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화』 (23)

운운2005.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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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림의 역사를 다시 쓰다!

-폭발적인 묘사!

-손에 땀을 쥐게하는 주술과 법술대결!
-강신과 소환! 그리고 퇴마(退魔)-


대 악신「시바」-

누구도 예상치 못한 그의 강림과 함께 크게 뒤틀린 천기.
그것을 바로잡기 위해 고난의 여정을 떠나는 6인의 의인(意人).
인간과 마귀가  벌이는 숨막히는 대전에 전 무림이 울부짖는다.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너무나도 아름다운 미소년 도화.
그리고 그의 든든한 버팀목인 의선 작약. 또한 늘 티격태격하는 정파의 절정고수- 곤륜파의 비형랑과 사파의 거대 여고수 신궁한영. 조용한 그림자 묵운과 영혼의 일부인 소오.

'정(正)과 사(邪)란 무엇인가-  운명이란 무엇이며, 그 아래 진정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은-' 이란 화두아래 그들의 치열한 전투가 시작된다.

 

하늘의 안배를 짐작할 수 없지만, 그 마지막 책임이 작은 두 어깨 위에 놓이게 된다는,
심판자(審判子) 도화의 이야기는 이제 막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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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어화(解語花)-말하는 꽃(7)-

 

 

 

 

 

 

 

투각-투각-
다섯 명의 사내가 거대한 나무 현판을 중앙의 큰문 위에 걸어 놓으려, 한참 힘을 쓰고 있는 중이었다. 사내들의 윗저고리는 아까 전부터 땀으로 흠뻑 젖어, 등짝에 철썩 달라붙어 있었다. 큰문이라 불리는 중앙 대문은, 엄청난 크기도 크기였지만, 멋지게 뻗은 처마가 일품이었다. 완만한 곡선의 처마는, 푸른 하늘을 향해 힘차게 솟구쳐 오를 것만 같았다.

 

“으라차차~ 좋다! 거기 쫌 더 위로 올리고~ 망루야 거기, 거기! 옳지!”
“나, 나리, 이쯤이면 됐지요?”
“망루 이놈아 내 고꾸라져 죽는 꼴 보려하느냐! 후딱 걸어 이놈아! 에구에구 허리야..!”
“하하. 사바노인~ 조금만 더 힘을 써 봐요~ 한 턱 거하게 탁주한잔 쏠 테니!”
“끄응....!”
“여어...엉차!
 
“옳거니! 좋네~ 수고했네! 좋군, 좋아!”

 

  한참을 용을 쓴 다섯 명의 사내는 돌계단에 털썩 주저앉아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고 있었다. 그들을 감독하고 있던 젊은 사내는 마침내 제자리에 걸린 현판이 만족스러운지, 연신 흐뭇하게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었다. 웅장한 대문에 비해 담장은 성인의 가슴팍 정도까지의 높이로 비교적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정갈하고 단정한 기와가 자연스럽게 내려앉은 담장은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한 없이 뻗어 있었다. 과연 담장안의 건물이 얼마나 큰지 짐작하고도 남음이었다.

 

“집주나리, 근데 어찌하여 현판이 세로로 놓인 겝니까?”

 

  망루라고 불린 사내가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집주라는 젊음 사내를 향해 물었다. 그와 동시에 나머지 네 명의 인부들도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땀을 닦던 눈을 들어 집주를 바라보았다. 젊은 사내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

 

“집주, 내 여기서 나고 자라 벌써 60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평생을 이 곳과 함께 한 셈이네. 20년 전 그 사단이 있고, 이곳의 현판을 내렸지. 그리고 다시 두 번의 강산이 바뀐 오늘, 현판이 새로 걸린 모습을 보니, 내 감회도 새롭구먼......”
“사바노인.......”

 

  사바노인과 집주는 동시에 시선을 옮겨 큰문을 바라보았다. 20년 전 부귀영화와 함께했던 거창한 현판이 놓였던 처마 바로 아래의 가로자리는 텅하니 비어있었다. 대신 오른쪽 기둥 옆으로 세로로 넉자의 글이 쓰인 현판이 새롭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하 북 팽 가」

 

현판의 글씨를 보면 서체가 장중하면서도 단아했다. 또한 힘이 넘치고 아름다웠다. 은은한 서광이 새어 나오는 것이 이름 꽤나 떨치는 명필의 글씨임에 틀림없었다. 혹여 내가의 고수가 진기를 불어넣었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집주.... 혹여나 그때의 그 일과 관련이 있는 게지?”

 

사바노인의 물음과 함께 모든 인부들의 이목이 젊은 집주에게로 집중되었다. 집주는 큰 숨을 한번 들이 쉬고는 쓸쓸한 눈으로 현판과 세가의 담장을 쓰윽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 높으신 분의 뜻을 헤아릴 수가 없지요. 단지 그저 짐작만 할 뿐....  산 증인인 사바노인이 이렇게 살아계시는데 더 숨겨 무엇 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게 말이죠......”

 

 

 

 

 


“무에라? 마(魔)의 기운을 억누른 다라?”
“예, 숙부. 하북성 뒤의 금례산은 귀기(鬼氣)가 강한 산이지요. 얼마 전 저와 안면식이 있던, 풍수를 보시는 소림의 고승이 다녀가시면서, 금례산의 귀기가 이곳 하북성으로 고스란히 몰려들고 있다고 하더군요.”
“금례산의 귀기? 그곳이 음기가 강한 곳이기는 하다만, 여기는 해가 뜨는 양지가 아니냐?”
“저도 그것이 이상하여 여쭈었더니, 그 분도 알 수 없는 일이라 고개를 가로저으시며 어렵게 말씀을 하셨어요. 주변의 기가 무슨 연유에서인지 틀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요망스러운 기가 이곳 하북성을 향해 쉼 없이 흘러들어오고 있다고 해요. 지금 이 순간도요.”
“뭐라?”
“그리하여, 그분이 사흘에 걸쳐 현판을 완성하여 주셨어요. 글씨를 세로로 길게 늘어뜨려 성문 밑을 막고 누르면, 귀기(鬼氣)가 흘러들어오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는 있을 것이라 하셨어요.”
“에잇!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딴 소림의 땡중 놈 말을 믿고 천년 역사의 현판을 갈아치운단 말이냐! 쯧쯧쯧 지하에 계신 네 아비가 벌떡 일어날 일이다.”
“숙부!”

 

  순간- 흠칫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을 잇던 이가 노인을 저지했다.
그리고 누구 듣는 이가 없나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레 살폈다. 다행히도 방안에는 자신과 숙부뿐인 듯 했다. 그리고 그는 다시 담담하게 말을 이었다.

 

“그 분을 그리 칭하지 마세요, 숙부. 제가 존경하는 분이세요.”
“쯧쯧.. 내 영 맘에 들지 않으니 이러지 않느냐!”
“꼭 그 고승의 말 때문만은 아니에요. 제 뜻이기도 하구요.”

“네 뜻이라? 그만 했으면 되었다, 가주. 이미 벌써 십여 년 전에 나머지 오대세가들은 화려하게 재기에성공했어. 십년이나 더 봉문과 마찬가지로 엎드려 지냈으면 되었지.
더욱이 당시 혈사 때에 우리는 크게 가담하지도 않았지 않느냐? 끝까지 망설이던 네 아비, 아니지 전 가주는 소북으로 가다가 말을 돌려 되돌아 왔다. 기억나지 않느냐!”

"물론 그리하셨지요. 그렇다고 해서 마음의 죄 값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에잉... 쯧쯧쯧 고집불통 같으니! 네 아비랑 그건 꼭 닮았구나!”

 

  팩 토라져 창밖을 내다보는 노부의 등을 바라보며 말을 잇던 이는, 슬그머니 미소를 지었다. 말씀은 저리해도 누구보다 자신을 생각한다는 것은 그도 잘 아는 일이었다. 그리고는 시비가 놓고 간 찻잔에 더운 물을 부으며 용정차를 준비했다. 온갖 근심을 녹여 버릴 것만 같은 그윽한 향이 방안가득 퍼져나갔다. 놀랍게도 차를 준비하며 노부와 말을 주고받는 이는 젊은 여인이었다.

  강인해 보이는 사각의 턱에 좁은 이마, 작은 눈까지 결코 미인의 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추녀(醜女)에 가까웠다. 하지만 웬만한 남자 못지않은 큰 키와 떡 벌어진 어깨하며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기운은, 그녀가 범상한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바로 이 여인이 하북팽가 69대 현 가주 팽용화였다. 그리고 그녀의 옆에서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은 용화의 아버지이자, 전 가주의 친 형제(兄弟)로, 그녀의 숙부였다. 가주 직을 조카에게 물려주고 초야에 묻혀 지내던 그는, 오늘 가주의 생일 연에 참석하기 위해 오랜만에 이곳 하북성에 발걸음 한 터였다. 그리고 세로로 내걸린 초라한 현판을 보고 트집을 잡고 있던 차였다. 허나 가주의 고집을 꺾기는 힘들어 보였다. 노부도 그 이유를 잘 알고 있었기에 괜한 소림고승을 탓하며 조카에게 때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원래 이곳 하북성에 있는 팽씨 성의 가문인 하북팽가는, 뛰어난 도(刀)법을 지닌 오대세가의 하나였다. 또한 장법에도 조예가 깊었다. 거대한 대도(大刀)를 공깃돌 다루듯이 하는 신력(神力)은 핏줄을 타고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그 경이적인 근력은 놀라울 정도였다. 두뇌가 총명하지는 않지만, 근골이 훌륭한 자손들이 많이 태어나는 가문으로, 전형적인 실전적 투사(鬪士)들의 집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십여 년 전, 오대세가는 자신들이 벌인 혈사로 인해, 모두 마신의 강림이란 재앙으로 차례차례 현판을 내던져야 했다. 물론 그 당시 하북팽가도 엄청난 피해를 입었었다. 그러나 다른 세가들에 비해서는 약소한 편이었다. 당대가주의 현명한 처신으로, 피해를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었던 것이다.
  용화의 아버지이자 전 가주인 그는, 그 일이 벌어지기 전날 밤까지도 그 혈사를 가(可)한다는 서약서를 맺은 자신을 두고두고 한탄했었다. 무림맹과 다른 세가들의 협박에 무릎 꿇은 허약한 자신의 의지와, 달콤한 꿀의 유혹에 뜻(意)을 팔아버린 자신의 나약함에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다음날 약속장소인 소북으로 향하던 그는 결국, 말을 돌려 하북성으로 도중에 되돌아 왔다.
  바로 그 다음날 온 무림은 분노한 마신이 내리는 피의 재앙에 울부짖어야했고, 하북의 가주도 그와 가문의 운명을 예감했다. 아직도 용화는 마지막 아버지의 유언이 생생히 기억에 남아있었다.

 

‘용화야, 넌 결코 부끄러운 이 애비를 닮아서는 안돼. 큰 뜻을 품은 자는 목이 날아간다 해도 의기(意氣)를 꺾어서는 아니 되는 것이다. 그것이 투사(鬪士)다.’

 

  그날 밤 팽가주는 스스로 자신의 애도를 반으로 부러트리고, 하북성의 입구에서 할복하여 자결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목을 마신에게 바쳤다. 다음날 분노한 혈주단영도, 그런 팽가 앞에서는, 잔인하게 모두를 도륙하지 않고, 스스럼없이 돌아섰다. 그날 이후 가문을 이끌어가는 팽용화의 가슴에는 언제나 아버지의 말이 가슴속의 빚처럼 한 편에 박혀있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만이라도, 그 빚을 청산하는 뜻으로 부끄러운 현판을 세워서 걸어두겠습니다. 모두에 대한 반성과 경고의 의미로요. 그리고 제 자신 스스로에게의 다짐으로 말입니다.’

 

  맑은 빛을 뿌리던 팽용화의 눈은, 과거의 아픈 기억으로 잠시 동안 아련하게 젖어들었다. 그런 용화의 마음을 헤아리는 숙부는 더 이상 그녀를 채근하지 않고, 조용히 찻잔을 집어 들었다. 굉장히 널찍한 방안에는 주인의 성품을 잘 보여주듯, 매우 간결하고 단정한 가구들과 소품들만이 배치되어있었다. 거대 세가의 주인인 가주의 방임을 감안해 볼 때, 그것만 보아도 검소하고 소탈한 그녀의 성격을 잘 알 수 있었다. 노부가 빙그르 돌아서서는, 그녀를 향해 물었다.

 

“그래, 그놈은 요즘 어찌 지내? 그 서가 녀석 말이야. 어찌된 것이 내가 와도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누?”

 

서가 녀석이라는 말에, 흠칫 놀란 팽가주의 얼굴에 눈에 띄게 그늘이 드리워졌다.

 

“서가 녀석이라니요, 그래도 제 서방님이신데...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연락을 넣었으니, 금방 당도하실 터여요.”
“에잇.. 끌끌.. 그놈한테 널 주는 것이 아니었어. 모자라도 한참은 모자라는 놈이야. 머 하나 제대로 하는 것이 없으니... 쯧쯧쯧.....”
“......”

 

  오랜만에 집에 돌아온 노부는, 그저 하나 밖에 없는 조카걱정으로 가득했다. 그런 그의 눈에 조카사위가 마음에 들 리가 없었다. 그래도 구대문파의 하나라고, 공동파의 제자 녀석을 사위로 맞았는데, 그의 행실이 영 탐탁지 않았던 것이다. 사내대장부가 뭐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지도 못하고 늘 말을 더듬는 것도 그랬고, 곱상하게 생긴 얼굴만큼 최근에는 여색을 밝혀 자신의 조카를 마음 아프게 한다는 소리도 들어, 가뜩이나 더욱 눈 밖에 난 터였다.

 

“그 놈이 여색을 밝힌다고 했느냐? 너도 들어 알고 있겠지?
“남자라면... 그럴 수도 있다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저와 같은 외모의 아내라면......”
“네가 어디가 어때서? 어디 너 만한 처자가 있었다면 내 벌써 장가를 들어 후손을 보았다!”
“숙부님도 참.......”

 

  말끝을 흐리는 팽가주의 음색에는 진한 슬픔이 묻어있었다. 문파를 이끌어 가는 강철의 여제라고는 하나, 여인은 여인이었던 것이다. 남편의 사랑을 받지 못하는 쓸쓸함이 그녀의 영혼을 늘 외롭게 했다. 그러면 그럴수록 팽가주는 더욱더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가문을 이끄는데 전력을 다했고, 그 결과 오늘에 이르러는, 오대 세가 중에서 세 번째로 손꼽힐 만한 위치에 섰다. 그녀는 이미 팽가의 처음이자 마지막 도법인 칠련패진도(七鍊覇震刀) 일곱 단계 중 다섯 단계의 성취를 이루었다.

  칠련패진도는 팽가의 신력을 십분 발휘할 수 있는 대단한 도법으로 팽가의 시조 하북도조 팽고륭이 창안하고, 그의 생애에 모두 일곱 번 선보였으며, 그때마다 그 위력이 천차만별이어서 많은 궁금증을 산 도법이기도 했다. 팽고륭이 명이 다해 숨을 거두기 바로 전, 일곱 번째이자 생애 마지막으로 펼친 칠련패진도의 도무(刀舞)는 강기의 바람으로 거대한 용권풍을 생성시켰다고 한다. 팽고륭 사후 칠련패진도의 일곱 단계 모두를 깨우친 이는 없었고, 그의 셋째 아들인 만승도제 팽령후가 칠련패진도의 여섯 번째 단계를 깨우쳐, 당시 천하제일고수 중 한 명으로 추앙되었을 뿐이다.
노부의 노기를 띤 한숨이 용정차를 일렁일, 그때였다.

 

“수, 수숙부님 오,오오 셔셨습니..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잔뜩 허리를 굽힌 채 고개를 숙인 남자.
바로 팽가주의 낭군인 서문탁이었다.

 

 

 

 

 

 

“오, 오오랜만에 뵙, 습니이다아, 팽 수숙부님.....”
“쯧쯧. 아직도 말을 더듬고 다니느냐!”

 

  버럭 이어지는 노부의 호통에 가뜩이나 움츠린 그의 어깨가 더 수그러들었다. 서문탁 그에게 지금 이 순간은 고문의 시간과도 같았다. 여인의 냄새라고는 찾아 볼 수도 없는 쇳조각 같은 마누라에, 더없이 두려운 호랑이 숙부라니. 계속 이리저리 딴 짓을 하며 부인의 방에 들기를 회피하고 있다가, 시녀가 이제는 정말로 가셔야 한다고 채근하는 바람에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발걸음을 옮겨 온 그다.

 

“서방님 왜 이제야 오셨어요? 아침에 연무장에는 아니 계시더니 어디서 무얼 하신 겝니까?”
“볼, 볼일이 있어서...”
“볼일은, 무슨! 또 계집년 엉덩이나 훔치러 간 게냐?”
“저, 저기  그, 그것이 아니오라.....”
“에잇! 됐으니 나가 보거라. 네 꼴을 보니 내가 울화통이 터져 제명에 못 죽겠으니!”
“숙부님! 말씀이 심하세요.”

 

  얼굴이 붉어진 여인이 막 숙부를 말리려 할 때였다.
시비의 안내와 함께 한 젊은 사내가 내원으로 들어섰다. 잔뜩 움츠리고 있는 서문탁과는 달리 어깨를 쫙 편 기상이 듬직한 젊은이였다. 성큼 성큼 가주 앞으로 다가와서는 정중히 부복하며 아뢰었다. 그를 바라보는 팽가주의 눈에는 신뢰가 가득했다.

 

“가주, 명하신 대로 현판을 다시 걸고, 명을 완수했습니다.”
“집주가 수고했군요. 고생했습니다.”
“아니, 너는 팽효령의 둘째 놈이 아니냐? 네가 집주 일을 맡고 있느냐?”
“예에. 오랜만입니다. 어르신!”

 

  집주라면 집안의 잡무를 총괄하는 이로서, 가주의 비서와 마찬가지로 중요한 직위였다. 잘 자란 집주를 보는 노부의 마음은 흐뭇하기 그지없었다. 저기 앞에서 움츠리고 있는 자신의 조카사위와는 비교하기도 싫었다. 보고를 마친 젊은이는 다시 공손한 자세로 예의를 갖춘 후, 맡은 바 남은 임무를 마저 수행하기 위해 방을 벗어났다. 서문탁에게는 눈길 한번 주지 않고, 그의 사라지는 뒷모습을 지켜보던 노부가 입을 열었다.

 

“흐음....... 잘 자랐구나!”
“듬직한 젊은이지요.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숙부님.”

 

  때리는 시모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했던가? 서문탁은 숙인 고개를 슬며시 들어 용화를 슬쩍 흘겨보았다. 용화도, 노부도 미처 보지 못했지만, 순간 차갑게 번뜩이는 매서운 빛이 그의 눈매를 스쳐지나갔다.

 

“그, 그럼 전 이, 이만....”
“서방님, 내일쯤에 공동파에서도 사람들이 온다 하였으니, 기다려 보셔요,”
“알, 알겠소.”

 

말을 마친 서문탁은 숙부와 눈이라도 마주칠 새라 서둘러서 방을 빠져나갔다. 그의 모습이 내원에서 사라지자마자 노부의 한숨소리가 바닥을 울렸다.

 

“휴우. 앞날이 걱정이다. 용화야, 네 어깨에 놓인 무게가 태산이구나.”
“그런 말씀 마세요. 숙부님. 제겐 숙부님이 계시니까요.”
“내가 죽어 어찌 아우의 얼굴을 볼 게냐. 끌끌...”

 

“다른 분들은 다들 잘 계시지요?  건강하시구요?”

 

  화제를 돌리려는 팽용화의 말에 노부도 찌푸렸던 표정을 풀고, 반갑게 주변의 소식을 전하기 시작했다. 용정차의 온기가 여러 번 가실 때까지, 내원 안에서는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는 조카와 삼촌의 다정한 목소리가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나쁜 년! 아랫것들 앞에서 모욕을 주다니! 내 결코 그냥 두지 않으리!’

 

  표정이 일그러진 채로 급히 발걸음을 옮기는 이는, 다름 아닌 방금 막 방을 빠져 나온 서문탁이었다. 아까까지 움츠려들었던 그와는 결코 동일 인물로 볼 수 없을 만큼, 지금의 그는 딱 벌어진 체구의 쾌남이었다. 키도 늘씬하게 컸으며 또한 나무랄 때 없는 미남이었다. 단지 날카로운 눈매와 가느다란 입술이 그의 신경질적인 성격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집주 녀석과 배가 맞은 게 틀림없어! 그 눈빛을 보라고! 흥! 죽일 년!’

 

그는 빠른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서 급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의 표정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이 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하필 이런 때에 저 호랑이 영감이라니! 제길! 조심에 조심을 더해야 해. 알아보라고 보냈더니 이 놈은 어찌 된 거야? 이틀 동안 연락도 없고!’

 

  점점 더 그의 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정말이지 서문탁은 이곳이 싫었다. 구대문파 중의 하나인 공동파의 제자로서 뭇 여인들을 안으며 부귀를 누리던 그가, 하루아침의 사부의 변덕으로 사람 한번 되어 보라는 명목 하에 이곳으로 데릴사위를 들어오게 된 것이다. 청천벽력도 이런 날벼락이 없었다.

더군다나 아내라는 추녀인 팽용화를 보고 있자면 속이 뒤틀렸다. 근처에 다가 가기도 싫었다. 허나 가주로서 혹은 고수로서 그녀가 내뿜는 위용은 언제나 그를 기죽게 했다. 왠지 모르게 그녀 앞에만 서면, 말을 더듬게 되고 고개를 숙이게 되었다. 또한 그녀의 호랑이 숙부인 노부를 보고 있자면 딱 호랑의 앞의 쥐새끼 신세였다.

 

‘흐흐흐 마음껏 멸시해 보라고.  그럴 날도 며칠 남지 않았으니... 크크크’

 

  음흉한 웃음을 흘리던 서문탁은 이윽고 자신의 전각에 도달했다. 그는 큰 숨을 한 번 몰아쉬고는 전각의 입구로 들어섰다. 그가 팽용화와의 혼인과 동시에 각방을 썼음은 말할 것도 없는 일이고, 따로 하북성의 가장 깊숙한 이곳에 거처를 마련하였다. 팽가주를 신임하여 그녀의 말에 충실히 따르는 가솔들은 모두들 서문탁을 눈에 가시처럼 여겼다. 허나 막상 가주가 그를 저대로 내버려 두니, 아무도 거기에 대해 왈가왈부 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의 만행은 도를 지나쳐, 하북성의 곱상한 여 종복들은 그의 손길을 거치지 않은 아이가 없었다. 또한 검소한 가주와는 정반대로 이미 많은 재물을 기루나 노름 등에 쏟아 부은 그를 바라보는 눈길이 결코 고울 수는 없는 일이다.

 

  입구로 들어선 서문탁은 먼저 넓은 거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요즘 들어 유난히 어둠이 편안해진 그는 모든 창문을 검은 모시로 가려 놓고 있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음산하기 이를 데 없는 분위기다. 그는 중앙의 가장 큰 창가로 다가서서 검은 휘장을 슬며시 걷어냈다.
촤르르르르-
햇살이 내원의 어둠을 삼켰다.
빼 꼼이 창을 내다 본 그는, 저 멀리서 가주와 함께 걸어가는 그녀의 숙부인 노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이좋게 대화를 나누는 두 인영은, 저쪽 연못 너머 손님을 맞이하는 빈전으로 자리를 옮기고 있었다. 순간 그의 인상이 무섭게 구겨졌다.

 

‘내일이 저년의 탄생 축하연 이라했지? 사형들도 올게고..큭큭 좋아, 내일 이면!’
 
휘장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반사적으로 돌아간 그의 고개가 어두운 구석에 있는 새장으로 향했다. 불쌍한 까만 눈망울의 흰 새가 푸드덕 구석으로 날아오르며, 본능적인 두려움으로 고개를 숙였다.
성큼성큼
새장으로 다가간 그는, 작은 철문 안으로 불쑥 손을 집어넣어, 하얀 털의 새를 손아귀에 움켜쥐었다.
콰악-
그 순간 손가락으로 폭풍의 진기를 불어넣는 서문탁!
끼루룩-
외마디 비명을 담긴 새는 그 순간 절명했다. 압력에 이기지 못한 새의 눈알이 밖으로 또르르 굴러 내렸다. 부리로, 눈알이 없는 휑한 구멍으로 분수처럼 피가 새어나왔다. 이제 서문탁 그의 손아귀에는 핏빛으로 붉디붉은 새 한 마리가 쥐여 있었다. 그의 팔도 얼굴도 온통 피다. 허나 그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그의 눈은 이미 광기로 붉게 물들어 있었고 그의 검은 동공은 눈에 띠게 축소되어 마치 하나의 점처럼 흰자위에 박혀있는 놀라운 광경이다.
뿌드득-
한 발 내딛은 그는 잔인하게 굴러 떨어진 새의 눈알을 밟아 짓이겼다.
 
‘그분께, 그분께.... 말씀을....!’

 

손에 묻은 피를 혀로 스윽 핥은 그는, 주섬주섬 이것저것 챙긴 다음, 저기 구석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재인양 꼽혀있던 책 중의 하나를 옆으로 모로 뉘이자, 놀랍게도 책장이 빙그르 돌아가며 아래로 이어지는 듯한 검은 통로가 하나 나왔다.
그리고 그의 뒷모습은 통로 안으로 사라졌고, 잠시 후 책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제 자리로 돌아왔다.

 

 

 

 

 


부들부들-
지금까지 몰래 숨어서 이 모든 것을 지켜봐오던 시비하나가 얼굴 가득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혹여 소리라도 새어나갈까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있는 모습이 가엽기 그지없었다. 그가 불쌍한 새 한 마리를 너무나도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을 목격한 그녀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채로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그의 모습이 비밀통로 안으로 사라지자, 그녀는 숨은 자리에서 일어서서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끔찍한 장면을 보고 다리에 힘이 풀렸는지, 자신도 새와 같이 죽임을 당할 수 있다는 공포 때문인지 시비의 몸이 휘청거리고 있었다. 허나 작은 그녀의 모습은 재빠르게 전각의 그림자 속으로 사라져 갔다.

 

 

 

 

 

 


잠시 후-
방금 전 시비가 앉아 있던 자리의 벽에서 시커먼 그림자 하나가 불쑥 솟아나왔다. 검은 인영은 이제 완연한 사라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바로 주군의 명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묵운이었다.

 

‘흐음....!’

 

낮게 침음 성을 흘린 그는 서문탁이 사라진 쪽으로 조용히 발걸음을 옮겼다.
빙그르르-
눈여겨보았던 책을 모로 뉘이자 책장이 돌아가며 서문탁이 사라진 통로가 보였다. 그는 망설임 없이 통로안의 어둠속으로 자신을 동화시켜 갔다. 이윽고 묵운 조차도 삼켜버린 통로의 비밀입구는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의연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언제까지 입을 다물고 있을 거야?”
“.......”

 

  초로에서 유일하게 늘 슬픔에 잠겨있다는 누루(淚淚), 노모의 전각이었다. 전각의 뒤뜰에서 멍하게 하늘을 보고 앉은 해루와 그녀의 옆에서 같은 곳을 바라보고 서있는 한영이다.
도화와 작약 그리고 흰둥이는 웬일인지 보이지 않았고, 홍루와 노모는 각양각색의 고운 옷감의 장삼을 빨아서 줄에 널고 있던 참이었다. 투명하게 하늘하늘 거리는 옷감들이, 하늘로 비상하려는 오색조처럼 나풀거리는 광경은, 높고 파란 가을하늘에 물감을 풀어놓은 듯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자연스레 한영과 해루의 시선이 펄럭이는 장삼들을 향했다.

 

“무사님, 더러운 제 육신도 깨끗이 빨아서 저리 하늘을 자유롭게 날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한영은 자유롭게 허공에서 날개 짓하는 장삼들에게서 시선을 옮겼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더 높은 곳의 하늘을 바라보았다. 구름 한점 없는 가을의 하늘은 더 없이 높고 푸르렀다.

 

“나는 어려 열 살이 되던 해에, 부모를 모두 잃었어. 내 눈 앞에서 적들의 칼에 부모의 목이 잘리는 것을 보았지.”

 

영원히 멍하기만 할 것 같은 표정이 순식간에 사라진 해루는, 놀란 고개를 돌려 몸을 일으키려 했다. 허나 아직 꿰맨 상처가 완전히 아물지 않아, 몹시 불편한 듯 했고, 그녀의 복부를 두르고 있던 흰 광목에서도 은근히 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저런...! 가만히 앉아 있어. 그러려고 이야기 꺼낸 것이 아니니까.”
“.......!”

 

  작약이 만들어준 안락의자 위에 앉아있는 해루의 자세를 편하게 고쳐 준 한영은, 말없이 돌아서서 잠시 동안 하늘을 바라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해루는 비록 한영의 얼굴은 볼 수 없었으나, 왠지 그녀의 표정이 쓸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믿었던 이모까지 날 버리고 떠나버렸어. 그 뒤에 혼자 남아 두려움에 떨던 어린 꼬마는 매일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그래.. 너도 마찬가지고, 여기 기루에 있는 여인치고 모두 사연 없는 사람은 없을 거다. 나와 마찬가지로 말이지.”
‘그러하겠지요, 무사님.’

 

해루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한영의 뒷모습을 주시했다. 그녀는 조용히 그녀의 뒷말을 기다렸다.

 

“풋. 어린시절 나는 정말 괴로웠어. 내 할아버지는 주술사란다. 아마 너도 이름을 들으면 놀랄만한. 헌데 그분은 내 어미와 아비가 죽은 것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는 거야. 자신이 큰딸을 가르치지 않아, 허망하게 죽어버렸다고. 그 후로 나는 정말로 혹독한 수련을 받았지.
밤마다 악귀들과 싸워야 했어. 너무 두려워서 혀를 깨물고 죽고 싶은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지. 생각해봐. 어린아이의 의식 속에서, 목이 잘린 제 아비와 어미가.... 그리고 나머지 가솔들이 매일 찾아와 서로 살을 뜯어 먹고, 토해내는 구역질나는 광경을 보아야 한다면!”
“헉.....!”

 

해루는 놀란 눈동자를 들어 헛바람을 삼켰다. 그녀의 가녀린 하얀 두 손이 꼬옥 쥐여져 있었다.

 

“불행히도 하늘은 내 할아버지의 편이 아니었단다. 나는 지독히도 그 분야에 재능이 없었거든. 내가 그거 하나는 정말로 내 어미를 닮았다고 하셨지. 그분은......”
“.......”
“참다 참다 더 이상 안 되겠기에, 그 날 밤 야밤에 몰래 도망쳐 나왔어.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말이야. 맨몸으로... 그리고 그날....... 너와 같이 나도 봉변을 ....... 당했다.”
“어찌......!”

 

  거기까지 말한 한영은 잠시 말을 끊고, 꽉 쥔 두 주먹을 부르르 떨었다. 그때의 그 기억만 떠올리면 피가 거꾸로 솟구칠 것 같았다. 그 당시 자신은 너무나도 어렸었다. 배운 주술이 몇 가지 있다 해도, 실전 경험 없는 고작 풋내기일 뿐이었다. 욕정에 눈이 먼 고수 넷의 공격을 막기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철저하고도 잔인하게 유린당했다.

 

“그때였지. 마침 지나가던 이가 피투성이가 된 채 버려져있는 날 구했어. 여인의 몸으로. 그녀가 바로 초량이야.”
“아아.... 초량!”
“그래. 그때부터 나는 그녀에게 몸을 의탁했지. 그리고 궁술도 거기서 인연을 얻어 배웠던 거고. 그날 이후 나는 모두를 저주했다. 세상을.......버린 거지. 
어느덧 정신을 차려 보니까 사람들이 나를 얼음 마녀(氷女)라고 부르고 있더군. 하하하”

 

거기까지 말을 마친 한영의 눈에는 깊은 회한과 슬픔이 진득이 묻어나고 있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해루의 눈에는 어느덧 눈물방울 하나가 걸려있었다.

 

“지금도 내 어미는 죽어서 가야할 곳으로 가지 못하고 악귀들의 틈바구니에서 살을 뜯어 먹히고 있을 거야.......”

 

해루의 눈에 고여 있던 눈물방울 하나가 주르륵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한영의 이야기가 슬퍼서였을까? 아니면 거기에 투영된 자신의 처지가 서러워서였을까.

 

“초량이 그러더군. 여기 난원에 있는 소군과 함께 자신은 해어화(解語花) 세 송이 중의 하나라고……. 기녀들을 해어화라고 한다지?”

 

말하는 꽃-해어화(解語花) 기녀. 해루의 입가에 쓸쓸한 쓴 웃음이 걸렸다.

 

“네에... 무사님, 아니... 위소저.”

 

  이야기를 듣던 중 해루는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자신의 생명을 구해준 이 고마운 여무사가 사파의 거대 여 고수 신궁 위한영이라는 것을. 유명한 기녀 초량과 여 고수 한영의 우애는 기녀들 사이에서도 공공연한 화젯거리였다.

 

“그래. 노래하고 춤추며 말을 알아듣는 아름다운 꽃, 해어화.
 허나 그것만큼 초량의 마음을, 아니 네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이름은 없을 거야.
 길가의 버들과 담장아래의 꽃처럼 아무나 쉽게 꺾고 짓밟을 수 있다는 말 일 테니.”

 

무뚝뚝해 보이는 한영은 누구보다도 기녀의 아픔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서로의 영혼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친우인 초량 덕분일지도 모를 일이다. 이야기를 듣던 해루는 이제 서럽게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으흐흐흑!”
“울지 마. 눈물을 아껴둬. 몸이 아프면 작약 어른이 고쳐 줄 거야. 허나 네 아픈 마음은 누가 치료하겠니? 너 스스로 치유해야 하는 거야. 과거의 나처럼.......”
“......... 흐흑!”

“네 인생을 포기 하지 마. 어찌하여 네 생각만 하는 거냐? 너만 바라보고 있는 저기 홍루나 노모 생각을 해봐. 지금 그들은 네 한마디에 눈물짓고 슬퍼하고 있잖니.”

 

  이제 해루는 온몸으로 오열하고 있었다. 그녀는 입을 닫고 눈을 닫고 마음을 닫고 죽으려 했었다. 내 몸뚱이 하나만 없어지면 될 것 같아서, 생을 포기하려 했던 해루에게 한영의 말은 그녀의 가슴을 크게 후려쳤다. 눈물이 앞을 가리며 쉼 없이 흘러내렸다.
그래, 그랬다. 그녀는 아직 충분히 살 이유가 있었다. 남자한테 쓰라리게 버림을 받든, 배에 든 아이를 잃든, 그녀에게는 소중한 가족이 있었던 것이다.
한영은 그런 그녀를 다독이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슬픔 따위는 다 토해내 버려. 우리는 아직....... 살아갈 날이 훨씬 더....... 많잖아.”

 

한참을 오열하던 해루는 슬픈 눈망울을 들어, 한영을 올려다보았다.

 

“무사님께 해가 될지도 모른다고 노모와 홍루가 당부를 하여서, 그자는 가르쳐 드릴수가 없어요. 죄송해요..흑흑”

“괜찮아. 이미 그가 누군지 알고 있으니까. 화란 부인을 어제 만나 뵈었다.”
“아아.....! 으흐흐흑!”
“그자걱정은 하지 마. 내가 반드시 죗값을 받게 할 터이니.”

 

저기 멀리서 노모와 홍루도 이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한영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굳게 다짐했다.

 

‘제2의 혹은 제3의 희생자를 만들지는 않아. 그게 세상을 깨트리는 내 첫 번째 다짐이지.’

 

높은 푸른 하늘 위로 무심한 구름만 두둥실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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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인사드리지요? 다들 주말은 잘 보내셨는지...『도화』       (23)『도화』       (23)

저는 과음으로 인해서....  몹시 고생을 하였답니다. (^_^)풉!

 

처음 글을 보고 혹여나 놀라시지는 않았는지..

거창하기는 하지만, 제 글 도화(桃花)의 소개글 이랍니다.(웃으셔도 할 수 없어요 -_-;)

뒷 줄거리를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 올려드려요.

저 글을 보니 아직 제 이야기가, 그 시작도 하지 못했다는 걸 아실 수 있으실 거에요.

등장인물들도 다들 등장하지 않았으니, 허나 천천히 걸어가렵니다.

 

날씨가 많이 춥지요?

다들 감기 조심하시구요,

제 글을 읽어 주시고- 소중한 꼬리말을 엮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파안의 가호가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힘찬 한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