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엄마처럼....?

라쿨2005.11.01
조회917

 

엄마는 목이 늘어진 내복에 구멍난 속옷도 잘 입으셨다.

 

우리는 그 늘어진 목에 손을 넣어서 엄마 찌찌를 만졌고 구멍난 옷자락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며

 

키득거리고 웃었다.

 

그러면 엄마는 민망해하는 눈으로 우리를 살짝 흘겨보셨었다. 나도 엄마처럼....?

 

그렇게 엄마는 아빠와 자식들에게만 신경을 쓰셨다.


뭐 그렇다고 내가 제목의 ....에 어울리게 어느새 엄마처럼 늘어진 내복과 구멍난 팬티를 아껴입는다는

 

가슴찡한 스토리를 준비한건 아니다.

 

하지만 요새 아침출근시간이 입고갈 옷이 마땅찮아 자꾸 늦어지는걸 보면 역시 이제 아줌마가 되가고

 

있는거다.

 

나는 우리 유빈이를 가진 막달에 몸무게가 63kg.. 임산부치고는 아주 날씬한 몸매였다...

 

그런데 아가를 놓고도 몸무게는 60kg에서 내려올 줄을 몰랐고 지금은 거기서 겨우겨우

 

3kg이 빠져있는 상태다...이미 아가는 두돌이 다되어 가는데...나도 엄마처럼....?

 

몸이 두리뭉실해지니 처녀적 입던 옷들은 입으면 빤스자리 쪽쪽나고 후크가 터져나가고

 

겨드랑이가 터져버리고....

 

직장이 정장을 많이 입는 곳인데 정장 한벌 값이 어디 그렇게 호락호락해야말이지...

 

끝까지 살빼서 예전 정장입겠다며 작은 옷을 어떻게 어떻게 껴입고 다니던 내가

 

얼마전 한치수 큰 옷을 사입고 말았다.

 

아아....살이 쪄서 안사도 될 옷을 사고 만것이다!!

 

그렇다고 캐쥬얼이 만만하냐...그것도 아니다.

 

할인매장에 가서 옷걸이에 걸려있는 옷들은 부담스러워서 곁눈으로만 보고 지나치고

 

뉘어놓고 파는 청바지를 보는 순간 자석이 당기듯....원래 그 옷을 사러 온 것이라는 듯...

 

'교환, 환불 절대 안됨' 이라는 글자를 보며 신중에 신중을 기해 산 내 2만원짜리 청바지...

 

인터넷에서는 14,900원짜리도 괜찮던데...라는 생각과 그래도 너무 싸면 뭔가 흠집이 있다며

 

2만원이나 14,900원이나 도토리들을 세워놓고 키도 잰다.

 

신랑생일 선물로는 가죽쟈켓을 사주고는 정작 내 생일선물인 옷은  인터넷에서 며칠을

 

고르고 골라 원피스와 롱코트를 합쳐서 70,000원에 샀다고 가슴설레여하는 것도 그렇고..

 

우리 아이 입을만한 도타운 이월상품 스키점퍼를 만지작거리다 놓는 것도 그렇고..갈수록

 

엄마스러워지고 있는 것이다.

 

그래도 왕년에 친구들이 나를 만나는 날이면 서로 무슨 옷 입고갈거냐고 소동이 일어나곤했는데,

 

이제는 유행하는 치마를 입고와서는 너무 푸리하게 차려입은 나를 보고는 눈치를 본다.

 

'예전에 라쿨이 만나는 날은 옷장에 옷 다 꺼내는 날이었어...네가 우리 옷입는거 신경안쓴다고

 

혼내고 그랬잖아...' 하는 말에 '내가 오히려 요새 살쪄서 옷에 관심이 없어졌어.' 라고 멋적게

 

웃는다.

 

이제는 시집안간 이 친구들 유럽다녀와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여주며 이태리 얘기도 해준다.

 

나는 그 소리에 '이태리???? 유럽이잖아!! 비행기값만해도 얼마야? 대체 몇 달치 적금이냐..세상에....'

 

하고 속으로 중얼거린다.

 

많이 들어본 버전인데....‘뭐? 100원? 그 돈이면 콩나물을 사서 우리 식구 한끼는 넉넉히 먹겠다...’

 

에서 파생된 중얼거림아닌가?

 

많지 않은 수입에 보험과 우리 애를 봐주시는 시부모님께 드리는 양육비, 사람노릇하고 산다고

 

쓰는 경조사비와 카드대금...그리고 어디가서 기죽지 말라고 넣어주는 신랑 용돈..

 

아마 이러한 것들이 자꾸 처녀적의 나와 지금의 나를 구분짓게 하는가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원 더 싼 두부를 사러 먼 길을 갈만큼 알뜰살뜰했던 엄마와 달리 나는

 

어째 영 신통찮다. 맞벌이니 외식도 잦게 되고 때론 스트레스해소로 뭔가를 사기도 하고 너무 쉽게

 

타행이체를 하기도 하고 화장품도 좋은 걸로 쓰고 싶다.

 

엄마의 알뜰함은 엄마의 포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걸 이제 알겠다.


요새 엄마는 갑상선 항진증으로 너무 갑자기 살이 빠져 웃을 때면 볼에 주름이 자글해서 맘이 아프다.

 

그래서 원래 쓰러던 글의 의도와는 달리 자꾸 감상적으로 글이 빠지는가부다......

 

내가 처음에 무슨 얘기를 쓰려고 했더라........나도 엄마처럼....?나도 엄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