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그냥 남자여자 입니다1

남자여자2005.09.29
조회4,638

<우린 그냥 '남자여자' 입니다>

                 

                    00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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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꾸러기구름

 

 

 

 

 

 

 

 

 

 

 

" 아침 일찍 우리집엔 왠일이야. 무슨일있어? "

 

" 형수님네 집은 꼭 무슨 일이 있어야지만 오는건가. 뭐.

 

 나 다리아파. 계속 이렇게 밖에만 세워둘꺼냐? "

 

" 어...어.그래. 우선 들어와. "

 

 

 

 

 

 

 

 

더위가 한 풀 꺾이고, 가을이 시작되는 9월.

 

 

난 가까운 공원으로 산책이나 나가자며 무턱대고 찾아온 정우를 향해

 

맨얼굴을 한 번 쓸어내리며, 이상태로는 곤란하지않겠냐는듯 씩 웃어보였다.

 

 

 

 

 

 

 

" 여자가 되가지고 집에서 화장도 하나 안하고 있고, 후. 너 너무 긴장안한다? "

 

 

" 무턱대고 찾아온게 누군데 그래. 그리고 애한테 화장품냄새 풍기는거 정서에 안좋다는것쯤은

 

 잘나신 소아과 의사 이정우가 더 잘알고있을텐데, 새삼스럽게 왠 트집이야. "

 

 

" 그래, 잘난 이정우 첫사랑 박다연이 서서히 아줌마가 되고 있는 모습. 이젠 익숙해질 때도 됐지? "

 

 

 

 

 

 

 

분명 우린 오랜만이였는데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씁쓸한 감정을 남길 말들로

 

반갑다는 말을 대신하고 있었다.

 

 

 

 

 

 

 

 

" 후. 니네집 쇼파는 왜이렇게 푹신하고 편한지 모르겠어. 이 쇼파때문에 니네집 자주 오고싶다니까. "

 

" 니가 아니라 형.수.님.이겠죠. 도련님.-_-^ "

 

" 그래. 총각 시동생한테 형수님이라는 소리가 그렇게 듣고싶은거냐. 이 아줌마야.  "

 

" 심술부리긴. 근데 일요일 아침부터 무슨 산책을 하자고 온거야. "

 

" 그냥. 왜. 나 온거 싫어? "

 

" 아니, 그런게 아니라. 채원이도 아직 자고있고, 보다시피 나도 이런상태인데.. "

 

 

 

 

 

 

아무렴 어떻냐는듯 유리잔을 이리저리 흔들어 보이는 정우.

 

그러더니 곧 쇼파 바로 앞에있는 리모컨을 직접 일어나 집어들기 귀찮은지

 

아까부터 발로 계속 그 쪽을 툭툭 두드려댄다.

 

 

 

 

 

 

 

" 계속 드럽게 발로 그럴꺼야? 누가 지 형 동생 아니랄까봐. 저런 모습까지도 닮은거야. "

 

" 어. 그 소리 내가 제일 싫어하는 소리다. 형이랑 닮았다는 소리. "

 

" 형제끼리 닮았다는 소리 싫어하는것까지 똑같애요. 아주. "

 

 

 

 

 

"  좋을리가 없잖아. 울 엄마 가슴에 피멍들여놓고, 새파랗게 젊은 박다연이랑

 

 토끼같은 지 자식 채원이 내버려두고 죽은인간이랑 닮았다는 그런 소리. "

 

 

 

 

 

 

이런말에 같이 동요되서, 우울해 할만큼 나 박다연. 한가하지도 약하지도 않으니까.

 

단순한 우리 도련님 형수 6년차인 내가 ' 저렇게 진지해질땐, 먼저 비위나 맞춰서 달래야지 ' 싶어

 

얼른 리모컨을 가져다 정우 손 앞에 내려놓았다. 

 

 

 

 

 

" 헤헤. 이정우 형수하면서 나. 여우 다 됐다.>_< "

 

" 아줌마. 예전에 그 도도하던 모습은 다 어디간거야. "

 

" 쳇. 이런 모습도 귀엽다면서 쫓아다니던게 누군데 이래.

 

 그리고 도련님. 저에게는 형.수.님이라는 예쁜 호칭이있는데요? "

 

" 야. 채원이는 내가 깨워서 옷입힐테니까 넌 빨리 가서 화장이나 하고와. "

 

 

 

 

 

 

결국 내 여우짓으로 금새 기분이 풀어진 정우는 채원이를 깨우러

 

방에 들어갔고, 난 화장대에 앉아 화장품들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 스킨, 로션, 에센스...그 다음이 영양크림이였나?

 

 휴. 너무 오랜만에 해서 순서도 다 까먹어버렸다. 바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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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짜잔! "

 

 

 

 

 

오랜만에 화장도 하고, 예쁜 원피스에 모자도 썼겠다.

 

예뻐보인다는 칭찬이라도 들을까싶어 설레는 맘으로 앞에 딱 나타났더니

 

이, 못된 이정우. 아예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채원이랑 계속 장난만 치고있다.

 

 

 

 

 

" 야. 도련님. 짜잔! "

 

" ...채원아, 너 왜이렇게 침을 흘려.에비에비. "

 

" 꺄르르르 "

 

" 이 녀석 웃는것봐? 커서 여럿남자 울리겠군. "

 

 

 

 

 

 

난 아예 없는 사람 취급하기로 작정한건지 채원이를 양 팔 가득안고,

 

귀여워 죽겠다는 표정만 지어보인다.

 

 

 

 

 

 

" 내가 너한테 뭘 바라겠냐. 나 준비 다했어. 빨리 나가자. "

 

" 아무리 초 가을날씨라도 좀 쌀쌀해. 너 괜히 그렇게 나갔다가 감기걸리기 쉽상이다.

 

 애 엄마가 감기걸려서 애꿎은 아기한테 세균이나 옮기지말고, 걸칠것 좀 준비해와. "

 

" 아.예.어련하시겠어요.  "

 

 

 

 

 

항상 이렇게 신경안쓰고 무덤덤한척하지만 사실은

 

여느 누구보다도 나와 채원이를 끔찍히도 생각해주는 정우.

 

 

생각에 잠겨있던것도 잠시 능숙하게 유모차에 채원이를 태우고 나가는 정우를 따라나섰다.

 

 

 

 

 

 

" 정말 오랜만에 가보는건데, 잘 있겠지? "

 

" 아마도 "

 

" 더운거 끔찍히도 싫어했잖아. 이제 가을이니까 좀 나아졌을라나. "

 

" 내색 안할껄. 원래 혼자 잘난척은 다 했던 놈이니까. "

 

 

 

 

 

 

 

 

우린 지금 그에게로 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