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아, ‘개구멍받이’가 뭐게?

나라섬2005.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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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들아, ‘개구멍받이’가 뭐게? 


6.25 전쟁 통에 어린 자식이 사망하거나, 또는 피난대열에서 어찌할 도리없이 고사리같은 손을 놓쳐 본의 아니게 어린 자식을 고아로 만든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외롭지만 인정 넘치는 이 젊은 어르신들이 헤어진 자식을 꿈에도 그리워하던 어느 개인 날 아침, 대문 앞에 귀여운 갓난아기와 함께 정성스레 접은 편지가 들어있는 강보가 놓여 있었으니…  


이 ‘개구멍받이’ 또는 ‘업둥이’라고 하는 단어는 6.25 전쟁이후 고달픈 피난살이 골목어귀 아주머니들 입을 통하여 심심찮게 유행하던 낱말이다. 뉘 집 개구멍받이는 귀공자같이 잘생긴 왕자님 같다는 둥, 여느 집 업둥이 여식아이는 굴러들어온 복덩이라 그 집 남정네가 그 개구멍받이만 보면 좋아서 사족을 못 쓸 지경이라고 하면서도 살림밑천이라고 너스레를 떠는 모습을 보면 구역질이 난대나 어쩐대나…


지금은 입양아라고 불러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최근 해외 입양아들이 장성, 사회적으로 성공하여 자신을 낳아준 생부모를 찾아 귀국하는 사례가 왕왕 있어온 터이다. 하지만 생부모를 찾은 입양아들이 한국에 남아 생부모랑 함께 살겠다는 사례는 본 적이 없다. 그들은  생부모를 찾았든 못 찾았든 자신을 길러준 나라로 모두 되돌아가더라는 것이다. 이를 미루어보더라도 기른 정이 낳은 정 보다는 훨씬 귀중한 사실이라는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격한 표현으로 달리 말하자면, 낳은 자는 자식을 버린 것이요 기른 자는 버린 자식을 거둔 것이니 그 가치만을 놓고 보더라도 비교할 바가 못 된다. 간혹 해외입양아들이 생부모를 찾은 후 가족이 함께 테레비에 나와 눈물을 짜게 만드는 일을 왕왕 보아왔는데, 대부분의 생부모(버린 자)왈, 전쟁 전후로 먹고 살 길이 막막하여 아이를 입양을 보내거나 고아원에 맡겼다고 무슨 덕담인양 하나같이 말들 한다. 하지만 전쟁 통에 어렵지 않은 부모들이 어디 있었겠는가? 먹을 게 없어 논바닥 진흙을 퍼다 먹였을지언정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했던 부모가 바로 우리의 부모요 대한민국의 부모들이다. 결국 버린 자들이 부모로서의 의무를 져버린 것은 버림받은 자식들의 마음속으로부터 결코 용서받을 수 없는 씻지 못할 원죄로 남아 있음이다.   


한편, 필리핀에서 유명한 영화배우로 활약하는 모 혼혈아는 최근 한국에 와서 생부를 찾고자 하였으나 홍보를 할 길이 없자 기꺼이 누드모델이 되어 매스컴을 타게 되었고, 그 소식이 세간에 알려지게 되었다. 그런데 그 이후 희한한 기사가 하나가 가슴을 후려치고 지나갔다. 자신이 그 여배우의 아버지가 틀림없다는 사람이 당해 매스컴사로 확인 요청을 해 와서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본 바, 생부가 틀림없다는 심증이라 했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 와  다시 이루어 놓은 가족의 평화를 도저히 깨어버릴 수가 없어 눈물을 머금고 뒤를 돌아섰대나 어쨌대나… 

차라리 눈물을 흘리며 뒤를 돌아선 생부는 일말의 양심이나마 살아 있었던 게다.


격동기, 월남전쟁에 파병내지는 파견되어 몇 년을 머물면서 그 나라의 여성과 살림을 차리고 아이를 낳아 잠시 행복을 누리더니 느닷없이 그들을 내팽개치고 무책임한 귀국을 하는 사례들이 상당히 있었다. 한때 ‘라이따이한’ 이라 불리는 이 한.월 혼혈아들이 생부를 찾고자 우리나라에 온 적도 있었다. 얼마나 많은 생부를 찾았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그들 모두 서울가서 김서방 찾는 심정이었음은 틀림없는 사실이었으리라.


우리 사회에 그런 유사한 종류의 사례들이 많다보니 이제 그런 사건은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세상이 된 게다. 하기사 이미 그러한 인정경시(人情輕視) 풍토가 되어버린 이 복잡한 사회에서 아버지를 찾기란 보통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지한 필리핀 여배우가 결국 누드모델까지 되어가며 홍보를 해야 했던 그 심정이야 오죽하였으랴.

그런데 최근 어떻게 된 일인지 역대 대통령들이 줄줄이 숨겨놓은 자식들이 있다고 해서 여기저기 상당히 어수선하다. 오늘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金子香織(가네코 가오리) 라는 딸이 일본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그 딸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한 노인은 그 동안 함구한 댓가로 23억원을 받았었는데 이제는 돈도 다 떨어지고 나이가 들어 할 수 없이 김영삼 전 대통령을 상대로 1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했대나 어쨌대나…


지금 현재도 노무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 있다고 폭로해서 어떤 사람이 구속되어 대통령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인기 절찬리에 재판을 받고 있는 중이고, 또한 얼마 전에는 김대중 대통령의 숨겨놓은 딸이 나타나 평생동안 아버지를 아버지라 못 부르게 하는 압박을 받으며 살아왔다고 호소하는 희한한 사건이 테레비 뉴스에 터져 나와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적도 있다.  


개구멍받이만도 못한 인생을 살아온 대통령들의 자식들을 생각하니 가엾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 보다 내 자식이 아니라고 오리발 내밀고 있는 사람들을 우리나라의 대통령이랍시고 떠받들고 있는 우리 국민들이 참으로 존경스러워지는 씁쓸한 가을밤이 쓴 소주를 생각나게 한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버려진 자식들의 심정과, 내 자식을 내 자식이라 부르지 못하고 또한 그리돼서는 절대로 아니되는 대통령들의 심정은, 작금 ‘개구멍받이’ 같은 현 정권의 태생동기부터 저윽이 의심스러워지는 내 심정이랑 눈꼽만큼도 틀린 바 없다.

“예라이 이 지저분한 놈들아!”


2005. 9. 27.

씁쓸한 가을 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