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차버린 그녀가 불행해졌답니다.

김관우2005.10.08
조회51,276

토요일에 아픈 맘 부여잡고 올린 글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 주신거 감사합니다.

격려를 해주신 분들 너무 감사하구요

저를 비난하신 분들도 의견 감사히 받겠습니다.

 

저흰 아름다운 이별을 하지 못했습니다.

서로에게 너무도 많은 상처를 주고 받으며 처절하게 헤어졌습니다.

내가슴속 예전의 그녀가 돌아올 수 있다면 그 어떤 댓가를 치르더라도 그녀를 되찾고 싶은게 솔찍한 맘입니다.

하지만 이젠 그녀도 저도 돌이키기엔 너무도 멀리 와버렸음을 알기에 애써 외면하는 것입니다.

 

불에 데어 죽을 고비를 넘긴 사람은

남겨진 화상자국을 볼때마다 그때의 고통을 잊을 수 없고

불만 바라봐도 몸서리 쳐지는 공포를 갖게되듯

저도 너무도 참기 어려운 고통을 맛보고

자살 실패후 견뎌야했던  말로는 표현못할 후휴증의 고통을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솔찍히 너무 두렵습니다.

다시 손을 내민다는 건 다시금 그 고통을 되새겨야 하는 일인데

그 극복할 용기가 없습니다.

 

다시 한번 제게 조언을 주신 분들께 감사한 맘과 죄송한 맘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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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초 7년을 사귄 7살 아래의 그녀와 헤어졌습니다.

작년가을부터 날 대하는 태도가 좀 차가워졌다 느꼈는데

나 모르게 반년을 다른 남자와 사귀고 있었습니다.

내가 그 사실을 알게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내 가슴에 상처를 남기고 떠나갔습니다.

 

부질없는 짓인줄 알면서도 매달리고 애원하고

때론 화도내구

그녀의 부모님까지 매정하게 대하는 통에

끝내 좌절하고

약먹고 자살 기도했다가 실패하고

정신과치료두 받구...

너무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녀는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회사에 입사하고도 그녀를 알게 되기까지 계절이 두 번 지나갔습니다.

 

연구소로 자리를 옮겼을 때

내 실험과 분석업무 보조를 해주던 그녀를 알게됐습니다.

천진한 소녀같은 사람이었습니다.

항상 웃고 짜증 낼 줄도 모르고

세상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순수한 사람이었습니다.

 

내겐 유독 잘 해주던 그녀

숨기지 못하는 그녀의 눈빛이 어느새 나를 담고 있단 걸 알았습니다.

인연과 운명이란 단어를 철썩같이 믿는 어린 소녀였습니다.

자기 아버지와 이름이 같았던 나를 하늘이 맺어준 인연으로 또한 자신의 운명으로 믿어버렸습니다.

 

내 말이라면 하나도 어기지 않는 그녀가 고마웠습니다.

힘들고 짜증날때 옆에서 수줍고 해맑은 미소를 건네는 그녀가 편안했습니다.

내 재미없는 얘기에도 깔깔깔 웃어주는 그녀가 아름다워 보였습니다.

외롭고 허전할때 전화해주고 안부를 물어주는 그녀가 어느새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IMF로 회사에 위기가 왔을때

내가 다른 부서로 옮기면서 그녀의 커다란 자리를 느꼈습니다.

그녀 역시 먼 발치에서나마 나를 보고싶어 했습니다.

나중에 그녀의 일기장에 하루도 내 이름이 빠지지 않고 있었음을 보았습니다.

사무치게 보고싶고 그리워하면서도 고백 한마디 못하고 수줍은 미소만을 건네던 소녀였습니다.

 

친구 결혼을 다녀오고 내 옆의 빈자리를 크게 느꼈던 스물 여덟의 어느날

그녀에게 연락했습니다.

내눈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발그래한 얼굴로 그녀가 날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우린 연인이 되었습니다.

 

퇴근후 매일 만나

다리가 붓도록 걷고 또 걸어도

아무 얘기없이 손만 잡고 있어도

밤새 잠을 뒤척일 만큼 행복하고 즐겁기만 했습니다.

 

사내 연애라고 절대 남 모르게

회사 버스에서 같이 내리고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걸어가

동네를 한바퀴 돌아서야 만나곤 했지만

그런 사실 자체마저도 너무 즐겁기만 했습니다.

 

그녀의 첫 생일날

둘만의 작은 케익과 포도주 한 병....  그리고 작은 선물

그녀가 눈물을 보였습니다.

촛불에 반짝이는 눈물고인 그녀의 눈동자가 유난히 깊어보였습니다.

 

너무 고맙다고

선물도 고맙고 자신을 위한 작은 케익도 너무 고맙다고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부족한 자기에게 나는 감당키 어려운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울먹였습니다.

 

운동 좋아하는 사람 만나서

하루종일 자전거를 타고

하루종일 배드민턴 치고

또 하루종일 깊은 산속을 헤매고 다녀도

사랑하는 사람과 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한없이 행복해하며

자신에게 건네는 내 작은 손만으로도 함박 웃음을 보이는 사랑스런 사람이었습니다.

 

어두운 골목에서

불량배에 둘러싸여 얻어맞고 있던 불쌍한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었던 겨울의 어느 밤

생전 싸움 구경도 안해본 겁만은 소녀가

피투성이가 되어 가는 자신의 사랑을 바라보며

도망도 가지 못하고 한없이 울기만했습니다.

불량배들 물리치고 힘없이 땅바닥에 주저앉아서야 겁에 질려 오돌오돌 떨고 있는 눈물 범벅의 그녀를 발견했습니다.

내 상처를 보고 나보다 더 아파했던 그녀였습니다.

 

고졸이었던 자신의 모습이  내겐 어울리지 않는다며

힘들게 야간 대학 다니면서도

내 앞에선 언제나 웃음 잃지 않는 밝은 사람이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둔다고 했을 때도

그일로 아버지와 말다툼하고 왔을때도

그녀는 내게 편안한 웃음으로 대해줬습니다.

 

아버지 돌아가셨을 때

자신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으신 분을 위해

아들된 나보다 더 서럽고 더 많이 눈물을 흘렸던 정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내가 벌인 일이

잘 되던 때는 잘된다고 함께 기뻐하고

잘 되지 않아도 잘될 거라며 내게 힘이 되어준 사람이었습니다.

 

뜻하지 않게 너무 큰 손실을 입고 주저 앉고 싶었을때

너무도 못난 내 자신에 화가나 밤새 잠못 이루다

눈물을 흘리며 욕실에서 내 머리를 모두 밀어 버렸던 그날

퇴근 후 날 찾아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주저앉아 한없이 울기만 하던 너무도 맘여린 사람이었습니다.

 

이젠 가진 것도 없고

미래조차 암울한 날 떠나라고 말했을때

고개 숙인 채 아무말도 없이 돌아서 울기만하던 그녀.

다음날 퉁퉁부은 눈으로 애써 웃음 지으며 박박 밀어버린 내 머리에 모자를 사들고와 씌워주던 천사같은 사람이었습니다.

 

가난한 사랑을 위해

1000원짜리 김밥 한줄에도 마냥 행복해 했고

놀러 가서도 제대로 밥한끼 못먹고 라면 끓여 먹어도 바보처럼 환한 미소를 잃지 않고

자신도 어린이집으로 옮겨 쥐꼬리만한 월급이면서도

가끔은 나 몰래 내 지갑속에 용돈을 넣어주던 헌신적인 사람이었습니다.

 

어린 중학생 같던 그녀도 벌써 서른을 바라보는 나이가 됐습니다.

아직도 그녀의 얼굴은 스무살로 보입니다.

시간은 그녀와 내 모습을 바꾸어 놓았지만

바꾸어 놓은 것은 결코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내가 사랑하던 그녀는 세월과 함께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날 버린 사람은 내가 사랑하던 그리고 그렇게 날 애절하게 바라보고 모든 걸 바쳐 사랑하던 사람이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던 몇년의 시간을 보내고

2년전 다시 취업하고 작은 행운까지 있어

작년에 많지는 않지만 집 한 채 장만할 돈을 마련했습니다.

올해 초 너무도 오래 나만을 바라봐준 그녀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했을때 이미 그녀는 내게서 너무도 멀리 가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 눈물이 나려합니다.

날 버린 그녀를 추억하는 게 아닙니다.

세상 누구보다 날 사랑했고 내 가슴속에서 영원히 살아있을 환한 미소의 소녀를 기억합니다.

다시는 이런 사랑 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사랑했습니다.

내 모든 걸 주어도 아깝지 않은 소중한 사람이었습니다.

나 다시 태어난다면 또다시 그녀를 만나고 사랑하겠습니다.

절대로 그 사랑, 그 행복 놓치지 않겠습니다.

절대로...

 

그녀로 인해 받은 상처때문에

한때는 그녀도 나처럼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두 했습니다.

하지만 진정 사랑한 사람이었기에 부디 행복하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7년간 쌓아온 사랑을 버리면서까지 찾았다던 새로운 사랑이

이미 끝나버렸답니다.

이제 또 다른 사람을 만나고 있다는 군요.

 

그런데 그 새로운 사람이

나를 사귀기 전에 사귀던 고등학교때부터의 친구입니다.

나와 그녀가 사귀게 된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한 나쁜놈입니다.

스무살의 철없는 소녀가 회사선배 부탁으로 신용카드를 만들었는데

안쓸거니까 버리겠다는걸 구경좀 하자구, 지가 버리겠다구 해서 갖구 있다가

나중에 그녀 모르게 큰 액수를 사용해서 몇년을 힘들게 했던 놈입니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 같이 뛰어다니며 우린 더욱 가까워졌었죠.

 

최근에 그녀의 이런 사정을 아는 사람을 통해 알게됐습니다.

8개월의 아프고 힘든 시간을 견디며

겨우 상처가 아물고 있는데 이런 얘길 들으니 가슴이 많이 쓰리네요.

 

하지만 난 그녀가 다시 온다해도 받아줄 자신이 없습니다.

힘들다는 그녀에게 손 내밀어 잡아줄 용기도 없습니다.

이미 그녀는 과거 너무도 헌신적으로 날 사랑해준 사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같이 한다해도 언젠간 남겨진 상처로 인해

결국 서로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될거 같아

그녀의 힘든 현재를 외면하려합니다.

 

다음생에 상처없는 순수한 맘으로 다시 그녀를 만날 수 있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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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궁금해하신 것에 대한 답변을 드립니다.

 

처음 사귈때 그녀의 집에서 저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하지만 회사 그만두고 시작한 일이 잘 되지 않으면서 그녀의 부모님으로부터 헤어지라는 압력이 계속되었습니다.

모든걸 접고 고향으로 내려오면서 한달에 겨우 두번 만날 수 있었고 그녀도 부모님의 성화에 못이겨 헤어진 걸로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헤어질때까지 2년반동안 그녀의 집에선 우리가 이미 헤어진걸로 알고있었습니다.

결혼을 하지 못한 이유는 일 실패하면서 정말 돈이 없었습니다.

남자들 누구나 그런 맘을 갖고 있겠지만 저역시 사랑하는 사람을 고생시키고 싶지 않았고 최소한은 갖추어 놓은 상태에서 시작하고 싶었습니다.

사실 작년가을 그녀의 태도가 바뀌기 전까지 전세 얻을 돈두 없어 결혼은 너무도 멀기만한 게 현실이었습니다.

갑자기 찾아온 작은 행운의 댓가가 그녀와의 이별이었나봅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그녀에게 가장 많은 돈과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고 그 어떤 누구도 아닌 오직 그녀만을 사랑했습니다.

하지만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 그녀는 너무도 오랜 기다림에 지치고 힘들어 저에 대한 실망과 원망, 그리고 미움이 커져버렸나봅니다. 

어떤 분 말씀대로 참 못난 놈이기에 그녀가 제 첫사랑이고 아직까지도 유일한 사랑입니다.

 

 

 

나를 차버린 그녀가 불행해졌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