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

큰가방2005.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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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어젯밤 늦은 시간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 차디찬 하얀 서리가 길가에 떨어져 구르고 있는 낙엽위에 밭두렁의 풀잎에 미처 거둬들이지 못한 고구마 줄기위에 그리고 푸른색 잔디위에 살며시 내려 앉아 우체국으로 출근하는 저를 보며 살며시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가을이 끝나간다는 11월 초순이 되자마자 날씨마저 차가워지기 시작하는구나!”하는 것을 느끼며 저는 오늘도 빨간 오토바이 적재함에 행복이 가득 담겨있는 우편물을 싣고 천천히 우체국 문을 출발하여 시골마을을 향하여 달리기 시작합니다.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시골마을로 향하는 길은 늘 평화롭고 조용하기만 합니다. 수확이 모두 끝난 논에는 먹이를 찾는 까치 몇 마리만 이 논에서 저 논으로 날아다니며 제가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로 동료들을 부르다 저의 오토바이소리에 깜짝 놀랐는지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하늘 높이 날아갈 뿐 논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 무척 쓸쓸한 느낌이 들지만 출하를 앞둔 쪽파 밭에서는 파릇파릇하고 싱싱한 쪽파 캐내는 작업이 한창이며 이미 캐낸 쪽파는 가지런히 묶어 화물차에 싣기도 하고 화물차 가득 실어진 쪽파는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도시의 공판장을 향하여 부지런히 달려가는 모습이 무척 활기차게 보입니다. “들판의 모든 것이 텅 비어버린 쓸쓸한 가을이라고 하지만 이곳 회천 들녘에는 푸른 쪽파가 있어 언제나 활기가 있어 정말 좋구나!”라는 것을 느끼며 부지런히 달려온 곳은 전남 보성 회천면 화죽리의 마을 전체 호수가 십여 호(戶) 밖에 되지 않지만 마을주민 모두 정답게 오순도순 살아가고 있는 마산마을입니다. 마산마을 네 번째 집 앞에 오토바이를 세운 저는 등기우편물 한통을 배달하려고 대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그리고 “어르신!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하자 마루에 무 잎과 배추 잎 그리고 된장과 김치를 둥그런 상에 올려놓고 막 점심식사를 하시려는지 영감님 내외분께서 마주 앉아 계시다 저를 보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어? 자네 오셨는가? 어서와! 이리와 점심이나 자시고 가소!”하십니다. “어르신!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이제 점심식사를 하세요?” “몇 시는 몇 시여? 인자 12시 쪼금 넘었는디!” “어르신 지금 시간이 오후 2시가 넘었는데 그러세요?” “아니? 뭔 소리여? 금방 내가 시계를 본께 12시 밖에 안 되었든디 그래!”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아니라니까요! 지금 오후 2시가 넘었다니까요! 저기 시계를 좀 보세요!”하며 영감님 댁 마루 벽에 걸려있는 벽시계를 가르치자 “엉? 아니 은제 시간이 저렇게 되었지? 금방 내가 시간을 본께 12시 쪼금 넘었든디!”하십니다. “아마 어르신께서 시계 바늘을 잘못보시고 오후 2시를 12시로 착각하신 것 같네요!”하였더니 “그랬으까? 그라고 본께 내가 진짜 시계를 잘못 본 것 같네!”하시며 “허! 허! 허!”웃으십니다. 그러자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그란디 아제! 오늘은 뭔 반가운 편지를 갖고 왔어?”하고 물으십니다.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예~에! 오늘은 김경모에게 보성경찰서에서 등기 편지가 왔네요!”하였더니 갑자기 언성을 높이시더니“아니! 성모 편지는 보성으로 갖다 주라고 그란께 또 이리 갖고 왔네! 으째 그라고 말을 안 들어? 이~잉?”하십니다. “아니 성모 편지를 보성으로 갖다 주다니요? 무슨 말씀이세요?” “먼자 내가 안 그랬어? 성모는 보성 아파트서 살고 있응께 성모 편지는 보성으로 갖다 주라고!” “할머니! 그게 아니고 오늘 온 편지는 경모에게 온 편지에요! 아시겠어요? 그런데 왜? 갑자기 화를 내고 그러세요? 저하고 싸울 일이라도 있으세요?”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하였더니 할머니께서 씨~익 웃으시더니 “아니~이! 내가 아제하고 싸울라고 그란 것이 아니고~오 원래 내 목소리가 커서 그래! 그랑께 오해하지 말어 잉!”하시자 영감님께서 할머니에게“그랑께 말 좀 조용히 하라고 안 그랬어? 쓸데없이 여자가 목소리만 커 갖고 꼭 누가 들으문 싸운지 알것네! 그나저나 경모한테는 무슨 편지가 경찰서에서 등기로 왔으까?”하고 물으십니다. “편지 봉투에‘운전면허증 동봉’이라고 써 진 것으로 봐서 아마 운전면허증이 온 것 같네요!”하였더니 “경모는 요새 중국(中國)간다고 가서 아직 안 왔는디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한 두어 달 있어야 올 것인디!” “어르신! 그래도 일단 편지는 받아 놓으셨다 경모가 중국에서 돌아오면 전해주세요! 어차피 경모도 중국에서 돌아오면 운전면허증이 있어야 운전할 수가 있으니까요!”하였더니 “대차 그라것네 잉! 그라문 받아놔야지!”하시며 등기편지를 받아 놓고는 “자네 아직 점심 안 먹었제? 이리와 반찬은 없어도 점심이나 같이 먹고 가! 어서 그러란 말이시! 어서 이리와~아!”하시며 점심식사를 권하십니다. “어르신 저 오늘은 이미 점심을 먹었거든요! 밥은 다음에 제가 점심을 안 먹었을 때 그때 주세요!”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그라문 서운해서 어짜까? 술이라도 한잔 자시문 좋을 것 인디 근무시간이라 안 될 것이고!”하시며 저에게 아무 것도 대접하지 못한 것이 무척 서운한 눈치입니다. “어르신 고맙습니다. 안녕히 계세요!”하고 막 대문을 나오려는데 갑자기“어이! 자네 이리 좀 와보소!”하시며 영감님께서 저를 부르십니다. “아니? 무슨 일로 나를 부르시지?”하고 막 고개를 돌리는 순간 영감님께서 마루 끝에 놓여있는 커다란 박스를 가르치며 “이것을 택배 배달하는 사람이 금방 갖다놓고 갔는디 이것이 뭣이란가?”하고 물으십니다.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그래서 박스를 자세히 들여다보았더니 ‘00인삼조합 제품 사삼’이라고 쓰인 건강보조식품이었습니다. “어르신! 혹시 어디 어디에 좋은 제품인데 아주 싸게 드릴 테니 구입하시라는 건강보조식품회사에서 걸려온 전화 못 받으셨어요?”하고 물었더니 “아니! 나는 전화를 못 받았는데 그래서 택배 배달하는 사람한테 이것이 뭣이냐고 물었더니 자기도 잘 모른다고 회사로 전화를 해 보라고 그러데!”하십니다. “어르신 여기 전화번호가 있네요! 여기에 전화를 한번 해보세요!” “안 그래도 아까 내가 그 번호로 전화를 했어!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그런데 전화 받은 사람이 자기도 잘 모른다고 다시 알아보고 전화해주마고 그러드만 아직도 아무 소식이 없는디 어째야 쓰까?” “그러면 다시 한번 전화를 해 보시겠어요? 우체국 택배 같으면 제가 전화를 해서 확인해 보면 좋겠는데 이것은 일반 택배회사에서 배달한 거라서 말씀드리기가 정말 곤란하네요!”하였더니 갑자기 영감님께서 언성을 높이시며 “아니 이 사람들이 나를 뭣으로 보고 이런 것을 함부로 보내 엉? 이런 사람들은 모두 잡아다 총살을 시켜야해 총살을!”하시며 마구 화를 내시는 겁니다.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어르신 저는 아무 잘못 없어요! 그런데 왜? 저에게 화를 내고 그러세요? 저하고 싸울 일이라도 있으세요?”하였더니 옆에 계신 할머니께서 “아니? 영감은 으째 우체부 아제한테 화를 내고 그러요? 누가 들으문 꼭 싸운지 알것소! 말 좀 조용조용히 좀 하란 말이요~오!”하십니다. 그러자 영감님께서 씨~익 웃으시면서“아니~이! 내가 자네한테 화를 내는 것이 아니고~오! 농촌사람들이라고 쉽게 보고 이런 물건을 보낸 사람들한테 화를 낸거여! 그랑께 자네는 오해하지 말소 잉!”하시는 겁니다.

 

총살을 시켜야 할 사람

*시골의 개울창에 무수히 피어나 나비와 벌들을 불러 모으는 잡초꽃입니다. 이름이 무엇일까요?