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집 아가씨/7편

운비200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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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 바보 멍청이. 말하지 말걸.. 이 바보 바보 돌팅이 밥통"

 

장미는 괴로운 얼굴로 벽에 머리를 쿵쿵 박았다. 마음이 너무 아파서 그렇게 아무 생각없이 고백해버린 자신이 너무 밉고 싫어서 자신한테 화가 났다.

 

"그렇게 박아도 안 죽어"

"그래도 아파"

"머리가 아님 마음이"

"약혼 할 사람이야 아니 약혼한 사람이야. 결혼할 여자는 내 사촌언니구... 나 지금 제정신아니야"

 

남자에게 얘기하기보다 독백처럼 말을 했다.   그렇게 얘기를 시작했다. 햇살이 기분좋게 들어오는 먼 곳을 바라보면 장미는 강우의 얘기를 시작했다.

 

"어릴적부터 좋아했어. 늘 훔쳐보고, 늘 같이있으려고 오빠 뒤만 쫄쫄 따라다녔어.  말도 안되는 일로 전화하고, 늘 놀아달라고 떼쓰고, 그것도 안통하는 날이면 아프다고 꾀병부리고 오빠 많이 괴롭혔다. 오빠에게 난 귀여운 동생이였을거야. 그냥 오빠에게 난 귀여운 동생쯤.. 그런 감정만 있었을거야. 난 사랑이였는데...난 정말 오빠를 사랑했는데.. 내 21살 생일날 오빠가 처음으로 이마에 뽀뽀해줬어.  설레이고 가슴떨리고 그날 한숨도 못잤어. 세수도 못했다. 혹시 지워질까봐."

 

장미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 그날 이후로 가끔 잘자라고 뽀뽀해주고, 작별인사로 뽀뽀해주고.. 그래서 난 오빠도 어느정도 날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날 여자로 보고 있다고 그런 터무니없는 상상도 했어. 1년이 지나면 고백해주겠지. 내가 대학졸업하면 고백하겠지. 오빠 시험에 합격하면 그때 나에게 와서 사랑한다고 말해주겠지.  10년이 지나도 안하더라. 오빠는 아니었던거야. 나만큼은 아니었던거야. 은미언니와 약혼발표하던날 도망왔어. 그냥 도망쳤어. 바보같지. 나 정말 겁쟁이고 비겁하지."

 

탁자위에 놓여져 있는 백장미가 비웃고 있는 것 같아서 장미는 그 꽃바구니를 던졌다.  너무 화가나서 던져버렸다. 바닥에 엉망이된 장미들이 흩어져 더럽게 되었다. 그렇게 엉망이된 장미를 그녀는 슬픈 눈으로 바라보았다.

깜상이 장미의 주위를 맴돌았다. 상처 받은 장미를 위로하듯이 끙끙거리며 맴돌았다. 

 

"잊어"

"노력중이야"

 

긴 한숨을 내쉬었다.  흘렀던 눈물도 닦았다. 긴 터널을 지나 다른 세상으로 온 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깜상 너밖에 없다"

"멍멍"

 

주인님의 영원한 종입니다. 뭐든지 다 말씀해주십시오 주인님을 화나게 한 사람들 제가 가만두지 않겠습니다.

 

"머리부터 다시 제대로 손질해. 그게 뭐냐 그러니까 남자한테 차이지. 혹시 너 앙드레김 집에서 옷 협찬받냐. 어째 앙드레김이랑 친한 사이같아서.. 옷 입는 스타일이 말이야"

"오빠가 흰 윈피스를 좋아했어. 그래서 늘 흰원피스만 입었어. 그런데 이젠 안그래도 돼."

"그 머리도 니 오빠가 좋아했냐"

"이 머리는 아니. 내가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한번도 내가 머리를 한적이 없어서.. 석달이 지나도 힘드네"

"너 공주냐."

"집에서는 공주야"

"별나라에서 왔구만. 내가 해줄게"

"정말.. 진짜.. 너 미용사니"

 

어이없는 웃음을 짓더니 방에서 빗을 갖고와 정말 장미의 머리를 해주었다. 찰랑거리는 검은 장미의 머리를 부드럽게 만져주는 규철이 손이 미세하게 떨렀다. 이 여자에게서 향긋한 꽃냄새가 나는 듯 했다. 향기로운 향이 나는 그런 착각마저 들었다.

한번도 여자에게서 이런 향을 맡은적이 없다. 언제나 진한 향수 아니면 술냄새가 풍기는 그런 여자들만 보아왔다. 그런데 이 여자는 다르다. 처음부터 달랐다.

 

"니 손은 대게 거칠고 험악한테 내 머리 만지는 손은 부드럽다"

 

이상한 감정이 들어 여기서 멈추지 않으면 이 여자를 확 끌어안을 것 같아 머리를 한아름 잡고 머리핀으로 고정시켜주었다.  

 

"다 됐어"

"거울 봐야지"

 

벽걸이 거울을 보면서 장미는 흡족한 얼굴로 머리를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정말 단정해. 솜씨좋다"

"멍멍"

 

주인님 석달 동안 본 머리모양중에서 최고입니다. 역시 남자나 여자나 가꿔야합니다. 주인님 따봉~~

 

"깜상도 마음에 들어"

 

당근이죠. 이젠 그 옷만 갈아입으면 완벽할 것 같습니다.

 

"아침은 내가 할게. 너는 들어가서 옷 갈아입고 나와"

"당쇠야 고마워"

"당쇠"

"너 정말 마당쇠같아. 이제부터 내 마당쇠해라"

"야~~"

"옷 갈아입고 나올께. 아침밥 맛있게해줘"

 

금방 남자때문에 울었다가 저렇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는 저 여자가 신기하게 보였다. 단순무식하다고 해야하나.. 순수하다고 해야하나.. 헷갈리는 여자다.

그래도 규철은 다시 밝게 웃어서  좋았다. 우는 것보다 웃어서 예전처럼 웃어서 그 웃음을 다시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냉장고 안에 아무것도 없었다. 이렇게 살기란 힘들 일인데.. 그 동안 뭘 먹고 살았는지 묻고 싶은 정도로 냉장고 안에 텅텅 비어 있었다.

냉장고 안에 유일한게 있는거라곤 계란과 김치. 김정도..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동안 뭘 먹고 살은거야.  꽃잎 먹은것은 아니겠지"

 

이젠 별 상상을 다 한다. 아무래도 저 여자와 있다가는 자신도 별 나라에서 온 사람이 될 가만성이 많을 것 같다.

 

"깜상이라고 했냐. 그 동안 어떻게 견디고 살았어"

"음~~"

 

제정신으로 살기란 힘들었죠. 주인님과 일주일만 같이 있어보십시오. 아마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달라질지도 모릅니다. 전 벌써 제가 토끼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니까 몸이 회복되는대로 이 꽃집을 나가는게 좋을겁니다.

 

"나 어때?"

 

흰 옷을 벗고,  청바지에 핑크색  울니트를 입은 장미의 모습에 깜상과 규철은 눈을 떼지 못했다. 정말 다른 사람같았다. 발랄하고, 귀여운 이미지에 청순한 여자의 느낌이 강하게 어필했다.

 

"괜찮네"

 

별 관심 없는 듯 무심하게 말했다.

 

"좀 길게 말해주면 안되나. 길게 말한다고 해서 수다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 여기에 아무도 없어. 말을 아끼면 남자답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아니거든. 요즘은 유머러스한 남자가 인기 많거든. 다정다감한 남자도 인기많고... 넌 인상이 좀 강하니까 유머로 승부할 수 밖에 없겠다."

"넌 죽어서도 그 입은 관속에서 떠들고 있을거다"

"그건 너무하다. 내 입술 섹시하지 않아. 키스하고 싶은 입술이지. 붉은 장미같은 내 입술"

"붉은 장미가 겨울에 다 얼어죽었냐. 어디다 비교해"

"자세히 봐봐 내 입술이 얼마나 섹시한데.. 엄마가 그랬어 난 립스틱 안발라도 바른것처럼 붉은 입술이라고.. 립글로스만 발라도 예쁜 입술이라고 했어"

"내가 말했잖아 부모님들은 구라쟁이라고"

"구라가 뭐냐. 너 어디까지 공부했어 대학은 나왔어"

"겨우 겨우 고등학교는 졸업했다"

"머리가 나빠서 대학 안간거야. 아님 집안 형편때문에.. "

" 그 눈은 뭐야"

 

장미는 남자를 안스럽게 쳐다보았다. 돈이 없어서 대학도 못간 사람을 처음보았다. 어떻게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갈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얼마나 가난하면 대학도 못가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밥이나 먹어"

"우와~~~"

 

식탁에 차려진 음식을 보고 탄성부터 지르는 여자를 보고 규철은 어이가 없었다. 역시 단순해.. 종 잡을 수 없는 여자다.

 

"계란으로 이렇게 많은 요리를 할 수 있는지 몰랐어. 이건 뭐야"

"계란김말이"

"너 요리사구나"

"아니"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다 할 수있어. 요리사 맞지"

"먹기나해"

"마당쇠. 넌 정말 천재야"

 

그냥 웃었다. 처음 그런 말을 들었다. 요리를 잘한다고 천재라는 소리를 듣다니. 어쩔 수 없이 음식을 해야했다. 아무도 자신한테 신경써주는 사람이 없어서 혼자서 차려먹어야했다. 좋아서 한게 아니라 죽지 않기위해 먹어야했기때문에 내 손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먹어야했다. 내 어릴시절은 그랬다. 그런데 이 여자 나보고 천재라고 한다. 정말 엽기적인여자다

 

"깜상 너도 맛있지. 이젠 요리에 신경안써도 되겠다. 마당쇠 어디가지말고, 나랑 같아 살자. 갈때없으면 정말 여기서 나랑 같이 살자."

"마당쇠처럼 일이나 시켜먹게. 넌 마님이고"

"그런 의미가 되나. 내가 마님이 되는건가? 그거 좋다.  진짜 너 내마당쇠해라. 죽을때까지.. 난 마님하고 내가 평생 너 먹어줄게"

 

그러면서 웃는다. 그 웃음이 너무 보기가 좋아서 나도 처음으로 웃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환하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