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 주스 3잔

큰가방2005.10.29
조회537

오렌지 주스 3잔


오렌지 주스 3잔길가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커다란 키를 자랑하며 늠름하게 서있던 은행나무의 푸른 잎들이 어느새 노란색으로 물이 들었나 싶더니 오늘은 한잎 두잎 천천히 땅으로 떨어지면서 옷을 벗기 시작합니다. 하얀색 연분홍색 붉은색의 아름답고 예쁜 꽃을 피우고 지나가는 길손에게 고개를 흔들며 방그레 웃어주던 코스모스는 어느새 꽃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바늘 같은 조그맣고 검은 꽃씨 몇 개를 머리에 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만 흔들고 있습니다. 저의 사무실 2층에서 내려다 본 우체국 정원의 단풍나무는 어느새 붉은 옷으로 갈아입고


오렌지 주스 3잔지나가는 바람에게 몸을 맡긴 채 낙엽이 떨어질까 봐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입니다. “가을은 어디서 찾아와 어디로 가는 것일까?” 제 자신도 모르게 어느새 가을이 깊어 감을 느껴보며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행복이 가득담긴 우편물을 싣고 천천히 우체국 문을 나서봅니다. 시골마을로 향하는 도로의 논과 밭에는 오늘도 쪽파를 수확하는 농촌의 아낙네들과 가지런히 묶은 쪽파를 도시의 공판장으로 실어 나르는 트럭들의 분주한 모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금년에는 불량 중국산 김치 때문에 쪽파도 좋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오렌지 주스 3잔다행인 것 같은데 그러나 쪽파의 가격이 너무 비싸면 소비자들은 더 힘이 들 텐데!”하는 생각을 하니 “농산물 가격이 비싸도 문제고 그렇다고 너무 싸도 문제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달려온 곳은 전남 보성 회천면 객산리 청포마을입니다. 그리고 청포마을 양지쪽 높은 곳에서 살고 계시는 할머니 댁에 도착한 라면박스보다 약간 작으면서 품명이 고구마라고 써진 상당히 무거운 소포하나를 배달하려고 소포를 오토바이 적재함에서 꺼내 들고 오토바이가 올라갈 수 없는 언덕길을 천천히 걸어 올라가기 시작합니다.


오렌지 주스 3잔그런데 처음 언덕길을 올라 갈 때는 잘 몰랐었는데 언덕을 오르면 오를수록 힘이 들고 숨이 가빠오기 시작합니다. “아이고! 힘들어! 내 체력이 이렇게 약해졌나? 그냥 편지만 가지고 언덕을 오를 때는 잘 몰랐는데 오늘 따라 왜? 이렇게 힘이 들지?”하는 생각을 하다 저도 모르게 “씨~익!” 하는 어이없는 웃음을 한번 웃고 할머니 댁 마당으로 들어서면서 “할머니! 소포 왔어요! 빨리 좀 나와 보세요!”하고 소포를 할머니 댁 마루에 내려놓자마자 금세 방문이 열리면서 “아니? 뭣이 왔다고? 소포가 왔다고?”


오렌지 주스 3잔하며 할머니께서 얼른 마루로 나오시더니 “아제! 뭔 소포가 왔다고 그래~에?”하십니다. “할머니! 서울 김영두 씨가 누구 되세요?” “우리 사위여!” “사위되시는 분이 할머니께 소포를 보내셨네요! 그런데 소포가 굉장히 무겁네요! 무엇을 보낸다고 하던가요?”하고 물었더니 “우리 딸이 서울서 살고 있는디 주말이문 무슨 농장에를 간다고 그러데! 그런디 이번에 고구마를 많이 캤다고 나 심심하문 쪄 묵으라고 고구마 보낸다고 그라드만 금새 와 부렇네!” “따님이 서울에서 주말농장을 하고 계시나 봐요!


오렌지 주스 3잔그런데 할머니! 여기도 고구마가 많이 나오는데 왜? 고구마를 보내라고 하셨어요?” “여기도 고구마가 나오기는 하제~에! 그란디 내가 다리가 아파 걸음을 잘 못 걸어! 그래서 항상 방에만 있다 본께 고구마도 없어! 그란디 아제! 이것(소포) 좀 주방으로 잔 갖다 주문 안 되까?” “할머니! 조금 기다리세요! 우선 숨 좀 돌리고요! 고구마를 여기까지 들고 왔더니 무척 힘이 드네요! 그러니까 잠시 쉬었다 옮겨드릴게요!” “오~오! 그래에! 나는 아제가 금방 가버릴지 알고! 그라문 쪼깐 쉬었다 저쪽 주방으로 갖다 주고 가 잉!”


오렌지 주스 3잔“예~에! 알았어요!”하고 할머니 댁 마루에 앉아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엉금엉금 기어 방으로 들어가십니다. “아니? 할머니께서 뭣 하러 방으로 들어가시지?”하고 있는데 할머니께서 가지고 나오신 것은 페트병에 담긴 오렌지 주스입니다. “늙은이가 혼자 살고 있응께 뭣 줄 것이 없네! 이것이라도 한잔 자셔봐!” 하며 할머니께서는 페트병에 담긴 오렌지 주스를 유리컵에 따라 저에게 건네주십니다. “고맙습니다. 그런데 할머니는 왜? 방에만 앉아계시는 거예요?”


오렌지 주스 3잔“내가 다리가 아퍼 잘 걷들 못해 그랑께 방에만 앉아 있제~에!” “할머니! 그러시면 갈수록 다리에 힘이 빠지거든요! 그러니까 마당이라도 한번 씩 왔다 갔다 하시는 것이 좋아요!” “금메! 그라고는 싶은디 언덕길에 내려가면 자빠질(넘어질) 것 같어서!” “그러니까 밖에는 나가지 마시고 마당이 넓고 그러니까 마당에서 만 운동 삼아 왔다 갔다 해 보세요!” “그라기는 한디 날씨가 추워진다고 그랑께! 통 밖에 나가기가 싫데!” “방은 따뜻한가요? 방은 따뜻하게 하시는 것이 좋은데!”


오렌지 주스 3잔“방에 통 불을 안 넣다가 오늘 처음으로 불을 한번 넣어봤어!” “할머니! 몸도 좋지 않으신데 찬 곳에서 주무시고 그러면 몸이 더 안 좋아지거든요! 그러니까 언제든지 방은 따뜻하게 하고 주무세요! 아시겠어요?” “잉! 알았어! 요새 내가 방을 차게 하고 잣는디 감기기운도 잔 있고 그래서 오늘은 보일라를 틀었어!” “예~에! 잘하셨네요! 그런데 할머니! 올해 연세가 어떻게 되세요?” “내 나이? 올해 내가 일흔 여덟이든가 아홉이든가? 몰라 잊어 부렇어! 아제! 여그 이것 한잔 더 마셔!”하시며


오렌지 주스 3잔할머니께서는 또 다시 오렌지 주스를 유리잔에 따라 저에게 주십니다. “할머니! 저 음료수 그만 마셔도 되요!” “와따~아! 그라지 말고 얼렁 한잔 마셔~어! 어서!”하고 권하시는 할머니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어 저는 오렌지 주스를 두 잔째 마셨습니다. “할머니! 이 소포 어디에 가져다 놓으면 좋겠어요? 할머니가 제일 편리한 곳에 놓아드릴게요!” “저쪽 방에다 놔주면 되야!”하시며 할머니께서는 주방문을 가르치십니다. “할머니! 그런데 소포 안에 비닐봉지 같은 게 들어있는 것 같네요!”


오렌지 주스 3잔“참! 그것 꺼내 야제! 우리 딸이 내 파스 사서 보낸다고 그라드만 그것이 파슨갑구만!” “예~에! 그러세요! 그런데 파스가 많이 필요하세요?” “내가 다리가 아퍼 잘 못 걸어 그라고 다리도 성한 데가 없어! 그란께 파스가 없으문 못살아! 그래서 우리 딸이 파스도 보낸다 그라드만 파스까지 같이 보냈는 갑구만! 여그 내 다리 잔 봐!”하며 바지를 걷어 올리고 다리를 보여주시는 데 할머니의 다리는 온통 파스로 도배가 되어진 느낌입니다. “할머니께서도 젊은 시절에 고생을 많이 하셨나 봐요?”


오렌지 주스 3잔“우리 젊은 나이 때 고생 안 한 사람이 있간디! 그때는 누구든지 다 고생하며 살았제! 그란께 골병만 남어 갖고 내가 걸음발을 잘못한 께 뭣이 필요해도 사러 나갈 수도 없고 동네로 놀러가고 싶어도 밖에 나가다 자빠질까(넘어질까) 무섭고 그렁께 나 혼자 방에서 우두거니 앉아 있을랑께 심심하기도 하고 아이고! 안 아프고 살다 죽으문 참말로 좋을 껏인디! 아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사씨요! 잉!” “할머니! 저 그만 가 볼게요! 안녕히 계세요!”하며 할머니 댁을 나오려는 순간 “아제! 여그 이것 한 잔만 더 마시고 가!”하며


오렌지 주스 3잔또 다시 오렌지 주스를 유리컵에 따라 저에게 주십니다. “할머니! 이제 배가 불러서 더는 못 마시겠어요! 그러니까 오렌지 주스는 잘 놔두셨다 할머니 심심하실 때 드세요!” “아이고! 주스고 뭣이고 늙은이 혼자 살면서 이런 것을 마실란께 맛도 없어! 그란께 아제가 한잔 만 더 마시고 가! 어서!” “할머니~이! 저 그만 마신다니까요!” “와따~아! 첨 봤네! 그란다고 음료수 한잔을 더 못 마셔? 그라지 말고 한잔만 더 마시란께! 그라고 높은 집까지 고구마를 갖다 줘서 정말 고맙소! 잉!”하시는


오렌지 주스 3잔할머니의 권유를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오렌지 주스를 3잔째 마시고 할머니 댁에서 나오면서 몸이 불편하여 밖에 나들이를 할 수 없다는 할머니께서 부디 건강한 몸으로 자유롭게 이웃집에 나들이 할 수 있기를 기원해 보았습니다.

 

오렌지 주스 3잔

*이제야 피어난 수세미 꽃이랍니다. 그러면 수세미는 언제 열릴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