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대생의 사랑 이야기 <30화> 모두 엎드려!!

바다의기억2005.09.29
조회11,915

군대 갔던 형이 제대를 했습니다.

 

전 아직 1년여가 남아 있습니다만... 허허.

 

형의 말에 따르면 군대 시절 신조가

 

=제대하면 새 인생, 집에서 갱생하자=

 

였다는 군요.

 

뭘 갱생하겠다는 건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만

 

오늘 하루는 형의 사회적응을 도와야겠습니다.

 

============================ 두부는 먹었냐 ===============================

 

 

하늘을 날기도 합니다.


목이 부러지는 일도 있습니다.


네, 물론 이것은 연극 소품입니다.


하지만 손잡이는 진짜입니다.


당신이 누구든, 뭘 하는 사람이건


절대로, 반대로 잡지 마세요.


=월드연극부엔터테이먼트 WYE=




허씨 - 야.... 야, 야. 장난치지 말고~,



무서울 만큼 싸늘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허씨는 발끝으로 김씨의 어깨를 툭툭 쳐보다


이윽고 상황의 심각성을 눈치 채고


김씨의 뺨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허씨 - 야, 너 왜 그래. 응?


연출 

- 허씨, 가만 놔둬. 건드리면 더 악화될 수도 있으니까


그대로 안정을 시키고, 빨리 119에 연락해.



과연 인생 헛산 건 아닌 듯


연출이 먼저 상황 정리에 나섰다.



허씨 - 분명... 내가 맞을 땐 안 아팠는데....


연출 

- 한 쪽은 스펀지고 반대쪽은 나문데


네가 반대로 잡고 친 거야.


아까 휘두르면서 못 느꼈어?



허씨 

- 확실히 좀 끝이 무겁단 생각은 들었는데


설마 별 일 있겠나 싶어서....



연출 

- ..... 하아.... 빨리 119에 연락하라니까!


숨도 잘 쉬고... 맥도 남아있어.


신속히 대처하면 살릴 수(?) 있을 거야!



어쩐지 병원에 도착하면


=이 수술은 내가 집도한다= 라면서


메스를 잡을 것 같은 분위기의 연출.



패닉 상태에 빠져있던 허씨는


연출의 일갈에 전화기 쪽으로 달려갔다.



허씨도, 김씨도 강했다.


하지만 그 사실이


지금 이 상황을 더 위험하게 만든 것이다.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고 해도


얼마든지 한 순간에 죽을 수 있다.


Don't try this at home. (WWE - 1963~?)


야구선수라고 야구배트에 맞아도 멀쩡한 건 아니다.



허씨는 초조하게 전화가 연결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연출은 주변 정리를 위해 분주히 지시를 내렸고


사람들은 그의 지시를 따라 뛰어다녔다.



연출

-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일단 박군 넌 가서 삽 가져와!


회계는 뒷산에서 눈에 잘 안 띄고


비 왔을 때 쓸려 내려가지 않을 만한 땅을 알아보고


김군은 소품실에서 마대를 챙겨다 바닥 닦고!


김양, 연습실 바닥이나 소품에 혈흔이 남아있지 않은가 확인해.


소품에 남은 지문은 모두 지우고!



...... 만약의 사태가 대체 뭘 말하는 걸까.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사이 전화가 연결된 허씨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허씨 - 예, 거기 119죠? 지금 여긴 OO대학 연극부 연습실인데요...



그 때.....


죽은 듯이 누워있던 김씨가


비틀비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이 반 쯤 풀린 그는


흐늘거리는 걸음으로 각목을 바닥에 직직 끌며


수화기를 들고 있는 허씨에게 걸어갔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뒤에서 다가오는 살기를 눈치 챈 허씨는


이전보다 훨씬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기에 대고 소리쳤다.



허씨 - 제, 제, 제가 지금 위기에!!! 아악!!



곧장 무섭게 퍼붓는 김씨의 공격.


허씨는 엉거주춤 전화를 끊은 뒤


서글프리만치 처절하게 두드려 맞았다.



허씨 - 잠깐, 아악! 기달, 아악!!



각목을 빙빙 돌리다


무작위로 내려쳐대는 김씨.


중간중간 뼈와 나무가 부딪히는


섬뜩한 타격음이 들려올 때면


사람들은 차마 말릴 생각조차 못하고 몸을 사렸다.



김씨

- 이쪽이랑! (빠아악!!)


이쪽이랑!! (따악!!)


이 게 구분이 안 가디? (뻐어억!!)


이쪽을 잡았을 때랑! (따악!!)


반대쪽을 잡았을 때랑! (빠아악!)


느낌이 다르잖아! (따아아악!!)


그리고 왜!! (따아악!!)


어깨를 대줬더니 (뻐어어억!!)


머리를 때려! (때각!)



허씨 - 악!! 자, 잠깐! 방금 잘못 맞았....


김씨 - 그래? (때각!) 이렇게? (또각!!)



허씨는 바닥에 쓰러진 상태에서


어떻게든 김씨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고


기어서 도망치다 밟히고


일어서다 차이고


오른팔로 막다가 왼팔로 막다가


두 팔이 다 아프자 머리로 팔을 가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처절함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그의 서글픈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눈은 다른 곳만 보고 있었다.



박군 - 오.... 저렇게 치는 거구나.


덩치 - 표정부터가 압권인데?


어깨 - 어깨 움직임이랑 허리 반동이 포인트야.


박군 

- 때린 다음에 곡괭이처럼 뒤로 빼는 게 아니라


끝까지 휘두르는 관성으로 빙글 원을 그리면서 올리는


이 곡선이 중요한 것 같아.



어깨 

- 오~ 듣고 보니까 확실히 그러네.


이런 식으로 크~게 붕붕 돌리는 느낌이야.



허씨의 생사(?)엔 신경도 쓰지 않고


김씨의 타격자세만 분석하는 박군 일당.


연출은 그들을 보며 내심 흐뭇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 녀석들, 철들었구나.=



하지만 그 때 오직 한 사람만은


허씨의 아픔을 함께 느끼고 있었다.



김군 - 악, 아앗! 윽!



온 몸으로 전율하는 허씨의 모습은


연습실 구석에 있던 김군의 닫힌 마음을 열었고


이윽고 그를 연습실 중앙으로 이끌어 냈다.



저것이 고통이구나!


저것이 인생이구나!


그의 표정엔


한 줄기 구원과 같은 깨달음이 스쳤다.



그렇게 김군이 징한 감동에 젖어있는 사이


때리다 지친 김씨는 침을 뱉듯 각목을 내던지고


비틀비틀 근처 의자로 걸어가 털썩 주저앉았다.



김씨 - 아...씨팍... 어지러워.



대체 때린 사람이 어지러우면


맞은 사람은 어떻다는 소린가?



이마에 흘러내리는 땀을 털어내듯 훔치며


푹푹 거친 입김을 내뿜는 김씨.


그렇게 김씨가 음료수병을 들어 목을 축이는 동안에도


허씨는 연습실 바닥에 엎어진 채 움직일 줄 몰랐다.


=하얗게 불태웠어.=라는 인상으로.



이후 조용해진 연습실에서 박군일당이


=어떻게 때려야 리얼한가?= 라는 주제로


조촐한 회의를 나누고 있는 가운데


충분히 휴식을 취한 김씨가


다시 각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씨 - 후우... 좋아, 한 판 더.



그 소리에 깜짝 놀란 허씨는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일어나


김씨의 반대편으로 몸을 피했다.



허씨 - 뭐, 뭐, 뭐야. 아직도 안 끝났어?


김씨 - 너도 한 번 기절할 때까지 맞아봐.


허씨 - 그, 그건 사고였잖아, 이젠 충분하지 않아?


김씨 

- 사고였다고? 이젠 충분하다고?


그런다고 마리는 돌아오지 않아!!



....마리는 또 누구야?



허씨 - 모...몰랐어. 정말 몰랐다고!


김씨 - 마리를 살려내!!!



..... 언제 누가 죽었어?



허씨 

- 미안해... 정말 미안해...!


하지만.... 나도 마리를 사랑했어.



그렇게 자신들만의 스토리에 심취해


현실의 벽을 넘어버린 김씨 브라더스를 뒤로하고


연출은 김군과 박군일당을 모아 연습에 들어갔다.



연출 

- 자, 지금까지 잘 배웠지?


이제 실제 연습을 해보자. 모두 준비됐지?



여느 때와는 확연히 다른 분위기 속에 시작된 연습.


마주 선 박군일당과 김군 사이엔 시린 긴장감이 감돌았다.



박군 =각오는 됐어?=


김군 =하얗게 불태워줘.=



뜨거운 눈빛을 통한 둘만의 대화가 끝나는 순간


박군의 발차기가 김군의 옆구리를 파고들었다.



박군 - 이런 ㄱ애~쌔끼~!!!


김군 - 크헉!!



박군의 발차기에 쭈욱 밀려나 넘어지는 김군.


그가 몸을 가누기도 전에


덩치와 어깨의 공격이 그의 머리 위로 쏟아졌다.



어깨 - 이런 ㅅ십원에 한 대씩 맞아도 모자랄 쒜끼~!!


덩치 - 아주 개념이 없지? 쌍큼한 쌔꺄!


김군 - 크흑! 아아악! 어헉!!



김군이 처절하게 얻어맞는 모습을 지켜보는 모두의 얼굴엔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바닥을 구르는 김군을 향해


따스한 격려의 시선을 보내며


감동에 빠져있는 연출과 회계.



김씨 - 마리의 원수~!!!!


허씨 - 좋아! 이렇게 된 이상 너도 마리의 곁으로 보내주마!!



김씨와 허씨는 아직도 미지의 스토리 속을 헤매고 있었지만


그들은 외침은 사람들의 귀에 들리지 않았다.


오직 김군의 비명과 박군일당의 거친 숨소리만이


슬로우모션처럼 사람들의 시선을 빨아들일 뿐.



박군 - 주궈워어어어어어~!!!!


김군 - 크허어억~~ 으웨에에에~~~~!


덩치 - 이 구애수에에뀌이야아아아~!!!


어깨 - 허어리 반도옹!! 허어리이 바안도오오옹!!!!



무아지경에 이르른 박군일당의 연기에


사람들이 헤어나지 못할 지경에 다다랐을 때 즈음


완전 녹초가 된 김씨와 허씨는 바닥에 벌렁 드러누웠다.



김씨 - 마리..... 이제 곧 만날 수 있어.


허씨 - 다음 세상에서 만나면.. 그 땐 날 용서해 주겠지?



그렇게 여차저차 내용을 가늠할 수 없는 지방방송이 마무리 되고


평화로운 연습 시간이 계속되던 중


갑자기 연습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경찰 - 전원 무기를 버리고 바닥에 엎드려!!


경찰2 - 부상자는 신속히 병원으로 옮겨!



깜짝 놀라 뒤를 돌아봤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우리를 향해있는 수많은 총구들.


그리고 그 뒤에서 들것을 들고 뛰어 들어오는 구조대의 모습이었다.



김씨 - 뭐, 뭐, 뭐, 뭐야?


구조대 - 이제 안전해요, 진정하고 가만히 누워 있어요.


허씨 - 응? 저, 저기요!


구조대2 - 인사는 나중에 해요. 우선은 치료부터!



갑자기 들이닥친 구조대원들에 의해


순식간에 들것 위에 묶인 채


어안이 벙벙해서 밖으로 실려 나가는 김씨와 허씨.


현장을 덮친 경찰관들에 의해 박군 일당이 제압당하는 동안


김군 또한 순식간에 포장되어 밖으로 이송되었다.



뭔가 상황이 단단히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을 땐


우린 이미 경찰차에 타고 있었다.



....이게 무슨 일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