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결혼에도 적성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그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결혼 2년만에 알았다. (참으로 일찍도 알았다.) 남편과 나는 연애를 2년 정도 하고 결혼했다. 결혼한 이유는 남편이 하도 결혼하자고 닥달해서이다. 시동생 분이 오랜 연애로 결혼하셔야 하는데 울 남편이 커다란 암초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동생 먼저 결혼하라고 홀가분하게 보내줄 오지랍 넓은 이도 아닌 관계로 결혼할 마음이 없는 나를 들들 볶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실 나는 졸업하고 집안 형편으로 하고 싶은 일보다는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한달에 한번밖에 쉬지 못하는 강행군으로 돈 버는 일에 매진중이었다. 집안에 마지막 남은 빚도 탕감하고 아버지 차 사는 데 돈도 반 정도 보태고 이제는 1년만 더 돈을 모아서 그렇게 꿈에 그리던 해외여행도 하고 다른 공부도 할 계획이었었다. 당근 우리 식구들 무지하게 반대했었다. 결혼하면 여자 인생 끝나는 거라고... 솔직히 결혼이 부담스러워서 쿨하게 헤어질까 생각도 했었지만 울 남편 찰거머리처럼 안 떨어지고...또 그동안 사랑하던 정도 있어서 그게 쉽지는 않았다. 하여간 3개월간 매주 쫓아오면서 우리 부모님께 딸 달라고 잘 하겠다고 얼굴이 얼룩덜룩해질때까지 술 마시면서 아부도 떨고 그랬단다... 부모님도 보아하니 남편이 크게 문제 없고 집안도 화목하고 가난에 찌들지도 않고 좋아보여서 결혼을 승락하셨었다. 난 하고 싶은 것이 그 당시 나름 확고했으므로 다른 공부 하는 것을 남편이 도와준다는 다짐을 받고 결혼한다고 결심하였었다. 사실 결혼날짜 잡고도 하기 싫은 마음이 간간히 들기는 했었다. 진짜 어머니 말대로 여자 인생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에 도망가고 싶었었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고 믿는 사람이라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 꾹꾹 누르면서 결혼했었다. 결혼하고...일하는 여성을 좋아하고 집안일 잘한다고 큰 소리 친 남편 집안일 한개도 안 하더라. 솔직히 여태 공부하고 돈 버느라 살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가 다 했다. 나름대로 신혼 기분 내면서 아침도 차려주고 옷도 다려주고... 물론 아침 차려주는 것은 2주만에 끝났다. 하도 안 먹으니 열 받아서...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가끔은 뭐가 아쉬운데 해주냐고 미쳤다고 해도 그때는 모든 게 이뻐 보였으며 도보로 10분도 안 걸리는 시댁의 존재가 무서웠기에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 했다. 결혼하고 남편은 그 바쁘고 대단하신 모 기업에 다니는 관계로 평일 퇴근 11시가 기본이었기에 얼굴 보기 힘들고 주말도 회사 나가는 통에 혼자 집 지키는 일이 태반이었지만... 앞으로 큰 꿈을 갖고 한동안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으므로 크게 불만은 안 가졌었다. 그리고 공부할 준비 시작하고 1달...낮에 돈 벌고 밤에 공부했는데 갑자기 몸이 안 좋은 것이다. 그동안 돈번다고 일도 많이 하고 밤도 지새운 적이 많았었는데 이거 조금 이런다고 속도 안 좋고 감기기운에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이건...알고보니 피임 실패로 인한 임신이었던 것이었다. 시댁은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다. 나도 결혼할 때 반은 억지로 세례를 받았을 정도다. 거기다 그때만 해도 내가 굉장히 세상을 몰랐던 관계로 젊은 시절 애 빨리 낳아서 키우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원래 자녀계획은 둘이었고 첫째는 2년 이상 뒤에 낳으려고 했지만 어쨌거나 하늘이 주신 감사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공부는 그만두고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나 애 낳을 때까지 다닐 생각이었다. (제가 다니던 그 곳은 애 낳으면 자발적으로 그만두어야 하는 곳임.) 그리그리 해서 결혼한지 1년도 안 된 상태에서 귀여운 사내아이를 낳았다. 양가부모님 입장에서는 첫손주라서 다들 한없이 기뻐하시더군. 그래...거기까지는 남편이랑 나도 여느 신혼부부처럼 가끔은 다투지만 그래도 사랑하고 사이 좋았다. 산후조리는 나름 알아본 바 신세지는 것보다 조리원이 낫다고 해서 시어머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후조리원 2주 예약하고 나머지 1주는 친정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신 관계로 시댁에 신세지기로 했다. 산후조리원 생활...솔직히 악몽이었다. 사실 애 낳고 병원 퇴원하는 순간부터 악몽이 날 기다리더군. 애는 성질 급해서 엄마 젖을 안 먹으려고 하고 모유는 아무리 짜도 애 먹성에 턱도 없이 부족한데 시어머님은 내가 무슨 젖짜는 기계나 되듯이 이것저것 갖다주는 데 부담이었다. 다 먹지도 못할 양... 거기다 조리원에 남편이랑 와서 얼마나 이것저것 트집을 잡고 맘에 안 든다는 둥 하더니... 결국은 조리원에서 다 채우지도 못하고 등떠밀리듯이 나왔다. 애 보고 싶다고... 사실 시어머님이 일 하시는데 거기서 있는 것도 맘에 영 내키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잘 해주셔서 그나마 좀 마음이 나아질 듯 했지만 남편이 정신 못차리고 다녀서 마음 고생 엄청 했다.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기는 쳐다보지도 않고 집에 항상 핑게로 늦게 들어오고, 술 먹고 들어오고 심지어 화 난다고 집을 뛰쳐나가서 집에 안 들어오고 외박하고... 집이 너무 안 좋고 날씨 춥다고 시댁에서 애랑 이리저리 신세지는 데다 남편의 철없는 행동에 정말 속상하고 울 일도 많았다. 심지어 울면서 남편에게 간언해도 소용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남편은 너무 열받는다고 나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언제 애 낳자고 했냐?(울 남편은 딩크족 기질이 다분했다.) 니가 사고친 것 똥은 내가 치워..." 그때 처음으로 이혼이라는 불경스런 생각이 내 머리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일도 안 하고 집에서 쉰다고 오만가지 무시를 다 하더군. "니가 사회생활을 해 봤어? (내가 전문직(?)인 관계로 회사 다닌 적은 없었다.) 개뿔이 하나도 모르는게...(한때 내 별명이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었다...)" 거기다 퇴직하면서 받을 돈 안 나오는데 분유값, 기저귀값 일절 안 주는 통에 모아놓은 돈 야금야금 쓰다가 결국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들 덕에 빚에 허덕이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말하니 돈 50만원 꿔주더라...그 퇴직하면서 받을 돈 나오면 갚으라고... 정말 남편에 대한 오만가지 정 뚝뚝 다 떨어지고...살림이고 육아고 못하니 스트레스는 쌓이고... 시댁에서는 덕분에 게으르고 살림과 담 쌓은 실력 다 늘어나니...뭐...낯짝만 두꺼워지고 있었지.. 중간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집이 없어져서 시댁에 기탁하는데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 해답은 고상하게 한다는 공부 때려치우고 차선으로 생각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전에 하던 일은 거의 3D 업종이라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임신 때 애한테 많이 미안했음.) 그래서 회사에 원서를 넣겠다고 하니 시부모님도 별말 없으셔서 원서 넣고 면접 보러 다녔다. 그때가 하필 신입생 나올 때인데다 이 나이에 회사 경력 한개도 없는 애엄마라는 악조건 덕에 회사 보는 곳마다 줄줄이 떨어지다가 겨우 한 곳에 붙었습니다. 그때까지 원서 쓰는 것 보시면서 아무 소리도 안 하시던 시부모님이 막상 직장 나가신다고 하니 반대가 어마어마하시더군요. 회사 원서 쓰러갈 때 잘 다녀오라고 하시던 분들인데... 아마 제가 진짜로 될 거라고 생각도 안 하시고 그냥 기분전환 삼아 다녀와라...식이셨나봅니다. 저는 일이라도 나가야 살 것 같았고 돈 문제도 심각했기에 꼭 직장에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애는 어쩌라고 하시더군요. 항상 애문제에 대해서 물어보면 회사 되고 고민하라시더니...쳇... 전 어린이집에 맡길 용의가 있다고 알아서 할테니 직장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에 출근하는데 처음에 엄마랑 떨어지는 연습해야 한다고 집에서 보시겠다더군요. 사실 부모님이 집에서 사업하시는 관계로 제가 직장 나가면 애 보기 힘든 상황이었구요. 그래서 그냥 어린이집에 맡기겠다는 것을 굳이 보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나도 애가 넘 어려서 (6개월) 도저히 못 맡기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보시는 한달동안 정말 저는 좌불안석이었습니다. 사람 쓰시라고 해도 싫다고 하시고... 애도 안 맡기신다고 하고...말만 하면 이것저것 다 안 된답니다. 그래서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말 하는 것을 포기해버렸습니다. 사실 부모님이 일 하시는 것도 힘든데 애 보니 어머님이 아무리 강골이라도 몸살나겠지요. 나날이 몸이 말이 아니시면서 항상 하는 말이 저보고 회사 그만두랍니다. 사람 구해 드린다. 애기 어린이집에 맡긴다 해도 죽어도 안 된답니다. 너무 힘드시고 애 쓰셔서 미안한 마음에 어린이집 알아봤더니 남편이랑 상의하라고 하시고 남편이랑 상의해서 결정드리고 말씀 드렸더니 이 어린 것이 거기 가서 맞아도 말도 못할텐데... 그 어린 것을 보낼 생각을 하다니 미쳤다고 저희한테 욕을 퍼 부으신 적도 있었습니다. 직장다니면서 하도 시부모님 눈치 보는 덕에 회사 사람들도 제 사정 다 알고 있습니다. 일찍 보내줘도 6시 반에서 7시다 보니 시어머님 불만 많으시겠지만요... 사실 어머님이 애때문에 애쓰는 것 알기에 어머님이 별별 소리로 화 내셔도 아무 소리 안 하고... 그저 내가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참고...심지어 어머님 일 돕는 동서 눈치도 봐야하고... 저도 사람 사는 꼴이 말이 아니었지요... 생활비 드리고 집안에서 이것저것 빨래나 청소 쪽에 나름대로 해도 티도 안 나고... 항상 욕만 바가지로 먹고 몹쓸년 되고...그래도 회사다니는 것이 좋더이다. 바깥에 있는 동안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있고 숨 쉴 수 있으니까요. 날 인정해주는 사람도 있고 아무도 절 무시하지 않고 저도 저 나름대로 잘 하는 일이 있고... 그 사실만으로 행복해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나름 애 쓰는 동안 남편은 집안일이고 애 보는 것이고 제대로 도운 적 없습니다. 일때문에 어쩌다가 늦기에 집에 일찍 가달라고 부탁해도 친구나 동료랑 술 마시느라고 늦고... 심지어 어쩌다가 집에 늦을 때 자신이 일찍 온 날이면 집에 일찍 안 온다고 전화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저 직장 다니면서 그 좋아하는 친구 한번 변변히 만난 적 없습니다. 큰맘 먹고 애 맡기고 나갔다가 당근 욕 바가지로 먹었지요. 애아빠가 애 밥도 못 먹이고 기저귀도 못 가는 데 거기다 애 맡기니 제정신이냐고... 어차피 욕 먹을 것 각오하고 나간 거라서 상관 없었지만 솔직히 애가 저만의 책임입니까? 남편이 애 하나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것에 왜 그렇게 당당하신지.... 항상 집에서 남존여비에 대해서 주구장장 교육시킵니다.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 따로 있고 여자의 행복은 가정의 평화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아주 꼬마였을 때 부터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였었고 가정의 행복은 솔직히 순위에서 한참 뒤인 마인드의 소유자라서... 나름대로 공부해서 좋은 학교 나오고 제 일에도 자부심 갖고 욕심도 많은 사람입니다. 시어머님이 딱 요구하는 것은 아들보다 잘나지 않고 아들 떠받들고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고 여자로서 집안에 도움이 되기 위해 가사일에 지장 안 되는 범위에서 돈도 벌어야 하는... 솔직히 어머님이 일하신다고 해서 열린 소유자라고 생각하고 믿었던 저로서는 낭패였지요. 하여간 그래도 나름대로 꿋꿋하게 직장생활한지 6개월이 다 되어 가네요. 애도 돌이 다 되고 이제 좋은 날 시작이라고 사람들이 말하고 이제 한숨 돌리겠구나 할 찰나에... 시어머님이 또 폭탄선언 하십니다. 이제 힘드니까 회사 그만 두라고...제 회사는 완전 동네북입니다. 다른 것은 다 참고 웃으면서 넘겨도 회사 문제는 저에게 양보할 수 없는 문제거든요. 애 못 봐주니까 그만두고 부모님이 하시는 일 거들라십니다. 완전 애를 볼모로 그렇게 말씀 하시는데 아무리 존심 없는 지렁이같은 마음이라고 해도 욱 하더군요. 전 사업에 관심도 없고 (예전부터 항상 그에 대한 제 의견은 정확히 말씀드렸지만 소용없군요.) 시부모님과 같이 사업할 마음은 더더구너 없거든요. 잘 못되면 어떻게 합니까? 남편까지 시어머님과 합세해서 저보고 하라고...진주를 던져줘도 모른다고 하더이다. (차마 무서워서 그 뒤에 돼지 소리는 안 했지만...제가 바보입니까? 재수 없는 남편 같으니...) 하도 속이 상해서 친정에 말 하니 친정어머니가 몸이 아파도 애 봐줄테니 델고 오라고 하더군요. 이야기 했더니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한다고 화 내시더이다. 그러면 (자기 아들) 처가살이 해야하는데 그것도 말이 안 되고 떨어져서 사는 것도 말 안 된다고... (이렇게 말하는 시댁과 친정 교통수단으로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 사람도 안 되고 어린이집도 안 되고 다 안 된다고 하고 저보고 회사 그만두라네요. 저 회사 들어간지 6개월밖에 안 되었고 작지만 사람들도 좋고 가족적이고 일도 재미있어서 나름 신나하면서 잘 다니는데 말입니다. 남편은 내 욕심과 내 꿈도 알고 있어서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님편 들면서 제 뒤통수를 사정없이 치는군요. 그나마 있던 마음의 정도 다 떨어져가는 순간입니다. 사치스런 공부 안 한다고 회사 다니는 것이 그리도 잘못한 것인지... 집안의 행복을 위해서 희생하라는 말만 들어도 폭발할 것 같은데... 어머님이 애 봐주시고 애쓰시는 것 알아서 항상 고맙게 여기고 항상 죄송해하는데.. 남편 또 시어머님 앞에서 저에게 염장 지릅니다... "고맙다고 말만 하지 말고 뭔가를 해야지...한게 뭐 있다고..." 정말 그 소리 나올 때 살의를 느꼈습니다. 결혼 2년만에 정말 오만가지 정 다 떨어지면서...독신인 친구들이 제일로 부럽고... 애 없는 친구들도 부럽구...(애만 아님 내가 이꼴로 살지도 않으련만...) 괜시리 이런 문제들때문에 천사같은 아들만 미워지려고 하니... 애 둘 낳겠다는 생각은 진작에 접었습니다. 1년동안 일 생각하면 정말 울분에 눈물이 다 나네요.. 가슴이 답답해서 소화도 안 되고 죽을 맛입니다. 그 강한 성격에 우울증 생긴 듯... 언제 그만두라고 할 지 언제 뭐라 할지 신경쓰고 속상해하는 통에 일이 손에 안 잡혀서 회사에서 실수 연발이구... 정말 접시물에 콱 코 박고 세상 하직하고픈 맘...
결혼한지 겨우 2년 되었건만...
사실 결혼에도 적성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나의 경우는 그 적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결혼 2년만에 알았다. (참으로 일찍도 알았다.
)
남편과 나는 연애를 2년 정도 하고 결혼했다.
결혼한 이유는 남편이 하도 결혼하자고 닥달해서이다.
시동생 분이 오랜 연애로 결혼하셔야 하는데 울 남편이 커다란 암초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동생 먼저 결혼하라고 홀가분하게 보내줄 오지랍 넓은 이도 아닌 관계로
결혼할 마음이 없는 나를 들들 볶기 시작한 것이었다.
사실 나는 졸업하고 집안 형편으로 하고 싶은 일보다는 돈을 벌어야 하는 입장이었기에
한달에 한번밖에 쉬지 못하는 강행군으로 돈 버는 일에 매진중이었다.
집안에 마지막 남은 빚도 탕감하고 아버지 차 사는 데 돈도 반 정도 보태고
이제는 1년만 더 돈을 모아서 그렇게 꿈에 그리던 해외여행도 하고 다른 공부도 할 계획이었었다.
당근 우리 식구들 무지하게 반대했었다. 결혼하면 여자 인생 끝나는 거라고...
솔직히 결혼이 부담스러워서 쿨하게 헤어질까 생각도 했었지만
울 남편 찰거머리처럼 안 떨어지고...또 그동안 사랑하던 정도 있어서 그게 쉽지는 않았다.
하여간 3개월간 매주 쫓아오면서 우리 부모님께 딸 달라고 잘 하겠다고
얼굴이 얼룩덜룩해질때까지 술 마시면서 아부도 떨고 그랬단다...
부모님도 보아하니 남편이 크게 문제 없고 집안도 화목하고 가난에 찌들지도 않고 좋아보여서
결혼을 승락하셨었다.
난 하고 싶은 것이 그 당시 나름 확고했으므로 다른 공부 하는 것을 남편이 도와준다는 다짐을 받고
결혼한다고 결심하였었다.
사실 결혼날짜 잡고도 하기 싫은 마음이 간간히 들기는 했었다.
진짜 어머니 말대로 여자 인생 끝나는 것 아닌가라는 두려움에 도망가고 싶었었다.
그래도 내가 사랑하고 믿는 사람이라서 도망가고 싶은 마음 꾹꾹 누르면서 결혼했었다.
결혼하고...일하는 여성을 좋아하고 집안일 잘한다고 큰 소리 친 남편 집안일 한개도 안 하더라.
솔직히 여태 공부하고 돈 버느라 살림 제대로 배우지 못한 내가 다 했다.
나름대로 신혼 기분 내면서 아침도 차려주고 옷도 다려주고...
물론 아침 차려주는 것은 2주만에 끝났다. 하도 안 먹으니 열 받아서...
친구들이 대단하다고 가끔은 뭐가 아쉬운데 해주냐고 미쳤다고 해도 그때는 모든 게 이뻐 보였으며
도보로 10분도 안 걸리는 시댁의 존재가 무서웠기에 나름 열심히 최선을 다 했다.
결혼하고 남편은 그 바쁘고 대단하신 모 기업에 다니는 관계로 평일 퇴근 11시가 기본이었기에
얼굴 보기 힘들고 주말도 회사 나가는 통에 혼자 집 지키는 일이 태반이었지만...
앞으로 큰 꿈을 갖고 한동안 공부에 매진하기로 했으므로 크게 불만은 안 가졌었다.
그리고 공부할 준비 시작하고 1달...낮에 돈 벌고 밤에 공부했는데 갑자기 몸이 안 좋은 것이다.
그동안 돈번다고 일도 많이 하고 밤도 지새운 적이 많았었는데
이거 조금 이런다고 속도 안 좋고 감기기운에 난리도 아니었다.
하지만...이건...알고보니 피임 실패로 인한 임신이었던 것이었다.
시댁은 독실한 가톨릭 집안이다. 나도 결혼할 때 반은 억지로 세례를 받았을 정도다.
거기다 그때만 해도 내가 굉장히 세상을 몰랐던 관계로
젊은 시절 애 빨리 낳아서 키우는 것이 인생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원래 자녀계획은 둘이었고 첫째는 2년 이상 뒤에 낳으려고 했지만
어쨌거나 하늘이 주신 감사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공부는 그만두고 현재 다니고 있는 직장이나 애 낳을 때까지 다닐 생각이었다.
(제가 다니던 그 곳은 애 낳으면 자발적으로 그만두어야 하는 곳임.)
그리그리 해서 결혼한지 1년도 안 된 상태에서 귀여운 사내아이를 낳았다.
양가부모님 입장에서는 첫손주라서 다들 한없이 기뻐하시더군.
그래...거기까지는 남편이랑 나도 여느 신혼부부처럼 가끔은 다투지만 그래도 사랑하고 사이 좋았다.
산후조리는 나름 알아본 바 신세지는 것보다 조리원이 낫다고 해서 시어머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후조리원 2주 예약하고 나머지 1주는 친정어머니가 몸이 안 좋으신 관계로 시댁에 신세지기로 했다.
산후조리원 생활...솔직히 악몽이었다. 사실 애 낳고 병원 퇴원하는 순간부터 악몽이 날 기다리더군.
애는 성질 급해서 엄마 젖을 안 먹으려고 하고 모유는 아무리 짜도 애 먹성에 턱도 없이 부족한데
시어머님은 내가 무슨 젖짜는 기계나 되듯이 이것저것 갖다주는 데 부담이었다. 다 먹지도 못할 양...
거기다 조리원에 남편이랑 와서 얼마나 이것저것 트집을 잡고 맘에 안 든다는 둥 하더니...
결국은 조리원에서 다 채우지도 못하고 등떠밀리듯이 나왔다. 애 보고 싶다고...
사실 시어머님이 일 하시는데 거기서 있는 것도 맘에 영 내키지는 않았지만 생각보다 잘 해주셔서
그나마 좀 마음이 나아질 듯 했지만 남편이 정신 못차리고 다녀서 마음 고생 엄청 했다.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애기는 쳐다보지도 않고 집에 항상 핑게로 늦게 들어오고, 술 먹고 들어오고
심지어 화 난다고 집을 뛰쳐나가서 집에 안 들어오고 외박하고...
집이 너무 안 좋고 날씨 춥다고 시댁에서 애랑 이리저리 신세지는 데다 남편의 철없는 행동에
정말 속상하고 울 일도 많았다. 심지어 울면서 남편에게 간언해도 소용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남편은 너무 열받는다고 나에게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기도 했었다.
"내가 언제 애 낳자고 했냐?(울 남편은 딩크족 기질이 다분했다.) 니가 사고친 것 똥은 내가 치워..."
그때 처음으로 이혼이라는 불경스런 생각이 내 머리속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거기다 일도 안 하고 집에서 쉰다고 오만가지 무시를 다 하더군.
"니가 사회생활을 해 봤어? (내가 전문직(?)인 관계로 회사 다닌 적은 없었다.)
개뿔이 하나도 모르는게...(한때 내 별명이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었다...)"
거기다 퇴직하면서 받을 돈 안 나오는데 분유값, 기저귀값 일절 안 주는 통에
모아놓은 돈 야금야금 쓰다가 결국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돈들 덕에 빚에 허덕이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것을 말하니 돈 50만원 꿔주더라...그 퇴직하면서 받을 돈 나오면 갚으라고...
정말 남편에 대한 오만가지 정 뚝뚝 다 떨어지고...살림이고 육아고 못하니 스트레스는 쌓이고...
시댁에서는 덕분에 게으르고 살림과 담 쌓은 실력 다 늘어나니...뭐...낯짝만 두꺼워지고 있었지..
중간에 이런저런 사정으로 집이 없어져서 시댁에 기탁하는데 이래저래 답답한 상황...
해답은 고상하게 한다는 공부 때려치우고 차선으로 생각한 사회생활을 하는 것이었다.
(전에 하던 일은 거의 3D 업종이라서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임신 때 애한테 많이 미안했음.)
그래서 회사에 원서를 넣겠다고 하니 시부모님도 별말 없으셔서 원서 넣고 면접 보러 다녔다.
그때가 하필 신입생 나올 때인데다 이 나이에 회사 경력 한개도 없는 애엄마라는 악조건 덕에
회사 보는 곳마다 줄줄이 떨어지다가 겨우 한 곳에 붙었습니다.
그때까지 원서 쓰는 것 보시면서 아무 소리도 안 하시던 시부모님이 막상 직장 나가신다고 하니
반대가 어마어마하시더군요. 회사 원서 쓰러갈 때 잘 다녀오라고 하시던 분들인데...
아마 제가 진짜로 될 거라고 생각도 안 하시고 그냥 기분전환 삼아 다녀와라...식이셨나봅니다.
저는 일이라도 나가야 살 것 같았고 돈 문제도 심각했기에 꼭 직장에 나가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애는 어쩌라고 하시더군요. 항상 애문제에 대해서 물어보면 회사 되고 고민하라시더니...쳇...
전 어린이집에 맡길 용의가 있다고 알아서 할테니 직장 다니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직장에 출근하는데 처음에 엄마랑 떨어지는 연습해야 한다고 집에서 보시겠다더군요.
사실 부모님이 집에서 사업하시는 관계로 제가 직장 나가면 애 보기 힘든 상황이었구요.
그래서 그냥 어린이집에 맡기겠다는 것을 굳이 보신다고 하십니다...
그런데 1주일이 지나도 애가 넘 어려서 (6개월) 도저히 못 맡기겠다고 하시더군요.
그렇게 보시는 한달동안 정말 저는 좌불안석이었습니다. 사람 쓰시라고 해도 싫다고 하시고...
애도 안 맡기신다고 하고...말만 하면 이것저것 다 안 된답니다.
그래서 저도 어느 순간부터는 말 하는 것을 포기해버렸습니다.
사실 부모님이 일 하시는 것도 힘든데 애 보니 어머님이 아무리 강골이라도 몸살나겠지요.
나날이 몸이 말이 아니시면서 항상 하는 말이 저보고 회사 그만두랍니다.
사람 구해 드린다. 애기 어린이집에 맡긴다 해도 죽어도 안 된답니다.
너무 힘드시고 애 쓰셔서 미안한 마음에 어린이집 알아봤더니 남편이랑 상의하라고 하시고
남편이랑 상의해서 결정드리고 말씀 드렸더니 이 어린 것이 거기 가서 맞아도 말도 못할텐데...
그 어린 것을 보낼 생각을 하다니 미쳤다고 저희한테 욕을 퍼 부으신 적도 있었습니다.
직장다니면서 하도 시부모님 눈치 보는 덕에 회사 사람들도 제 사정 다 알고 있습니다.
일찍 보내줘도 6시 반에서 7시다 보니 시어머님 불만 많으시겠지만요...
사실 어머님이 애때문에 애쓰는 것 알기에 어머님이 별별 소리로 화 내셔도 아무 소리 안 하고...
그저 내가 죄인이라고 생각하고 참고...심지어 어머님 일 돕는 동서 눈치도 봐야하고...
저도 사람 사는 꼴이 말이 아니었지요...
생활비 드리고 집안에서 이것저것 빨래나 청소 쪽에 나름대로 해도 티도 안 나고...
항상 욕만 바가지로 먹고 몹쓸년 되고...그래도 회사다니는 것이 좋더이다.
바깥에 있는 동안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것도 있고 숨 쉴 수 있으니까요.
날 인정해주는 사람도 있고 아무도 절 무시하지 않고 저도 저 나름대로 잘 하는 일이 있고...
그 사실만으로 행복해하고 있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나름 애 쓰는 동안 남편은 집안일이고 애 보는 것이고 제대로 도운 적 없습니다.
일때문에 어쩌다가 늦기에 집에 일찍 가달라고 부탁해도 친구나 동료랑 술 마시느라고 늦고...
심지어 어쩌다가 집에 늦을 때 자신이 일찍 온 날이면 집에 일찍 안 온다고 전화하고 난리도 아닙니다.
저 직장 다니면서 그 좋아하는 친구 한번 변변히 만난 적 없습니다.
큰맘 먹고 애 맡기고 나갔다가 당근 욕 바가지로 먹었지요.
애아빠가 애 밥도 못 먹이고 기저귀도 못 가는 데 거기다 애 맡기니 제정신이냐고...
어차피 욕 먹을 것 각오하고 나간 거라서 상관 없었지만 솔직히 애가 저만의 책임입니까?
남편이 애 하나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것에 왜 그렇게 당당하신지....
항상 집에서 남존여비에 대해서 주구장장 교육시킵니다.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 따로 있고 여자의 행복은 가정의 평화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 가치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저는 아주 꼬마였을 때 부터 사회적으로 성공하는 것이
제 삶의 목표였었고 가정의 행복은 솔직히 순위에서 한참 뒤인 마인드의 소유자라서...
나름대로 공부해서 좋은 학교 나오고 제 일에도 자부심 갖고 욕심도 많은 사람입니다.
시어머님이 딱 요구하는 것은 아들보다 잘나지 않고 아들 떠받들고 가정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고
여자로서 집안에 도움이 되기 위해 가사일에 지장 안 되는 범위에서 돈도 벌어야 하는...
솔직히 어머님이 일하신다고 해서 열린 소유자라고 생각하고 믿었던 저로서는 낭패였지요.
하여간 그래도 나름대로 꿋꿋하게 직장생활한지 6개월이 다 되어 가네요.
애도 돌이 다 되고 이제 좋은 날 시작이라고 사람들이 말하고 이제 한숨 돌리겠구나 할 찰나에...
시어머님이 또 폭탄선언 하십니다.
이제 힘드니까 회사 그만 두라고...제 회사는 완전 동네북입니다.
다른 것은 다 참고 웃으면서 넘겨도 회사 문제는 저에게 양보할 수 없는 문제거든요.
애 못 봐주니까 그만두고 부모님이 하시는 일 거들라십니다.
완전 애를 볼모로 그렇게 말씀 하시는데 아무리 존심 없는 지렁이같은 마음이라고 해도 욱 하더군요.
전 사업에 관심도 없고 (예전부터 항상 그에 대한 제 의견은 정확히 말씀드렸지만 소용없군요.)
시부모님과 같이 사업할 마음은 더더구너 없거든요. 잘 못되면 어떻게 합니까?
남편까지 시어머님과 합세해서 저보고 하라고...진주를 던져줘도 모른다고 하더이다.
(차마 무서워서 그 뒤에 돼지 소리는 안 했지만...제가 바보입니까? 재수 없는 남편 같으니...)
하도 속이 상해서 친정에 말 하니 친정어머니가 몸이 아파도 애 봐줄테니 델고 오라고 하더군요.
이야기 했더니 말같지도 않은 소리 한다고 화 내시더이다.
그러면 (자기 아들) 처가살이 해야하는데 그것도 말이 안 되고 떨어져서 사는 것도 말 안 된다고...
(이렇게 말하는 시댁과 친정 교통수단으로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
사람도 안 되고 어린이집도 안 되고 다 안 된다고 하고 저보고 회사 그만두라네요.
저 회사 들어간지 6개월밖에 안 되었고 작지만 사람들도 좋고 가족적이고 일도 재미있어서
나름 신나하면서 잘 다니는데 말입니다.
남편은 내 욕심과 내 꿈도 알고 있어서 이해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머님편 들면서
제 뒤통수를 사정없이 치는군요. 그나마 있던 마음의 정도 다 떨어져가는 순간입니다.
사치스런 공부 안 한다고 회사 다니는 것이 그리도 잘못한 것인지...
집안의 행복을 위해서 희생하라는 말만 들어도 폭발할 것 같은데...
어머님이 애 봐주시고 애쓰시는 것 알아서 항상 고맙게 여기고 항상 죄송해하는데..
남편 또 시어머님 앞에서 저에게 염장 지릅니다...
"고맙다고 말만 하지 말고 뭔가를 해야지...한게 뭐 있다고..."
정말 그 소리 나올 때 살의를 느꼈습니다.
결혼 2년만에 정말 오만가지 정 다 떨어지면서...독신인 친구들이 제일로 부럽고...
애 없는 친구들도 부럽구...(애만 아님 내가 이꼴로 살지도 않으련만...)
괜시리 이런 문제들때문에 천사같은 아들만 미워지려고 하니...
애 둘 낳겠다는 생각은 진작에 접었습니다. 1년동안 일 생각하면 정말 울분에 눈물이 다 나네요..
가슴이 답답해서 소화도 안 되고 죽을 맛입니다. 그 강한 성격에 우울증 생긴 듯...
언제 그만두라고 할 지 언제 뭐라 할지 신경쓰고 속상해하는 통에 일이 손에 안 잡혀서
회사에서 실수 연발이구...
정말 접시물에 콱 코 박고 세상 하직하고픈 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