 하고 말입니다."

 

추림은 나이에 비해 보통 능구렁이가 아니다. 겪다보니 그렇게 되었다지만  원래 성격또

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추림의 농에 끄응하고 앓는 소리를 낸 박도형이 입에 물고있던 맨

담배를 질겅질겅 씹어댔다.

 

사회생활은 녹록한게 뭐 하나 없었다. 알아가면 갈수록 넓고 거대한것이 사회의 구성이었

다.

 

처음 박도형이 법인카드로 장난을 치는것을 보았을 때 저래도 괜찮은건가하는 생각을 했

지만 그 생각은 며칠 가지 않았다. 그들에겐 그들의 질서가 있었고 규칙이 있었다.

 

그가 무조건 적으로 그렇게 뒤로 음흉한 짓을 하는것은 아니었다. 그가 그렇게 함으로서

그는 댓가를 나름대로 치루었고 다른 방식으로 그에 관한것을 복구해내고 있었다.

이젠 추림이 그 동조자가 되어있었지만 하나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추림은 남영기업에서 가장 막내에 해당하는 입장이었지만 눈치와 지닌 재주는 그것을 몇

배 뒤어넘게 하는 마인드를 지녔다.

 

그가 이른바 남영의 실세들과 자주 어울릴수 있었던 것은 나이와는 무관하게 대담하고 담

백한 성품때문이었다.

나이가 적으니 무조건 숙이는 것은 추림에게 가장 취약한 요구조건이었다.

아닌 놈은 아니고 인정하는 자는 인정해준다. 중이 절 싫으면 떠나는 방식보다는 그 절을

중에게 맞게 뜯어 고치거나 중이 절에 익숙해 지도록 융화시키는게 그의 스타일이었다.

 

잘놀고 확실하게 까불어주면 사람들과 무리없이 어울릴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열 서너살

때 체득한 것이었다. 가장 단순한 것이 가장 깊은것이고 가장 깊은것은 가장 가벼운 것이

다라는 진리를 몸소 익힌 것인데 그것은 사회에서도 예외가 아니었으므로 일반 사원들을

제치고 박도형이나 이상열같은 굵직한 인물들과 어울릴 수 있었다. 그것은 남영기업내에

서 비밀과도 같은 것이었지만 알만한 사람은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추림은 나이와는 무관한 존재가 되어있엇던 것이다. 그 이면에는 박도형이라는 남영기업

의 이인자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곧 부장으로 승격 될 것이라고 말이 흘러 다녔는데 이

상열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참. 그건 그렇고 다음주에 꼬마들 온다. 서너명 올건데 준비해라. 이제 니가 사부가 되어

도 될 것 같은데... 어떠냐?"

 

말은 들었다. 충북 어느 기계고등학교에서 졸업을 앞둔 실습생들이 사회 활동을 위해 견

습생으로 온다고 했다. 작년과 그 전해에도 그랬으므로 별반 감흥은 일어나지 않았다. 올

해에는 상당히 늦은 것이다. 대개가 시월이나 11월이면 요청이 오고 인원이 맞춰지고 입사

가 되는 것이다.

 

"니가 좆같게 될지도 몰라서 그래 임마. 나이를 한 스물 세넷쯤으로 하자. 그래야 안 씹힌

다."

 

추림의 나이가 어린탓에 무시당할까 우려한 배려겠지만 추림에겐 어림도 없었다. 알고 있

을 박도형이지만 형같이 챙겨주는 입장이 되고 싶은 것이다.

 

"좆같게 되면 좆같이 대해 주지요 뭐. 알면서 그래요. 그런거 전 못해요."

박도형을 흉내내서 말하니 박도형이 얼굴을 일그리며 추림을 노려보았다.

 

"이새끼가 오냐 오냐 하니까? 너 앞으로 나 형이라고 부르지마라. 난 좆같은 동생 안키운

다. 이 씨발놈아!"

 

"당연히 그래야지요. 제가 이래뵈도 씨발놈인데 그 씨발놈의 형이라고 부르고 싶지는 않습

니다."

 

"에이... 잘났다. 추림아. 아니 이 씨발놈아! 너 혹시 대준이 그새끼 못봤냐?"

욕하면 박도형이니 별반 이상할것도 없었다. 그런데 대준을 물어오는 음성이 잔득 짜증스

러웠다.

 

이대준은 이틀째 출근하지 않고 있었다. 이유야 대충 짐작하고 있지만 말해줄 필요는 없었

다.

 

"대준이요? 모르겠네요. 어디서 술푸고 뻗었거나... 뭐 뻔하지요."

 

능란하게 둘러대자 박도형이 얼굴을 일그리며 입맛을 다셨다.

회사에서 추림과 가장 친한 이는 이대준이다. 나이차도 그리 심하지 않고 인간적인 면도

잘 맞았다.

그러나 지금 이순간에는 추림에게 못된놈처럼 씹혔는데 그건 이대준도 알고 있었다.

 

'박과장안테 날 열라게 씹어줘라. 그 놈 나도 밥맛이거든.' 이대준이 한 말이었다.

 

원래 박도형은 이대준에게 새끼라고 욕하면 안되고 이대준또한 마찬가지였다.

박도형은 남영기업 사장의  친 동생이고 이대준은 박도형의 형수인 이금선의 친 동생이므

로 그들은 어렵고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사돈지간이 되는 것이다.

 

"그새끼 성질 같아서는 줘 패버리고 싶다! 말이 많단 말이야. 무단 결근을 하다니... 에이

골통같은 새끼!"

 

"세삼스럽게 뭘 그래요? 내일쯤이면 나올건데... 건강에 안좋습니다. 내비둬요. 알아서 하

겠지요."

 

"이새끼가! 좋은 말 하려 들고있어? 네놈이랑 대준이 자식하고 붙어먹는 사이라는걸 내가

모를 줄 알고 지금 알랑바귀질인거냐?"

 

"네에. 알랑방귀질인지는 몰라도 하여튼 붙어먹는 거는 맞아요. 우리 서로 사랑해서 곧 결

혼할지도 몰라요. 잘 알고 계시네요."

 

늘 이런식이었다. 적당히 응대해주고 농은 철저히 농으로 받아주어야 이 지랄맞은 인간은

편안해 한다. 심각한걸 절대 싫어하는 사람이어서 추림의 모습은 상당히 건방지게 변질된

것이다.

 

"추림아. 넌 무척 똑똑한 새끼다. 너도 이제 슬슬 기술실험에 참여해도 될 거 같은데... 조

만간 이야기가 있을 것이다. 넌 나나 다른 놈 보다 낫다. 전문적으로 공부한 놈들보다 낫단

말이다. 어떻냐?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추림을 인정해 주는 박도형이다. 그건 이상열 과장도 마찬가지였다.

 

벌써 서너차례에 걸쳐 공부하라고 종용하거나 당부했지만 추림은 못들은 척 했다.

 

"에이... 그 이야기는... 현장에서 직접 뛰며 체득하는게 살아있는 배움이라고 누가 그랬는

데 왜 또 그래요. 전 팔자에 맡길렵니다. 이대로가 좋아요."

 

회사에서 전폭적인 지원을 한다고 했는데 추림에겐 남의 일처럼 들리는 소리였다. 우연히

시작한 일이었기에 또한 그 우연을 기회로 삼지않으려 작정하고 있었다.

추림 그의 말처럼 팔자에 맡기려는 심산이었다.

 

"음... 미친새끼! 넌 이상한 놈이다. 니가 어쩔땐 형이나 친구같단 말이야? 알았다. 그 얘긴

나중에 차차하고 이따가 다섯시쯤에 들려라. 먼저 퇴근해서 준비하고... 이과장이 어쩔지

모르겠군...!"

 

"이과장님은 제가 벌써 말했는걸요. 엇그제 그러더라고요 목구멍에 때끼는데 박과장 그놈

안노나? 하고 말하던데요. 그래서 아마 이번주쯤에 자리한번 날것 같다고 했는데... 제가

선견지명은 있지요?"

 

"빌어먹을 새끼들! 자알논다!"

 

"흐흐흐!"

리 기분나쁜 말은 아니었는지 박도형은 그렇게 짧게 욕하고 넘어갔다. 웃을수 밖에 없

는 추림은 억지로 크게 터지려는 웃음을 억제하며 헤실거렸다.

 

"뭘 웃어? 나가봐! 이 개새끼가 잘하면 부랄 만지려 들겠구만!"

 

추림에게 버럭 소리치며 책상을 발로 툭 밀친 박도형이 전화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아마

집에다 전화 하려는 것일 것이다. 회식 있다고 말하고 잠깐 다툴 것이고 나중에는 좆까지

말고 먼저자... 하고 말 할 것이다. 그게 박도형이 형수랑 싸우며 하는 욕의 전부였다.

 

"개부랄!"

추림이 일어서며 그렇게 익살스런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

문을 닫자 뒤에서 박도형의 욕설이 튀어나왔다.                      

                                                                                                            (6장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