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그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ㄱㄴㄷㄹ2005.11.05
조회196

18살에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났습니다

남자란 동물들을 증오합니다.

도무지 좋은 남자가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그런 일들이 일어나는것...사회가 워낙 썩어서 일수도 있겠지요

여자로 태어나 한 인생을 산다는게 너무나 힘이 듭니다.

그래도 살아야 했습니다.

비록 축복받지 못했을 지라도 살아가야 했습니다.

마냥 슬퍼하고 누군지도 모르는 누군가만을 원망하며 살순 없었으니까요

속은 모두 썩어버리고 멍들었지만

어떻게든 포장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문득 감추었던 아픔이 다시 바깥으로 나옵니다

그럴땐 가슴이 미어지고 터질 것 같은 슬픔을 어찌해야 좋을지

알수가 없습니다.

세상에는 얼마나 더 큰 슬픔 더 깊은 슬픔이 존재하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내가 재수가 없었다고 합니다.

좋은 남자들도 얼마든지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좋은 남자를 만나기 위해 다시 모험을 해야 한다는게

그 한발짝을 내딛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지 못합니다

물에 빠져 죽을 뻔한 사람은 물을 두려워 합니다.

나쁜 남자로 인해 오로지 죽음밖에 보이지 않았던 사람은

다시 남자를 받아들일수 없는게 당연한 겁니다.

저는 제가 불쌍해서 견딜수가 없습니다.

대체 어쩌다가 저에게 그런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할수가 없습니다.

제 자신이 너무 불쌍해서 눈물이 나옵니다.

누구에게도 말할수 없고 이 아픔을 혼자서만 간직한채 혼자 위로하고 혼자 불쌍해 합니다.

가끔 TV에서 그런 장면이 나오면 남들 앞에서 과민 반응을 보일수도 없습니다. 가슴은 찢어지고 소름끼치고 발작이라도 일으키고 싶지만 꾹 참고 있어야 합니다.

한번은 친구들과 그런 얘기가 나와서 제가 흥분을 해서 그런 남자들은 죽여버려야 된다고 말했더니. 저보고 당하기라도 했냐면서 왜 흥분하냐고 그럽니다.

그 날 집에 와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무렇지 않은듯이 묻어두고 생활하려고 무진 애를 씁니다

기쁜일도 있었고 행복한 기억도 생겼지만

결국 그 일은 지울수가 없습니다.

가끔 그냥 가끔 잊을순 있지만

잊었다가 다시 생각난 순간에는 저를 더욱 잔인한 슬픔속에 가둬두곤 합니다.

어떻게 또 맘을 다잡고 열심히 살 각오를 해야하나 막막할 따름입니다.

아마 꽤 오래된 정신병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미 제 정신은 피폐해질대로 피폐해진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살아야죠.

비록 축복받지 못한 인생이더라도 살아갈수 밖에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