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엔 그렇게 갈거였으면서...

shlove2005.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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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술에 취해 있던 아빠를 28년이란 시간동안 지켜봤지

어렸을땐 그런아빠를 마냥 엄마를 따라 옆집 친척집을 전전긍긍하며 도망치기 바빴지만

나이를 먹고 사춘기를 지나 20살이 넘어서부터는 나도 조금씩 아빠에게 대들기 시작했고

누가보면 정말 모녀지간이 맞는지 의심스러울정도로 폭언도 왔다갔다했어.

 

빨리 죽어버렸음 좋겠단생각 하루에도 수십번 했는데,

언젠가부터 다쳐서 피가나면 잘 멈추지도 않았고 쉽게 피로해하고 한번 누워버리면 좀처럼 일어나질못하는 아빠를보고 "곧 죽겠군..."하고만 생각했어.

그러다가 한 며칠 연락도 없이 집에 들어오질 않자, 또 밖에서 술마시고 뻗어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는데...왠걸...

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식에 가긴 싫었지만 동생에게 이끌려 아빠 모습을 처음 봤을때..

정말 왜그리도 많이 상해 있던지...

엄마를 통해 들은 병명은 "간암 말기"

앞으로 남은 시간은 3개월..

솔직히 피부에 와닿지는 않았어. 믿기지가 않았지.

병원에서는 더이상 치료해줄 방법이 없다며 퇴원을 권했고 어쩔수 없이 퇴원을 했지만 화장실가서도

시원하게 볼일조차도 보지 못하는 아빠를 보면서 그간 쌓였던 그 미움들과 원망들이 조금씩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어.

꼬박꼬박 밥챙겨먹고 먹고싶은것도 해주고 병원에서 준 그 알수없은 수많은 약들을 시간맞춰 먹었고 술이라곤 절대 입에 안댔는데...

어느날밤,

배가 너무 아프다며 나에게 고통을 호소했을때.. 그게 왜그리도 귀찮던지..

엠블란스라도 불러달라는 아빠의 말을 너무나도 귀찮게 생각한나머지, 엄마가 올때까지 기다리라며 매몰차게 내방문을 닫아 버렸지..

그리곤 다음날 아침,

또 병원에 입원했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잠에서 깼고, 얘길 들어보니 일마치고 새벽에 들어오던 엄마는 아빠 연락을 받고 근처병원에 입원을 시켰다고했어.

그게...그렇게 괴로워하던 아빠의 그 말이..마지막이 될줄은 정말 몰랐는데..

 

황급히 병원에 달려가보니 이미 중환자실에 입원한상태..

가족이 찾아와도 누가 누군지 구분도 못하고 내 이름만 힘없이 불러줬던 아빠...

다음날 새벽..

엄마와 나 언니는 집으로 가서 잠을 청했고 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아빤 하늘나라로 갔지..

 

머가 그렇게 급했어.

그렇게 갈거였으면서 왜그렇게 술을 좋아했는지..

가족들에게 그렇게 상처까지 주면서 술을 마셔야만 했는지..

 

아빠의 그 마지막 부탁을 너무나도 냉정하게 거절해버린 내 자신이 정말 용서가 안돼.

그게 마지막이였는데...

마지막 아빠의 부탁이였는데..

아빠가 평생 우리에게 준 상처보다 그날하루의 내 잘못이 내평생 후회로 남을것 같아.

 

너무나도 미운 아빠였고 원망도 많이했지만 그래도 가족이잖아.

결국엔 한줌 재가되어 날아가 버릴것을..왜그리도 스스로 학대를 하고 살았던거야.

 

아빠가 떠난지 3개월째

솔직히 아직도 적응이 안돼.

늘 집에 없는 시간이 많았거나 혹은 없어졌음 좋겠다라고 생각했기때문에 지금도 어디선가 노래테입을 팔며 돌아다니고 있을거란 생각이 드네.

 

거기선 술 안하지?

여기보단 맘이 편해?

 

요즘 너무나도 아빠가 보고싶어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