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천하 - (9) 남자의 느낌

아랑2005.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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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당천하 ***

 

 

 

9. 남자의 느낌


그가 원하는 대로 왜 자신이 그가 마실 차까지 만들고 있는지 막 시끄러운 소리를 내며,  끓기 시작한 주전자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 그녀의 집에 있는 유일한 차인 유자차를 만들었다.

유자차의 향이 그녀의 코끝을 지나 속빈 위를 자극하며, 아침을 거른 그녀의 식욕을 당겼다. 매일 아침을 거르는 행위 속에 그나마 그녀의 아침이 되어준 딸기우유를 조금 전 규식이 놈이 다 마셔버리고 가버린 덕에 오늘아침은 보기 좋게 굶어야 할 판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유자차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그와 똑같은 잔에 그녀의 것도 함께 준비를 해버렸다.

 

“음. 향이 좋군.”

“유자차에요.”

 

그가 유자의 독특한 향기를 모를 리  없겠지만, 그래도 꼭 말해주고 싶었다. 거기다 자신이 직접 담근 거라는 사소한 말까지 하고 싶어지는 이유가 그녀의 순수한 뇌를 자극했다. 그녀가 2년 전부터 손수 만들어 먹기 시작한 유자차는 그녀가 유독 아끼는 온통 투명한 찻잔에 밝고 노란빛을 띄며, 잣과 함께 보기 좋게 담겨져 그의 눈을 기분 좋게 만들었다.

 

“음~ 맛도 좋은데? 직접 만든 건가?”

“네. 2년 전부터 작년에 거제도에서 따가지고 온 걸로 담근 거예요. 내가 유자 밭에서 직접 고르고 담는 것 까지 배워 와서 계속 먹는 중이죠. 먹다보니 커피보다 좋더라고요.”

 

그의 질문에 그녀는 너무도 천진할 정도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며, 대답해주었다. 그녀는 지금 그에게 꼭 해야 될 말인지도 생각해 보지도 않고, 스스럼없이 유자를 사러 거제도에 갔던 일과 어떻게 만들게 되었던 다는 일까지 고스란히 말해주었다. 그에게 말해 놓고 나니 왠지 너무 수다스러운 여자처럼 보여 지는 건 아닌지 괜스레 민망했다.

 

“그렇군. 어쩐지 향도 좋고, 맛도 더 좋은걸”


그는 그녀가 처음 보이는 행복한 미소에 가슴이 요동치는 걸 느꼈다. 그리고 그녀의 모습과 함께 항상 따뜻한 미소를 짓는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지며, 파노라마처럼 떠오르는 걸 느꼈다. 그의 어머니도 무언가 좋은 물건을 사거나 재미삼아 만들어 보시고는 그에게 항상 자랑삼이 행복에 겨운 목소리로 그 모든 과정을 일일이 이야기 해 주던 것이 그녀와 너무도 닮아 보였다.

 

“만약 우리 어머니가 당신의 이런 면을 본다면 너무도 좋아하시겠어.”

 

유자차에 들어 있는 고소한 잣을 씹으며, 그녀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한마디 툭 던지고야 말았다. 그의 말에 그녀와 그는 정적 속에 버려졌다. 결국 그 침묵을 이기지 못하고 그녀가 먼저 말문을 열었다.

 

“하하 그래요. 그거 다행이네요. 내가 모르는 사람에게 미움을 받는 다는 건 참 싫은 일이니까요.”

“그렇지. 그건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말인데 우리 어제 했던 말 그대로 이행하기로 하지.”

“........... 왜요?”

 

그녀의 뜻밖의 질문에 그는 약간 당황해버렸다. 차라리 화를 내거나 안 된다고 소리라도 질러버렸더라면, 그 이유를 조목조목 말해줬을 텐데. 그에게 이건  너무나 곤란한 질문이었다.

 

“ ‘왜요’라........ 글쎄 그걸 꼭 말로 해야 되나?”

“네 말로 하세요.”

 

곤란한 질문을 피하려는 그에게 그녀는 조금 더 강경한 태도로 물었다. 어쩔 수 없다는 듯 그는 한숨을 몰아쉬었다. 결단코 그녀가 납득할 만한 무언가를 찾아야 했다.

 

“내가 당신이 필요하니까.”

 

쿵쿵쿵.........

 

그의 갑작스런 말에 높은 곳에서 육중한 무언가가 떨어지듯 그녀의 심장이 저 멀리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메아리처럼 울리는 그의 말이 그녀의 입가를 바싹 마르게 했다.

 

“지금 그 말 무슨 뜻이죠?”

 

결코 물어보지 말아야할 질문을 한 사람처럼 그녀는 그의 대답을 조급하게 기다렸다.

 

“무슨 뜻은 한국말 몰라. 내가 당신이 필요하다고, 아! 오해는 하지 마. 우리 어머니의 결혼하라는 성화에서 잠시나마 도망칠 수 있는 곳이 당신뿐이라서 말이야. 어때 나한테 올수 있겠어?”

 

뒤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녀는 기꺼이 그의 말에 yes라고 선뜻 대답해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마음이 바람을 넣은 풍선처럼 순 십간에 부풀었다가. 부푼 자리를 바늘로 찔린 풍선처럼 보기 좋게 쾅~하고 순 십간에 터져버렸다. 그야말로 모든 기대가 날아가 버렸다.

 

“고작 그이야기 하려고 이 시간에 날 찾아 온 거예요? 난 분명히 말했을 텐데요.”

“나도 알아 당신이 싫어 한다는 거. 하지만 난 당신이 이 일을 꼭 해주길 바라고 있어.”

“글쎄 왜요?”

 

또다시 시작된 그녀의 질문 이제껏 받아온 질문 중에 가장 힘겨운 대답을 또다시 해야 하는 그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당신은 나를 구속하지 않을 테니까.”

 

대한의 뜬금없는 말에 어느새 먹기 좋게 식어버린 유자차를 마시며, 그녀가 쓴 웃음을 지었다. ‘구속하지 않을 거라고?’ 그녀는 그의 시원찮은 대답에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왜 그렇게 생각하죠?”


물론 그녀는 그를 구속할 만한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가 그녀를 왜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지 꼭 알고 싶어졌다. 그만큼 서로에게 관심이 없다는 걸 그가 말해주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화가 났다.

그는 그녀가 은근히 화를 내고 있다는 걸 느꼈다. 그 화내는 이유가 그녀가 자신에게 관심 없다는 듯 말했다는 데 있는지 아니면 자신이 그녀를 좋아하니까 사귀어 보자고 솔직히 말하지 않은 것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조금씩 흔들리는 눈빛에 그녀가 곳 승낙하리란 걸 직감적으로 알았다.


대한은 어젯밤 그녀와 통화를 하려다 말았다. 그러나 그 대신 밤늦게 걸려온 그녀의 언니와 통화를 했었다. 그녀에 대해 걱정을 하는 말투에 그도 모르게 그녀에 대해 조목조목 캐물었다. 그러다 그녀가 곧 떠날지도 모른다는 말에 그의 심장이 순간적으로 오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더욱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정리할 수 있었다. 비록 지금은 사랑이 아니라 ‘유 난희’란 별난 여자에 대한 작은 관심일 뿐이지만 그이유조차도 지금은 그가 그녀를 떠나보낼 수 없는 유일한 조건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당신에게 관심 없듯 당신도 나한테 그다지 관심이 없어 보이니까. 왜 내말이 틀린가? 그리고 당신 언니생각도 해봐.”

 

그녀가 가져다준 미적지근하게 식어버린 유자차를 마시며, 그는 또다시 마음이 빠르게 앞서간다는 걸 느꼈다. 그래서 한 템포 느리게 유자의 달콤한 향을 음미하듯 그녀의 변화무쌍한 표정을 조심스레 살폈다.

 

“우리 언니 예기는 하지 말아요. 나는 나일뿐이니까.”

 

그녀가 화를 내는 이유는 그녀의 언니가 ‘유 난희’란 여자를 그의 한손에 잡을 수 있는 유일한 힌트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좋아. 나도 알아 당신은 당신일 뿐이란 거. 하지만 나처럼 가족을 좀 생각하라고 더 길게 예기 할 시간이 없어서 아쉽군. 오늘 저녁 시간 어때?”

 

그녀와 예기하던 중 시계를 자주 보던 그가 갑작스럽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더니 현관을 향해 걸어갔다. 그런 그가 갑자기 무언가 잊은 사람처럼 그녀에게 황급히 돌아섰다. 뒤따라 나가던 그녀의 몸이 그와 단 10cm 도 떨어지지 않은 아슬아슬한 상황에 두 사람 다 서로의 눈동자만 주시했다.

 

“응?”

“아.”

 

어색한 침묵 속에 두 사람 모두 마른 침만 삼켰다. 연인과 아침을 맞은 후 배웅을 하는 자리였다면 이런 어색함 따윈 자리하지 않았을 건데........ 그는 맞지 않는 상황 속에서도 그녀와 연인으로 서로의 눈을 마주하지 못한 것이 못내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당신을 추종하는 녀석에게 벗어 날수 있는 유일한 기회!”

“네?”

 

그녀는 그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해 볼 겨를 도 없이 그의 따뜻한 숨결이 깃든 키스를 받았다. 이제는 제법 익숙해진 그의 키스에 그녀의 커다란 눈이 저절로 감길 무렵 그가 아쉬운 듯 그녀의 입술에서 멀어졌다.

 

“오늘 저녁 7시 어제처럼 늦지 말고, 그 곳으로 와!”

“!!!!!!!!”

 

황당함의 연속. 그녀는 그가 문을 열고 나가고 난 한참 뒤에도 어리둥절하게 그의 키스를 받았다는 걸 알았다. 그러나 오늘은 왠지 그의 키스가 싫지만은 않았다.

 

“그곳으로 오라니....... 정말 제멋대로야.”

 

그녀는 아르바이트를 가기위해 세수를 하면서도 아침부터 어수선했던 일들을 떠올렸다. 그중 ‘최대한’이란 남자의 키스를 떠올리며, 저절로 미소 짓고 있는 거울 속 자신의 모습에

이율배반적인 느낌이 들었다.

 

“너 설마 그 남자 좋아 한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암 좋아 한다니 말도 안돼!”

 

그녀는 쓸데없는 생각을 지우듯 세수하는데 온 신경을 쏟았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내 그에게 온신경이 쓰여 결국 그에게 단호하게 문자를 보냈다. ‘당신 같은 남자 딱 질색’이라고, 그러자 그에게 즉각적인 반응이 날아 왔다.

 

띠룽~

‘좋아. 맘 대로해. 하지만 후회할거야.’

“하하 이 남자가 아주 싸이 코 구만 후회는 무슨!”

 

하지만 그녀는 정확히 5시간 만에 그의 말대로 후회 아닌 후회를 해야 했다. 그것도 그녀가 일하고 있는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오가는 행인이 다 보라는 듯 그녀에게 연신 손을 흔들며, 아이스크림 가게 안에서 당황해 하는 그녀에게 활짝 웃어보였다.

 

“언니 저 남자 멋지다. 누구지? 혹시 언니 애인생긴 거야? 그런데 정말 잘생겼다. 어째 나이가 좀 들어 보이는 게 딱 언니스타일이네”

“야! 시끄러 애인은 누가 애인이야. 그리고 누가 저런 구닥다리 좋아 한다고”

“에이 언니 왜 화는 내고 그래. 그럼 저 남자 내가 꼬셔볼까. 좀 들어 보이기는 하지만 구닥다리는 아닌데 흠. 꽤 멋있는 사람 같다.”

“미경아 괜한데 신경 쓰지 말고, 저기 손님이 부르시잖니 어서 저기나 가봐라”

 

셀프서비스를 하는 아이스크림가게는 그다지 손님의 호출이 많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밖에 서있는 최대한에게 관심을 보이는 후배에게 괜스레 심술을 부리며, 후배의 등을 손님 쪽으로 떠다밀었다. 그리고 이곳에서 자주 대타를 해온 그녀는 서글서글한 사장에게 어렵게 말을 꺼낸 후 그를 피하듯 뒷문으로 조용히 빠져 나가려했다.

 

“어디가시나?”

“헉! 깜짝이야.”

“왜 죄지은 거 있어? 놀라게”

 

배시시 웃으며, 그녀를 약 올리는 그의 얼굴은 그녀의 당황한 모습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이 역역했다. 그녀는 그를 보며 정말 못 말리는 남자라고 생각했다. 시계를 보니 아직 학교일이 덜 끝났을 시간인데 그녀를 찾아온 그가 정말 얄미워보였다.

 

“당신은 일도 안 해요? 아님 학교에서 잘렸어요?”

“아니”

“그런데 왜 나만 따라다니는 거예요. 신경질 나게.”

 

그는 그녀의 화를 풀어 주기 위해 오던 길에 너무 예뻐 한 아름 사온 꽃다발을 내밀었다. 그가 처음으로 사본 꽃은 그에게 꽤나 낭만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을 선사해 주었다. 다만 그가 내민 꽃을 받는 당사자의 표정이 그렇지 못하다는 게 못내 아쉬움으로 남았다.

 

“안 받을 거야? 팔 아프고, 쪽팔리는데”

 

그가 그녀에게 하는 마지막 대사에 그녀가 주뼛거리며, 그가 내민 꽃다발을 받아 들었다.

 

“당신 정말 선생님 맞아요?”

“어. 맞아. 당신도 봤잖아. 학교에서 인기 있는 총각선생님인거.”

“그런데 무슨 선생님이 쪽팔린다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해요.”

“하하 이거 참, 선생은 사람 아닌가. 나도 평범한 사람이라고 모든 사람들이 선생은 이러면 안 된다는 편견을 버려야 한다니까.”

 

그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도 이 시간에 그가 여기 그녀 앞에 서있다는 게 못내 의심쩍었다.

 

“쉰 소리 그만하고, 정말 왜 온 거예요.”

 

그녀는 그의 눈을 빤히도 처다 보며, 그가 말을 돌릴 틈도 주지 않았다. 그녀의 눈은 그로 하여금 아무것도 감출 수 없게 만들었다.

 

“왜는 아침에 내가 한말 잊은 거야?”

“아니요. 안 잊어 먹었어요. 게다가 날 협박까지 했잖아요.”

 

그녀의 협박이라는 말에 그의 입이 실룩거렸다. 하지만 그의 말을 잊지 않았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며, 그녀의 손을 잡아끌었다.

 

“이봐요. 예기하다 말고, 어디가요?”

“우리 예기 하러. 아침에도 시간 없어서 그냥 출근했는데 지금이라도 시간낭비하지 말고, 확실히 매듭지어야지”

 

그의 완고한 표정에 그녀는 서둘러 그에게 달아날 계획을 짜내야 했다. 그에게 이대로 끌려가면 아무래도 영영 족쇄를 차야 할 것 같은 불길함이 그녀의 온몸을 뚫고 지나갔다.

 

“안돼요. 지금은 아르바이트 안 끝났어요.”     

 

그녀의 다급한 변명에 그는 잠시 생각하는 듯 눈을 감더니 이내 눈을 뜨고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혼자 말을 하듯 네네 거리기를 몇분여의 시간이 흘렀다.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그의 표정이 더할 나위 없이 냉담해 보였다. 시베리아 벌판이 그보다 훨씬 따뜻할 거란 생각이 그의 눈을 보면서 그녀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조급함 때문이었을까 그에게 잡힌 손에서 저도 모르게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히는 게 과히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의 손을 뿌리치자 순순히 놓아 주며 그가 그녀를 향해 낮게 으르렁 거렸다.

 

“당신은 거짓말에 천재군. 하지만 지금은 들켜버렸으니 더 이상 거짓말은 용서하지 않겠어.”

“네? 거 거짓말이라니요?”

“조금 전에 내가 누구랑 통화했다고 생각해”

 

그는 담배를 입에 물며, 그녀에게 취조하듯 질문을 툭하고 던졌다. 그의 질문에 할말이 없는 그녀는 마른 침만 삼켰다. 설마.

 

“그래. 이제야 둔한 유 난희 양이 눈치를 채신 모양이군. 저안에 있는 당신에게 알바 비를 지불하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었지.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그만 쉬어도 될까요?’  내가 오늘 당신한테 한말 기억한다고 했지. ‘후회할 거’란 말 ”

 

그녀의 말투까지 흉내 내며 그가 차갑게 그녀를 비꼬았다. 그녀는 그가 조금 전 내뱉은 말대로 지금 이 순간이 정말 쪽팔리는 순간이었다.  

 

“그 그건 아이~씨. 그래요. 미안해요. 그런데 내가 거짓말을 한건 아니라고요. 당신이 가버리고 나면 다시 들어가 일할 생각이었다고요.”

“왜? 내가 그렇게도 싫은가?”

“!!!”

 

그의 직설적인 물음에 그녀는 할말이 없어져버렸다. 오늘 아침만 해도 그의 키스에 호응하며, 기대치만큼 마음을 부풀렸던 게 떠올라 그의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를 좋아한다는 식의 말은 정말이지 할 수 없었다. 그녀가 머뭇거리는 걸 그가 오해 했는지 조금 전보다 더 사나워진 말투로 그가 말했다.

 

“걱정하지 마. 그렇다고 내가 당신을 뭐라 할 처지는 아니니까.  그건 그렇고 여기서 예기를 다하고 싶은 건 아니겠지?”

 

그녀는 왠지 그늘진 얼굴로 앞서 걸어가는 그의 얼굴이 신경 쓰였다. 한번도 누구 때문에 마음 쓰인 적이 없는데 왠지 눈앞의 남자는 뭐든지 예외가 되는 것 같았다. 키스도 그렇고, 그녀를 서운하게 하는 말투도 그렇고, 아무튼 그 신경쓰임이 기분 나쁘게 싫었다.

 

“좋아요. 당신 맘대로 해요.”

 

침묵을 고수하던 그녀의 말에 앞서 걸어가던 그가 그녀를 향해 천천히 돌아 섰다. 그리고 그녀가 한말이 조금 전 다른 곳으로 가자는 것에 대한 대답이었는지 아니면 그들의 문제를 그가 원하는 대로 풀어가자는 건지 그 뜻을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뭘 내 맘대로 하자고”

 

그는 물론 후자이기를 바랬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의 눈빛이 잠시 흔들리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결심을 바꾸지 않을 것 같은 그녀의 표정이 그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뭐는 요. 당신이 내가 필요하다니까 그렇게 하겠다고요. 아! 물론 이건 전적으로 당신이 날 원해서 그렇게 하는 거예요.”

 

그녀의 변명처럼 늘어지는 말에 그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어찌됐든 그녀를 잡아 두는 데 삼분지 일은 성공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그녀의 앞으로 성큼 다가서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맹세하듯 말했다.

 

“걱정 마. 우린 잘할 거야. 그런데 당신 애인이 좀 서운해 하겠는 걸”

“애인? 누구? 혹시 규식이 말하는 거예요?”

“어. 당신의 열렬한 추종자.”

“뭐 어쩌겠어요. 지도 사람 보는 눈이 높아 겪는 시련인걸. 하지만 다시 한번 말해 두겠는데요. 그 애는 그냥 동생 그이상도 아니라고요.”

“ok 나도 그렇길 바라는 바지.”

“네?”

 

그녀는 그의 혼잣말에 놀라 그녀의 손을 잡고 빠르게 걸어가는 그를 빤히 처다 보았다. 하지만 조금 전 화난 표정은 지우고 뭔가 즐거운 일이 생긴 것처럼 흥얼거리며, 앞만 보며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정말 멋있어 보였다. 그리고 그가 잡고 있는 손끝이 이상하게 싫지 않고, 그녀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다. 주위의 어떠한 남자도 그녀에게 이런 느낌을 같게 만들어 주지 않았다. 그녀에게 좋아한다며 기습적으로 키스를 한 규식이 놈마저도 그녀에게 이런 설렘은 주지 않았다. 왠지 그의 느낌이 ‘이것이 남자다’란 것을 각인시키는 것 같아 그녀는 저도 모르게 심장이 서서히 뜀박질 하는 걸 느꼈다.  앞이 보이지 않는 안개속의 불안한 뜀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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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철주야. 로맨스게시판을 사랑하시는 {로불사}모님들~

 

아랑입니다.

 

지금 시간이 어제가 아닌 오늘로 넘어온 10월 3일 개천절 12시 52분이네요.

 

허~ 시간이 잘도 갑니다요.

 

저는 주로 밤에 작업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낮에는 영 글귀가 안떠오르더라구요.

 

난희와 대한은 나이는 많이 먹었지만, 사랑은 잼병인 사람들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대한의 진도가 넘 빨라 조금씩 다독이며, 저 또한 마음을 다독이며,

 

글을 올립니다. 그래서 낮에는 대한이를 걱정하며, 마구 놀아요 ^^**

 

그러니 초반 진도 넘 빠르다고 서운해 하지 마시고,

 

부디 재미있게 봐주시고, 난희의 찬란한 내일을 위해 오늘은 이만 총총하겠습니다.

 

참, 낼 국경일 이니까  국기계양 잊지 마셔요.....^^;;

 

아랑이 사랑하는 님들 시원한 바람에 감기도 조심하시구요. 

 

다음편에서 뵙도록 합죠. 충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